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T-1화려한 대왈츠
라이타니엔의 비세하임에 있는 애프터글로 구에서 감염자의 병세가 비정상적으로 호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히비스커스는 여기로 오게 된다. 마침 유명한 음악가 체르니의 고별 음악회 오디션 기간이었고, 귀족 청년 에벤홀츠와 떠돌이 감염자 크라이데도 음악회에 지원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히비스커스, 체르니, 에벤홀츠, 히비스커스 더 퓨리파이어
“하늘은 맑고 푸르며
산들바람이 흥얼거리네
강물은 잔잔하게 흐르고
가슴속엔 희망이 가득 찼네
밤새 먹구름이 걷히고
대지는 아침 햇살을 맞이하네
라이타니엔을 노래하노라
자유로운 사람의 고향이여”
——《맑은 하늘의 노래》 (1078)
(지도대로라면, 여기서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까지 얼마 안 남았겠지.)
(비세하임에 들어올 때 시간이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좀 더 서두르면 약속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잠깐만요!
엥…… 저요?
네, 당신이요, 뷰티풀 레이디! 못 보던 얼굴인데, 혹시 애프터글로엔 처음 오시나요?
네, 저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예요. 여기 감염자들의 비정상적인 호전 현상을 조사하러 왔어요……
신분과 임무는 잠시 잊어버리고, 저와 함께 한 곡 연주하지 않겠습니까?
연주요?
그런데 이 플루트는 그저 아츠 유닛용으로 산 거라, 연주는 할 줄 모르는데요……
괜찮습니다! 당신이 플루트를 불어서 소리를 내기만 하면, 제가 그 소리로 곡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오늘 같은 멋진 날을 기념으로 당신에게 그 곡을 선물해 드리죠!
저는 약속이 있어서…… 이미 늦은 상태예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약속 시간이 좀 늦어도 다 이해해 줄 겁니다.
자, 금방 끝날 테니까요!
그럼…… 아무렇게나 불어 볼까요?
네, 시작하시죠!
(후우…… 다행히도 소리는 났네……)
도…… 파…… 라……시…… 파…… 미……
훌륭하군요, 아주 희망찬 모티브가 될 겁니다!
엠마, 내가 연주를 할 테니, 네가 우리 손님과 함께 춤을 추는 건 어떻니?
춤이요?
자, 아리따운 아가씨, 우리 함께 춤을 춰요!
그런데 저 정말 시간이 없어서요. 게다가 전 춤도 잘 추지……
걱정하지 마세요. 처음부터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아무도 비웃지 않을 거예요.
그럼, 저는 박자를 맞춰 줄게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시~ 작!
죄송해요, 제가 발을 여러 번이나 밟았네요……
괜찮아요, 함께 춤을 춰서 너무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안녕!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세요!
애프터글로에 오신 걸 환영해요!
감사합니다.
안녕, 히비스커스~
당신은…… 사무소의 안단테 씨?
맞아! 비세하임의 애프터글로에 온 걸 환영해!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일부러 마중까지 나오시고.
너를 데리러 온 게 아닌데.
네?
네가 오기 전에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자신을 괴롭혔다며? 본함에서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논문을 읽었다고 들었어.
그래니까 오늘 네 임무는 편하게 노는 거야!
저는 괜찮은데요……
괜찮지 않아. 계속 이렇게 긴장된 상태로 있다간 탈이 날 수도 있다고!
그리고 타이밍도 아주 잘 맞춰 왔어. 일주일 뒤면 체르니의 고별 음악회가 열리는데, 오늘이 마침 신청일이거든.
지금 체르니가 붉은 노을 전당 앞 광장에서 공연하고 있다던데, 빨리 가지 않으면 끝날 수도 있어!
하지만 임무가……
임무는 내일 하면 되고! 빨리 가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도착했어~!
……
여기가 바로 붉은 노을 전당이야. 애프터글로란 이름도 이 콘서트홀에서 유래된 거래.
세상에…… 이건 건축물인가요, 아니면 거대한 악기인가요……
그쯤 봐둬, 건물이 어디 달아나기라도 할까 봐? 나중에 천천히 구경해도 늦지 않아. 오늘의 중점은 체르니야.
체르니 씨라면…… 여기 오기 전에 자료를 본 적이 있어요. 그분은 애프터글로 출신이죠?
맞아, 감염자 음악가치고 유일하게 라이타니엔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이야. 국내에서 소규모 순회공연도 했었어……
저기 보인다, 저쪽이야!
한 음악가가 음악 홀 밖 계단에 서 있었고, 옆에는 사람 키만 한 거대한 악기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지름 5미터 정도의 반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 반원 밖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와, 이 정도면 애프터글로의 절반이 여기 온 것 같은데.
절반이요?!
예전엔 체르니가 자주 여기서 길거리 공연을 했었거든. 그런데 최근 반년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오늘은 오랜만에 복귀하는 날이라 사람들이 잔뜩 들떠 있는 것 같아……
(작은 목소리로) 오, 시작한다.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울리자 광장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거의 모든 사람이 대화를 멈춘 듯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소리 질러대던 행상인들조차도 입을 다물었다.
곡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체르니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갈채가 잦아들고 체르니가 다음 곡을 연주하려고 할 때, 말끔한 옷차림의 한 남자가 인파를 헤집고 나오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체르니 씨, 게르트루트 님을 대신해 인사드립니다.
아, 당신이었군요.
게르트루트 님께선 참가 신청회든 음악회 당일이든, 당신의 길거리 공연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허가하지 않으면 어떻다는 거죠?
다른 지역에서라면 그 허가라는 걸 따르겠지만, 애프터글로에선 아무도 제가 모두를 위해 연주하는 걸 막을 순 없습니다.
당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니 너무 무리하지 않는 편이……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오늘 느낌이 좋지 않았다면 제가 여기에 나오지도 않았겠죠.
게르트루트에게 전해주세요. 쓸데없는 참견은 그만하고 본인 일이나 신경 쓰라고.
……그러죠.
저 사람은 누구예요? 다들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죠?
저 사람은 게르트루트 슈트롤로의 시종이야.
게르트루트 슈트롤로라면…… 바로 그 슈트롤로 백작, 비세하임의 영주 말인가요?
응, 맞아.
그나저나, 체르니가 저 녀석을 몇 마디로 가볍게 보내버리다니. 내 속이 다 후련하네.
……그러게요.
조금 있다 붉은 노을 전당 안에 들어가 보자. 참가 신청회 오디션이 곧 시작할 거야.
귀족 남자가 인파 속에서 사라지자 체르니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여러분,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여기에 온 건 오랜만에 여러분께 몇 곡을 연주해 드리기 위해서이고, 마침 일주일 뒤에 열리게 될 음악회를 위한 워밍업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참가 신청회에 적극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대에서 여러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면, 저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참고로, 내일 오디션의 심사위원은 제가 맡게 됩니다.
그럼, 몇 곡 더 연주할 테니 여러분도 자신의 악기를 꺼내십시오. 저에게 맞춰서 연주하셔도 좋고, 자유롭게 연주하셔도 좋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체르니가 허리 굽혀 인사하자 무거웠던 침묵은 드디어 깨졌고, 사람들로부터 더욱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호라, 너도 여기 장사하러 온 거야?
지금 사람들이 다 여기 모였는데, 여길 안 오면 어딜 가요?
그렇긴 하지만, 자네 커피를 마실 사람은 없을 거 같은데.
그거야 모르죠……
사장님, 새콤 양배추 볶음 하나 주세요. 대자로!
알겠습니다!
……
잔뜩 기대하는 관객들, 병든 몸으로 겨우 버티는 음악가에, 난처해진 귀족까지……
(작은 목소리로) 너무 설레는데.
크라이데, 기어코 음악회에 참가를 신청할 생각이냐?
네, 역시 참가하고 싶어요……
뭐, 좋다. 네가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일도 드무니, 가고 싶으면 가거라.
할아버지, 고마워요!
대신, 신청만 하고 바로 돌아와야 한다. 바깥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되도록 그럴게요.
되도록?
이번 참가 신청회에서는 신청자들이 현장에서 라이브로 연주해야 해서……
그런데 네 첼로는 이미 망가졌잖아. 활밖에 남지 않았는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게냐?
괜찮아요. 악기는 주최 측에서 제공해 준대요.
하아, 신경을 많이 썼구먼. 왜 아무도 내게 그런 걸 가르쳐주지 않는 거지?
할아버지…… 화나셨어요?
그럴 리가. 네가 조금 걱정돼서 그런단다.
약속할게요. 참가 신청회가 끝나면 딴 데 가지 않고 바로 돌아올게요.
알았다.
제가 차를 끓여서 부엌에 뒀어요. 식기 전에 꼭 드세요!
참가 신청회가 곧 시작됩니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에요.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군. 굳이 우르티카에서 나를 여기까지 불러온 게, 고작 이 감염자들이 득실거리는 음악회에 참가시키기 위해서인가?
이 정도 접촉은 위험이 없어요.
그건 나도 알아.
내 말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평범한 음악회에 나를 일부러 불러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야.
그동안 늘 자유로운 공기를 갈망했던 게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평민들의 명절을 즐기다 오면 됩니다.
(어깨를 으쓱한다)
차량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클리피파티오에서 애프터글로까지 그래도 거리가 있는 편이니, 참가 신청회에서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걸어가는 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호의는 고맙군, 슈트롤로. 그럼.
설마 잊으셨나요? 저는 성보다 이름으로 불리는 걸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실례를 범했군, 미스 게르트루트.
줄이 굉장히 기네요!
저쪽은 신청자들이 서는 줄이야, 우리처럼 구경하러 온 사람은 이쪽으로 가면 돼~
안녕하세요, 저기……
신청하러 왔나? 줄 끝은 저쪽이니까, 가서 줄 서.
……줄이 엄청 기네!
새벽부터 와서 줄 선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전 지금 급해요. 빨리 신청하고 집에 가야 해요. 가서 할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하거든요……
안 돼. 다들 이 지역 사람인데, 누구 집에 돌봐야 할 사람이 없겠나.
그…… 그렇지만……
빨리 가서 줄 서. 좀 있으면 줄이 더 길어질 거야.
정말로 안 되는 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이건……
잠깐, 다…… 당신은 귀족이신가요? 혹시 저희 음악회에 지원하러 오신 건가요?!
보다시피. 나와 이 친구에게 편의를 봐주지 않겠어?
하지만, 규칙상……
아니면, 귀족의 이렇게 간곡한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려는 건가?
……아닙니다.
이해해 줘서 고맙군.
가자.
……
못 들었어? 들여보내 준다잖아.
아…… 네, 네!
그런데……
어? 어디 갔지?
다음 분, 들어오세요.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다들 저를 크라이데라 불러요.
잘 다루는 악기는?
첼로입니다.
본인 첼로는 가지고 오셨습니까?
첼로가 없어서요……
괜찮습니다. 저희가 공용 악기를 빌려드리고 있으니 가져다 쓰시면 됩니다.
자, 시작하셔도 됩니다. 1분이 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까 미처 물어보지 못했는데, 혹시 보수는 어떻게 되나요?
보수라니요?
네?
제게 음악회 소식을 알려준 사람 말로는, 합격만 하면 보수를 두둑이 준다고 하던데.
제 할아버지가 위중하셔서 치료할 돈이 필요하거든요.
그쪽 사정은 안타깝지만, 이번 음악회는 아무런 물질적 보상이 없습니다.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요?!
아마 대부분 사람은 체르니 선생님의 고별 음악회에서 함께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보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참가 여부는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하지만, 포기를 하더라도 저희한테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
네…… 알겠습니다.
크라이데는 약간 낙담한 듯 허리 굽혀 인사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앉아 첼로를 무릎 사이에 끼웠다.
그러나, 한 손으론 활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현을 튕기는 사이, 실망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연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매끄러운 선율이 현 사이로부터 흘러나와 음악회장을 천천히 채워 나갔다.
몇 소절 후, 크라이데의 연주가 절정에 이를 무렵, 무대 아래에서 뜻밖의 플루트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옷을 입은 그 귀족은 플루트를 불며 크라이데의 첼로 연주에 맞춰,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왔다.
몹시 놀라긴 했지만, 크라이데는 박자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연주를 마쳤다. 첼로 연주가 끝나자, 그 귀족은 짧고 화려한 독주를 이어갔다.
……1분이 다 됐습니다.
오늘 들은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연주였습니다.
두 젊은이에게 경의를 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당신도 음악회에 지원하러 오신 겁니까?
맞아.
원래는 혼자 신청하려고 했지만, 크라이데 씨의 연주가 너무 인상 깊었어. 게다가 아까 잠깐 만나서 일면식도 있고.
이렇게 훌륭한 음악가와 함께 연주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알겠습니다.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에벤홀츠.
당신 같은 분의 이름이…… 에벤홀츠라고요?
확실합니까? 흑건이란 뜻의 에벤홀츠가 당신의 본명이 맞습니까? 피아노를 보고 즉석에서 생각해낸 이름이 아니라?
의심이 너무 많은걸.
게다가, 피아노만 건반이 있는 건 아니잖아. 플루트에도 있지 않나?
그렇긴 하지만, 당신의 가문 계보와 영지는……
다시 한번 말한다. 내 이름은 에벤홀츠야. 다른 문제라도 있나?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크라이데 씨와 사전에 합의한 것 같지는 않으니, 팀으로 신청할지는 크라이데 씨가 결정해야 합니다.
크라이데 씨, 당신 생각은요?
그런데, 제가 콘서트에 참가하려 했던 건…… 할아버지의 치료비 때문이라……
만약 나와 한 팀이 된다면, 네 할아버지의 치료비는 내가 기꺼이 도와줄 의향이 있어.
……정말인가요?
이런 식의 원조는 부가 조건이 없을 리 없습니다. 신중히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작년에도 어떤 음악가가 사기를 당해 지극히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었죠……
발언 조심해.
……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더 이상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두 분이 만약 플루트와 첼로로 오디션에 참가하신다면, 선택할 수 있는 곡은 《아침 그리고 저녁》밖에 없습니다.
이 곡은 피아노 반주의 플루트와 첼로 합주곡으로, 체르니 선생님의 대표곡 중 하나이기도 하죠. 어떻습니까?
이 곡은 내가 플루트를 배운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해. 체르니 선생님의 무대에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건 매우 큰 영광이지.
저도 문제없습니다!
저 귀족이 왜 크라이데 씨를 도와줬을까요?
귀족의 후원을 받는 음악가들은 많아.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지.
어떤 귀족들은 자기 실력이 부족하니까, 수준 높은 음악가를 보면 슬쩍 달라붙어서 자신도 돋보이려고 하지.
그렇지만 저 에벤홀츠라는 자는 나도 잘 모르겠어. 어쩌면 뭔가 통하는 게 있을 거라 느꼈을지도 몰라.
그래도 왠지 불안하네요……
맞다. 저희가 크라이데 씨의 할아버지를 수용해서 치료해 주면 되잖아요……
히비스커스, 넌 감염자들의 비정상적인 호전 현상의 원인을 조사하러 온 게 아니야?
으윽.
게다가, 우리 사무소는 너무 비좁아서 환자를 수용할 여건이 안 돼.
검사하고 진단하고, 경증 환자에게 투약하고,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신해 다른 의료기관에 연락해 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한계야.
그래도 걱정돼요.
정 그렇다면…… 크라이데의 신청도 끝난 것 같으니, 직접 가서 뭔가 도와줄 게 없는지 물어보는 건 어때?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체세포와 오리지늄 융합률은 8%, 혈중 오리지늄 결정 밀도는 0.23u/L이에요…… 아주 심각한 편은 아니지만, 괜찮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일반적으로 지표가 이 정도 수준이면, 환자 본인의 느낌이 어떻든 간에 입원해서 정규 치료를 받는 걸 권장하는데……
입원 치료라……
로도스 아일랜드는 영리 단체라고 들었네만, 내가 불쌍해서 공짜로 검사해 주는 건 그렇다 쳐도, 입원 치료까지 돈을 대줄 거는 아니잖나?
비세하임에 협력 의료기관이 있으니, 그쪽으로 인계해 드릴 수 있어요.
이 기관들은 로도스 아일랜드와 협정을 체결해서,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많이 저렴한 편이죠.
어르신의 사정을 고려해서 제가 그쪽과 가격을 더 협상할 수도 있어요. 아니면, 저희 쪽에서 비용을 부담해 드릴 수도 있고요……
필요 없네.
크라이데가 나 때문에 음악회를 신청하러 간 걸 알았더라면, 절대로 보내지 않았을 건데.
크라이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돈을 그 귀족 양반께 돌려드려라.
귀족이 아무 이유 없이 네게 돈을 건넸을 것 같느냐? 나중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생각해 보았고?
에벤홀츠 씨는 그저 저랑 합주하고 싶다고 했을 뿐이에요.
설령 그에게 악의가 없더라도……
하아, 설령 악의가 없더라도, 나 같은 늙다리는 고귀한 신분도 없고, 권력이 있는 친구도 없는 데다가, 이용할 가치조차도 없다.
설령 그 병원들이 나를 받아준다고 해도, 나를 고운 시선으로 대할 리는 없지. 남의 눈치를 보노라니, 차라리 그런 곳에 안 가느니 만도 못해.
그 귀족 양반이 악의가 없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그 돈을 밑천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장사나 하려무나……
안 돼요, 전 에벤홀츠 씨랑 약속했어요. 이 돈을 할아버지의 치료비로 쓰겠다고요!
너 설마, 이 할아비가 귀찮아져서 병원에다 버리고 싶은 게냐?
그럴 리가요, 저는 그저……
그럼, 병원이 아니고 여기서 치료를 받는 건 어떠신지요?
히비스커스, 네 마음은 알겠는데…… 여기는 침대도 없고 비축 약품도 돌발 상황을 위해 대비한 거야.
만약 어르신께서 여기에서 치료받는다면, 우리가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더 꼼꼼히 살필 수 있잖아요. 이건 우리 조사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제가 쓸 손님용 침대를 어르신께 내어드리면 돼요. 그리고 약품은 협력 기관에서 납품받는 가격으로 드리죠. 나중에 보고서에 제가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할게요.
이렇게 하면 절차상 문제는 없겠죠?
뭐…… 딱히 문제 될 건 없지만.
그럼, 우리 쪽엔 문제가 없어요. 어르신 의견은 어떠신가요? 동의하십니까?
……
약속해 드리죠. 저희는 어르신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삼고, 모든 연구 항목은 사전 동의를 전제로 하며, 절대 어르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당분간 에벤홀츠 씨와 합주 연습을 해야 해서, 할아버지를 돌봐드릴 여유가 없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여긴 우리 집보다 환경이 훨씬 좋아요. 여기 계시면 저도 마음을 놓을 수 있어요…… 할아버지!
하아……
그럼 저녁에 집에 가서 짐을 챙기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오마. 그거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