스토리론 트레일

CW-9원한과 갈등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3-11-07

퍼디낸드는 진심을 드러내고, 파르비스는 광기를 드러낸다. 수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에도 퍼디낸드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사일런스, 사리아, 사일런스 더 패러디그매틱

일찍이 이 땅에서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곳은 관찰하거나 탐색할 가치가 전혀 없는 곳이었다. 그곳은 그저 환상에 빠진 사람들의 종착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고개를 들어 하늘과 땅을 잇는 그 빛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닿을 수 없었던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별에서, 빛의 흐름 속에서 이렇게나 보잘것없던 인간의 피조물이, 이 시대에 속하는 인류의 야망을 키우고 있었다.


퍼디낸드

크리스틴……

퍼디낸드

역시 진작에 계획을 세웠군. 지금까지 국방부의 모든 작전은 쓸데없는 짓이었어.

퍼디낸드

하! 대체 무슨 원리지? 이런 고에너지 제약장의 효율과 안정성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사리아

네가 라인 랩에 막 합류했을 때, 스스로 고에너지 물리 분야 최고의 과학자라고 했던 게 기억나는데.

퍼디낸드

……최고 중 한 사람이지.

퍼디낸드

세상에.

퍼디낸드

사리아, 네가 섭렵한 학술 분야에 크리스틴 같은 인물이 없는 게 다행인 줄 알아.

퍼디낸드

정말 불공평하지. 심지어 크리스틴은…… 이런 성과를 발표하는 것조차도 하찮게 여기는데.

사리아

초점 발생기가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퍼디낸드

군부의 '프로젝트 호라이즌 아크'에 따르면, 충전 단계가 끝난 후 에너지를 초점에 모아 2차로 격발해 큰 범위에서 타격을 입힐 거야.

사리아

그렇군. 얼마나 더 충전해야 하지?

퍼디낸드

크리스틴이 계획서를 폐지로 만들어버린 이상……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만 말해두지.

사리아

우리가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사리아

크리스틴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고.

퍼디낸드

……

사리아

퍼디낸드, 뭘 멍하니 있지? 우린 시간이 별로 없다.

퍼디낸드

사리아, 저쪽에 있는 밀도계를 봐.

사리아

바늘이 매우 불안정해 보이는군.

퍼디낸드

아니, 바늘 말고. 흔들림은 고에너지 제약장의 정상적인 현상이지. 내가 말하는 건…… 눈금 단위야.

퍼디낸드

이 단위가 내 실험실에 있는 계기판의 몇 배일 것 같아?

퍼디낸드

이게 흡수한 건 컬럼비아의 모든 이동도시를 최소 반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야.

퍼디낸드

심지어 멈출 기미마저 안 보여.

퍼디낸드

그리고 우리는 현재 방대한 에너지를 실은 실험실 중앙에 있고.

사리아

……

퍼디낸드

아무리 내스티가 하늘이 내린 능력자라고 해도, 기존의 인지 수준을 뛰어넘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용기는 만들지 못 해.

사리아

그 말은……

퍼디낸드

에너지를 어느 방향으로 모으든 2차 격발이 시작되면 이 실험실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거지.

사리아

크리스틴의 목표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퍼디낸드

크리스틴의 목표가 정말 하늘이고 반드시 이런 수준의 에너지를 써야 도전할 수 있다면……

퍼디낸드

하늘에 대체 뭐가 있다는 거지?

사리아

……난 관심 없다.

사리아

내가 아는 건 이게 무모한 실험이라는 거다.

퍼디낸드

추락은 정해진 운명이고.

퍼디낸드

사리아, 지금 돌아가서 시야가 탁 트인 언덕을 찾아 술을 마시면서 컬럼비아 역사에 길이 남을 불꽃을 구경하는 게 어쩌면 더 좋은 선택일지도 몰라.

사리아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사리아

넌 어쩔 거지? 이런 리스크를 질 생각은 없어 보이는데.

퍼디낸드

나?

퍼디낸드

아무래도 내 친구가 온 것 같군. 생각보다 속도가 빠른걸.

퍼디낸드

네 말이 맞아. 난 위험을 무릅쓸 생각은 없어. 기술 설명서에 탈출 포드의 위치도 있거든. 어디 있는지 알아.

퍼디낸드

날 해고한 사람을 볼 생각은 없어. 너도 내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을 테고.

퍼디낸드

게다가 이런 고에너지 물리 현상을 기록할 기회는 매우 드물어.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칠 수는 없지. 어쩌면 다음 시즌에 학술 저널에서 내 새 논문을 보게 될지도 몰라.

퍼디낸드

장담하건대 분명 획기적인 논문이 될 거야.

퍼디낸드

크리스틴은 모든 지혜를 개인적인 집착에 묶었지만, 난 달라.

퍼디낸드

크리스틴이…… 테라 학계의 인지를 바꿀 수 있는 지식을 이대로 묻어버리는 데 동의할 순 없어.

퍼디낸드

가서 네 할 일을 해, 사리아. 시간이 많지 않아.

사리아

조심하도록 해.

퍼디낸드

……

블레이크

퍼디낸드.

퍼디낸드

오랜만이군요, 대령님.

블레이크

자네가 살아남은 건 예상한 일이지만, 내가 자네라면 이미 죽은 척했을 거야.

블레이크

자네 능력이면 여길 떠나, 빅토리아든 라이타니엔이든 아무 데나 도망쳐 학생이나 가르칠 교사 자리쯤은 얻을 수 있을 텐데.

퍼디낸드

당신답지 않은 말인걸요, 대령님.

블레이크

다시 한번 말하지. 퍼디낸드, 다 끝났어.

블레이크

부통령님과 얘기했지만, 국방부는 철저히 패배했다.

블레이크

이번 일을 만회할 수 있을지, 내 목숨이 결국 누구 손에 들어가게 될지는 이젠 나도 별 관심이 없어.

블레이크

우리 서로 체면을 차리는 게 어때, 퍼디낸드. 얌전히 물러서, 그러면 나도 날 위해 이 화살을 넣어두도록 하지.

퍼디낸드

……뭐라고 했죠? 이거 실례, 못 들었습니다.

퍼디낸드

아무튼 거기서 좀 비키시죠. 방사선 지수를 좀 보고 싶어서 말이에요.

사일런스

에너지 우물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깊어……

사일런스

아마 군부도 이곳의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겠지.

사일런스

여기가…… 전달물질의 반응이 제일 강하군.


사일런스

……당신은……

???

사일런스, 자네가 왜 여기 있나?

사일런스

파르비스…… 선생님……

파르비스

사일런스…… 이 실험실의 위치는 기밀일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지?

사일런스는 방 안의 물건을 구별하기 위해 눈을 크게 떴다.

한쪽 구석에는 기기가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윙윙 소리를 내고 있었고, 투명한 통 안에는 전달물질이 떠다니고 있었다. 다른 쪽에는 표지가 검게 칠해진 책이 여러 권 놓여 있었다.

사일런스의 존재를 느낀 듯 전달물질은 다소 활발해졌다. 그러자 극심한 어지러움에 사일런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비틀거렸다.

파르비스

아, 그래, 자네에게도 전달물질이 있었지……

파르비스

음, 이 활발한 반응은…… 설마 자신에게 전달물질을 주입한 건가? 놀라운 일은 아니군.

파르비스

가끔 불편함을 느끼지 않나?

파르비스

정상적인 반응일세. 내 몸에도 있거든. 자네 같은 젊은이에게는 괜찮겠지만, 나처럼 늙은 몸뚱이는 확실히 벅차지.

파르비스

하지만, 그래야 반응 경과를 더 잘 통제할 수 있으니 말이야.

파르비스

괜찮네. 실험이 끝나면 전달물질들의 원격 영향 특성도 사라질 테니, 그걸 주입했다고 건강 상태에 영향이 미치진 않을 걸세.

사일런스

실험? 무슨 실험을 말하는 거죠?

파르비스

사일런스, 손을 다친 건가?

파르비스

움직이는 데 불편하나?

사일런스

괜찮아요.

파르비스

그럼 나도 더는 묻지 않겠네. 지금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니까.

파르비스

자네가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어쩌면 날 도울 수도 있겠군.

파르비스

안 그래도, 아까 자네가 있으면 데이터 처리가 훨씬 수월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파르비스

내가 요즘…… 아니, 됐네.

사일런스

대체 무슨 실험을 하시는 거죠?

파르비스

내가 진심으로 하는 연구는 늘 하나였지.

사일런스

……키메라 실험.

파르비스

맞아, 이건 키메라 실험의 마지막 과제네.

사일런스

하지만 여기는……

사일런스

선생님, 이 자료들은 뭐죠? 위에 적힌 글씨가 왠지……

파르비스

아주 '사악'하지 않나? 이건 살카즈의 고서인데, 한 분파 종족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네.

파르비스

살카즈 중에서도 그 종족은 영구적인 수명을 갖고 있으며, 육체의 속박을 뛰어넘어 순수한 정신 상태로 세상에 존재할 수 있지.

파르비스

그 자들은 '레버넌트'라 불리네. 발음이 좀 이상하긴 해도 그나마 빅토리아어로 된 기록은 찾아볼 수 있지.

파르비스

사일런스, 영혼 차원의 키메라가 어떤 영향을 일으킬지 생각해 본 적 있나?

사일런스

영혼의 융합인가요?

파르비스

이런 '레버넌트'가…… 고대 오리지늄 아츠와 살카즈 주술에서 말하는 '영혼'이 과연 후천적인 수단으로 생겨날 수 있겠나?

사일런스

설마……

사일런스

인공 의식을 만드시려는 건가요?

파르비스

역시 내 가장 훌륭한 학생이군.

파르비스

내가 수십 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계속 진전에 한계가 있었네. 그러다 퍼디낸드가 도로시와 함께 특별한 '전달물질'을 만들었다고 알려주었지.

파르비스

그때 내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자네는 상상도 못 할 게야!

파르비스

난 확신하네. '전달물질'의 특성이면…… 인공 의식이 탄생하는 토양이 되기에 충분해.

파르비스

하지만 이 땅에서는 아무리 치밀한 실험실이라도 늘 방해가 있기 마련이네. 이런 방해는 아주 오랫동안 날 괴롭혔지……

파르비스

가능성은 아주 다양하네. 전달물질을 자극하는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실험실의 밀폐 레벨이 낮거나, 아니면 오리지늄이 의식의 발생과 취합을 방해했거나.

파르비스

하지만 이제 중요하지 않네. 사일런스, 오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걸세.

파르비스

이건 내 마지막 연구가 될 거야.

파르비스

가장 이상적인 실험 환경이 곧 만들어지겠지.

사일런스

파르비스 선생님은…… 전달물질로 '아크 1호'의 조작 정확도 문제를 담당하시잖아요. 그렇다는 건…… 이곳이 전달물질의 새로운 중추라는 거네요?

파르비스

크리스틴은 스스로 모험이라고 여기는 일을 하려 하고, 본인의 일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내가 동료의 성과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우리 연구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나약했어.

파르비스

평범하고 따분하며 보수적이고 너무 신중하지…… 사일런스, 우리처럼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하는 건 그저 '탐구'나 '발전'이 아닐세.

파르비스

우리는 과학을 짊어지고 과학의 명령에 따라야 하지. 과학은 우리에게 강한 영혼만이 감당할 수 있는 직책을 요구하고 있네.

파르비스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지.

사일런스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요?

파르비스

사일런스…… 자네는 나와 함께 진정으로 위대한 성과의 탄생을 지켜볼 자격이 있네.

파르비스

금방이야, 머지않았어…… 곧 평범한 세월이 끝나고 과학의 신이 제자리로 돌아올 걸세.

사일런스

……떨고 계시네요, 선생님. 이런 모습은 거의 본 적 없어요.

파르비스

그런가? 전달물질의 반응이 너무 격렬해서 그럴 수도 있고, 내가 정말 나이가 든 것일 수도 있지.

파르비스

사일런스, 자네도 공감할 수 있다고 믿네.

사일런스

네, 공감해요.

사일런스

선생님은 정말 이 순간을 기대하셨나 봐요.

파르비스

물론이지.

사일런스

그렇다면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드려야겠어요. 저는 전달물질의 중추를 파괴할 거예요.

파르비스

……뭐라고, 사일런스?

사일런스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막을 거라고 했어요.

사일런스

총괄의 계획도, 선생님의 야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사일런스

그게 바로 제가 여기 온 목적이에요.

파르비스

……

파르비스

그 아이가 과학에 대한 자네의 충성을 흔들었군. 하지만 난 자네에게 연구자의 품성이 있다고 늘 믿어왔네.

파르비스

그래서 한 번도 진심으로 자네를 원망한 적이 없었지.

파르비스

하지만 이번에는, 자네가 황당한 농담을 하는 거라고 해도 난 용납할 수 없네.

파르비스

당장 사과하게, 사일런스.

사일런스

제가 한 말은 취소하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

사일런스

예전이든 지금이든 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잖아요.

파르비스

……가소롭군. 사일런스, 자네는 완전히 틀렸어.

파르비스

그래, 내가 원하는 게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라고 치세. 그건 내가 어떤 연구가 중요하고 어떤 연구가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야.

파르비스

설마 과학이 대중의 것이란 진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파르비스

아닐세!

파르비스

이건 반드시 알려줘야겠군, 사일런스. 과학은 초인의 것이네.

파르비스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가를 선택하고 리더를 숭배할 수는 있지……

파르비스

하지만 과학만큼은 손댈 자격이 없네.

사일런스

그럼 선생님은요? 당신은 자신이 바라는 그런 '초인'이신가요?

파르비스

난……

파르비스

……이미 기회가 없네.

파르비스

하지만 내가 만들어낸 의식이 충분히 이성적이고 위대하다면……

사일런스

그건 불가능해요, 선생님.

사일런스

사람조차 믿지 않으시면서, 어떻게 갓 태어난 의식이 이 땅의 모든 걸 초월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파르비스

자네는 이해하지 못할걸세, 사일런스.

사일런스

선생님께서 키메라 실험에 모든 심혈을 쏟아붓고, 생명공학적인 방식으로 강력한 창조물을 만들기를 기대하셨던 이유는……

사일런스

자신의 나약함을 피할 수 없기 때문 아닌가요?

파르비스

난……!

파르비스

……사일런스, 그렇게 날 넘겨짚지 말게.

파르비스

이건 내가…… 평범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네.


사리아

……여기에서 너희를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사리아

방위과의 옛 동료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

그러게 말입니다, '옛 동료'인 사리아 주임님.

???

지금 저희는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입니다.

사리아

'컴포넌트 총괄과'인가.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여기는 지나가실 수 없습니다.

사리아

지난번보다는 나아졌군.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감사합니다.

사리아

……너희는 크리스틴이 뭘 하려는지 알고 있을 거다. 이건 그저……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전 모릅니다.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라인 랩에서 제 직원 번호가 뭔지 아십니까, 사리아?

사리아

011, 그때는 야라가 오기 전이어서 나랑 크리스틴이 같이 네 면접을 봤지, 제임스.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그때 다른 회사의 초청도 받았었습니다. 볼보트 코친스키와 파라솔이죠. 하지만 그쪽은 단 1초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전 처음부터 사리아와 크리스틴, 당신들을 믿었거든요. 당신들은 그들과 다르다고 믿었으니까요.

사리아

그건 너 스스로 감동한 것뿐이다, 제임스. 여기는 곧 추락해. 당장 탈출 포드를 타고 떠나.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전 추락하는 그 순간까지 기다릴 겁니다.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하지만 그 전에 특별한 경치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내스티가 우리에게 이 광경을 설명해줬죠……

사리아는 복도 전체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느꼈다.

사리아

이건……


컴포넌트 총괄과 직원

……이렇게 높은 곳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건 처음이네요.

사리아

……초점 발생기가 이미 각도를 조정하기 시작했네.

사리아

시간이 없다, 비켜!


블레이크

제기랄, 어떻게 된 거지? 기체가 회전하고 있는 건가?

컬럼비아 병사

이건 기술 설명서에 나온 '각도 조정'일 겁니다. 2차 격발의 사전 단계입니다.

컬럼비아 병사

대령님, 제가 부축해 드릴까요?

블레이크

……복도의 문은 왜 닫혀 있지? 퍼디낸드는?

컬럼비아 병사

아까 틈을 타서……

블레이크

당장 쫓아가!


퍼디낸드

복도의 차단문 말고 다른 자기방어 시스템은 없는 건가?

퍼디낸드

나라면 분명 이곳을 기동 장갑으로 가득 채웠을 텐데.

블레이크

거기 서, 퍼디낸드.

블레이크

잡았다.

퍼디낸드

난 더 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습니다, 대령. 여기선 1분 1초가 귀하거든요.

퍼디낸드

당신들을 상대할 여력은 없단 말입니다.

블레이크

우리는 같은 부류일 거라 생각했어 , 퍼디낸드. 냉철한 이성주의자로서 이해득실을 따진 뒤에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블레이크

아무래도 내가 잘못 봤나 보군.

블레이크

따라와라.

퍼디낸드

방사선 지수는 1.22인가…… 여기에 상수 하나를 넣어서 공식 전체를 조정해야겠어……

블레이크

뭐라고?

퍼디낸드

당신을 비웃고 있는 겁니다, 블레이크.

[CG: 38_i11]
퍼디낸드

권력, 훈장, 국방부에서의 지위…… 가엾게도 그런 것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는 당신을, 비웃고 있는 거라고요.

퍼디낸드

지금 우리는 거의 아무도 닿은 적 없는 고도에서 과학의 기적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손만 뻗으면 기기에서 바로 새로운 공식을 뽑아낼 수 있다는 말이죠.

퍼디낸드

이곳에서는 당신이 집착하는 명예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알 수 있죠.

블레이크

그럼 자네의 라인 랩은 어떡할 거지, 퍼디낸드?

블레이크

자네가 노리는 건 그거 아닌가?

퍼디낸드

한 가지 바로잡자면, 내가 노리는 건 라인 랩이 아니라, 라인 랩이 대표하는 것입니다.

퍼디낸드

라인 랩은 내 수단이자 계단이고 팔입니다. 하지만 목적은 아니죠.

퍼디낸드

잊으셨나 본데, 난 이 땅에서…… 아니, 지금은 땅과 하늘에서 가장 훌륭한 고에너지 물리학자 중 한 명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퍼디낸드

내가 노리는 건 언제나 과학 그 자체일 뿐이에요.

퍼디낸드

크리스틴, 크리스틴……

퍼디낸드

그 여자는 이걸 만들어냈고, 낭비했습니다. 사치스러운 천재죠.

퍼디낸드

너무나도 강한 질투를 느끼지만……

퍼디낸드

동시에, 지금 내가 이렇게 수혜를 받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겠죠.

퍼디낸드

그러니 지금 내게는 1분 1초가 몹시 중요합니다. 당신에게 낭비할 수 있는 시간은 손톱만큼도 없어요.

블레이크

난 자네에게 명령할 수 있어, 퍼디낸드. 자네가 누구 말에 따라야 하는지, 새로운 기회를 준 게 누구인지 잊지 말라고!

퍼디낸드

대령, 호기심이 생긴 과학자를 멈추는 방법을 아십니까?

퍼디낸드

만족시키거나, 아니면 죽이는 겁니다.

블레이크

……

블레이크

좋다.

블레이크

시간 낭비하지 말고 놈을 처치해.

퍼디낸드

한 가지 더, 병사들에게 알려줄 게 있어요.

퍼디낸드

이 초점 발생기는 2차 격발 후 추락할 겁니다. 우리 모두 함께 말이죠.

퍼디낸드

당신들에게 이 데이터는 의미 없을지 몰라도, 목숨은…… 아주 중요할 걸요.

퍼디낸드

탈출 포드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면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퍼디낸드

그리고 블레이크, 당신의 화살은 넣어두는 게 좋을 거예요…… 마지막에 그걸 당신한테 쏠지 상사한테 쏠지는 관심 없지만……

퍼디낸드

내 기기를 망가뜨리지는 말아줬으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