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4작열하는 꿈
리드는 더블린 병사들에게 걸린 아츠를 해제하고, 도움을 받은 셀몬은 자신이 더블린에게 맡긴 이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리드, 리드 더 플레임 섀도우
내 불이 무서워? 하지만 네 불과 내 불은 다를 거 없어, 로흐시니.
그 불은 영원히 타오를 거야. 그러니까, 불빛을 가리거나 없애려고 해 봤자 소용없어.
다른 사람들이 볼까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 왜 본 사람들이 두려워하게 하지 않는 거야?
나도 내 몸에 불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만지기만 해도 타오르는 고통이 느껴지는 데다, 시간이 흐르니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한 발 더 빠르게 느껴지기까지 해.
부모님은 우리에게 타고난 이 불을 삼키고 숨겨서 그 누구도 볼 수 없도록 하라고 했어.
하지만 난 알아. 언니는 항상 자신이 싫어하는 것들을 몰래 불태웠었고, 그로 인해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걸.
혹시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빠, 서점에 데려가 주면 안 돼?
그날 아침, 나는 언니의 말투를 따라 하며 부모님과 대화를 시도했다.
언니가 부모님께 부탁을 할 때마다, 부모님은 마치 불에 덴 것처럼 놀라면서도 가엽다는 듯이 얘기를 들어 주셨다.
나와 언니는 같은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데다 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 언니인 척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나 증기의 기사의 모험 이야기 다음 편도 보고 싶어…… 왜 빅토리아인들은 증기의 기사를 안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기 싫어서 그래.
……그건 내일 읽자꾸나, 로흐시니. 엄마 아빠가 오늘은 좀 힘들단다.
아빠…… 날 알아본 거야?
당연하지, 자기 딸들도 구별 못 하는 아빠가 어디 있겠니?
그 눈 내리는 밤이 지나가고 나서야 나는 이해했다. 그들이 내 말을 들어 주지 않았던 것은, 내가 바라던 것이 너무나도 사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만약 언니였다면, 겨우 새로 나온 소설 따위조차 부모님에게 부탁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난 언니의 뒤를 쫓아 필사적으로 달렸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이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언니…… 우리 이제 어디로 가?
……넌 어디로 가고 싶어?
난, 잘 모르겠어……
우리 집은 이제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냥 아무 문이나 두드려 보자.
네가 해야 할 일은 문을 열어 준 사람한테, 이 눈 오는 명절 밤에 우린 돌아갈 집조차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아무리 차가운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두 아이를 마주치게 된다면 동정심이 생기겠지.
가, 로흐시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널 지켜보고 있으니까.
차가운 보라색 불꽃이 비추고 있는 가운데, 난 몸을 떨며 첫 번째 문을 두드렸다.
그것은 방금 우리 원수의 목숨을 앗아간 불꽃이었지만, 난 혹시라도 내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 불꽃이 나 또한 죽이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선생님이 대체 뭘 잘못하신 거야?
타라인의 거리에서 어떤 공연을 한다고 들었다. 그리하여 선생님께선 이런 큰 눈이 내리는 밤에도, 늦은 시간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으셨던 것이다.
언니는 나를 이끌고 선생님의 책방에 앉았다. 언니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단지 온화하게 날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내게 크게 실망했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나는,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만 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타라인과 빅토리아인의 갈등을 격화시키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
게다가…… 선생님은 실의에 빠진 정적들을 죽였어. 마치 우리 부모님을 죽인 빅토리아인들처럼 말이야.
그래서 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건…… 해야 할 일이었어.
언니는 언제나 올바른 일을 해냈지만, 나는 달랐다.
그녀가 내게 창을 선물했지만, 매번 그 불꽃이 이글거리는 창을 움켜쥘 때마다 나는 온몸이 떨려왔다.
마치 그때와 같았다.
내 말이…… 맞아?
아니, 로흐시니.
죽음은 단지 그 사람을 자신의 이상으로 이끌어 줄 뿐이야.
그 사람은 음모와 권모술수로 우릴 키웠고, 우리의 자유와 존엄을 빼앗았어. 그러니 우리가 증오심을 품는 건 당연하겠지. 하지만 증오는 증오일 뿐이야.
그 사람은 자신의 수단에 대해서는 상당히 능숙한 편이었지만, 야심이 너무나도 보잘것없었어. 참으로 안타까운 사람이라니까.
그는 부서지기 쉬운 상상 속의 나라를 지배하길 원했고, 우리가 대관을 한 그의 꼭두각시가 되길 바랐지.
하지만 내가 손에 쥐려는 권력은, 그 사람의 미친 공상보다 훨씬 거대해.
……넌 어때, 로흐시니? 네가 원하는 건 뭐야?
넌 핏줄과 교양 덕분에 고상한 존재가 되었지, 그건 분명 좋은 일이야. 하지만 네가 그렇게 바라는 것 하나 없이 산다면, 과연 내가 너한테 어떤 자리를 남겨 줘야 할까?
말해 봐, 마침 눈 내리는 밤이기도 하니…… 아무리 큰 야망이라고 해도, 전부 허락할 테니까.
……
……
난 대답하지 않았다.
내겐 작은 꿈이 있다, 마치 벽난로 속 따듯한 불꽃 같은 꿈이.
난 대답할 수 없었다.
괜찮아, 동생아. 네 욕망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우선 내가 되도록 해.
미래에 너와 난 모두 '리더'가 될 테니까.
그 불꽃은 날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그림자가 되었다.
하…… 너, 계속 날 따라다녔던 거야? 언제부터지?
아니, 난 네가 더블린의 망자들 중에서 네 오빠를 봤다는 얘기를 핀에게서 들었을 뿐이야……
그래서 네가 여기로 올 거라고 예상한 거고.
이 일은 너랑 관계없어.
난 그동안…… 아츠에 조종당하는 망자들을 찾고 있었어. 난 그들이 평안을 되찾길 바라.
너도 봤겠지만, 난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거든.
……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고, 황야는 침묵에 잠겼다.
그녀들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 후, 셀몬은 쪼그려 앉아 마스크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그 마스크를 조심스럽게 병사의 얼굴 위에 얹었다.
……그 참견하기 좋아하는 핀 녀석이, 내가 처음 더블린이랑 마주쳤을 때 얘기는 해주지 않았어?
그때 나랑 내 오빠는 마을에 있었지. 우리 둘은 기분이 좋을 땐 어디 웨이터가 필요한 술집이 없나 둘러보고, 기분이 별로일 땐 새총으로 빅토리아인들의 창문 유리나 깨뜨리고 다녔어.
하, 사실 난 그 귀족들이 빅토리아 사람인지 아닌지도 잘 몰랐어. 내가 알고 있었던 건, 그 귀족들이 우릴 농경지에서 쫓아냈다는 사실 하나뿐이었거든.
그리고 어느 날 작은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부상을 당해서 쓰러져 있는 녀석 하나가 타라어로 날 부르더라고. 그래서 난 그 여자를 도와서 편지를 써 줬었어.
우린 그 여자의 신분이 뭔지 바로 알아낼 수 있었고, 난 편지를 보낸 다음 그 여자가 숨어 있을 만한 장소까지 찾아줬지.
그런 다음 그 여자한테 말해 줬어. 이 도시에서 가장 나쁜 빅토리아인 한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난 제일 먼저 그 법령을 반포한 수염쟁이 귀족놈을 꼽겠다고.
타라 술꾼을 겨냥한 주세도 그렇고, 오리지늄 제품세랑 직업 없는 타라인들을 모아서 어딘가에 배치하는 법령 같은 건 전부 다 그 녀석이 방송에서 떠들어 댔던 말이었거든.
게다가 골목에 주둔하던 군관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난 그 녀석이 사람을 몇 명이나 때려죽이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잡혀가고 그랬다고.
만약 귀혼대가 공격 목표를 정한다면, 그 녀석들은 무조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여자가 그랬어, 더블린의 목표는 타라인들을 대신해서 빅토리아인들에게 복수하는 게 아니라고.
우리 오빠는 그 여자한테 어떤 귀족이 가장 큰 집을 갖고 있는지, 어떤 귀족이 파티를 제일 거창하게 하는지, 그리고 또 어떤 귀족이 창고 하나로 한 부대를 무장시키거나 한 구역의 농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알려 줬어.
하지만 그 여자는, 그런 건 더더욱 잘못됐다고 했어. 더블린은 빅토리아인들을 약탈해서 타라인들을 구제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 여자는 사람 몇 명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서 타라인들의 사정이 더 나아지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 봤자 오히려 그 사람들처럼 되고 말 뿐이라고 주장했지.
빅토리아의 예절을 배우고, 빅토리아인들의 억양을 따라 하고…… 그러다 보면 타라인들도 빅토리아의 귀족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그 사람은 더블린이 원하는 게 뭔지는 알려 줬어?
하, 아니. 하지만 우리 오빠는 나중에 무언가를 깨닫고는, 그대로 더블린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어. 그래서 녀석들이 남겨 준 정보로 더블린을 찾으러 간 거야.
그렇게 우린 이동도시를 떠났고, 인근에 있는 마을로 향했어.
하지만 바로 그 길 위에서, 갑자기 더블린이 어떻게 목격자들을 처리하는지 떠올랐어.
그 생각을 하니까 너무 무서워졌고, 난 도망갈 수밖에 없었어.
나라고 모든 빅토리아인들을 증오하는 건 아니야. 난 딱히 악감정이 없는 사람들을 해치지는 못하겠더라고.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더블린은 군대고, 군대의 앞길에는 전쟁뿐이잖아.
그래, 물론 나도 알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나도 사실은 그 사람들이 옳다는 걸 알고 있어.
문제는 내가 못 하겠다는 거야.
……오빠가 할 수 있는 일을 왜 난 못하는 걸까? 오빠는 그렇게나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왜 나는 도망이나 치고 있는 걸까?
오빠는 죽음도, 심지어 죽은 뒤에 계속하여 타오르는 것마저 견딜 수 있는데, 왜 나는 그런 오빠를 바라보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걸까?
……
그녀는 잿더미 속에서도 일어섰는데, 왜 나는 이렇게 그림자에 숨어서 우는 것밖에는 하지 못하는 걸까?
로흐시니, 네가 바라는 건 뭐야?
……“나는 너를 위해, 내가 평생 알고 있던 사랑과 꿈을 적고 있는데”……
“그 불타오르는 광기 가득한 기쁨 속에서는, 사랑도 꿈도 몸 둘 곳 하나 없구나”……
응?
너…… 지금 시를 읊고 있는 거야?
진짜로? 나한테 시를? 지금 내 앞에서 교양 있는 척하는 거야?
미안…… 난 그냥, 무슨 말을 꺼내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남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말들은 많이 알고 있긴 하지만…… 내가 만든 말들은 아니거든.
하…… 알겠으니까 그만 해……
……
셀몬은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그녀의 비통함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더블린의 병사들처럼 짙은 녹색의 윤곽 안에 갇혀 있었다.
“난 꿈에서 보았다……” 그들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몇 년 전, 우리가 아직 빅토리아인의 장원에서 일을 할 때였어.
어느 날, 오빠가 내게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땡땡이를 치자고 제안했었지.
……우리는 정말 긴 시간을 걸어서 농경지의 끝부분에 도착했고, 그다음 아래에 있는 황야를 쳐다봤어.
그 황야는 정말 끝이 보이지 않았고, 땅 위엔 야생화들이 잔뜩 피어 있었지. 오빠는 그게 바로 타라라고 했어.
그것 말고도, 오빠는 바보 같고 잘난 척하는 듯한 말을 엄청 해댔어, 큰 소리로 노래도 불렀고.
오빠는 빅토리아인들이 우리의 언어를 뺏어가 버려서, 우린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내뱉을 수 없게 됐다고 했어. 그래서 타라인들은 자신들의 사랑과 슬픔을 전부 오래된 민요 속에 숨겼대.
또 오빠는 우리가 오늘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그랬어. 오늘은 빅토리아인들을 위해서 일을 하지 않았으니까, 이건 빅토리아인들한테 저항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이야.
아마 오빠라면 그걸 정말로 자랑스럽게 여겼을지도 몰라. 자기가 전설에 나오는 영웅이라도 된 것마냥…… 하.
나도 똑같아.
……네가 오빠한테 남겨 준 불꽃, 정말 예쁘더라. 마치 그날 우리가 봤던 꽃 같았어.
하지만 그건 진짜 꽃이 아니야, 그건……
“우리의 삶에서 죽음까지는, 눈을 깜빡일 정도의 순간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건 손으로 잡을 수도 없어.
괜찮아, 난 신경 안 쓰니까.
난 진작에 오빠가 죽을 걸 알고 있었어. 우리가 더블린을 찾으러 갔을 땐, 나조차도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을 정도니까.
그래서 난…… 신경 안 써.
난 우리 오빠가 항상 말하고 다녔던 허세나 꿈 얘기처럼, 영웅으로 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해 본 적 없어.
하지만 리드…… 난 네 솔직한 얘길 듣고 싶어. 순수한 네 생각 말이야.
오빠가 죽기 전까지도 쫓고 있었던 그건…… 더블린이 약속한 미래는 정말로 허상에 불과한 거야?
……
밤하늘 아래, 불꽃이 창끝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불빛이 서로의 얼굴을 비추었고, 리드는 그녀의 뺨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