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언더 타이즈

SV-ST-1악몽에서 깨어나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1-10-21

교회 아래의 동굴에서 글래디아는 자신의 목적을 밝혔지만, 매복해 있던 시본에게 습격을 받고 중상을 입게 된다. 시본이 스카디에게 어비설 헌터스의 중대한 비밀을 알려주자, 그녀들의 핏줄이 각성을 하게 되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스카디, 글래디아


주교

어서 오세요. 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

스카디

어떻게 알았지?

주교

뭐라고 설명할까요……

스카디

칫, 됐어.

주교

항상 그 가방을 메고 다니시는 겁니까, 떠돌이 가수님?

스카디

맞아.

주교

그럼 뭐 하나 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스카디

그래.

주교

그 가방 안에는 뭐가 들어 있습니까?

스카디

색소폰.

주교

아, 정말 멋지군요. 색소폰이라…… 관악기인가요. 좋네요.

주교

좀 들려줄 수 있겠습니까? 이 도시에서…… 음악을 듣지 못한 지 오래되었거든요.

주교

아, 아니지, 미안합니다…… 생각해보니 떠돌이 가수님에게는 보수를 드려야겠죠?

주교

그런데 곤란하군요. 보시다시피 보수를 드릴만 한 상황이 아닙니다.

주교

이 낡은 건물을 좀 보세요. 관리하기 상당히 골치 아프죠. 이곳에서 화폐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모으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없거든요.

주교

하지만 점심 식사를 대접할 여력은 있습니다. 떠돌이 가수님, 어떠십니까? 한 곡 연주해주시렵니까?

주교

배부른 식사 한 끼 정도는 대접할 수 있습니다. 진수성찬은 아니겠지만……

스카디

……

주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니…… 아, 혹시 음악보다 춤을 더 좋아하는 겁니까?

주교

댄스 드레스를 입은 걸 보니…… 춤을 출 줄 아시는 것 같은데. 여기서 당신처럼 눈부신 사람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스카디

(……닭살 돋아)

스카디

듣고 싶은 곡이 있으면 그때 말하지 그랬어. 여기까지 올 필요 없었는데.

스카디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당신 곁에 서 있는 저 사람은 알 거야. 당신도 분명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주교

저의, 이쪽에 계신…… 지인과 과거에 알던 사이였습니까?

글래디아

물론 알죠.

주교

당신한테 묻는 게 아닙니다.

글래디아는 고개를 돌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카디

몰라.

주교

호오……?

스카디

저 사람이 내가 전에 알던 그 사람이 맞는지 알 수 없으니까.

주교

아, 음……

주교

그럴 수도 있죠.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니깐요. 파도가 계속해서 육지에 부딪히면, 해안이 모래사장이 되는 건 시간문제인 것처럼 말입니다.

주교

그래서 글래디아가 불러서 여기로 온 게 아니라는 겁니까?

스카디

……당신이 부른 거 아니었어?

주교

제가 부른다고 당신이 여기에 오진 않겠죠? 전 낯선 사람이니깐요.

주교

제가 궁금한 건, 글래디아가 당신을 여기로 불렀냐는 것입니다.

스카디

아니, 내가 직접 온 거야.

주교

음, 거짓말이 아니군요. 전 거짓말을 분간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솔직하군요.

스카디

이것저것 물어대기나 하고,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왜 이렇게 짜증 나게 굴어?

주교

진정하세요, 가수님. 고의는 아닙니다. 신중한 게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것입니다.

스카디

그럼 내가 묻겠어.

스카디

이 도시 사람들은 당신을 신용하는 것 같던데, 그런데 해안에서 일어난 그 일은……

스카디

절대 정상적인 일이 아니야.

스카디

음식 구걸, 시테러, 바다.

스카디

당신은 어디서 온 거야? 뭔가 알고 있는 거지? 당신과 저 여자, 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야?

주교

아, 하하. 맞습니다. 전 다른 사람보다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

주교

물론,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요.

스카디

날? 내가 떠돌이 가수라서?

주교

음악에 관심이 있는 건 접니다.

주교

좀 당황스럽겠지만, 사실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한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주교

제 친구가 당신을 만나길 원합니다. 그의 부탁으로 당신을 이곳으로 초대한 겁니다.

스카디

누군데? 누군데 날 만나고 싶어 하는 거야?

주교

따라오세요. 만나면 알게 될 겁니다.

주교

어쨌든…… 여기에 당신의 친구도 있지 않습니까?

“당신도 만나보고 싶은 거 아닌가요?”

주교는 태연한 말투로 말했지만 스카디는 침착할 수가 없었다.

스카디는 암암리에 가방의 손잡이를 꽈악 움켜잡았다. 재료학의 진보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대량의 경비를 투입한 덕에 이 특제 '색소폰 가방'의 손잡이는 부서지지 않을 수 있었다.

주교

이쪽으로 오세요.

주교

그리고 당신.

주교

당신도 따라오세요. 당신에게 상을 줄 때가 됐군요.

스카디는 글래디아를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카디는 주교를 따라갔다. 왠지는 몰라도 주교의 걸음걸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다리가 풀린 것 같기도, 관절이 부실한 것 같기도 했다.

셋이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교회의 무덤 밑에 뜻밖에도 빈 동굴이 있었다. 계단은 암벽을 따라 굽이굽이 아래로 이어져, 마치 거대한 생물의 식도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빛 한 점 없는 어둠 때문에 모두들 더듬으며 내려갈 수밖에 없었고, 언제든지 깊은 곳에 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주교

미안하지만 불은 안 켜겠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당신도 괜찮겠죠?

주교

대부분의 떠돌이 가수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죠. 도시와 황야는 각박하기 그지없어 여행자는 쉽게 화를 당하는 통에, 자신을 지킬 능력은 반드시 갖춰야 하니깐요.

주교

돈으로 음악을 살 수는 없지만, 음악을 돈으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 좋은 노래 한 곡이면 어딜 가도 굶어 죽진 않겠지요……

주교

저도 전에는 그런 삶을 동경했습니다. 하지만 제겐 그런 재능이 없어서인지…… 어딘가에 한 번 뿌리를 내리면 떠나기가 힘들더군요.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다른 두 사람은 전혀 말이 없었기에 주교 혼자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주교

도착했습니다.

스카디

설마 여기는……

주교

맞습니다. 바다 밑입니다.

계단을 따라 깊숙이 내려와 드디어 평지에 닿았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습기에 스카디는 숨쉬기조차 곤란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 탁 트인 눈앞의 광경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거대한 동굴에는 기괴한 설비가 가득했다. 바다를 통과해 스며든 햇빛은 은은하게 이곳을 비췄고, 옅은 푸른색이 그 자리에 떠오르고 있었다.

스카디

저건……!

어떻게 이럴 수가!

[CG: ac18_07]

수조 안에 스펙터의 몸이 떠 있었다. 그 몸뚱이는 죽은 것 같기도, 깊은 잠에 빠진 것 같기도 했다.

스카디의 뇌리에 여러 생각이 스쳤다.

왜 스펙터가 여기에? 글래디아가 한 짓인가? 스펙터가 죽었다면? 스펙터가 죽는 걸 글래디아가 보고만 있었다고? 설마……

주교

저 여자는 당신의 친구가 맞습니까?

주교

당신이 스카디입니까? 당신을 감시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그들이 잘해주고 있더군요……

주교

특히 당신 주변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이 아주 잘 처리했기에, 당신이 이런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겁니다.

스카디

……

스카디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스카디

뭐라고?

주교

요즘 그들은 당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대장님 덕에 당신이 이곳에 오게 되었으니, 제게는 선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스카디는 분노하며 글래디아 쪽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글래디아는 이미 주교를 향했고, 아무 걱정이 없는 듯 발걸음이 경쾌했다. 그녀가 자랑으로 여기는 속도, 어비설 헌터스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그 속도…… 바로 이 소리조차 없는 발걸음이다.

주교

가수님이 아니라…… 당신이 먼저 나서다니. 뭘 기다렸던 겁니까? 전엔 왜 저를 죽이려 하지 않은 거죠?

글래디아

당신이 그렇게 어리석었을까요?

주교

당신같이 죄스런 것들은 항상 이런 식이죠…… 제 잘난 맛에 살곤 있지만, 속 빈 강정이란 말입니다. 이 실험품이 여기서 목숨을 잃어도 아무 상관 없다는 겁니까?

글래디아

성과를 확인한 당신은 안심을 하더군요. 당신의 언행에서 기쁨이 드러날 지경이었지만, 당신은 그녀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제게 보여주지 않았어요. 그 말인 즉, 당신에겐 아직 그녀의 목숨이 필요하다는 말이겠죠.

글래디아

우리 중에서 당신은 그녀의 목숨을 가장 중히 여기니까요.

글래디아

제가 당신들의 그 많은 실험 장소를 파괴했으니……

주교

역시 당신 짓이었군요.

글래디아

……스펙터는 상당히 귀하죠. 당신이 어비설 헌터스 멤버들로 진행한 오리지늄 감염성 테스트의 샘플은 이제 이것뿐이니까.

주교

육지 짐승의 원죄가 당신들 같은 죄 많은 몸에서 발현되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스카디와 글래디아의 안색이 모두 변했다.

주교

확실히 당신 때문에 저희 세 사람의 실험 장소가 많이 파괴되긴 했죠…… 대량의 정제된 액화 오리지늄을 투입하고 에기르의 기술을 썼는데도…… 구현할 수 없었습니다.

주교

그래서 스펙터가 귀중한 것입니다. 저는 스펙터가 어떻게 그런 규모의 오리지늄 감염에 대항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스펙터의 척수는 희석을 한다 해도 작은 나라 하나는 충분히 감염시킬 정도니까요.

주교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죠. 스펙터를 제게 데려다줘서 고맙군요. 제가 다른 둘보다 먼저…… 당신들의 마지막 비밀을 알아낼 테니까요.

주교

저는 제 성과를 증명할 것입니다. 저의 연구를, 적의 비밀을, 그리고 약점을……

글래디아

당신은 그 전에 여기서 죽게 될 거예요.

스카디는 남몰래 힘을 모았다. 글래디아를 향한 스카디의 의문과 분노는 지금 주교에게 느끼는 분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이 악의 장본인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지금 당장……

글래디아

당신을 살려둔 건 당신이 그 사람이란 걸 증명하기 위해서죠. 살려둘 가치가 없는 것은 이미 처리했어요.

글래디아

당신과 그들이, 이 실험과 관련되었다는 게 증명되었으니, 이제 당신도 살려둘 필요가 없겠군요.

스카디

심해 교회…… 당신은 심해 교회 사람이었어.

주교

제가 그렇게 부르는 것을 허락했었나요?

스카디

용케도 잘 숨겼군. 당신들은 모두 달라. 뭐든 말할 수 있지.

스카디

스펙터가 이상해진 것도…… 당신들이 세뇌하고 학대했기 때문인가?

스카디

밖에 있는 사람들, 당신은 그 사람들을 이용했어. 당신도 그들을 실험품으로 삼은 거야?

스카디

바다에 투신한 사람들은…… 다 당신 실험의 희생양이 된 거냐고.

주교

건방지군요.

주교의 몸이 더 커진 것 같았다. 정말 화가 나 있는지도 모른다.

주교

바다의 베품이지, 이용이 아닙니다. 이건 구제하는 겁니다.

주교

저는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그들은 죽고 말 것입니다.

주교

바다는 그들에게 식량을 줬고, 생을 포기하려는 자들에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삶을 주었습니다……

스카디는 등골이 오싹했다. 시테러, 시테러다. 시테러로 변하다니……

주교

당신들 같은 죄악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글래디아

그만해요, 주교. 제가 당신의 목적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나요? 오해했다면 어서 잊으시죠. 당신이 저지른 추악한 짓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니까요. 제 유일한 관심사는 당신이 어디까지 해악을 끼칠 것인가예요.

글래디아

여기까지면 충분해요.

주교

한 명 더 데려오면…… 절 쉽게 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주교

당신은 당신의 동족과 마찬가지로 자신감이 넘치고…… 멍청하군요.

글래디아

당신들 중 시테러가 되기로 한 사람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게 비장의 카드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글래디아

설령 당신이 '시본'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스카디는 갑자기 그 시본의 냄새가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

게다가, 그건 주교가 아니었다.

스카디

제2대대장!!

[CG: ac18_08]

스카디는 앞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그 시본은 이미 글래디아에게 너무 가까이 있었다.

글래디아의 속도라면 목소리가 닿기도 전에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전제는 글래디아가 피하고 싶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글래디아는 알아채지 못했다……

글래디아

(각혈을 하며) 크, 크헉……

???

글래-디아…… 그의 바람이다. 난 그의 바람대로 했다.

???

쉬어라.

스카디는 괴물이 글래디아를 찌르는 순간을 목격했다. 괴물이 팔을 뽑아내자 글래디아는 무참히 쓰러졌다.

함정. 이건 함정이었다. 스카디는 진작 시본에게 맞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글래디아는 어째서 알아채지 못한 걸까?

스카디는 생각했다. 내가 있다고 적을 너무 얕잡아 본 걸까? 아니면 스펙터의 일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걸까?

누가 헌터고 누가 사냥감이지?

게다가, 시본이 어떻게……

시본

이샤-믈라.

(어째서…… 왜? 왜지?)

어째서 글래디아는 여기서 손을 쓰기로 한 걸까? 스카디라고 부르기만 하면, 둘이서 아주 손쉽게 주교를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이 주교는 정말 괴물이 아닌가? 자신이 맡았던 냄새는 주교가 아니라 시본 냄새였단 말인가?

눈앞에 이건 뭘까? 시테러인가? 주교가 변한 건가? 시본일까?

만약 녀석이 자신이 오랫동안 증오해온 적이라면, 어째서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시본

이샤-믈라. 만나고 싶었다.

스카디는 말없이 가방에 손을 뻗고서 시본의 동작을, 가장 먼저 취할 행동을 주시했다.

생사는 한순간에 일어난다. 스카디는 괴물의 죽음을 원했다.

시본

오랫동안의 뜨고 가라앉음. 오랫동안의 떠다님. 많은 삶과 죽음.

주교

쯧……

주교

어리석은 죄악들이여. 사도님께서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았더라면 당신 같은 죄악은 해안에서 진작 죽었을 것입니다.

스카디

나쁜 자식……

주교

사도님, 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십시오. 우리의 바다를 침해하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역겨울 지경입니다.

시본

그렇게 저들을 공격하고 싶은가?

주교

저 에기르가 만들어 낸 잡종들이 우리 동포를 얼마나 죽였는지 아십니까?

시본

너는 혹시…… 아니다.

시본

일단 이 질문을 해야겠다.

시본

이샤-믈라, 나의 자매여.

주교

……

시본

자매여, 넌 아직도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스카디

난 에기르에서 왔어, 괴물…… 난 너의 천적이라고.

시본

너는 모른다.

시본

내가 진실을 알려주마.

시본

너희는 바로 우리다.

스카디

……

뭐라고?

뭐라고?

아니야.

아니야.

시본

네게는 우리의 피가 흐른다.

스카디는 몇 번이고 생각해봤다. 자신이 녀석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모든 것은 마지막 전쟁이 남긴 상처 때문이라고 결론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맡을 수 있었다. 알 수 있었다. 들을 수 있었고, 알아볼 수 있었다.

스카디

허튼소리!

주교

사도님, 당신은…… 뭐라고요?

시본

이샤-믈라. 너의 피는 우리의 피다.

시본

너희 육체가 있었고, 우리 피가 흘러들었다.

시본

내겐 혈족이 많다. 그들이 너희를 만났다. 그들은 죽었다.

시본

그들은 너희 냄새를 맡는다. 너희가 우리 냄새를 맡는 것처럼.

시본

그들은 동포가 너희 몸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너희 살을 찢어, 몸속의 동포를 풀어주려고 한다.

시본

하지만 그들은 준비가 안 됐다. 그들은 이해할 기관이 없다.

시본

너희는 몸 안에 동포를 가두지 않았다. 너희가 곧 우리 동포다.

시본

이샤-믈라, 너는 곧 우리다.

시본의 말은 마치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스카디의 혼란스러운 생각은 과거로 돌아갔다. 그녀가 다른 헌터들과 함께 시테러를 죽이던 시절, 그들은 피비린내가 진할수록 더 흥분했고, 동작이 더 격해졌고, 몸에는 반응이 나타났다.

그들의 몸에 나타났던 그 반응은, 동족의 피에 반응했던 것이다.

시본

너를 깨워준다. 그 느낌을 떠올리게. 에기르인은 몸이 나약하고, 사물은 빨리 지나간다. 내가 찾아준다.

스카디

그만, 그만해!

시본

하지만 넌, 알고 싶어 한다. 알고 싶어 한다는 걸 나는 안다.

스카디는 알고 싶어 했다.

스카디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싶어 했다. 자신이 왜 이렇게 험한 꼴을 당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스카디

우리 에기르인들을 죽여놓고…… 이제 와서 나랑 혈연관계가 있다고?

시본

나의 피는 너의 피와 같다.

시본

너는 우리의 냄새를 맡는다. 우리가 너의 냄새를 맡은 것처럼.

시본

너희는 우리를 찾았고, 우리를 죽였다……

시본

우리가 세상을 모를 때, 우리도 너희를 죽였다.

시본

우리는 바다를 사육했고, 우리 시체는 바다를 키운다.

시본

이샤-믈라, 우리는 고향이 같다.

스카디

너희는 내 가족을 죽였어. 너희가 내 엄마를, 내 할머니를, 내 여동생을 죽였다고.

스카디는 알고 싶어 했다.

시본

아니다. 그렇지 않다.

시본

우리는 에기르 도시에 가지 않는다.

스카디

그 많은 도시가 너희한테 파괴당했어!

시본

그 도시들은 우리 땅에 세워졌다.

스카디

하, 심지어, 에기르 오지에 있는 도시에서도 너희는 사람들을 죽였다고!

시본

아니…… 아니다.

시본

우리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죽으면 종족을 공양할 수 없다.

시본

에기르가 우리를 공격하는 것과, 우리가 에기르를 공격하는 것은 다를 바 없다.

시본

너희 땅에서 사람이 죽은 것은 너희 땅에 있는 사람이 한 짓이다.

스카디

거짓말!

시본

거짓말? 그게 무슨 뜻이지? 아까 '허튼소리'라고도 했는데, 그 뜻이 궁금하다.

스카디는 굳어버렸다.

마치 시본의 생각에 닿은 것만 같았다.

시본의 정보는 냄새를 따라 스카디의 머리에 흘러들었다.

그녀에겐 그게 가능했다. 그녀는…… 당연하게도……

스카디

아니야, 아니라고……!

시본

이샤-믈라, 너는 우리와 너무 떨어졌다. 너는 우리에게 생각을 전할 수 없다.

시본

너는 우리 생각을 알 수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시본

내 몸은 성장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너와 교류할 수 있다.

시본

언어는 방대하고 사용하기 어렵다.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너는 나에게 전할 수 있다.

시본

이샤-믈라, 나는 너를 만나러 왔다.

스카디는 여러 상황을 통해……

시본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스카디

난 너랑…… 아니……

시본

너는 종종 주위의 생물이 낯설게 느껴질 거다.

시본

너는 헤엄을 칠 때 바다의 방향을 느낄 수 있고, 빛이 없는 바닷속의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시본

너는 자면서도 '위매니'와 헤엄치는 것을 느낀다.

스카디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스카디는 알고 있다.

스카디는 동질감을 느꼈다.

스카디는 다른 헌터와 귓속말을 했다.

스카디와 다른 헌터는 모두 괴물이다.

스카디

……왜 말한 거야? 왜 말했냐고?

자신은 괴물이다.

자신이 동족을 죽였다.

자신이 동족을 위해 동족을 죽였다.

자신이 동족 때문에 동족을 죽였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은 따스하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연구소와 막사 안의 눈빛은 싸늘했다.

헌터가 잠잘 때 순찰자 경비가 있었다. 아니, 그건 경비가 아니다. 헌터를 위해 경비를 서는 게 아니었다.

바다 순찰자는 헌터가 괴물로 변하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는 보았다……

그녀의 자매가 에기르인을 먹는 걸 보았다. 뼈를 씹으며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대장에게 죽임을 당하기 전까지 말이다.

“시테러가 그녀의 신경을 감염시켰어. 아마 시테러가 그녀 신체의 일부가 된 것 같은데, 우린 그녀를 구해낼 수가 없어.”

아니, 아니다.

그건 그녀가 더 이상 에기르인을 동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스카디

……

시본

너는 기억이 떠올랐다.

스카디는 캄캄하고 고요한 바닷속에 잠겨 있었다.

스카디의 도주와 방어는 모두 의미가 없었다.

스카디의 과거와 미래는 모두 의미가 없었다.

스카디는 바다 괴물이었다.

스카디는 한 마리의 바다 괴물, 시테러, 시본이었다.

그녀를 빼곤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바다 괴물.

그리고, 그녀가 저지른 가장 큰 죄업……

스카디가 바다 괴물이라면, 스카디의 형제자매가 이곳에 있었다면……

스카디는 그것이 전혀 반항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스카디는 그것이 촉수를 자기 몸에 가볍게 올려 두던 것이 떠올랐다.

내가 그것을 죽였다.

내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자를 죽였다.

주교는 전부 이해했다. 하지만 자존심과 멸시가 뒤엉켜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는 시본이 말한 진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주교

……그럴 리가……

주교

어째서…… 지금까지…… 왜 우리는 깨닫지 못한 거지?! 왜 발견하지 못한 거냐고?!

글래디아의 뚫린 가슴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시본

이샤-믈라. 궁금한 게 있다. 이샤-믈라. 고개를 들어라.

스카디는 기계처럼 고개를 들어 눈앞의 형제라고 자칭하는 생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스카디

내가 그것을 죽였어.

시본

아니다.

스카디

내가 죽인 거야……

내가 그들의 신을 죽였어.

내가 그들의 시대를 죽인 거야.

내가 우리 시대를 죽인 거라고.

스카디

내가 죽였어……

스카디

그자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나는…… 내가……

스카디

내…… 내 동생도…… 에기르…… 에기르인이……

모두 에기르인이 죽인 거였다.

나의 형제, 어머니, 할머니……

내가 오랜 기간 동안 해왔던 복수는 다 잘못된 거였다.

모두 에기르인이 죽인 거였다. 심해 교회. 에기르인.

시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시본

죄?

스카디

나의 죄…… 나는……

시본

이샤-믈라, 의문을 갖지 마라. 우린 죄가 없다.

시본

너는 단지 네 일을 했을 뿐이다. 이샤-믈라, 동포가 한 일에는 죄가 없다.

스카디

하지만 난 에기르를 위해…… 그 많은 사람을 죽였어……

피비린내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양심의 가책인가? 그건 아니었다.

스카디는 그냥 막연했다. 오랫동안 그녀를 지탱해왔던, 엄청난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이…… 불현듯 사라졌다.

그녀가 해온 모든 것이 허무해졌다.

에기르를 위해서일까? 스카디는 스스로 고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유를 찾는 것은 그저 자기 위안에 불과했다.

에기르…… 에기르는 또 어비설 헌터스를 어떻게 생각한 걸까?

자신은 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산 걸까? 이 모든 것이 그 당시 물불 가리지 않던 자신이랑, 또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

스카디는 시본의 어설픈 말에 현실로 돌아왔다. 이 강렬한 어지러움과 초조함이 '현실'이 맞다면……

시본

자신을 에기르라 생각했다면, 그들을 죽인 것도 마땅하다.

시본

너는 타인을 혈족으로 생각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우리는 몰랐다. 우리가 너희를 공격했을 때, 너는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한다.

스카디

……

스카디

어째서?

시본

……이샤-믈라.

시본

에기르, 비늘이 없다. '죄'란 단어는 너희 언어에만 있다.

시본

생존을 위한 일이라면, 전부 옳다.

스카디

그러니까……

시본

너는 잘못이 없다. 그러니까 네가 아는 건 다 말해도 된다. 우리에게 원하는 거란 없다. 말할지 말지의 문제만 있다.

시본

내가 물어본다. 대답해라.

결국, 이 질문까지 왔다.

스카디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시본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진실이 흐르고 있었다.

에기르는 자신의 가족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걸 모르는 걸까?

시본이 정말 도시에 들어가게 되면…… 피해를 입는 건 과연 그들뿐일까?

시본

이샤-믈라. 네가 공격하는 바람에 우리는 그와의 밀접한 연결이 끊겼다. 그의 박동만 느낄 수 있을 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시본

너희가 마지막으로 함께 헤엄친 것은, 마지막으로 함께 공격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렇다. 똑똑히 알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그녀 홀로 남았었다.

괴물 무리를 산산조각 냈다. 하늘을 열었다. 어둠으로 돌진했다.

어비설 헌터스가 총출동했다. 모든 동료들이 그녀의 발밑에서 목숨을 잃었다. 모든 전투는 그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찔렀던 그 순간.

괴물과 헌터의 피가 바다를 거의 썩게 만들었다. 죽음이 어느 정도 누적되면 더 이상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자가 가라앉는 것을 보았다.

그 전에, 그녀는 그 거대한 눈알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뭔가가 자신의 의식과 연결된 것 같았고, 피부는 쓰리고 아팠다. 시야가 흐려지고, 귀청이 떨어질 듯했고, 심한 통증을 느꼈다. 심지어는 자신이 미쳐버린 것 같다고 느꼈다.

정신이 또렷했다. 살아있다는 건 정신이 또렷한 것이었다.

그자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시본

그래서……

시본

그가 네 앞에서 다시 잠들 때, 너는……

시본

그가 말하는 걸 들었나?

스카디의 피는 타오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카디는 답을 알고 있다.

스카디는 알고 있다. 이 비밀을 죽을 때까지 함구하려고 한다 해도……

하지만……

스카디

그자……

스카디

그자가 말하기를……

우리가 받는 고통은 영원하다.

스카디는 그 말을 미처 하지 못했다.

스카디는 마지막 한 자락 반항심에 계속해서 눈을 깜빡였다.

스카디는 피웅덩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글래디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주교

당신?! 사도님!

시본

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글래디아는 방금 것을 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글래디아는 피하지 않았다.

[CG: ac18_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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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본

(액체가 차오르는 소리)

시본

글래-디아……

시본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 너는 정말 튼튼하구나, 글래-디아.

글래디아

쓰레기. (에기르어) 당신에게는 그 어떤 예의도 갖출 필요 없어요.

글래디아

(에기르어) 사냥감은 순순히…… 함정 속에 갇혀 비명을 질러야 합니다. 사냥감은 바로 당신입니다, 이 쓰레기 같은 자식.

창은 다시 움직여 순식간에 시본의 몸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고, 뿜어져 나온 시본의 체액이 글래디아의 팔을 부식시켰다…… 그러나 그녀의 상처는 곧 아물었다.

시본

자매여…… 네가 전달하는 정보는…… 밀집되어 있다.

글래디아

감정, 증오를 사냥감 따위가 어찌 알겠습니까?

글래디아

사랑, 증오, 고통, 슬픔, 기쁨, 위안. 당신들에겐 전부 의미 없겠죠? 당신들은 이런 것을 찌꺼기 같고…… 불필요한 것,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하겠죠?

시본

우리에겐 그런 것이 없다.

글래디아

그렇다면 당신 같은 쓰레기는 더 이해할 수 없겠네요. 우리는 이런 쓸데없는 것을 가지고서라도 살아가고 싶어요. 우리는 당신과 다르니까요.

시본

글래-디아. 감정. 정말 강렬한 감정이다.

글래디아

당신은 노래조차 못 부르잖아요. 그럼…… 죽어야죠.

주교

어째서…… 어떻게 이럴 수가?

주교

어떻게 그런 상처를 입고도 회복할 수 있었던 거죠?

글래디아는 시본 몸에서 힘껏 창을 뽑아내곤, 스카디를 향해 도약 후 그녀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글래디아는 필사적으로 벗어났다. 어쩌면 그녀는 알고 있었을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애써 벗어나지 않으면 시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가 글래디아를 뭉개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글래디아는 불현듯 창을 가로로 휘둘렀다. 이 시본에게 그럴 맘이 없다 하더라도, 주교는 분명 스카디를 죽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글래디아는 어비설 헌터스의 대장으로서, 자신의 헌터를 지켜야 했다.

스카디가 자기 부대의 소속 대원이 아니라고 해도.

글래디아의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스쳐 갔지만, 자신의 상처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지금의 몸 상태만으로도 누굴 죽이기에는 충분하다.

시본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 복잡한 근육 조직이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글래디아의 상처에서 피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온몸의 혈관이 부풀어 오른 스카디는 시본에게서 오는 지각과 방대한 신경 신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깊고 광활한 바다, 시본의 자식들은 헌터와 사냥감의 역할을 맡기를 자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