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ST-2실낙원
며칠 후, 두린족은 지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쎄루에르차의 마지막 완벽한 모습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스티치는 뜻밖에도 스승님이 남긴 편지를 읽게 된다.
며칠 후
오늘도 스티치는 광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곧 파괴될 도시를 단장하는 것은 지상으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시민의 감독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돔은 도시의 얼굴로서 당연히 최우선 사항이다.
그 때문에 광장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설계해야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게 되었다.
마스터 엣지는 이를 듣기 좋게 '시간 절약'이라고 한다.
망할 영감탱이, 분명 이러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스티치는 아래에서 우쭐해 하는 엣지를 보며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 상황에 꽤 잘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행인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마주해야 할 때, 듣기 싫어도 다른 사람의 의견이 귀에 들려올 때, 그리고 자신의 고집 때문에 다른 사람과 대판 싸울 때도……
이 모든 것이 상상했던 것처럼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지금도 아래에서 히죽거리는 엣지 영감이 이가 갈리도록 원망스럽지만, 그는 엣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있다.
마치 다른 사람이 스티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녀석, 요 며칠 동안 사람들이랑 엄청 다투던데.
누가 조금만 의견을 내도 한참이나 다투니 말이야.
그래도 확실히 다른 사람이 할 말 없게 만들긴 하는군.
흠, 핀치, 네가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안심해도 되겠구나.
아, 그렇지.
스티치!
왜, 바빠 죽겠는데!
스티치, 저번에 돔을 점검할 때 누가 돔의 선단에서 이 편지를 발견했더구나.
편지?
응, 게다가 너한테 남긴 편지야.
설마……?!
나는 핀치 캔버스, 쎄루에르차의 가장 위대한 건축 설계사다.
이 편지는 돔의 선단에 남겨둔다.
이걸 열어보는 사람은 아마 이 돔을 개조할 다음 책임자겠지.
그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이길 바란다.
이건 내가 그에게 남기는 편지니까.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이 편지를 전해주지 않기를.
그건 스티치가 실패했다는 소리니까.
캐치, 미안해.
응?
나도 너처럼 했다면……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잖아. 네 생각도 나는 이해해.
내가 조금 더 일찍 알아챘다면 지금쯤 아마 상황이 달라졌겠지.
지금이라도 남으면 되잖아.
아니야.
하아, 왠지 너한테 폐를 끼친 것 같네, 캐치 군.
아니야, 엘리시움 형. 그때 나한테 조언해 줘서 정말 고마웠어.
처음에는 스티치를 자극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마스터 핀치의 행방을 찾고 싶은 것도 진심이야.
다른 건 몰라도 스티치의 지금 상황을 전해주면 분명 기뻐할 테니까.
너도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스터 핀치가 제자를 그렇게 아낀다면, 광석병을 고칠 방법을 찾으려고 지상에 갔을지도 몰라.
돌아가면 나도 어떻게든 그의 행방을 찾아볼게.
훗, 어쩌면 우리 로도스 아일랜드에 찾아올지도 모르지.
오, 그랬으면 좋겠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잖아, 그렇지?
응,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쎄루에르차를 재건할 때 나도 힘을 보태고 싶거든.
그날이 오면 꼭 스티치와 함께 굉장한 걸 설계하고 싶어.
이를테면, 내 조각상 같은 거?
그건…… 아마 무리겠는데.
아쉬워라!
우선 이렇게 떠나서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이러지 않으면, 네 성격에 영원히 홀로 설 수 없을 테지.
뭐, 네 옆에 있으면 내가 너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이유가 더 크긴 하지만.
넌 재능을 타고났다, 스티치 캔버스.
광석병이 너의 생명을 단축했지만, 동시에 생명에 대한 너의 생각은 더욱 깊어졌지.
그래서 네 스타일도 한 단계 더 진화했고.
이런 것들, 나도 다 안다.
다들 힘내자고, 오늘 우리의 임무는 여기 동굴 구조를 모두 뚫는 거야!
들었지, 유지!
응, 형!
하암~ 유타, 이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잖아.
무슨 소리야, 이남.
이건 가비알이 우리에게 준 임무야.
그 녀석이 내 목숨을 구해줬잖아. 지금 당장 끝까지 뚫어서 그놈이 잘 지내는지 보고 싶을 정도야.
네가 죽어도 걔는 살아남을걸.
하하하, 그건 당연하지!
참, 난 내일 파디샤를 만나러 떠날 거야. 아미르에 관해 얘기할 게 있거든.
그러니까 내일부터 너희는 주마마가 관리할 거야, 알겠지?
나도 같이 갈까?
파디샤 중에 좋은 녀석이 없다며?
네가? 같이 가봤자 넌 뼈도 못 추스를걸.
안심해, 내 전달자 짬이 몇 년인데.
그럼 주마마, 여긴 너한테 맡긴다.
걱정하지 마.
레이지 아이언하이드의 특제 장비, '마운틴 브레이커 MKIII'도 다 설치했어.
이제 우리 작업 효율이 3배는 오를 거야.
여긴 나 혼자 맡아도 상관없어.
……가끔은 네가 가비알보다 더 무섭게 느껴져.
하지만 이건 네 성격을 더 극단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더 고집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걸 더 꺼리게 되지.
그래서 난 더 걱정이구나.
그러고 보니 아브도티야, 넌 지상에 간 후에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뭐가요?
설마 제가 그런 말을 했다고 지상에서 자리 잡고 살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죠?
쎄루에르차가 재건되면 저도 같이 돌아올 거예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음…… 실은, 저번에 이남이랑 약속했던 게 생각났어.
나중에 내가 지상에 가게 되면 이남과 함께 사업을 할 건데, 나한테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곳을 소개해 줬어.
그런데 난 지상에 대해 잘 모르잖아. 그래서 엉겁결에 네가 나 대신 왕래할 거고, 나는 옆에서 배울 거라고 했거든.
그러니까……
저를 팔았다는 말인가요?
미안해! 그런데 난 진짜 지상에서 사업해보고 싶단 말이야. 한 번만 도와줘, 아브도티야!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제가 술 마시지 말라고 했잖아요!
정말 미안해!!!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 그것은 사람을 종종 착각에 빠지게 한다, 스티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네 잘못이 아니고, 인정받지 못하는 건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지.
하지만 가끔은 사실이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자기 생각을 관철하는 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만약 너의 생각이 너밖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면, 너는 그 훌륭한 생각을 모두에게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후우, 이 기둥은 여기 두면 되겠다.
광장까지 수리할 줄은 몰랐네. 두린들은 참 철저하구나.
가비알.
응?
너는 너 자신이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드냐?
그런가?
오랫동안 지하에 살며 지상인과는 한 번도 대규모로 교류한 적 없던 두린족이……
네 결정과 영향 아래 한 개 도시의 인구가 한꺼번에 지상으로 이주하게 됐잖느냐.
게다가 아카후알라는 이 대지에서 처음으로 두린 도시 그리고 두린족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지역이 될 것이고.
훗날 사람들이 되새겨 보면, 이게 가비알의 머리에서 나온 엉뚱한 생각이었다고는 상상도 못 할걸.
듣고 보니까 그렇긴 하네.
그래도 이게 나쁜 건 아니잖아?
허허허, 당연히 나쁠 건 없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역사란 바로 이렇다는 거다, 가비알.
어쩌면 두린족이 지하에서 터를 잡을 수 있던 것도 우연이었을지 모르지.
이건 말이야, 아카후알라의 전통이 너에게 쉽게 파괴된 것처럼 역사란 어쩌면 그리 경외할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역사를 아는 녀석들은 다 대단한 것 같아.
예를 들면 켈시 선생님은 역사에 대해 빠삭하지.
켈시? 음…… 그녀와의 몇 번 안 되는 교류로 미루어 볼 때, 어쩌면 그녀는 이 땅에서 역사를 가장 경멸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래?
물론 그녀의 경멸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어찌할 수 없는 선택에 더 가까울 수도 있지.
뭐, 이건 다른 주제니까.
주마마한테 들었다. 너도 이번 결정을 망설였지만, 끝까지 밀고 나간 거라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인 거지?
응, 걔네들이 날 도와줄 거라고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할아범, 너도 계속 우리랑 같이 있을 거지?
허, 이 늙은이를 끝까지 놓아주질 않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가비알.
난 주마마와 함께 기계를 연구하는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그거 아느냐? 너무 오래 살면 목표를 찾기가 아주 어려워지지.
몰라.
모르는 게 당연한 거지. 난 네 그런 점이 좋다, 가비알.
계속 앞으로 가거라. 네가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나도 참 궁금하구나.
그래서, 할아범은 왜 주마마를 놔두고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그야 당연히……
주마마한테 쫓겨났으니까!
두린족이 만든 기계가 거대 못난이처럼 귀엽지 않다고 했더니, 녀석이 버럭 화내더구나.
쳇, 새로 사귄 친구를 그렇게 감싸고 들다니. 나도 화를 내야겠다!
그렇구나.
어떤 일은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네게 어려운 과제를 남기마.
다음 설계 대표가 될 때까지,
쎄루에르차의 모든 사람이 네 작품의 깊은 뜻을 이해하기 전까지,
난 네 곁을 떠날 거다. 그리고 날 찾지 마라.
우리는 건축 설계사다. 우리의 일은 대다수를 만족시킬 만한 설계를 제공하는 것이지.
그리고 너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거다. 네가 부딪친 가장 큰 문제는 설계상의 결함도 아니고 공사의 어려움도 아닌, 단순히…… 사람들을 설득하는 거라는 걸 말이다.
우와, 토미미, 느꼈어?
네, 진동이네요.
승강기를 타고 올라왔는데도 느껴진다니.
굉장한 폭발인가 보다.
그래도 쎄루에르차의 주민이 모두 지상으로 올라왔잖아요. 한 명도 남기지 않고요!
응, 다들 아주 잘했어.
후우……
괜찮아? 그러게 무리하지 말라는 데도 끝까지 남겠다고 고집부리기는.
도시가 무너지는데 무슨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도 당신은 이해 못 합니다.
한 도시의 마지막 순간이라, 정말…… 감회가 새롭네요.
……스승님, 저한테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해 볼게요.
이 녀석, 잠꼬대까지 하네.
스티치 씨…… 아무래도 피곤한가 봐요.
그럴 수밖에 없지. 그동안 정말 많이 고생했으니까.
결국 설계를 해냈고, 공사할 때도 매일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있었잖아.
전에 봤을 때는 이렇게까지 책임감 있는 녀석인 줄 몰랐는데.
네, 저도 스티치 씨를 다시 보게 됐어요!
다 왔다, 가자.
우리가 마지막이야. 다들 우릴 기다리고 있어.
네!
가비알은 왜 안 나오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왔다.
아브도티야는 왜 안 오지? 빨리 폭포에 가서 놀고 싶은데.
먼저 가서 놀아.
그건 안 되지. 이걸 뭐라고 하더라? 아, 맞다, 역사적인 순간이잖아!
동굴 앞, 두린과 티아카우들이 입구를 둘러싸고 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승강기를 타고 올라올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웃는 얼굴을 하며 가비알은 스티치를 안고 나왔다.
가비알은 오른손을 들어 환하게 웃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다들 호수에 가서 신나게 놀아보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파에서 열렬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오늘의 아카후알라는 평소보다 더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시끌벅적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