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7광기의 신호
주사를 맞은 개척자들은 잇달아 혼수상태에 빠진다. 실험실에선 이상한 소리와 함께 처음 보는 거대한 기하학적인 물체가 나타나고, 이에 실험은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뮤엘시스, 사리아, 사일런스, 도로시, 그레이, 메커니스트, 프틸롭시스, 그레이 더 라이트닝베어러, 아스트젠
얼마 만에 돌아온 거야, 사리아 주임?
……응?
딴생각했어?
별일이네…… 기지 일을 생각하고 있었어?
하이든 1호 실험실 기억나나?
물론이지. 이프리트가 거기서 왔잖아. 우리 둘이 현장 조사도 갔었고.
난 그 뒤로 비슷한 폐허를 몇백 곳이나 더 발견했다.
군과 협력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과거 라인 랩은 겹겹이 쌓인 계약서 뒤에 숨어 다른 실험실을 조종해 위험한 실험을 진행했었지.
그런데 이번에 퍼디낸드는 본인이 나서기로 선택했다.
그 말은 조금만 실수하면 라인 랩이 다음 폐허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
정말 실패하면…… 퍼디낸드도 폐허에 누워있는 시체가 되겠지? 진짜 사인이 뭔지 신문에 나지도 않을 거고.
퍼디낸드에겐 퇴로가 없다. 이번 실험도 결코 성공시킬 수밖에 없고.
왜……
사일런스 씨 일행이 걱정돼?
……
난 리스크를 분석 중이다.
당신도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할 줄 아네?
괜찮아, 사일런스 씨는 무사할 거야. 이프를 위해 그동안 계속 강해졌으니까!
날 위로하는 건가, 뮤엘시스 주임?
그럴 필요 없다.
난 단 한 번도 사일런스와 프틸롭시스의 능력을 의심한 적이 없다. 두 사람은 본인의 책임을 다할 거니까.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다.
- 우리도 적극 협조할게.
- 나도 오퍼레이터들의 능력을 믿어.
- 사리아는 점점 더 인간미가 넘쳐가네.
로도스 아일랜드의 업무처리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내가 예전에 말한 적 있던가?
어머, 말 한번 참 잘하네. 나도 이직해 볼까?
맞아, 맞아. 너도 그렇게 느껴지는 거지?
역시,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어.
……기동 장갑 여러 대가 접근하고 있어.
박사, 그 리베리 용병이 또 쫓아오고 있어.
애초에 이 근처를 지키고 있었는지도 몰라.
{@nickname} 박사, 크리스틴 씨가 여기 있는 게 확실해?
사리아 씨 말이 맞아. 퍼디낸드는 이번 실패를 감당할 수 없어. 하지만 우리도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잖아?
- 퍼디낸드는 다른 사람이 총괄을 찾는 걸 원치 않아.
- 통제하기 가장 쉬운 곳은 단 한 군데야.
-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가장 좋은 곳은 단 한 군데야.
……라인 랩 본부인가.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곳은 결국 여기네.
연락이 닿지 않은 뒤로 내가 크리스틴 씨 집이랑 실험 기지, 그리고 자주 가는 곳까지 다 찾아봤거든……
라인 랩 직원이라면 총괄이 얌전하게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은 없다는 걸 다 알아.
매일 사무실에서 총괄의 행방을 묻는 직원들이, 그녀가 바로 자신들의 머리 위에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겠지.
스캔 완료.
박사의 예상대로 라인 랩 엘리베이터와 계단 앞에 대량의 무장병력이 지키고 있어.
지금 라인 랩 본부는 이미 퍼디낸드가 통제하고 있을 거다.
나와 뮤엘시스를 포함해서 우리는 모두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
……놈들을 잡아라.
젠장……
뭘 넋 놓고 있는 거야?!
전원 주의. 실험 구역 입구에서 상황 발생. 개척자 한 명과 라인 랩 연구원이…… 으악!
결국 또 무력을. 난……
……정당방위야. 내가 증언해 줄게.
왼쪽에 비상구가 있으니까 그쪽으로 뛰어! 자세한 얘기는 일단 나간 뒤에……
누가 쫓아왔어!
준비해.
잠깐, 왜 네가 여기에?!
에, 엘레나 씨……
나 때문에 다친 건 아니지?
괜찮아요. 공격하실 줄 알고 준비를 좀 했거든요.
다들 꼼짝 마.
너는……
트리마운츠 경찰서의 보안관, 메리 배너다.
유괴와 상해죄를 저지른 용의자를 검거하는 중이니 다들 협조해 줘.
용의자?
……메리.
너를 검거하는 건 참 힘드네. 그렇지, '대장' 씨?
무기 버리고 두 손 들어.
오른손.
……
오른손을 내밀어 주세요.
……주사기?
잠깐, 뭘 하려는 거지?
검역입니다.
본 실험 구역은 위험 물질이 누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정에 따라 모든 인원에게 검역 조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사 약물을 좀 볼 수 있을까?
긴급 상황이니 물러나시죠.
경고, 절차가 이전 기록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건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이야……
규정? 당신 같은…… 쫓겨난 라인 랩 연구원이 규정에 대해 설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쳇……
그럼 난?
나라면 주사기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자격이 있을까?
프랭크스 주임님……
난 359호 기지의 책임자야. 너희들의 행동 목적을 즉시 보고해.
……죄송합니다, 주임님. 이 기지의 일체 업무는 퍼디낸드 주임님께서 관리하십니다.
그분의 명령이 없으면 프랭크스 주임님도 저희의 행동에 관여할 권리가 없습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라인 랩에서 실험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총괄님뿐이야.
퍼디낸드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월권행위를 하고 있지?
그 질문에는 저도 답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 정도면 대충 끝난 것 같으니……
임무 완료, 전원 철수해.
……갔어?
네. 방위과 사람들이 신속하게 기지에서 철수하고 있습니다.
개척자들을 잡아가려는 줄 알았는데…… 내가 퍼디낸드를 오해했나?
퍼디낸드는……
으윽……!
사일런스 씨, 주사를 맞은 개척자들이 모두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당장 응급조치를 취해!
프랭크스 주임, 응급조치 방법은 알고 있나…… 프랭크스 주임?
……
메리 씨, 저는 저희가 사니 씨를 구하러 온 줄……
그런 말 몇 마디로 내가 생각을 바꿀 거란 기대는 하지 마!
……내가 쓴 편지를 받았구나.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수작은 한 번밖에 안 통해, 로마노.
널 놓치지 않은 건 다행이야. 아니면 또 어떤 서프라이즈를 받게 될지 모르니까.
날 믿지 않는구나……
너를 어떻게 믿으란 거야?!
4년 전에 넌 수용 구역에 끌려가기 싫다고 했어. 그래서 난 널 믿고 여기저기 숨겨주기까지 했고……
그런데 넌 날 어떻게 대했어?
그때 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광석병과 보험료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넌 창문을 깨고 내 방에 들어와서 돈이 되는 물건은 다 내놓으라고 했잖아…… 그 빌어먹을 보험료 때문에. 네가 돈을 다 내면 그 사람들이 다시 변호사라도 시켜줄 줄 알았어?
……
할머니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그때부터 앓고는 다신 일어나지 못했어. 할머니가 널 얼마나 예뻐했는지는 기억해? 어릴 때부터 나보다 너를 더 예뻐했잖아!
네가 겁에 질려 황급히 도망친 후에, 난 네가 다른 경찰에게 붙잡힐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알아? 그래서 직장을 잃을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너를 숨겨줬다고……
넌 아무것도 몰라.
넌 그냥 이기적이고 피도 눈물도 없는 범죄자야. 애초에 너 따위를 동정하는 게 아니었는데……
경장!
둘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를 떠나야 해. 지금 당장……
설마 당신을 납치한 인간을 위해 변명이라도 하려는 거야?
내 말을 들어, 진짜 문제는 라인 랩이야……
이 진동은……
엇…… 안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도로시의 실험실이야.
도망쳐!!!
진짜…… 일어났네……
강렬한 흔들림…… 영향 범위가 이렇게 넓은 걸 보면…… 설마 재앙인가?
아니, 재앙은 아니야. 이건 실험실에서……
실험 구역 중앙, 무엇보다 견고해야 했던 건물에 한 줄기 금이 갔다.
그건 진동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건물은 내부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억지로 찢겼다.
무언가가 조금씩 또 빠르게 '껍데기를 뚫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한 층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폐허 위에서 은색의 물체가 기지 전체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고 있었다.
새로이 태어난 거대한 물체는 자신의 기하학적 몸체를 가볍게 움직이며, 지상의 모든 사람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
……
눈앞의 이 광경은 도로시의 상상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녀는 모든 원리를 알고 있었으며, 모든 가능성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숨 쉬는 걸 잊었고, 눈 깜빡이는 걸 잊었으며, 발밑에 떨리는 대지를, 그리고 그 위에서 휘몰아치는 광풍도 잊었다.
그녀가 그리던 꿈은 한 뭉치의 설계도로부터, 한마디의 약속으로부터 이렇게 생생한 현실로 바뀌었다.
너무 아름다워……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무서웠다.
엎드려!
……
방금 넌 아주 위험한 위치에 서 있었어…… 하마터면 잔해에 다칠뻔했다고!
……이미 늦었어.
뭐가?
사일런스 씨, 당신은 날 막지 못했어. 내 실험이…… 성공했어.
퍼디낸드 주임님, 실험 구역의 저건……
두려운가 보군.
두, 두렵다니요…… 하하, 그럴 리가요. 정말 감동적인 성과 아니겠습니까! 저, 저는 진심으로 주임님과…… 프랭크스 주임님을 위해 기쁜걸요.
턱이 떨리는데.
하…… 하하……
아주 좋아.
미지의 거대한 물체에 대한 두려움은 약소한 자의 본능이지.
맞는 말씀입니다. 주임님의 성과 앞에서 우리의 적은…… 컬럼비아의 적은 모두 두려움에 벌벌 떨 겁니다!
적에 대한 위압인가?
그런 건 군인들이나 고민하는 일이야. 그들은 나한테 투자했고, 나는 그들에게 무기를 주고…… 기브앤테이크지.
그래도 너의 말에 깨달은 게 있어.
이제 다음 단계 실험을 진행할 때야.
……그럼 그것이 화내지 않을까요? 기지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은 고귀한 희생을 했을 뿐이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진정한 의미의 개척자로서 역사책에 이름을 남길 테지.
그들은 용감한 정신으로 저 거대한 맹수를 키워냈고, 우리는 그걸 통제하고 이용하여 우리의 손과 눈이 되게 할 거야.
마치 우리 선조들, 용감한 개척자들이 버든비스트를 몰고 문명으로 이 황무지를 정복한 것처럼……
우리는 기술이 창조한 이 맹수를 이용해 선인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더 많은 곳을 개척할 것이다.
……우리는 선구자가 되어 문명의 국경을 확장할 것이다.
저건…… 그 은색 괴물이잖아? 이렇게나…… 커지다니……
……
그런 평범한 공격은 아무 소용 없어!
빌어먹을…… 괴물!
저 화살이 보여요?
연이어 발사한 세 개의 화살이 가지런히 은색의 기하학적 물체를 향해 날아갔지만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어느새 거의 멈춘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화살은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은빛에 둘러싸인 화살은 모두의 시야에서 일제히 사라졌다.
……저 괴물은 마술도 할 줄 아는 거야?
분해야.
그래도 얌전한 것 같아 다행이네……
다들 비켜!
으윽…… 저건 에너지포인가? 아니면 화살? 대체 어디서 쏜 거지…… 너무 빨라서 제대로 못 봤어……
저것의 이동과 공격 방식은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
아니면…… 저것에겐 이동과 공격이 동일한 것일지도……
만약 저게 정말…… 도로시 실험의 최종 완성품이라면 기지 전체가 저것의 감지 범위에 들어간 게 틀림없어.
저것에게 생각이 생긴다면 자신의 감지 범위에 있는 모든 물체의 물리적인 성질을 순식간에 바꿀 수도 있어……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우리 모두 철이 덜 든 어린이 손에 있는 점토나 다름없다는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만 공격해, 경장. 그러다가 저게 기지 전체를 폐허로 만들면 어쩌려고!
경장, 혹시……
설마 내가 대량의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을 준비해 왔냐 물으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설마 라인 랩 사람들이…… 우리를 구출하기 위해 저 실험체를 해치우려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아니지.
아까 내가 했던 말 기억나?
……기지 전체를 폐허로 만들 수 있다는 말?
이미 시작됐어……
내가 잘못 봤나? 아니면 저 기중기가…… 동그란 구체가 된 건가?
이러다가 거주 지역까지 화를 입겠어!
젠장, 이 기지가 끝장나면 트리마운츠는…… 다른 도시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그냥 자다가 멍청한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괴물한테 휴지 쪼가리처럼 뭉개질 수도 있다고!
……
당장 여길 떠나야 해.
……메시지.
얼른 메시지를 보내야 해. 그 사람은 이렇게 될 줄 진작 알고 있었을 거야……
이렇게까지 만든 사람이 누군데? 도로시 프랭크스야?
아니, 아니야.
……오랫동안 나를 속이며 갖고 논 사람.
그 사람은 개척자들이 겪은 일과…… 이 기지에서 일어난 일을 지워버리려고 해.
라인 랩 사람도 모두 그 사람 편일 거고……
경찰 쪽도 아마 매수했겠지.
장담하건대 그 어떤 언론사도 이 일을 기사로 내보내지 않을 거야.
엘레나 씨는 메시지를 누구한테 보내야 하는지 알고 있군요.
……로도스 아일랜드.
그럼 저는 사일런스 씨를 찾아가 볼게요. 이건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예요.
그러면 넌 여기 갇히게 돼…… 다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
……전 박사님을 믿어요. 물론 당신도 믿어요, 엘레나 씨.
우린 할 수 있어요.
……나를 믿는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감시소…… 일단 감시소에 가야겠어.
……태워줄까?
저 차량은……
라인 랩에서 빌린 거야.
잘됐네. 나도 마침 이번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으러 가야 하거든.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가겠지?
나도 데려가면 안 돼?
어쨌든 나는 너에게 잡힌 용의자잖아, 경관……
메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대신 사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옆에 있던 엘레나도 똑같이 행동했다.
사니는 두 손을 잡고 시동이 걸린 차량에 뛰어올랐다.
경찰, 개척자, 연구원…… 세 사람은 함께 기지의 가장자리를 향해 달렸다.
뒤에서 모래바람이 계속 쫓아왔지만, 그들을 붙잡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