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8마음속 연결고리
박사는 프틸롭시스가 전달한 정보를 건네며 총괄이 실험에 개입하도록 압박한다. 기지 내 도로시는 시스템을 종료할 수 있다며 실험용 전달물질을 스스로에게 주사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사일런스, 도로시, 그레이, 사리아, 뮤엘시스, 프틸롭시스, 메커니스트, 그레이 더 라이트닝베어러, 아스트젠
……그쪽에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어, 사리아.
연설은 아주 훌륭했다. 투자자들이 네가 그린 미래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지.
미래라…… 당연하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관심을 가질 만한 부산물에 설명했으니까.
겨우 하루짜리 프레젠테이션이었는데 실험실에서 열흘을 보낸 것보다 더 피곤하네.
일시적인 인내는 필요한 거다.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 넌 언제든지 실험실에 틀어박혀 살 수 있다.
역시 넌 날 잘 알아. 이게 내가 모든 걸 참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원동력이지.
그러고 보니, 퍼디낸드 클루니라는 학자도 네 제안에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더군.
'라인 랩은 테라에서 가장 뛰어난 실험실을 세울 것이다.'라고 말했지.
그렇다면 대환영이야.
내가 그자의 이력을 조사해 봤다.
학자라기보다는 사업가에 더 가까웠다. 그 사람은 널 이해하지 못할 거다.
상관없어, 사리아.
난 한 번도 누구한테 이해받길 바란 적 없어…… 뜻이 맞는 널 만난 것도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잖아.
현 단계의 라인 랩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인재들과 프로젝트야. 우리의 최종 꿈을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겪어야 하는 것들이지.
……총괄은 너니까 네가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퍼디낸드의 일부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기존 프로젝트 대부분이 다른 대기업이나 정부와의 사적인 거래에 연루됐더군.
향후 협력 규정에 대해선 그와 다시 얘기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네가 잘 처리해 줄 거지?
그게 방위과 주임으로서의 내 책무니까.
하지만 퍼디낸드를 내버려 두면 너와…… 라인 랩에 큰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
잠깐……
방금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어쩌면 지금까지의 이론의 결함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참, 사리아, 방금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다.
고마워, 사리아.
네가 곁에 있어 줘서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
……넌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을 텐데.
그래도 넌 왔잖아.
……
또 그 표정이네…… 화가 났구나.
사리아, 그동안 밖에서 겪은 일들이 널 감정적으로 만든 것 같아.
네가 더 많은 현실을 보고 나면 내 결정을 더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답해……
359호 기지의 실험은 너의 지시였나?
아니.
난 절대 너한테 거짓말 안 해.
그건 너도 잘 알잖아.
……하지만 넌 그 기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
넌 퍼디낸드를 방임했다.
그때 파르비스의 실험을 방임한 것처럼.
응? 언제?
잊었나……
……넌 네 연구와 관계없는 '사소한 일'은 전혀 기억하지 않는군.
인간의 뇌 공간은 아주 한정적이야. 나한테 내 뇌는 더 가치 있는 일을 완성하는 데 쓰여야 하거든.
퍼디낸드의 수작 덕분에 난 조용하게 지내면서 생각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
요 며칠 사이 내 실험은 엄청난 진전을 이뤄냈어. 들어 볼래, 사리아?
너……
넌 관심이 없는 게 아니야.
넌 그저…… 그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일이 걱정될 뿐이지.
……그들은 절대 보잘것없지 않다.
아무리 너라도 사람이나 일의 중요성을 결정할 수는 없어, 크리스틴.
왜냐하면 너나 나…… 그리고 라인 랩은 모두 이 대지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
미안해, {@nickname} 박사.
- 갑자기 왜 사과해?
- 설마 또 마음이 바뀌었어?
안심해…… 우리는 같은 적을 상대하는 동료니까.
당신한테 뭘 할 생각은 없어. 적어도 지금은.
그냥 뭐랄까……
크리스틴은 사리아와 같은 편이 아닐 수도 있어.
- 둘은 예전에 절친한 사이였다고 들었는데.
- 둘은 이미 사이가 틀어졌다고 들었는데.
박사는 라인 랩이 막 설립됐을 때 상황을 모르지……
다들 첫눈엔 크리스틴의 매력에 매료됐지만, 사실 묵묵히 눈앞의 이 건물을 지탱해 준 건 사리아야.
사이가 틀어졌다라…… 총괄 사무실에서 대판 싸우느라 라인 랩 건물의 천장까지 뚫린 것도 사이가 틀어졌다 정도로 표현되려나?
그래도 사리아는 제 발로 사무실을 걸어 나갔어. 그 뒤에 서 있던 총괄도 전혀 다치지 않았었고.
그 둘이…… 진심으로 싸웠다면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끝나지 않았겠지?
다만 크리스틴은 퍼디낸드가 무슨 연구를 하든 관심이 없었을 거야.
난 당장 크리스틴의 안전을 확인해야 해서 너희를 여기로 데려왔긴 했지만…… 크리스틴이 기지 일에 개입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어.
- 그래서 프틸롭시스가 목격한 진실이 중요해.
- 라이트 씨에게 전해줘.
- 우리가 '목격'했다는 걸 전해줘.
당신…… 설마 크리스틴에게 기지에서 일어난 상황을 알리고 싶은 게 다가 아니었던 거구나?
가장 중요한 건 당신들…… 로도스 아일랜드가 이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거지.
- 이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이를테면……
- 파라솔과 같은 라인 랩의 경쟁사.
- 주류, 담배, 아츠 유닛 및 오리지늄 제품 관리국.
- 메이랜더 재단.
- 정보야말로 최고의 협상 카드니까.
- 정보를 파악하는 건 최상의 자기방어니까.
- 라이트 씨가 아직 라인 랩을 지킬 생각이라면.
- 기지 사건에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여기 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크리스틴을 움직일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nickname} 박사, 그러다 크리스틴한테 찍힐걸?
- 더 나은 협력을 위해선, 서로 이해가 필요하지.
- 그것도 영광이라고 할 수 있겠네.
자신감이 넘치네…… 아니지, 당신은 진심으로 기지의 오퍼레이터들을 믿고 있구나.
그것도 좋은 거야.
- 마지막 질문이다, 뮤엘시스 주임.
- 너는 그 실험에 관심이 없나?
- 네가 관심 있어 하는 건 뭐야?
……{@nickname} 박사, 이래 봬도 나는 라인 랩 생태과 주임이야. 대놓고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거든.
음……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비밀이 없으면 내 매력이 줄어들겠지?
……박사?
프틸롭시스의 동기화 정보는 아직 못 받았어.
미안, 자세히 보고할 시간이 없을 것 같네……
아직 10마리…… 아니, 어쩌면 11마리의 허수아비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아.
맞다, 그리고 하나 더.
오올헤약이 도망쳤어.
기지에 갔을지도 몰라…… 녀석에게 뭔가 목표가 있는 것 같던데.
우리의 판단은 일치했지만……
우리가 저번에 예상한 것보다 훨씬 위험한 여자야.
콜록…… 이쪽 상황?
로봇팔이 조금 뜨거운 정도야.
뭐 그다지 위험한 상황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박사.
엘레나, 너를 여기 남게 해주지.
네가 실험을 위해 큰 기여를 했어. 그 성과를 존중하니 나와 함께 저것이 가져다줄 눈부신 결과를 지켜볼 자격이 있지.
당신은 기지 전체를…… 샬레로 여긴 거였구나. 저 거대한 피조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개척자를 위험에 빠뜨렸어……
저게 재난 말고 뭘 더 가져온다는 거야?!
내 눈에 보이는 건……
몇 킬로미터 밖, 기하학 은색 물체가 기지 상공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이 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을 둘러싼 건 단순한 회오리가 아니라 무수한 미세 파편들이었다.
원래는 나무이기도, 건물이나 기계이기도 했던 파편들은, 모두 비슷한 형태로 분해되어 기하학 물체의 중심을 맴돌고 있었다.
이런 기하학 물체는 언제든지 컬럼비아의 다른 지역에 나타날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런디니움이나 카봐렐리엘키 도심부에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오리지늄 아츠에 대한 인간들의 상상과 기존의 물리 법칙뿐만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역사 또한 극적으로 뒤집을 것이다.
……시대다.
내게 보이는 건 시대야. 완전히 새로운 시대. 이것은 기회와 무한한 가능성을, 그리고 신구 세력의 교체를 의미하기도 하지.
내 모험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야.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는 게 컬럼비아나 라인 랩이 아니어도 전혀 상관없어.
하지만 그때가 되면 돈과 인맥은 모두 우리를 떠날 거다.
우리가 세운 철의 도시는 다른 국가의 거대한 손에 의해 갈기갈기 찢길 것이고, 마치 링고네스처럼 신세대 패자의 자양분이 되고 말 거야.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실험실은 고철로 뜯겨서 중고 철물점에 팔릴 테고, 라인 랩의 간판은 아무도 관심 없는 지하 창고에서 녹이 슬어가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무언가를 추진하고 바꿀 기회가 없어져. 모든 꿈은 산산이 조각날 테고, 우리는 남의 등만 바라보며 무의미한 여생을 살아갈 거야.
시대가 누군가를 잘라버릴 때, 과거의 영광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미래의 가능성도 믿어주지 않아.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다.
신호 검색 중……
접속 실패.
……아직도 통신이 회복되지 않았네.
사일런스 씨, 저희가 포위됐어요.
이 거주 지역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요. 다른 구역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거예요.
은색 물체는 중추에 연결된 피실험자의 잠재의식에 따라 통제되고 있어.
개척자들이 착용한 긴급 의료 팔찌를 우리가 강제로 제거하면……
안 됩니다.
긴급 의료 팔찌를 제거하는 것은 9호 장치를 제거하는 정도의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럼 외부에서 그 사람들의 신경 활동에 개입하는 건?
아니야, 그것도 리스크가 너무 커. 피실험자의 뇌가 손상될지도 몰라.
시스템에 접속한 사람은 앞으로도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은색 물체가 없다고 해도…… 저 사람들을 어떻게 깨워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나랑 퍼디낸드가 저들을 위험에 몰아넣었어.
난 사람들을 구할 거야. 반드시……
30초 후에…… 10번째 공격이 시작돼요!
큰일이에요. 저것의 공격 빈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윽……
이대로라면 전멸이야……
……아니.
나라면…… 나만이…… 저걸 멈출 수 있어.
고운 모래알이 허공에 날리며 모래로 쌓아 올린 보루처럼 방을 감쌌다.
수많은 은색 물질이 주위를 기어 다녔다. 그것들은 마치 이 보루가 신기하다는 듯, 왜 취약해 보이는 이 장벽을 분해할 수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넌 저것을 멈춘 게 아니야……
그저 네 오리지늄 아츠를 이용해서 저것의 침식을 끊임없이 상쇄하고 있을 뿐.
아츠 유닛은 곧 멈출 거야.
아직…… 시간이 있어.
너…… 자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냥…… 실험이야.
너도…… 설마 이식했나……
……그래, 아츠 유닛을 이식했어.
다른 사람을 실험실로 초대하려면…… 사전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거든.
저것들이 공격 방식을 바꾸고 있어.
저것은 우리의 일부분이야. 호기심도 강하고 습득도 아주 빠르지……
밖에선 마치 은빛 폭우가 쏟아지는 것처럼 더 많은 충돌음이 들려왔다.
모래 벽에는 끊임없이 틈이 생지만, 또 더 많은 모래가 그 틈을 메웠다.
시간을 끌 다른 방법이 필요해……
사일런스 씨, 제가 해 볼게요.
제가 밖에 나가서 아츠로 일부를 유인할게요……
그레이, 그건 너무 위험해!
사일런스 씨, 전에 사니 씨와 대화할 때 이런 말을 했었어요…… 제가 오랜 시간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말이에요.
발을 내디뎌보지도 않고 어떻게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있겠어요?
후우……
사실…… 성공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겠죠…… 하, 하지만 제가……
만약에 성공한다면?
자신이 의심될 때 내가…… 전에도 성공한 적이 있다는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선배들이 가르쳐줬어요!
그레이는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기하학 은색 물체는 눈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그레이는 본인이 마주하고 있는 것의 정체 또한 알고 있었다.
그건 새로운 지적 생명체도 미스터리한 괴물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진 성과다. 이용되고 분석 가능한……
틀림없이 쓰러뜨릴 수 있는 것.
넌…… 하나도 두렵지 않아.
두려움은 모두 미지에서 생기는 거야.
그리고 넌…… 넌 오리지늄 아츠의 피조물이자 개척자 친구들 머리에서 탄생한 부산물일 뿐이고.
인간은 어두운 밤도 이겨낼 수 있는데…… 자신의 피조물에 질 리가 없잖아?
그레이의 손에서 생긴 작은 빛이 머리 위에서 방황하는 그 그림자를 향해 날아갔다.
역시나 꽤 많은 은색 액체가 개척자의 오두막을 떠나 어두운 밤과 한데 뒤엉켰다. 그리고 그레이가 쏘아 올린 빛으로 미친 듯이 달려들어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 빛은 순식간에 갈가리 찢겨나갔고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스며 들어갔다.
하지만 더 많은 빛이 한차례 또 한차례 떠올랐다.
……그레이 씨는 참 용감한 사람이네.
마치 사니와…… 개척자들처럼 정면으로 어려움에 맞설 용기가 있어.
저것의 공격이 더 강해졌어……
빛은 저것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뿐이야. 목표는 여전히 우리야.
쿨럭…… 쿨럭……
……너 코피가 나잖아.
감염된 기관이 없다 해도 네 전신의 혈관은 이런 강도의 에너지 방출을 견딜 수 없어…… 이대로 계속하면 곧 내출혈로 죽게 될 거라고.
난…… 저들을 지킬 거야, 그럴 수만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
그저 개척자들을 감동시키기 위한 대사는 아니었구나.
넌…… 정말 그럴 생각인 거야.
사일런스 씨,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너도 똑같은 선택을 하겠지?
……
난 이미 기회를 한 번 놓쳤어.
이제……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을 거야.
너의 어머니를 말하는 건가……
그동안 계속 생각했는데……
모래 폭풍에 삼켜지기 전에 그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 개척자들처럼 좁은 공간에 처박혀 절망 속에서 죽음이 다가오길 기다렸을까?
내가 그 특별한 초대를 거절했다면 엄마와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엄마가 나와 함께 도시에 들어갈 자격이 있었다면 그 폭풍 속에 갇힐 일은 없지 않았을까?
내 연구는 해결이 불가능했던 수많은 난제를 해결했지만, 난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왜 나만 살아남은 걸까?
사일런스 씨……
만약…… 저것이 정말 피실험자들 의식의 집합체라면……
난 내 가족을 사랑하는 것처럼 저것을 사랑해.
그런데 왜…… 저것이 나한테 하는 말이 안 들리는 거지?
모래 벽에 깊은 균열이 생겼다.
도로시는 결국 쓰러졌지만, 두 손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도로시, 아무리 노력해도 넌 어머니의 운명을 바꿀 수 없어.
과거의 그 폭풍은…… 오래전에 끝났으니까.
그런…… 가?
드론이 모래 벽의 틈에 자신을 끼워 넣었다.
모래알은 더 강한 생명력을 얻은 듯 빠르게 벽을 재구축했다.
도로시, 가족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면서?
그럼 저 피실험자들한테 물어보러 가야지.
이 폭풍이 끝나면 그들이 답을 알려줄 거야.
윽……
그레이의 손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제한된 출력을 초과해 가동하고 있어 이미 한계에 다다른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는 포기할 수 없었다.
만약 지금 여기서 쓰러지면 뒤에 있는 마지막 보루도 영원히 어둠에 삼켜질 것이다.
그는 버텨야 했다. 몇 년 전 그날 밤처럼, 추위에 두 손이 얼어붙고 고된 여정으로 두 다리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도 더 멀리 가야 했다……
손안의 불꽃을 다른 손에 건네주는 그날까지 그레이는 계속해서 걸어야만 한다.
꽉 움켜쥔 그레이의 손을 따뜻한 힘이 뒤덮으며 그의 에너지 출력을 안정시켰다.
또 다른 동료의 오리지늄 아츠였다.
……프, 프틸롭시스 씨?
당신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레이 씨.
저기……
이곳의 위험성을 경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일런스 씨에게 외출을 신청하기 전, 임무의 성공 확률을 이미 계산해 봤습니다.
……얼마나 되나요?
제 협력을 변수로 계산해 넣으면 성공 확률은……
아니요, 말씀하지 마세요.
전 계획을 먼저 세우고 작전하는 거에 익숙해요. 그래서 이렇게 뛰쳐나오는 게 무모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참을 수가 없었어요……
계산 결과가 모든 걸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레이 씨, 최종적으로 결과를 결정하는 건 당신이 앞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게 한……
'충동'입니다.
현재 제 뇌파 신호의 파동이 '충동' 때문인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행동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은 확실합니다.
프틸롭시스 씨……
고맙습니다.
그레이 머리 위로 더 많은 빛이 피어났다.
이건 이론적인 한계를 초월한 출력이었으며, 무기 설계자인 그레이와 메커니스트가 한 번도 계산한 적이 없는 수치였다.
하지만 이건 틀림없이 그레이의 오리지늄 아츠였다.
그 어떤 이론도 이 오리지늄 아츠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빛은 아츠 유닛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빛은 결국 통제를 잃은 실험체를 관통했고, 어둠과 구름 그리고 모든 미지의 것들을 관통했다.
전광 속에 숨어 있었을 가능성이 한순간 튀어 올랐다.
그레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그는 그것을 잡아냈다.
미약한 신호를 수신했습니다……
접속 중.
후우……
강렬한 진동과 함께 거대한 실험체가 모두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 어떠한 징조도 없이, 어떠한 이동 흔적도 드러내지 않은 채, 바로 그 위치에 그것이 나타났다.
윽……
물러나, 그레이!
전……
빨리!
사일런스는 그레이의 다른 한 손을 잡았다.
하늘로 날아오른 드론은 그레이의 체력의 한계와 동시에 순식간에 흩어진 금빛을 다시 모아,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은색 물체를 향해 곧바로 돌진했다.
천둥 같은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드론이 무수한 빛의 알갱이가 되어 흩뿌려졌다.
……엘레나한테 배운 거야.
이런 마술은 한 번밖에 못 써.
이 빛도…… 곧 꺼지겠지.
정보 전송 완료.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끝난 거죠?
……응.
우리가 해냈어.
사일런스는 다른 손을 뻗어 프틸롭시스를 잡았다.
그들의 머리 위에서 조금씩 빛이 퍼지며 기하학 은색 물체의 형체가 드러났다.
......
그러나 그 물체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전히 얇은 모래층이 그녀들과 그 기하학 물체 사이를 막았기 때문이다.
……도로시?
손에 든 건…… 긴급 의료 팔찌랑 시약?
너 설마 자신을……
……나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안 돼!
말했잖아, 난 그들을 어떻게 깨워야 하는지 몰라. 지금 네가 이런 짓을 하면……
넌 그들의 의식에 삼켜질지도 몰라. 이 피조물을 쓰러뜨린다 해도, 네 신경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갈 수도 있어. 또 어쩌면……
난 연구자야. 모든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
하지만 난 네 주치의야!
네가 네 목숨을 걸고 모험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괜찮아, 올리비아.
그럼 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거잖아.
도로시 뒤의 피실험자들은 말이 없었다.
도로시 앞의 기하학 은색 물체 역시 여전히 침묵해 있었다.
도로시는 눈을 감고 자신의 체내로 흘러들어오는 은색 시약을 느꼈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느낌, 마치 가족의 손길이 그녀를 어루만지는 것만 같았다.
올리비아……
답을 찾으러 다녀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