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4그립지 않은 과거
관병이 도착해 사태를 평정하고 연루된 강호 인사들도 함께 체포한다. 좌락이 모두를 데려가 심문하려고 하던 때, 의원에서 만났던 수수께끼의 남자가 또다시 가장 중요한 검을 가져간다.
뭐야 뭐야, 갑자기 쳐들어와서 한 바퀴 휙 돌고 나가다니. 저 남자는 대체 누구야?
사장님, 혹시 사복 차림의 순방영이 우리가 밀수범을 거둬들였나 확인하러 온 거 아닐까요?
저렇게 경솔하고 무모한 사복 순방영이 어디 있어?
그럼 시비를 걸러 온 거겠죠? 제가 가서 잡아 오겠습니다.
쫓아갈 수나 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저 멀리 갔는데. 딱 봐도 경공을 쓰는 거잖아.
방금이 마지막 객잔이었는데, 없군.
성을 나갈 거라더니 입구 쪽에도 없고.
상처가 심해 가장 좋은 약초만 썼는데, 잡아 오지 못하면 의사 선생님이 그 돈을 나보고 갚으라고 하겠지. 그럼 큰일이야.
반드시 잡아 와야 한다.
리 씨가 든 예는,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부적절한 예시였나요.
그저 밥벌이나 하려고 용문에 사무소를 차린 건데 이렇게 장사가 잘될 줄은 몰랐습니다.
자질구레한 일은 항상 많은데 무슨 일이나 웨이 옌우와 근위국이 해결해 주길 바랄 순 없죠.
린 선생님처럼 좋은 시민의 도움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어쩔 수 없죠…… 용문도 그렇고 옥문도 마찬가지예요.
옥문이 일 년 내내 북쪽 변경 지역을 순항하는 건 여러 위험 요소를 염국 밖에 두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오리지늄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는 옥문 같은 이동식 요새를 정상적으로 운행하려면 몇 배의 인력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그때 나라를 위해 힘쓰려는 무도인들이 자발적으로 옥문으로 향했죠. 그 사람들은 정식으로 군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옥문을 도와 꽤 많은 후환을 처리했어요.
전달자를 호송하거나 앞길을 탐사하고 심지어 군대와 함께 전장에 뛰어들기도 했죠…… 백 년 동안 옥문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건 그들 덕분입니다. 그러니 성안에서도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존경받았죠.
조정과 강호가 한마음이었네.
이건 옥문의 예전 모습이고…… 그러다 이십 년 전에 사고가 발생했죠.
산해중인가?
맞습니다. 마찬가지로 산해중 때문이었죠.
다른 용무는 없네.
평숭후의 공무를 방해한 게 아니길 바라지. 아니면 목이 몇 개라도 부족할 테니.
……
내가 허락하지 않을 걸 알고 있었잖소.
짧게 고동이 울린 후에 성루의 군용 오리지늄 조명 시스템이 갑자기 꺼졌고, 두 사람의 대화도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 흔들거리는 불빛이 멀리서부터 밝아왔다.
병사들은 바쁘게 오갔고 가까운 곳에 있는 초소에서부터 봉화가 차례대로 켜졌다.
이때 열일곱 번의 북소리가 울렸고, 고속으로 이동하는 옥문에 의해 밤빛으로 밀려들어, 공기 속에서 긴소리로 이어졌다.
오늘이 망봉절의 둘째 날이군.
망봉절의 목적은 옥문인에게 과거를 잊지 않게 하는 것이지.
이번 만남은 더 빠르거나 늦춰졌어야 했는데.
그럼 평숭후도 어떤 일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겠지.
난 한 번도 잊은 적 없소.
옥문을 위해 희생된 영웅 중에 옥문 군인이 아닌 자가 얼마나 되는지 기억하나?
그들은 옥문에 빚진 게 없어.
옥문 또한 그 누구에게도 빚진 적이 없소.
좌선료!
……
물러가라.
이십 년 전, 도적 무리가 옥문의 무도인인 척 변장해서 성에 들어와 백성을 해치게 한 건 내 잘못이 맞아. 원망하려거든 나한테 해라, 목숨이라도 내놓을 테니까!
하지만 죄를 물으려면 나뿐만이 아니라 네게도 물어야지!
모든 죗값은 응당 나 혼자의 책임이오.
어떻게 책임질 건가? 오랜 세월 옥문을 위해 피땀 흘린 강호인들을 멀리한 것도 모자라 싹 내쫓은 게 책임지는 건가?!
……
옥문은 녀석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해!
옥문은 염국의 옥문이오. 옥문이 한 모든 일 또한 억만 염국 백성의 평안을 지키기 위한 거였소. 이게 내 해명이오.
돌아가시오.
'산해중'은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이 아닙니다.
누구의 과실이라고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때는 외적만 경계했지, 음지에서 옥문을 해치려는 적이 있는 줄은 몰랐거든요.
표객, 권법가, 무기 장인…… 이러한 옥문 무도인은 늘 수비군과 함께 싸웠고, 그때는 옥문 안에서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습니다. 산해중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한 거죠.
성안은 방비가 느슨했고 각 방면에 대응이 조금씩 늦었습니다. 결국 성의 핵심 동력을 파괴하려는 산해중의 계획은 막았지만, 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죠.
그 뒤로……
가축을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아직 늦지 않았다는 건가?
오히려, '과유불급'이라 해야겠죠.
그 뒤로 평숭후는 옥문 관리에 대한 개혁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업무에서 더는 강호인을 의지하지 않았고, 인원 이동도 제한이 많이 생겼죠.
남아있던 사람 중에는 군에 가입했거나, 칼을 거두고 평범한 백성처럼 살아가는 이도 있었죠. 어느 객잔의 주방장이, 그 당시 명성이 자자했던 칼잡이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십 년이면……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수 있는 시간이죠.
아버지도 늘 그러셨지. 용문은 언젠가 다운타운도 사라지고 래트킹도 필요 없게 될 거라고.
언젠가 이 도시가 더는 끊임없이 황무지를 순항하지 않게 되면 사람들도 칼을 지닐 필요가 없어지겠지.
시대는 결국 바뀌기 마련이야. 누구는 밀려 하고 누구는 당기려고 하겠지만, 결국 모두가 뒤처지고 말 테지.
제가 들은 이야기는 바로 이겁니다. 위시아 아가씨께 도움이 되려나 모르겠군요.
……많은 도움이 됐어.
고마워, 리 씨.
확실히 알아봤나?
여전히 십인 일조로 한 시진마다 교대하는 편제입니다. 모래방아 쪽에 추가 수비군은 없고요.
음, 내가 본 것과 똑같군.
자네들한테 부탁 하나만 더 하지.
내일 저녁 유시에 모래 방아 주변에서 소란 좀 일으켜 줘.
너무 심하게는 말고 순찰대만 따돌리면 돼.
그건 왜……
날 아직 믿는다면 묻지 말게.
……알겠습니다.
아까 성루에서 좌선료는 만나셨습니까?
그래, 만났지.
점점 더워지는군요……
어젯밤 누군가 웨이 옌우 암살을 시도하며 옥문 군영에 복숭아꽃을 날리고 진흙 냄새가 가득하게 했죠. 그 자객이 당신이었군요.
가는 곳마다 기후가 이상해지는데, 이건 오리지늄 아츠입니까? 아니면 다른 속임수가 있는 건가요?
……
전달자를 죽여 재앙 데이터를 약탈하는 게 실패했으니, 이젠 조정 요원을 암살하려는 거겠죠.
산해중, 당신들은 대체 옥문을 뭐로 보는 겁니까?!
목적지가 잘못된 도시일 뿐이야.
목적지가 잘못됐으니 더 이상 나아가선 안 되지.
설마 옥문이 귀국하려는 목적을……
그거야 너무 쉽지.
부친께서 제게 사흘 내에 종사님의 검을 되찾고 자객을 체포하며, 성안에 숨은 산해중을 찾아내라 했는데……
설마 이 작은 도검방에 다 몰려 있을 줄은 몰랐군요.
한 가지는 못할 것 같은데.
뒤로 물러나세요. 저자는 무공이 매우 뛰어나요. 우리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 포르테 남자보다 싸움은 못 하지만 더 영리하구나.
역시 당신이 태합을 해친 범인이군요.
방금 공격은 피했지만, 다음 공격은 피할 건가? 아니면 받아칠 건가?
……
피하지도 받아치지도 않는다.
그 사람은 자주 그리 말했다. 복수를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든 무예를 익히려면 차근차근 높은 경지에 오를 각오를 해야 한다고. 능력이 부족할수록 의지를 굳게 다잡아야 한다고.
원수였지만 마치 높은 산처럼 보였기에, 그 산 곁에서 장장 5년이나 있었던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면 지지 않는 것을 추구하라!
공격을 수비로 삼는 것인가?
배짱은 좀 있나 보군……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닌가?
……
무기가 교차하는 순간, 본인의 결정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마주한 건 또 다른 산이었다.
섬뜩한 빛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며 칼날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코끝에서 깨져버렸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녹무관이 있었다면 치우바이가 연무장에서 보여준 초식을 재현했다며 깜짝 놀랄 것이다……
급강하, 그러다가 재빨리 몸을 돌렸다. 마치 죽음의 고리에 부딪히기 전에 바로 되돌아온 것처럼. 마치 수면으로 급강하하다가 하마터면 파도에 휩쓸릴 뻔한 파울비스트처럼.
크윽……
이번 공격도 피했네.
어디서 행패를!
네가?
좌락, 피해!
치우바이가 옷깃을 잡아당기자 좌락은 다급히 물러났다.
좌락의 시야에 비친 건, 적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세 번째 공격을 날리는 모습이었다. 정원 전체가 갑자기 잠깐 밝아졌다.
도검방은 삼월에 한여름을 맞이했다. 열기가 올라가며 밤하늘에도 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오래된 회화나무 한 그루밖에 없었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
검.
가만있어!
이런 상황에서 검을 빼앗으려고? 저 여자 검에 맞고 싶은 거야!
아저씨 행방도 안 알려 주고 죽으려고? 이 *상촉 욕설*!
정원에 갑자기 우람한 남자가 나타났다.
주먹으로 칼등을 쳐내며, 소녀를 지켜냈다. 놀라울 정도로 재빠른 솜씨였다.
남자의 등장은 마치 바닥에 찬물을 뿌리듯 모두를 물러나게 했다.
더위가 즉시 가셨다.
드디어 찾았다.
이거 놔!
하마터면 죽을 뻔했군.
의원에서 치료하라니까 왜 뛰쳐나온 거냐? 상처가 더 심해졌군.
……
와이 무치, 아직 옥문에 있었나요?
아, 너였군.
네 사부가 은퇴를 하고 나서야 나와 시원하게 대결해 준댔으니, 당연히 기다려야지.
3년 동안 아무 데도 안 간 겁니까?
아무 데도 안 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 있겠나? 그자가 옥문을 떠나면 또 어디 가서 그런 상대를 찾는다고.
지금 앞에 또 다른 고수가 있잖습니까. 상대가 필요하다면 우선 저 여자랑 싸워보시죠.
저 여자 말인가?
……방해하지 마.
아까 공격을 막을 때 느낌이 이상하더군.
칼은 엄청 무거운데 공격에 아무런 형태도 의식도 없어. 이 괴상한 힘이 어디서 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절대 고수가 아니다.
너와 상대할 마음이 들지 않는군.
형 씨, 안에서 나는 소리 좀 들어 보세요.
젊은이가 말도 없이 무턱대고 들어가는데 도저히 막을 수가 없더라니까요.
망할 놈.
맹철의 형님한테 남은 거라고는 이 공방뿐이야. 평소에 우리를 많이 챙겨줬으니 이번엔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 해.
선생님, 두목, 강호인들이 한 무리 왔습니다.
옥문 수비군도 뒤에 있습니다. 도검방 앞거리와 고정 거리, 장문 거리 방향에서 오는데 다 합치면 백 명은 족히 되어 보입니다.
……
찾던 사람은 없으니 여기서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매미 울음소리가 울린 적이 없었던 것처럼.
이곳은 여전히 3월이다. 초봄의 한기가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에 다들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철수한다!
거기 서!
……
형 씨, 저놈입니다!
관리 나리, 어딜 가는 건가?
비키시오!
엉망진창이 된 정원을 보게. 멀쩡한 거라고는 담벼락밖에 없는데 아무 말도 없이 떠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옥문 군부에서 악당을 쫓고 있습니다. 방해하면 엄벌로 다스릴 것입니다.
잠깐, 그대는…… 좌선료의 아들이잖나.
좌선료는, 이 마지막 남은 도검방도 그냥 두지 않겠다는 거냐?
무엄하군요!
공자님.
천부장님, 오는 길에 산해중을 봤습니까?
안심하세요. 이미 추격대를 보냈습니다.
그래요. 현장에 있는 모두를 군영에 데려가세요.
공자님, 몇십 명이나 되는 데다 그저 백성들인데……
이 무도인들은 도적이 철수할 때 나타나서 추격을 방해했습니다. 반드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나머지 사람도 적든 많든 이번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 옷차림이 이상한 소녀가 먼저 도검방에 숨어 있었으니 분명 맹철의 아저씨의 행방을 알 거야. 걔를 데려갈 거면 나도 같이 갈래.
도검방은 산해중과 결탁한 게 틀림없고, 두 소저는 맹철의와 잘 아는 사이니 원래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
이 아가씨는.
……
상의할 것도 없다. 나와 의원으로 돌아가서 치료받고 치료비를 내야 한다.
억지 부리지 마십시오.
나, 나는 돌아갈 수 없어……
흥, 그 검이 걱정돼서 그러는 거겠지.
잠깐, 당신……!
……!
천부장님, 이 사람들을 군영으로 데려가 자세히 심문하세요. 저는 종사님의 검을 쫓아 가겠습니다.
치우바이 아가씨,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우선 좌락의 말대로 군영으로 돌아가죠.
천부장, 강호인들을 너무 난처하게 하지는 마.
저 사람은……
도검방 쪽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와이후는 발걸음을 멈췄다.
지붕 위를 스쳐 지나간 그림자는 바람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와이후는 조용히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