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5축복의 노래
스카타나 들판을 빠져나온 일행은 새로운 삶을 맞이하기 전, 모닥불을 피우며 작별을 고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첸, 리드, 백파이프, 리드 더 플레임 섀도우, 퍼즐
리드, 그쪽은 고정됐나?
응, 문제없어.
읏차…… 됐다니, 이게 마지막 텐트라니.
아이고, 둘 다 힘이 장사네.
참, 너희는 이제 곧 떠나는 거야?
맞아, 나랑 첸 햇아가 조사하려고 했던 건 그 아츠에 조종당한다는 '귀혼 병사'들이라. 이쪽 일이 끝나면 다른 임무를 하러 가야 되거든.
그리고 여기는 트렌트 카운티 관할 구역의 변두리니까, 아마 너희를 귀찮게 할 주둔군도 없을 거라니.
……하아, 만약 우리가 질서 유지를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건 너희들 덕분인데.
여기가 우리 집이었다면, 오늘 밤 접골목주 몇 병 꺼내와서 너희를 위한 송별회를 열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진 물자는 대부분 너희들이…… 그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곳에서 가져온 거라서, 하하.
우리가 그 로도스 아일랜드에 편지를 보내면, 너희들이 받을 수 있는 거야? 나중에 우리가 정착을 하게 되면 알려 주려고. 혹시 근처를 지나칠 일이 생기면 뭔가 대접이라도 하고 싶어.
으음,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빅토리아에서의 분쟁이 끝나고, 첸 햇아도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리드, 니는? 넌 이제 어디로 갈 거나?
난…… 모두가 자리를 잡는 모습을 확인하고 난 다음에, 내 일을 할 거야.
스카타나 들판에서 벗어나고, 죄명을 벗고, 소등종의 단속이 사라진다고 해도…… 타라인들은 여전히 진흙탕 위에서, 어려운 삶을 살게 될 거야.
난, 그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싶어.
나는 타라어도, 빅토리아어도 할 줄 아니까, 나중에 도시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과 교섭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다른 사람들보단 수월할 거야.
아, 맞다. 오늘 로도스 아일랜드의 안전 가옥으로 갈 때, 혹시 널 따라오던 사람이 있었나?
……아마 없었을 거야.
괜찮아, 네가 했던 충고는 기억하니까. 만약 그 병사들이 날 노리고 온다고 해도…… 난 두렵지 않아.
그리고……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있잖아, 혹시 나중에 리드가 우리한테 텐트 하나 안 팔아주려나?
이 텐트는 도시의 공장에서 짜낸 캔버스 천으로 만든 건데 폭우 속에서 보름 동안 있어도 물이 안 새는 거라 내 트레일러를 개조하기에 딱일 텐데 말이야.
리드는 착한 사람이고, 당신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을 테니 분명 거래가 이뤄질 거예요.
하, 농담이야. 나한테 그렇게 귀한 걸 살 돈이 어디에 있다고.
하지만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며칠 전만 해도 목숨만이라도 건져보려고 발버둥 치던 우리가, 지금은 모닥불까지 피우고 튼튼한 공장제 텐트에서 잠을 잘 수 있을 거라고……
네, 확실히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광석병에 대해서도 해박하고 말이야.
(휘파람 소리)
……
(끊김없는 휘파람 멜로디)
골짜기를 뒤덮은 안개가……♪
……먼 길 떠나는 그녀의 모습을 감춰 주네……♪
여전히 참 듣기 좋네.
……저를 좋아했던 사람 중에서, 아직 절 기억하는 건 아마 당신뿐일 거예요.
그렇게 말하지 마…… 분명 다들 기억할 거야.
광석병이 네 잘못은 아니니까.
(약간 음 이탈이 난 휘파람 소리)
하아.
그 녀석, 셀몬의 오빠 있잖아, 죽었어. 어쩌면 그때 우리가 도왔던 더블린 일행 전부 죽었을지도 몰라.
헛수고를 한 거야.
그래도 다행이야…… 적어도 네가 살아있어서. 그렇게 오랫동안 실종됐었어도, 지금은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리드가 너한테 약을 주는 걸 봤는데, 사실 광석병도 나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니요, 다들 그러는데, 광석병은 나을 수 없대요.
하지만, 그래도 그 더블린 병사들을 원망하지는 마세요. 제가 병사들이 공장의 운송 차량에 숨어들어 가는 걸 돕다가, 상처에 오리지늄 광석 부스러기가 들어간 건…… 병사들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원망한 적 없어, 그냥 마음이 아플 뿐이지.
너희들은 더블린을 믿지만 난 믿지 않아. 더블린이 우리보다 강하고 무기도 있는 건 맞지만, 얼마나 끔찍하게 박살 났는지는 너희들도 봤잖아.
더블린은 타라인들을 돕고, 타라인들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주긴 하지만, 그 다음은? 모르겠어. 난…… 그날, 화물차에서 흐른 피밖에 생각이 안 나는걸.
셀몬은 아직도 더블린을 따라가서 빅토리아인들이랑 싸우려는 모양이지만, 난 말릴 수가 없었어.
그날 리드가 셀몬이랑 그렇게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는데, 설마 리드가 설명을 잘해주지 않았겠어?
하지만 제 생각에는, 셀몬이 그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셀몬 같은 사람들은 다른 타라인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으니까요.
기억나요? 제가 감염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감염자 구역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마을에서 쫓겨난 일이요.
그 후 쫓겨난 사람들 중에서 힘이 있는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의 물건들을 전부 빼앗아 갔어요. 힘없는 노인과 아이들, 그리고 저처럼 쇠약한 환자들만 남기고서요.
……일찍 말하지 그랬어. 그랬다면 적어도 마음은 좀 더 편했을 거잖아.
사실 기억조차 잘 나질 않아요. 왜 아무도 반항을 안 했는지, 왜 다른 사람들을 보호해 주려고 하지 않았는지도요.
옛날엔, 늘 삶이란 이런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손에 쥐고 있는 게 뭐든, 일단 배가 고프면 눈을 질끈 감고 삼키는 그런 삶이요.
리사도, 클로다도 광산 바닥에서 죽었어요. 하지만 당신의 가족들 중에서, 그런 광부 일을 원망했던 사람이 있었나요?
음……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누군가를 원망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어. 하지만 적어도 큰누나랑 둘째 누나가 죽었을 땐 많이 슬퍼했었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어둡고 답답한 광산 바닥엔 내 말을 들어줄 사람도 없었어. 그리고 뛰쳐나온 다음 잡동사니를 팔면서 보니까, 사실 모두가 각자의 고충을 품고 있던지라 내 말을 들어줄 사람도 없더라.
하긴 뭐, 지금 얘기해도 늦은 건 아니겠지.
맞아요, 지금도 늦지는 않았어요.
주워 온 이 장작들이면 오늘 밤을 보내기엔 충분할 거예요.
(휘파람 소리) ……이만 가자. 해도 지고 있으니 더 늦으면 너 또 잘 안 보일 거잖아.
하아, 벌써 보글보글 끓고 있는데, 이제 먹어도 돼?
기다려, 멍청아! 설마 집에서 요리도 안 해 봤어?
텐트에서 기다려, 고기가 다 익으면 가져다줄 테니까.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응…… 하지만 아직도 속으로는 슬퍼하고 있을 게 분명해.
적어도, 더블린 합류를 포기한 건 좋은 일이지.
……알고 있었던 거야?
난, 네가 있는 한 저들이 길을 잘못 들진 않을 거라고 믿어.
……비록 네가 저들과 쭉 함께 가기는 어렵겠지만 말이야, 드라코.
……
내 눈은 정확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퍼갤, 작년엔 네가 게일 왕의 전사를 연기했잖아.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일어나는 연기를 세 번씩이나 반복하는 바람에, 결국은 무릎도 팔도 시퍼렇게 멍이 들어놓고선.
그럼 올해는 무적의 전사를 연기하면 되는 거 아냐? 항상 게일 왕이 패배하고, 가스트렐이 왕궁 발아래에서 죽는 장면만 연기했었잖아. 코스튬에 꽃 좀 바꿔 다는 것 빼곤 항상 똑같았다고.
어이, 셀몬. 자, 여기 와서 앉아. 올해는 네가 게일 왕의 대장군을 연기해도 될 것 같아. 나이가 조금 어린 게 문제지만, 기세로만 따지면 너를 넘을 사람이 없잖아?
하?
셀몬이 가져온 먹을 거에만 정신이 팔려가지고 아무 말이나 내뱉기는. 봐봐, 쟤도 내키지 않아 하잖아.
아니, 대체 무슨 소리야? 난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고.
하아, 너희 고향 쪽에서 매년 여름마다 고정적으로 하는 그 연극 있잖아? 거기서 배역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 중이었었어.
음…… 마지막에 그, 강의 신이라는 녀석이 일어나서 관객들한테 물을 뿌리는 그거?
……본 적은 있어, 할 생각 따윈 없지만. 내가 그 강의 신 역할이라면 또 모를까.
그건 강의 신은 죽어 나간 전사들을 애도하는 거잖아. 그 파트의 대사는 다른 배역보다 훨씬 외우기 어려울걸.
그렇구나.
하지만 아직 집을 다 못 지었으니, 어쩌면 이번 여름은 그냥 넘길 수도 있어. 그럼 넌 내년까지 준비할 여유가 있을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겠네.
표정을 보니, 아직도 더블린을 찾으러 가고 싶은가 보네?
당연하지. 내가 너희들처럼 쉽게 포기할 것 같아?
그날 리드랑 얘기하고 나서 내린 결론이야.
난 아직 믿고 있어, 더블린의 꿈은 실현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누군가는 그걸 이뤄야만 한다는 걸.
……내게서 뭘 듣고 싶은 거야?
딱히. 네가 한 일은 내가 다 보고 있었으니까.
난 내가 직접 보고 내린 판단과 로도스 아일랜드의 판단을 믿어.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빅토리아인들의 눈에, 살아 있는 드라코는 오직 한 명뿐이야.
……더블린의 붉은 용, 타라 군주의 후예. 그 붉은 용 한 마리면 공작들이 각자 꿍꿍이를 품게 하고, 귀족들이 술렁거리게 만들기엔 충분하겠지.
넌 분명 난감할 거야.
그럼…… 걔도 내 신분을 알아?
백파이프?
사실 백파이프는 매우 총명하고 섬세해.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특히 자신이 인정하는 친구랑 관련된 일들은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지.
……
이렇게 함께 나아가게 된다면,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거야. 너 또한 마찬가지고.
……나에게 빨리 떠나라고 충고하는 거야?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야. 네가 져야 할 책임에선 결코 도망칠 수 없어.
하지만 난, 어떤 사람들에겐 네가 드라코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가느다란 개울이 푸르른 들판을 지나가니♪
건배하세, 자리에 없는 이들을 기리며♪
노랫소리야.
……퍼갤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
……
타라어인가?
응, 아마 술과 여름 들판에 관한 노래 같아. 나는 처음 듣는 노래지만…… 좋은 것 같아.
물가의 새들아, 날갯짓을 하며 깨어나거라♪
우리가 모였다는 걸 물결과 함께 퍼뜨려다오♪
……즐거워 보여.
그런 것 같군.
겨우 텐트랑 모닥불이 생겼을 뿐인데도.
오두막과 논밭을 얻게 된다면, 더욱 기뻐하겠지.
들어가자.
첸 햇아, 드디어 돌아왔나! 오란 씨 봤나? 풀피리도 불 줄 안다니!
(날카로운 피리 소리)
하하, 음이 조금 이상했을 거야. 아버지가 잘하시던 건데, 난 그냥 어설프게 따라 하는 정도거든.
흥~ 흐흥~~
아, 내가 따라 불러도 괜찮을까?
당연하지, 애초에 축배의 노래인걸. 내가 신경 쓰는 건 술병에 술이 없는 것뿐이야, 하하.
그럼 가사는 어떻게 돼? 빅토리아어로 불러도 되는 거야?
음…… 그럼 다른 사람한테 불러달라고 하자, 일단 들어 봐.
핀, 네가 해봐.
하아……
“이 땅은 늘 눈물이 맺히는데, 우리는 과거의 이슬과 불만 마시네.”
굴곡진 오솔길, 잔뜩 피어난 장미와 초롱꽃♪
또 음 이탈이라니! 노래 참 못 부르는구나!
닥쳐! 너도 마찬가지잖아!
(귀를 찌르는 피리 소리)
윽…… 제발 소음 좀 내지 마, 너처럼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어……
돌 던지는 것도 그만하고! 그러다가 진짜 맞으면 어떡하려고!
우와, 맛있는 빵 냄새……
절반 줄게!
고마워! 자, 첸 햇아. 햇아도 한 입 먹어 보라니, 딱 한 입이야.
냄새 진짜 좋지? 뭘 넣었길래 이렇게 좋은 향이 나는 거라니……
음…… 모르겠는데.
하아, 염국에 한동안 있었더니 입맛이 더 까다로워졌나. 아니면 더 둔해진 거나?
어느 쪽일 것 같아? 사실 용문인은 여름에 차를 마실 때 스물네 가지 약재를 써서 우려내는 거 알아?
진짜? ……또 거짓말하는 거나?
거짓말 아닌데.
……어때, 리드. 즐거워?
……
원래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어. 물론, 이것보단 더 좋았겠지만.
네가 이들에게 삶을 돌려준 거야.
리드, 타라어 할 줄 알잖아? 빼지 말고 한 곡 불러봐.
……어?
(익살스러운 피리 소리) 불러라!
……
먼 길을 떠나는 방랑자는, 여기서 어디로 가는 걸까♪
진흙탕 지대에 차량의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남을 텐데, 우회할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대로 목적지까지 가도록 하죠.
그렇지. 너도 있었네, 모란.
……
모란 씨, 왜 그렇게 멀리 앉드래? 리드도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니!
그래, '카마이 계곡의 음유시인' 씨…… 한 곡 불러 봐.
……
골짜기를 뒤덮은 안개가…… 먼 길 떠나는 그녀의 모습을 감춰 주네……♪
어라, 몇 년 전에 들어 본 노래 같은데?
분명 들어봤을걸.
기억났다, 내 여동생이랑 같이 다니던 때였어. 그땐 동생이 아직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건강했었는데, 그때 돌다리 위에 서서 한참 동안 들었던 것 같아.
하아. 카마이 강은 꽤 기니까, 아마 다른 곳에도 비슷한 다리가 있었겠지?
쓸쓸한 바위 위로 불어가는 바람아♪
우선 일반인들을 제압하되, 아무도 다치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우리의 조사 대상은 군사적 역량이 우수하니, 최대한 정면 교전을 피하세요.
나를 위해 꽃 하나를 따서 그녀에게 전해다오♪
셀몬. 이 방어 자세 어때? 너를 따라 해 본 거야.
어떻긴 뭐가 어때, 앞으로도 파울비스트나 쫓으면서 지낼 녀석이 이런 건 배워서 어디에 써먹으려고?
웃음소리가 여름 햇빛에 마를 때까지♪
누구와도 소통할 필요 없습니다. 한마디도 하지 마세요.
뒷일은 제가 처리합니다.
술병 속엔 뼈아픈 씁쓸함만이 남아 있네♪
잊지 마, 우린 날이 밝기 전에 떠나야 한다는 걸.
건배하세, 자리에 없는 이들을 기리며♪
석궁은 대기, 연막탄 준비.
목으로 넘기는 건 한 움큼 눈물이라네♪
하아…… 바람 좀 쐬고 와야겠다.
어라? 이 시간에 웬 안개가……?
……
너희들,
대체,
어느새……
좋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