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5전속력 돌진
가비알 일행은 탐사를 명분 삼아 수영 대회를 열었고, 설계 때문에 불안해하던 스티치도 공업 대표의 설득으로 보트를 몰고 참여한다.
그럼 제1회 쎄루에르차와 아카후알라,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합동 수영 대회를 정식으로 시작합니다!
이번 경기는 상업 대표인 제가 공업 대표 디컬처 실버민트 씨가 제작한 고정밀 카메라를 이용해, 여러분께 생중계 및 해설을 해드릴 예정입니다.
우선, 본 경기의 첫 번째 코스입니다.
이쪽 호숫가에서 터널이 있는 저쪽 호숫가까지, 직선거리로 약 1km가량 되는 지하 호수입니다.
그리고 경기 규칙……
같은 건 없습니다. 가장 먼저 호수 반대편에 도착하는 사람이 승자입니다!
승자는 소속팀을 대표해서 저,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가 제공하는 특별 수제 맥주 한 달 무제한 이용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럼, 우선 로도스 아일랜드의 참가 선수는……
윈드 오브 이베리아, 로도스 아일랜드 최고의 미남인 엘리시움 선수!
하하, 두린 여러분, 다들 안녕!
……아까 크로크를 찾아 한참 얘기하더니, 이거였구나.
다음, 아카후알라의 대표는……
가비알 선수!
가비알 씨, 힘내세요!
잘 부탁해!
마지막으로, 쎄루에르차의 대표 선수는 무려……
우리의 환경 및 기후 대표인 마스터 엣지입니다!
……
그냥 탐사 장비를 설치하는 사전 답사에 사람을 터널로 보내는 것뿐인데, 어째서 수영 대회가 되어버린 걸까요?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장비 같은 건 아마 더 기다려야 하지 않나?
게다가 철도가 없으면 왔다 갔다 하기 불편하잖아. 어차피 가야 할 거면 좀 더 재미있게 하는 게 낫지 않아?
하…… 당신들 마음대로 하세요.
넌 안 가?
관심 없어요. 차라리 공사를 준비 중인 토미미 씨와 데커키 씨한테 가보는 편이 낫겠어요.
하아, 우르수스 사람들은 다 이렇게 재미없는가.
전 우르수스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대체 마스터 엣지를 어떻게 설득한 거예요……?
아브도티야, 내가 자원한 거다.
에? 그래도……
이 늙은이는 너희가 즐기는 동시에 날 도와줬으면 해서 말이야.
너희가 도와준다면 이 정도 이벤트쯤은 당연히 참가해야지.
그것보다도, 이 도시 사람들이 물놀이는 좋아하는 데 수영 잘하는 녀석은 아무도 없으니.
하아, 어찌 됐든 우리 쎄루에르차의 체면이 걸린 일이니, 늙은 이 몸뚱이로 최선을 다해 봐야지.
……
하하, 괜찮아, 마스터. 자고로 경기는 친선이 우선이야.
쳇, 말은 그렇게 해도 우리 쎄루에르차가 지상인과 경기해서 졌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나?
그런데 아까 들었잖아, 아브도티야는 관심이 없는 거지 수영을 못 한다고는 안 했어.
우리 두린은 절대 남을 곤란하게 하지 않아. 아브도티야가 참가하기 싫다는데 강요할 수는 없지.
……
게다가 아브도티야는 원래 여기 사람이 아니잖나. 그러니 우리 쎄루에르차를 대표하고 싶지 않은 것도 당연하지.
이 늙은 몸으로 목숨을 거는 수밖에.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제가 두린족을 대표해서 참가하면 되잖아요!
이제 만족하실까요!
정말인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싫다고 하겠어요!
하하하, 그래야지!
크로크!
어? 아브도티야, 진짜 경기에 참가한다고?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작은 목소리로) 수제 맥주 한 달 무제한 이용권인데, 아브도티야가 이기기라도 하면 나는 손해잖아.
크흠, 어차피 친선 경기인데 다들 너무 진지하게 임할 필요는 없어.
제가 반드시 이길 거예요! 쎄루에르차를, 그리고 맥주를 위해서!
으, 알았어. 그럼 힘내.
여러분, 죄송합니다. 잠시 변동이 생겼습니다.
쎄루에르차 대표 선수가 마스터 엣지에서 갑자기 아브도티야로 교체되었습니다!
아브도티야를 위해 힘찬 박수를 보내주세요!
그런데 마스터 엣지도 우리랑 함께 조사하러 호수를 건너야 하잖아.
그럼 이렇게 하자. 마스터 엣지, 경기할 때 내 등에 올라타. 내가 업고 갈게.
오호!
저를 무시하는 건가요, 가비알 씨?
응? 아닌데?
난 그저 그렇게 해도 안 질 것 같아서 그래.
……
그것보다 아브도티야, 경기에 참가하려면 옷부터 갈아입어야지.
마스터 엣지를 업고 간다니까 저도 그럼 핸디캡을 드리죠. 저는 이 옷이면 충분해요.
어?
평소에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못 한다는 건 아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사르곤 사람한테 질만큼 연약하지는 않아요.
하하하, 그거 알아, 아브도티야? 지금 네 눈빛,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 최고야.
(우르수스어) 무례한 분이군요.
그럼 세 명의 대표는 시작 위치에 서주세요.
가자, 부른다.
저도 들었거든요.
저기…… 지금 끼어들 분위기는 아닌 것 같지만, 나도 경쟁 상대라는 걸 설마 잊은 건 아니지?
뭐 됐어, 내가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란 걸 다들 알게 될 거야.
자, 세 선수 모두 자리를 잡았습니다.
셋……
마스터, 꽉 잡아. 수영 시작하면 마스터를 신경 못 쓸 수도 있어.
안심하게, 이 노인의 지혜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둘……
……젠장, 가비알 씨에게 도발 당해서, 저도 모르게 우르수스어가 나와 버렸네요.
가비알 씨, 당신을 무조건 이길 겁니다.
하나……
아, 갑자기 떠올랐는데, 아까 크로크 씨가 소개할 때 타이틀에 고독의 레인저도 넣을걸.
아쉽군, 다음에는 잊지 말아야지.
갑자기 생각났는데, 카메라로 촬영하려면 나도 세 사람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배도 없고 수영하면서 촬영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
에라, 모르겠다.
경기 시작!
크로크의 호령과 함께 세 사람, 아니, 정확히는 두 사람과 등에 타고 있는 한 사람이 동시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경기는 시작되었다.
엄청 빠르군요. 가장 먼저 치고 나가는 건 역시 가비알 선수입니다.
쎄루에르차에 온 이래 가비알 선수가 우리에게 유례없는 운동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스터 엣지를 등에 업고 있음에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저 녀석들 참 태평하네.
너는 왜 참가하지 않는 거야, 스티치 캔버스?
데커키?! 너 왜 여기 있어, 철도를 수리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이미 로봇들에게 다 시켰어.
난 광석병에 걸렸으니 접근하지 않는 게 좋아.
하지만 광석병은 쉽게 전염되지 않잖아?
게다가 너희 집은 조용해서 좋아.
……
정말 예상치 못한 광경입니다. 가비알 선수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건…… 무려 아브도티야 선수입니다!
쎄루에르차에선 언제나 우아한 숙녀 이미지였던 아브도티야 선수에게 설마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가 있었다니!
가비알 선수 뒤를 바짝 쫓으면서, 두 선수의 거리가 전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앗, 잘 보이지 않는데, 혹시 어깨를 빌려주실 분 없습니까.
네, 그래요, 고마워요.
《기담괴론》에서는 우르수스 사람들이 다 체력 좋고, 얼음만 먹고도 석 달을 버틸 수 있다던데, 설마 아브도티야가 정말로 가비알을 뒤쫓고 있다니……
저쪽 상황이 그렇게 궁금하면서 왜 보러 가지 않은 거야?
시간 낭비하는 일에 관심 없어.
그래? 아까부터 설계도에 손도 못 대고 있으면서.
……
너 대체 뭐 하러 온 거야, 데커키?
그냥 궁금해서. 스티치, 뭐가 고민이야?
네가 가비알 일행을 속인 것 같아서?
사실 그렇게 성가신 일도 아니잖아. 네가 돔만 수리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데.
하지만 돔을 수리하고 싶지 않은 네가, 표결을 이유로 수리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마지못해' 슬라이드를 폭파하고 철도를 수리하자는 얘기를 꺼냈으니까.
슬라이드를 폭파하고 철도를 수리하면 똑같이 활성 오리지늄층의 확산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데, 내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
난 틀렸다고 한 적이 없어. 다만 기계와 설비로 오리지늄을 조사하는 건 거의 도태된 기술이고, 도시에 있는 기계들이 낡은 것도 사실이지만, 못 쓸 정도는 아니지.
배가 완성되고 탐사 장비만 설치하면 마스터 엣지의 문제도 해결돼.
그럼 돔을 수리하라고 널 귀찮게 하지도 않을 거고, 너는 계속 집에서 설계도를 그리며 캐치와 대결할 수 있겠지. 그렇게 모든 게 다 해결될 거고.
그런데 왜 초조해하는 거야?
뭐 때문에 초조해하는 건데?
난……
코스는 이미 절반이 지났습니다. 눈대중으로 봤을 때 약 300미터 정도 지난 것 같네요.
네? 벌써 400미터라고요? 음, 그렇군요.
아무튼 현재 순위는 경기 시작 때와 변함없이, 가비알 선수가 1위, 아브도티야 선수가 2위, 그리고 3위는 엘리시움 선수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 엘리시움 선수는 한 번도 선두를 치고 나간 적 없는데, 수영 자세만은 엄청…… 멋진데요?
설마 일부러 3위를 유지하는 걸까요?
그냥 마음이 불안해서 그래.
일을 다 그 사람들한테 떠넘긴 것 같아서.
쎄루에르차의 새로운 랜드마크 설계권을 두고 캐치랑 경쟁하겠다고 했지만……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난 자신 없어.
스티치, 캐치 앞에서도 이렇게 솔직해지면 너희도 훨씬 더 친해질 수 있을 텐데.
……그건 있을 수 없어.
난 그 녀석이 영원히 싫고, 그 녀석이 나를 좋아할 일도 없을 거야.
응…… 아무튼 난 그냥 쉴 곳을 찾아왔을 뿐이야. 네가 여기 앉아서 빈 도면을 보며 멍을 때리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그런데, 너도 가서 경기를 구경하고 싶다면……
데커키, 데커키, 공업 계획에 따라, 철도교 건설에 필요한, 보트가 완성됐다. 호숫가에, 정박했다.
보트에 마스터 엣지가 필요한 굴착 장비랑 오리지늄 광맥 탐사 장비가 있으니까, 마침 날 대신해서 전해 줘.
……
고마워.
데커키, 데커키, 스티치를 배려한다.
스티치를 배려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야.
아무튼 스티치도 갔겠다, 이제 잠이나 자볼까.
남은 공사는 너희랑 지상인들에게 맡겨도 되지?
안심해, 주마마 친구, 도와준다.
주마마가 그렇게 좋아?
주마마, 우리를 배려한다. 주마마, 좋다.
참 신기한 지상인이네.
더 좋은 시야 확보를 위해 호숫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음? 저쪽에 있는 건 건축 설계사 스티치 아닌가요?
잠깐, 너희들 움직이지 마. 균형을 못 잡겠잖아!
으아아악!
크로크에게 더 좋은 시야를 확보해 주기 위해 두린들은 겹겹이 인간 탑을 쌓았다.
그러나 십여 명이 함께 쌓은 두린탑 자체가 비뚤비뚤한 데다, 크로크가 휘청거리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기울어져, 결국……
으아, 내 엉덩이……
음, 로봇 씨가 여기에 보트를 세웠다고 했는데.
이것들이 마스터 엣지가 필요한 장비겠지?
읏차, 가비알 씨 장비도 실어서 같이 가져가 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스읍…… 후우……
이 보트 맞지?
스티치 씨? 아마 그럴 거예요.
나 먼저 갈게.
네?
어라, 스티치가…… 로봇들이 호숫가에 옮겨 놓은 보트에 뛰어올라, 바로 시동을 걸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고 있습니다!
설마, 설마 스티치도 경기에 참가하나요?!
그러고 보니 교통수단을 쓰면 안 된다고 한 적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