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링거링 에코스

LE-6죽음의 무도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2-12-27

에벤홀츠와 크라이데가 속세의 음의 공명을 이용해 원석충을 몰아냈지만, 위치킹의 그림자는 여전히 두 사람에게 드리워져 있다.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았고, 모든 단서는 개조된 음악 홀을 향하고 있다.

등장 오퍼레이터: 에벤홀츠, 히비스커스, 히비스커스 더 퓨리파이어


에벤홀츠

하아…… 하아……

에벤홀츠

크라이데, 나 왔어. 이제 그만해!

에벤홀츠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자살이라도 하려는 거야?

크라이데

저는……

크라이데

확실히 그럴 생각이었어요.

크라이데

첼로 소리로 원석충을 유인해서, 그리고 저를…… 저것들과 함께 태워버릴까 하고.

크라이데

하지만, 당신이 왔으니…… 아마도 그럴 기회는 없을 것 같네요.

에벤홀츠

크라이데…… 너……

크라이데

어릴 때부터 저는 체질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크라이데

저와 오래 함께 있으면 병세가 악화되는 감염자가 있었으니까요.

크라이데

그것 때문에 저랑 할아버지가 당시 살던 곳에서 쫓겨나, 여러 마을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죠.

크라이데

하지만 저는 모든 감염자가 다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서, 함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크라이데

그런데 할아버지의 병세가 날로 심해지는 걸 보고, 그 첫 번째 환상은 깨지고 말았어요.

크라이데

그 뒤로, 히비스커스 씨가 말한 것처럼 제가 애프터클로우에 온 지 불과 몇 주 만에 '유사 회복' 현상이 발생했고,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해진 거죠.

크라이데

……제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재난을 가져온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나아요.

에벤홀츠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크라이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에벤홀츠

……너, 속세의 음이라는 걸 알아?

크라이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저…… 드디어 생각났어요.

크라이데

속세의 음, 실험하다 죽은 사람, 위치킹의 잔당…… 그리고 당신.

크라이데

저 모두 생각났어요.

에벤홀츠

그러니까, 이건 절대 너의 잘못이 아니야!

에벤홀츠

모두 위치킹과 그의 잔당들…… 그리고 게르트루트의 잘못이야…… 너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크라이데

……네.

크라이데

덕분에 그때의 일들이 전부 떠올랐어요. 이건 타고난 것이 아니라, 실험의 결과가 초래한 악영향이라는 게 기억났어요.

에벤홀츠

나도 네가 첼로를 연주하는 걸 듣고 생각났어.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해.

크라이데

그렇지만……

에벤홀츠

뭐가 그렇지만이야?

크라이데

사태는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저는 이제 위해를 줄일 방법조차 없게 됐어요.

크라이데

게다가 그 여 백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요. 차라리 여기서……

에벤홀츠

안 돼!

에벤홀츠

내가 왜 게르트루트의 속임수에 넘어갔는지 알아? 바로 속세의 음을 이전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야!

크라이데

하지만, 제 것은 망가진 속세의 음이잖아요. 당신에게 옮겨진다고 해도……

에벤홀츠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에벤홀츠

이미 죽기로 마음먹었다면, 두려울 게 뭐가 있어?

크라이데

저는 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아요.

에벤홀츠

만약 해를 끼쳤다면, 그때 가서 다시 걱정해.

에벤홀츠

지금 여기서,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자.

크라이데

……알겠어요.

에벤홀츠

너는 평소에 속세의 음의 선율이 느껴져?

에벤홀츠

연주하든, 아츠를 쓰든 난 어렴풋이 속세의 음이 존재하는 걸 느낄 수 있어…… 너무 익숙하지만, 또 나와 전혀 상관없는 귀에 거슬리는 선율이었어.

크라이데

알고 있습니다.

크라이데

하지만, 제가 느낀 선율은 귀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웠어요…… 아니, 너무 조화로워 공허하기까지 합니다.

에벤홀츠

그럼 우리 둘이서 각자 느낀 선율에 맞추어 함께 연주해보자.

크라이데

네? 하지만 청중이 없는데.

에벤홀츠

아니, 우리에겐 이렇게 많은 청중이 있잖아.

크라이데

원석충 말인가요?

에벤홀츠

그 늙다리가 이 세상에 남긴 선율을 원석충에게 들려주는 거야. 나쁠 거 없잖아, 아주 인도적이기도 하고.

플루트와 첼로가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두 사람 모두 문제를 깨달았다.

두 선율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플루트 소리는 다급하고, 초조하고, 귀가 따가웠으며,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눈앞의 모든 것을 나락으로 끌고 가려는 충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반면 첼로 소리는 느리고, 우울하고, 공허한 데다, 템포의 변화마저 전혀 없어서 마치 재난이 휩쓸고 간 뒤에 초토화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대지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이 불협화음을 꿋꿋이 연주해 나갔다.

뒤이어, 원석충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악취가 진동하는 공기 속에서, 속세의 음으로 인해 삶이 엉망이 된 두 사람은 이 터무니없는 연주를 계속해나갔다. 악보는 그들 머릿속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선율이었고, 청중은 바로 원석충들이었다.

그럴수록 에벤홀츠는 자신이 속세의 음이란 이 선율의 꼬리에 곧 닿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더 세차게 불었고, 크라이데의 첼로 소리는 더욱 무겁고 공허해졌다.

크라이데

에벤홀츠 씨, 저는……

에벤홀츠는 크라이데를 바라보았다. 그는 맥없이 점점 고개를 떨구고 있었지만, 손은 여전히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다. 연주 소리는 점점 작아져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순간, 에벤홀츠는 뭔가를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마지막 포르테를 불었다.

크라이데도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 첼로의 가장 굵은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소리는 사이렌처럼 울려 퍼졌다.

방금까지 두 사람을 향해 미친 듯이 몰려오던 원석충들도 포식자라도 만난 듯 뿔뿔이 흩어졌다.

에벤홀츠

크라이데…… 너, 괜찮아?

에벤홀츠

크라이데, 너 살아있어?

크라이데

(거친 숨소리)

크라이데

……네.

에벤홀츠

어때? 아직도 속세의 음이 들려?

크라이데

……솔직히, 전보다 더 확실하게 들려요.

에벤홀츠

미안, 내가 너무 경솔했어.

크라이데

그래도 좋게 생각해요. 우리의 연주가 원석충들을 전부 몰아냈잖아요……

크라이데

잠깐만……

에벤홀츠

크라이데, 왜 그래?

크라이데

당신이 사준 새 옷이……

크라이데

다행이네요, 더러워지지 않았어요.

에벤홀츠

냄새는? 악취가 나지 않아?

크라이데

……그렇긴 하네요.

에벤홀츠

괜찮아, 내 몸에서 나는 냄새는 더 심해.

에벤홀츠

그러고 보니, 과거에도 온몸에서 냄새가 났던 적이 있었지.

에벤홀츠

그때 우르티카 고탑과 멀지 않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시종들은 불을 끄러 가지 않고 오히려 나를 꼼짝 못 하게 감시하고 있었어.

크라이데

당신이 도망칠까 봐요?

에벤홀츠

내가 도망칠까 봐, 내가 숨을까 봐, 내가 불바다에 뛰어들까 봐……

크라이데

그 사람들은 당신이 죽기를 원치 않았던 건가요?

에벤홀츠

고탑의 모든 창문은 아츠로 강화된 철창과 자물쇠가 달려 있었어. 행여나 내가 몸을 던져 뛰어내릴까 봐.

에벤홀츠

중요한 마스코트였으니까. 내가 죽으면 그들에게 책임이 돌아갔겠지.

에벤홀츠

아무튼, 화재는 고탑까지 번지지 않았지만, 덕분에 온몸은 매연 냄새투성이였어.

에벤홀츠

나는 매연에 찌든 그 옷을 입고 보름 정도 지내다가, 날씨가 따뜻해지고 나서야 그 옷을 벗었어.

크라이데

……저도 옛날 일이 생각났어요.

크라이데

처음 살던 곳에서 쫓겨난 후, 저와 할아버지는 함께 비교적 부유한 마을을 떠돌기 시작했어요.

크라이데

감염자 신분만 잘 숨긴다면, 대부분의 마을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편이었죠.

에벤홀츠

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농번기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일용직 노동자에게 소시지와 맥주를 잔뜩 사준다고 했어.

크라이데

(절레절레)

크라이데

우호적인 마을 사람들은 우리에게 푼돈을 주면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바로 내쫓더군요. 행여나 저희가 뭐라도 훔칠까 봐.

크라이데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던 마을 사람들은 그저 딱딱한 빵만 주고, 심지어 무기를 들어 우리를 위협하더라고요.

크라이데

한 번은 어느 마을에서 농사를 돕고 있었어요.

크라이데

그날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옷이 땀에 흠뻑 젖어버렸죠. 저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옷을 좀 말리려고 했거든요.

크라이데

그런데 막상 옷을 벗으려는 순간, 멀리서 갑자기 소동이 벌어졌더라고요.

크라이데

그러더니 할아버지께서 뛰어오면서 빨리 도망치자고 하셨어요. 알고 보니 한 일용직 노동자가 주변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소매를 걷어 올렸는데, 하필이면 팔에 난 오리지늄 결정을 마을 사람이 보게 되었던 거였어요.

크라이데

마을 사람들은 그 사람을 폐기된 지하실에 가뒀고, 다른 노동자들도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어요.

크라이데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저는 아마 그 지하실에 갇혀 죽었을 거예요.

에벤홀츠

죽어? 그들이 감염자를 죽이기도 한 건가?

크라이데

죽일 필요도 없죠. 죽일 용기도 없고.

크라이데

그저 굶겨 죽이거나, 결정화되어 폭발하기를 기다리는 거죠……

에벤홀츠

감염자 처우 개선 법령은 그 전부터 나온 게 아니었나?

크라이데

처음 이동도시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그런 법령이 있는지조차 몰랐어요.

에벤홀츠

내가……

에벤홀츠

정말로……

에벤홀츠

……미안해.

에벤홀츠

정말 미안해.

크라이데

당신이 사과할 필요 없어요. 당신도 그 여 백작에게 속은 거잖아요……

에벤홀츠

아니야, 내 말은 내가 그때 좀 더 용기를 냈더라면…… 내가 나설 수 있었다면, 너는……

에벤홀츠

아무튼, 미안해……

크라이데

……정말 사과하지 않아도 돼요.

크라이데

당신도 말했듯이, 속세의 음을 만든 사람의 잘못이고,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잘못이지, 당신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크라이데

저는 그저 제 신념에 따라 당신을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크라이데

……당신이 지금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저를 지키려는 것처럼.

에벤홀츠

네 말이 맞아.

에벤홀츠

고마워, 크라이데.

에벤홀츠

가자, 우리 히비스커스랑 체르니를 찾아가 보자……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에벤홀츠

그리고, 네 몸에 있는 속세의 음을 완전히 제거한 뒤에, 그때 다시 내게 감사해도 늦지 않아.

에벤홀츠

가자……

에벤홀츠

크라이데?!


히비스커스

크라이데 씨는 괜찮아요. 아마 중독 때문에 기절한 것 같습니다.

히비스커스

저희가 많은 중독자들을 구조했는데, 그들의 증상과 주요 지표 모두가 지금의 크라이데 씨와 비슷합니다.

히비스커스

하지만, 크라이데 씨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마 그 백작의 말이 거의 틀리지 않았을 거예요. 종합적인 상황으로 판단하면 확실히 위기에 처해 있어요.

에벤홀츠

그래서, 우릴 도와줄 거지?

히비스커스

저도…… 당신들을 진심으로 믿고 싶습니다.

히비스커스

하지만, 저에겐 증거가 필요해요.

히비스커스

정황 증거라도 좋으니, 속세의 음이 억측이 아니라, 곧 들이닥칠 음모의 일부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이 필요하다고요……

히비스커스

할아버지?!

히비스커스

어디 갔었어요?! 저희가 얼마나 찾았는데요!

할아버지

음모, 억측?

할아버지

그럼 네가 한 말은 백 퍼센트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냐?

할아버지

알고 있는 게냐? 네가 크라이데한테 한 말들…… 그 말 때문에 크라이데는 하마터면 원석충과 함께 죽을 뻔했단 말이다!

히비스커스

에벤홀츠 씨, 크라이데 씨가 정말 그랬나요……?

에벤홀츠

(끄덕끄덕)

할아버지

에벤홀츠가 없었다면 크라이데는 정말 그렇게 했을 게다!

할아버지

내가 말해주마, 속세의 음은 확실히 존재한다. 내 목숨을 걸지!

히비스커스

무슨 뜻입니까?!

할아버지

지금 설명할 시간이 없다. 난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히비스커스

하지만, 저는……

할아버지

……너처럼 고집스러운 녀석은 내 평생 손에 꼽을 정도구나.

할아버지

음악 홀의 휴게실에 가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게다.

에벤홀츠

아, 맞다, 음악 홀!

에벤홀츠

게르트루트가 말한 적이 있어…… 합주할 때의 아츠에 맞추기 위해서 붉은 노을 전당에 남몰래 준비해둔 게 있다고.

히비스커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가시죠……

할아버지

그리고 체르니도 부르거라. 둘이 함께 확인해야 서로를 설득할 수 있으니.

할아버지

난 이만 가봐야겠구나.

히비스커스

할아버지……

에벤홀츠와 히비스커스는 눈을 마주쳤다.

아직 의문이 남아 있지만, 그들에게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