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7수호자
잇달아 해변으로 나온 주민들은 주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다. 인파 속에서 마침내 글래디아를 찾아낸 스카디는 그녀에게 속마음을 밝히라고 했지만, 음식을 욱여넣는 주민들과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바닷속 괴물들을 보며, 스카디는 어비설 헌터스의 사명이 무엇이었는지 되새겨 보게 된다.
해변 위에는 이미 먹을 것들이 가득 깔려 있었다.
사람들의 요청에 바다가 응답한 것이다.
……
……'핀'이다.
……껍데기다.
먹을 수 있어.
먹을 수 있어.
많이, 더 많이…… 입에 가득 채우자.
흘렸네.
주워서, 삼키자. 더 많이……
챙겨 가자. 챙겨서 돌아가자.
챙겨서 돌아가자. 몸 가득히. 꽉꽉 채워서.
선교사님……
선교사님.
그들은 잠시 멈추길 원했다. 그들은 머리를 들어 그들의 형제를 바라보았다.
형제자매들이여, 아침 식사를 실컷 즐기십시오.
이건 선행에 대한 상입니다. 기갈과 질병은 더이상 우릴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오히려 우릴 더 진실하게 하고, 더 단결시키고, 더 우애롭게 합니다.
……
이런 일장 연설 쇼를 도시를 옮겨가며 반복해도 당신은 전혀 질리지 않는가 보군요.
어째서 쇼라고 하는 겁니까? 그분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을 육지의 무지한 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제가 기꺼이 바라는 바입니다.
어차피 저들은 알아듣지 못해요.
우리의 바다는 누구나 차별 없이 대합니다.
주교는 자애로운 표정을 지은 채, 애를 쓰며 음식을 허겁지겁 삼키고 있는 남자의 팔을 툭툭 쳤다.
자, 형제여, 당신 손에 그 '핀'을 고통받고 있는 당신의 형제에게 나눠주세요. 당신이 이 작은 덩어리를 포기할 때마다, 그의 만족감이 당신의 마음을 만족시킬 것이란 것을 믿으세요.
……
당신 역시 당신의 형제가 본래 가질 수 있었던 것을 나눠 줬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서로 손을 맞잡고, 서로의 발을 맞대고, 서로의 목숨을 공유하는 순간부터 당신들은 더 위대해질 것입니다.
선교사…… 님…… 감사합니다.
착하군요.
약속은 당신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거군요. 당신의 손을 거쳐서 말이죠.
약속이라? 아니요. 약속은 상호적입니다.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이 사람들에게 아직 바다가 무언가를 바라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들의 요청에 바다는 응답했습니다. 전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줬습니다.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으니 당연히 그 규칙을 잘 알고 있겠죠.
제 서툰 표현을 용서해 주세요. 더 적절한 표현으로 바꿔 말하면…… 당신은 저들의 피와 살로 통로를 만들어 교회 안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군요.
어쨌든, 당신은 매번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어요.
제가 뭘 원하는지 당신이 어떻게 압니까?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느낄 때의 쾌감이란, 원래 빠져들기 쉬운 법이죠.
틀렸습니다.
바다의 가장 경건한 창조물로서, 저의 지위는 절대 거짓되지 않습니다.
전 진심으로 저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겁니다. 제가 없었더라면, 저들은 이미 이 땅에서 썩어가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질병, 굶주림 같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맞설 수 있는 적은 가장 어려운 상대가 아닙니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적은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서 온 것들이죠.
재난에 더 이상 대항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때, 뭘 해도 멸망으로 향하는 자신을 막을 수 없을 때야, 비로소 진정한 고난이 닥친 것이라 할 수 있겠죠 .
이런 도시가 이베리아에 얼마나 더 있습니까?
이 방대한 국토는 이미 사람들의 요구를 버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 사람들은 여전히 좁은 몸뚱이 속에 갇혀 있거나 서로 단절하거나, 싸우고 있습니다.
이베리아에 대한 당신의 관심은 놀랍네요.
또 틀렸군요. 제 관심사는 보잘것없는 육지의 국경선이 아니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입니다.
사람들 모두가 그렇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육체적 한계에 얽매이다 보니 자기 힘으로는 자아와 인종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힘들기에, 자꾸 이해보다는 대항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아무리 강한 개체도 하나씩 격파되고 말 테고, 고난이 온 세상을 집어삼키게 될 것입니다. 당신도 경험한 적이 있었고, 흔들린 적이 있었잖습니까.
제게 그런 걸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요?
어쩌면 제가 말한 것들만으로는 아직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듣는이가 아무리 당신처럼 어리석더라도, 참된 지식은 그만의 전할 가치가 있는 법입니다.
……
아니면, 그간 함께 협력한 시간에 비추어, 이 말을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심심풀이로 삼아도 좋겠군요.
당신 말솜씨는 정말 범상치 않군요. 그 많은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가 있었네요.
당신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진실보다 더 진실하죠. 제겐 저들에게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전 강요의 힘을 믿지 않습니다. 그저 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싶을 뿐.
작고 나약한 몸은 저들의 인지를 영원히 제한할 것입니다. 당신은 제가 말로써 저들을 복종시킨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전 저들의 마음이, 몸이 가장 기본으로 원하는 요구를 따르도록 한 것입니다. 성인의 가르침은 일시적인 맹신에 불과하지만, 육체의 강인함이야말로 저들이 더 많은 것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주죠.
바다에 사는 어떤 생물들은 눈이 없고, 몸이 작고 약해 헤엄칠 수 없어 조류를 따라 떠돌기만 합니다.
그것들이 본 바다와 우리가 본 바다는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을까요? 눈이 없는 생물들이 과연 바다의 신성함과 깊이를 깨달을 수 있을까요?
당신과 당신의 동료는 어디에서 이런 비열하면서도 단단한 몸뚱이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들은 이 나약한 존재들이 살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 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진짜 오만한 걸까요?
저들을 돕고 있는 저일까요, 아니면 위기를 틈타 세력을 확장하고, 말을 이용해 절망을 거짓 희망으로 바꿔 비참한 약자를 기만하고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빼앗으려는 거짓 신자들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바다를 직시하려 하지 않는 어리석은 당신들일까요?
전 제가 본 것을 저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저들의 시야를 넓혔고, 그로 인해 저들이 진정한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였습니다. 육지와 함께 쇠락할지, 바다를 따라 새로운 삶을 살지는 저들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런 가능성은 저들을 굶주림과 고통스러운 궁지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체되고 소진되고 있는 육지에 대한 바다의 은혜이기도 합니다.
이건 정복이 아니라, 이해이자 포용입니다.
전 그들에게 길을 가리키고, 훌륭한 삶을 제공하며, 마침내 저처럼 진리로 나아가도록 인도하지요.
이것이 바로 저의 위대한 의무입니다. 그릇된 몸뚱이는 당신의 마음을 가두고, 시야를 좁혀 결국 진정한 위대함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도 전 당신을 용서할 것입니다.
흠. 어쩌면 정신이 팔린 건 저들뿐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휴우, 가수님, 우리 하마터면 늦을 뻔했어요.
먹을 게 정말 많아요…… 다들 엄청 배고팠는데, 드디어 먹을 것이 생겼네요.
하나, 둘, 셋…… 이것들을 챙겨 가서 잘게 다져 탕을 끓여 페트라 할머니께 드려야지. 오늘 저녁에 이거 먹을래, 벤치?
으으…… 아우……
아니야, 그냥 먹으면 안 돼!
껍질이 너무 단단해서 네 이가 다칠 수 있어. 가서 푹 삶아서 먹어야 해.
가수님도 좀 가져가실래요?
……
가, 가수님? 왜 멍하니 서 계세요?
스카디는 벽먼지라 불리는 남자를 보았다. 그는 해변에 꿇어앉아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입에 집어넣고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다.
그의 눈은 빨개져 있었고, 눈물은 이미 다 말라 있었다.
그는 배가 너무 고팠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배가 고팠다.
스카디가 소녀의 손을 놓았다.
소녀는 지체 없이 군중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천천히 드세요, 형제여. 여기 있는 것들 모두 당신들의 것입니다. 앞을 보세요. 이 모든 것들도 결국 당신들의 것이 될 것입니다.
자, 마음을 열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을 포용하세요. 믿음을 배우고, 희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분쟁은 오래전에 끝났고 고난도 멀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있으면, 우리의 마음과 육체, 신앙은 더욱 강인해질 것입니다. 마치 우리 발아래, 이 영원한 바다처럼.
잠시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네?
전 요즘 일어난 일들 때문인지…… 소화가 잘 안 되네요. 어쩌면 참지 못하고 당신 얼굴에 토를 할지도 몰라요.
형제여…… 당신의 조개껍데기가 떨어졌습니다. 당신의 형제에게 대신 들게 하세요.
정말 재밌군요.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제게 그런 표현도 다 쓰고.
당신이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어요. 마음대로 하세요.
바다에서 전해 온 소식이 당신을 흥분케 했군요. 당신은 우리의 성대한 모임을 기다리기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가세요. 가서 그녀를 찾으십시오. 당신의 옛 친구를 찾아 이 기쁨을 그녀에게도 나누어 주세요.
……찾았다.
스카디는 재빠르게 사람들을 뚫고 지나갔다. 그녀의 눈에는 오직 그 사람만 보였다.
그 사람도 스카디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뭐 하는 거야?
쉿.
이리 와서 저 사람을 좀 보세요.
무슨 냄새 나지 않나요?
……
스카디가 품속에서 조개껍데기를 꺼냈다.
그녀는 조개껍데기를 들고 글래디아를 향해 힘껏 찔렀다.
예상이라도 한 듯 글래디아는 피하지 않았다.
조개껍데기가 그녀의 손을 찔렀지만,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당신의 자세가 별로 아름답지 않군요. 제가 가르쳐드리죠.
글래디아는 한 손으로 조개껍데기를 스카디의 가슴에 누른 뒤, 그녀를 담벼락에 밀어붙였다.
스카디, 저와 당신은 몇 번 춤췄었죠? 두 번? 아니면 세 번?
당신은 좋은 파트너였어요.
그녀는 어디 있지?
그녀에게 관심이 많네요.
당연한 거 아냐?
그녀는 지금까진 안전해요.
증거는?
당신은 그런 쓸데없는 것이 필요한가 보지요?
육지에서 보낸 시간이 당신의 후각을 망가뜨린 게 아닌지 정말 의심스럽네요, 헌터.
당신의 몸에서는 온통 악취가 진동하고 있어.
토하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저입니다만.
……
그녀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게 확실하군.
후각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나 보군요.
당신이 육지의 어린것들처럼 울며불며 제게 들러붙어서는 왜 그녀를 데려갔냐며, 왜 여기에 있느냐며 쉴 새 없이 질문해대지 않아서 참 다행이군요.
……
질문하는 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죠.
우리?
난 당신이 아직 '우리'이긴 한지도 모르겠어.
아무래도 당신 마음속에 여전히 의문이 많은 것 같군요.
(가방을 만지작거린다)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적에게 기회를 주는 꼴만 될 테니까요.
내 목표는 당신이 아니야.
그럼 여긴 뭘 하러 온 거죠?
당신도 잘 알잖아.
당신은 줄곧 그녀를 찾고 싶어 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그녀를 찾으면, 과연 당신의 의문도 사라질까요?
……
그녀는 기억을 잃어서, 내게 뭔가를 알려 줄 순 없어.
당신의 모습을 보세요. 새장에 갇힌 것보다 조금 나을 정도라고나 할까요.
비록 당신은 저의 사람은 아니지만, 하나만 더 가르쳐드리죠.
헌터는 사냥감을 쫓는 것이지, 쫓는 자체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맹목적으로 쫓는 것은 마음의 위안만을 가져다줄 뿐이죠.
스카디, 설마 당신은 허무맹랑한 환각을 갈망할 정도로 나약해졌나요?
……
춤을 추지 않은 지 얼마나 됐죠? 너무 오래 걸어서 피부마저 건조해진 것 좀 보세요. 어쩌면 숨 쉬는 리듬조차 다 까먹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다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여기 온 목적이 뭐죠?
스카디가 주교를 바라보았다.
주교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의 시선은 인파를 뚫고 스카디를 향했다.
스카디는 가방 손잡이를 꽉 쥐었다.
주교는 얼굴에 상냥하고 예의 바른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공격 안 하나요?
당신들 한패 아니었어?
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신경 쓰는 건 당신이죠.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야 하는 건 당신이지, 제가 아니니깐요.
주민들이 먹을 것을 품에 안고 하나둘 주교 곁을 지나갔다. 그들은 마치 진짜 형제인 것처럼, 진짜 친구인 것처럼 주교와 인사를 나누었다.
……마치 어느 한 평범한 이베리아 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오후 풍경과도 같았다.
스카디는 서서히 손의 힘을 풀었다.
무슨 허튼수작을 부리려고? 저 사람은 누구야?!
제가 말하면 믿겠어요?
스카디는 산 위에 있는 교회 쪽을 바라보았다.
그 아래에는 주교가 손을 흔들며 주민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흑…… 흐윽……
천천히, 넘어지지 않게.
들립니까? 이 파도 소리…… 철썩…… 철썩…… 마치 우리의 심장 소리 같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은 모두 바다의 선물입니다. 형제여, 솟구치는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입에서부터 손과 발을 흘러 지나 심장까지 다다르는 힘 말입니다.
당신들 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를 포옹하세요! 이것은 새로운 삶의 희망입니다!
스카디는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해산물을 광주리 한가득 주워 담은 소녀는 마침내 고개를 들곤 텅 빈 바닷가에서 홀로 두리번거렸다.
어, 가수님은?
눈 깜짝할 사이에 또 사라졌네.
하아.
뭐, 됐어. 가수님도 길을 아시니까, 아마 또 동료를 찾으러 갔을 거야.
우린 가자, 벤치. 먹을 것들 챙겨서 집에 돌아가자.
으아……
벤치, 나 노래 부르고 싶어. 우리 노래 부르자.
가수님이 부른 노래, 너 기억해? 네가 기억해도 소용없지. 넌 아직 말을 못 하니까. 그럼 내가 불러줄게.
고향은 뒤에 있고♪
이……
길은 앞에 있네♪
으…… 아……
방해하지 마. 하아. 그렇게 못 들어줄 정도야?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난 가수님에 비하면 한참 멀었어!
하지만, 여러 번 부르다 보면 나도 잘 부를 수 있겠지?
흐흐흥…… 길은 앞에 있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가 의심하기 전에.
제2대대장! 무슨 속셈이지?
팀원이 필요한 게 아니었나? 그러면서 왜 말을 하지 않는 거야?!
아님, 혹시 적인가? 만약 당신이 적이었다면, 방금 내가 조개껍데기로 당신을 죽이려고 할 때, 왜 반격해 날 죽이지 않았지?!
……
글래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부터 분명히 하세요. 방황하는 헌터는 함정조차 분간하지 못하죠.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사냥감이 되는 것이, 당신이 원하는 건가요?
가수님, 당신의 눈빛이 좀 변한 것 같아요.
응?
예전엔 저희를 보는 눈빛이, 마치 저 바다에서 온 괴물을 보는 듯했거든요.
……
그런데 지금은, 제게 해초주 만드는 것도 가르쳐주시고, 또 노래도 불러주셨잖아요.
……너희들하고 괴물은 당연히 다르지.
괴물은 노래 불러 달라고 조르지 않아. 말도 할 줄 모르고. 그것들은 보통 더럽고 미련하고, 먹을 줄밖에 모르지.
그럼…… 저 바다의 괴물들은 우릴 잡아먹을까요?
배가 고프면, 그럴 수도 있지.
저것들이 해안으로 기어 올라오는 건, 우리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먹을 것을 찾기 위한 것이군요.
괴물을 동정하는 거야?
배가 고픈 건, 정말 견디기 힘들거든요.
저것들에 잡아먹히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네…… 저도 이런 식으로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싶진 않아요.
예전엔 생각도 안 했었는데, 지금은, 어…… 가수님의 노래를 더 많이 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벤치에게 노래 부르는 걸 가르쳐주고 싶어요, 페트라 할머니께서 제게 그 많은 걸 가르쳐주신 것처럼요.
그럼 넌 네 할머니처럼 오래 살아야겠네.
네! 적어도 지금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가수님이 아직 이곳에 계시니깐요. 가수님이 우릴 도와 저놈들을 모두 해치워 주실 거니까요.
글래디아가 떠났다.
스카디는 해수면을 바라봤다.
전날의 고요했던 모습과 달리 바닷속에는 많은 생물이 서로 얽히고설켜, 겹겹이 포개져 있었다. 맨 위쪽에 있는 하나는 자신의 촉수를 뻗어 마치 파도인 양 해안의 암초를 툭툭 치고 있었다.
산 위의 교회 문이 활짝 열려 있다.
해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바다의 괴물들은 '보고' 있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있어.
심장뿐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봤다. 피부가 혈액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급속히 떨리고 있었다. 그건 헌터만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불협화음의 노랫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간지럽혔고, 바다의 냄새가 그녀의 코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하아, 그래, 맞아.
……난 결국 헌터였어.
헌터는 사냥감을 쫓고 사냥한다. 하지만 어비설 헌터스는 사냥감의 날카로운 발톱 위에서 춤을 추고, 동료를 잃은 헌터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녀는 헌터였다. 그것도 현상금이 필요 없는 그런 헌터…… 아무리 도망쳐봐야 소용없었고, 그녀가 할 일은 사냥터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것들이야말로 그녀를 두려워해야 한다.
드디어, 스카디는 비로소 자신을 용서했다.
스카디는 힘껏 몸을 날려 시테러가 있는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악취, 그 교회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