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을 때의 거리
님프는 레버넌트 조각을 찾기 위해 '고문'인 폴의 구역으로 오게 된다. 구역 내 조직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의 소유권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님프는 폴의 도움으로 운석 안에 있던 레버넌트 조각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고, 폴 역시 님프 덕분에 위기를 넘기게 된다.
제가 찾아온 건 당신과 같은 관리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예요. 제 뒤쪽 구역을 보세요. 카즈델의 어떤 장소도 여기보다 더 낙후한 곳은 없을 거예요, 그렇죠?
전 최고의 시공팀을 알고 있어요, 용광로의 건설 작업에 참여하고 싶어 하죠. 생각해 보세요, 에너지만 공급되면 이 거리의 다른 산업도 빠르게 발전할 거예요.
거리에 산업이 조성되면 모두에게 일자리와 먹거리가 생기겠죠. 그러면 누구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예요.
호오? 자신만만하군요? 원하는 게 뭐죠?
파이프 설치 공사에 필요한 철강재를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깔끔하게 정돈해서 거리 중앙에 두세요. 사람을 보내 지켜도 됩니다.
믿어주세요. 3개월 뒤면 완전히 변화된 거리를 보게 되실 거예요.
철강재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 보이시죠? 이제 믿으시겠죠, 용광로 건설 작업은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예요. 상부를 위해 일한다면 손해 볼 건 없을 거예요.
그래서?
최고의 시공팀을 배불리 먹일 만한 충분한 식량이 필요해요. 그리고 전 브로큰 혼이 양식을 넉넉히 비축해 두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식량이 준비되면 저쪽 창고에 쌓아두시면 돼요. 공간은 충분할 거예요.
믿어주세요, 절대로 손해 보지 않으실 거예요.
창고 안에 식량 보이시죠? 용광로 건설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한 번, 한 사람 몫을 배급받을 수 있어요. 길거리에서 폭력과 약탈로 훔치는 것보단 낫잖아요.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꼬맹이, 배짱 한번 두둑하구나. 우리 용병들을 데려다 일을 시키겠단 거냐?
네, 용병들은 덩치도 크고 건장하잖아요. 강하고 의리도 있죠. 분명 최고의 시공팀이 될 거예요.
제 말대로만 해주시면 반드시 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거예요.
7:40 A.M. 날씨/흐림
좋은 아침, 대두 씨! 옷 찾으러 왔나요? 조금만 더 늦었어도 옷깃이 다 타버렸을 겁니다!.
다시 '대두'라고 부르기만 해봐,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어. 그리고, 길바닥에서 주워 온 저 고물 덩어리들 당장 치워. *살카즈 욕설* 내 문 앞에 쌓아두지 말고!
헤헤, 딱 하룻밤만 부탁할게요. 나중에 화로 담당에게 팔 겁니다. 성가시게 만들지 않을게요.
만약 저희 집에 뒀다면 진작 불량배한테 털렸겠죠. 하지만 당신은 다르잖아요. 이 거리에서 당신 물건을 건드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오늘따라 말이 많군. 공사판에 일 구하러 안 가나?
가긴 어딜 가나요. 어젯밤에 났던 큰 소리, 설마 듣지 못했나요? 아~주 커다란 돌이 하필 딱 공사장에 떨어졌다니까요!
지금 가면 그 돌을 치우고 바닥도 메워야 하잖아요…… 식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일은 몇 배나 더 해야 하는데 바보가 아니고서야 누가 가나요? 그러고 보니, 당신은 아침 일찍부터 어딜 가는 건가요?
……
그냥, 조금 둘러보려고.
그렇군요, 그렇다면 남쪽 밑으로는 가지 마세요. 거긴 지금 난리입니다.
아침에 구리 선 작업을 하러 갔다가 들었는데, 쇳덩어리가 갑자기 지붕을 뚫고 떨어졌다는군요. 그런데 기뻐할 새도 없이 브로큰 혼의 조직원들이 찾아왔다죠!
지금 여러 조직끼리 그 쇳덩어리를 나눠서 식량으로 바꾸려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분배해도 불만이 생기고 있는지라, 곧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아요.
쇳덩어리? 그게 그렇게 돈이 되나?
이철의 가치가 사라져 버린다면, 저희가 할 일도 없어지지 않을까요?
브로큰 혼 녀석들은 검은 벽돌 반쪽을 위해서 칼을 뽑을 녀석들이죠. 만약 고문 나리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아마 집을 모두 해체해 버렸을 거예요.
고문 나리가 있는 한 불량배 녀석들이 소란을 피우진 못할 거다.
어쨌든 전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저 앞에서는 돌아서 가세요. 저 두 사람 보이죠?
어디?
님프는 본 적 있겠고, 옆에 있는 낯선 사람은 리치일 겁니다.
당신이 카즈델로 돌아오기 전까지 저 둘이 이 구역을 맡아서 관리했죠.
리치?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예쁜 신발이 더러워지는 게 걱정도 안 되나?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님프의 친구일지도 모르니까요.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잖습니까.
오오! 드디어 화로 담당이 왔군요! 대두 씨, 잠시 리어카 좀 빌리겠습니다!
지금 날 뭐라고 불렀지?
혀, 형님! 아니, 대장님이요! 헤헤, 그럼 천천히 둘러보세요. 전 이만 고물을 팔러 가보겠습니다.
딱 한 번만 봐주지…… 그리고 고물을 판 돈의 절반은 내게 줘야겠어.
아니, 잠깐! 형님! 잠깐만요! (작은 목소리로) 돈을 안 나누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카즈델에서는 '돈'이 쓸모없다니까요!
만약 레버넌트 조각이 너무 크면, 뒤에 있는 이 빨간 버튼을 누른 뒤에 상자가 충분히 커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담으면 돼요.
그리고 절대로 상자에 머리를 집어넣지 마세요. 주의 사항은 이 정도예요, 설명서도 같이 넣어뒀죠. 또 궁금한 게 있나요?
레버넌트 조각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보물 지도는 정말 없는 거야?
리치는 소원을 들어주는 기계가 아니라니까요! 아츠로 물건을 만든다는 건 정말 진지한 일이라고요.
자, 이걸 몸에 착용하세요.
그 안에는 특별한 리치 주문이 담겨 있어서 근처에 있는 레버넌트 조각을 감지할 수 있어요. 조각에 가까워지면 경보음이 울릴 텐데…… 나중에 알게 될 거예요.
이 작은 박스, 용병들이 사용하는 통신기같이 생겼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죠, 원래는 폐지로 박스를 만들 생각이었다고요.
그치만 에르미, 보물 지도에 비하면 여전히 좀 장난감 같아 보여……
아앗, 농담이야! 가져가지 마!
전 이제 돌아가서 장인들이 대용광로를 수리하는 걸 감독해야 해요. 선생님께서 시킨 장부 확인도 아직이고요. 그러니까, 레버넌트 조각을 찾는 일은 님프한테 부탁할게요.
갑자기 왜 격식을 차리고 그래? 누구든 바쁠 때가 있는 법이잖아, 그리고 바로 이럴 때 친구끼리 서로 돕는 거 아니겠어?
역시 사람들의 말이 맞았어요. 님프는 카즈델에서 가장 따뜻하고 착한 디얄이네요!
누, 누가 그래? 게다가 카즈델에는 디얄이 몇 명 없는걸, 그냥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야.
어서 돌아가서 할 일 해, 나…… 나도 이제 가야겠어!
할머니, 여기야? 유성이 여기로 떨어진 게 확실한 거지?
여기야, 바로 여기.
그치만 에르미가 준 탐지기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는데…… 할머니, 유성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해?
둥글둥글한 것도 있고, 울퉁불퉁한 것도 있었지……
한 개가 아니었다는 얘기야?
화로에 넣고 구우면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
엥?
껍질째 먹어도 정말 맛있어. 입에 넣으면 바로 녹아버릴 정도로 부드럽지……
할머니, 그게 무슨 얘기야?
들어가, 안에 있으니까. 늦게 가면 없어. 오전에만 장사를 하거든.
할머니, 내가 찾는 건 용병이 구운 감자가 아니라 유성이야! 어젯밤 터진 불꽃에서 떨어진 조각들, 불꽃을 말하는 거야!
불고기? 어젯밤에 불고기는 안 먹었는데.
아냐 됐어……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용병한테 물어봐야겠네.
푹 쉬고 있어 할머니, 다음에 찾아올 땐 구운 감자라도 가져올게.
고마워, 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걸 좋아해.
님프는 앞으로 걸어갔다. 앞쪽 작은 마당에 여러 가지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는 게 보였다.
전선에서 후퇴한 용병들은 이곳에서 살고 있었다. 마당 구석에 놓인 간이 화로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혹시 아무도 없나?
늦었어.
뭐, 뭐가?
마지막 남은 감자는 내가 샀거든. 내일 다시 와……
난 감자를 사러 온 게 아니야!
우린 두어 번 정도 만난 적이 있지, 도시 안에서 한창 전투가 벌어질 때라 기억은 못 하겠지만.
아, 이 구운 감자 정말 맛있는데. 반 나눠줄까?
아니, 괜찮아…… 내가 여기 온 건 어젯밤에 떨어진 유성을 찾기 위해서야.
너도 그 쇳덩어리에 관심이 있나? 그 덩어리들은 이제 여기 없는데.
브로큰 혼 녀석들이 노병의 집에서 얻은 게 없었는지, 다른 조직까지 꼬드겨서 그 쇳덩어리를 본인들 근거지로 옮겨 재협상을 한다고 하더군.
오전 내내 소란을 피웠는데도 결국 지붕에 난 구멍을 고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러니까, 여러 조직이 있었다는 거지? 설마 전부…… 그 쇳덩어리를 만진 건 아니겠지?
아마 백 명쯤? 한 번씩은 모두 만졌을 거야. 어떤 녀석들은 나름 잔머리를 굴린답시고 손톱으로 이철 부스러기를 긁어내더군. 정말 보기 흉한 녀석들이야.
왜 떨어? 혹시 추우면 구운 감자로 손이라도 녹일 텐가?
아, 아냐! 난 괜찮아!
사양하지 말고 받아, 어서.
고마워…… 그런데, 쇳조각이 조금 붙은 돌 하나 차지하겠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하다니.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군. 특히 브로큰 혼의 몇몇 젊은 조직원들은 뭐에 씐 사람처럼 그 쇳덩어리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어.
……혹시 무슨 일인지 알고 있나?
그건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하긴, 그걸 네가 어떻게 알겠어? 여기 사는 것도 아닌데.
몇 년 동안 이 구역에 거의 안 오긴 했어, 길도 잘 모르고…… 혹시 브로큰 혼의 아지트에 어떻게 가는지 알고 있어?
앞으로 쭉 가서 오른쪽으로 꺾은 다음 직진하다 보면 버닝테일 거리 교차로가 나와. 예전에 앵두나무 몇 그루가 있던 자리지. 도착하면 바로 보일 거야.
고마워 아, 그러고 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네.
이곳 사람들은 나를……
아, 그냥 폴이라고 불러……
나는 님프야!
어두운 하늘,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려 위를 바라봤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소리는 낮은 벽, 돌 부스러기, 깊숙이 묻힌 파이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부딪혔고, 묵직한 외피가 서서히 벗겨졌다. 그리고 녹슨 철, 먼지 냄새로 뒤엉킨 본래의 재질이 드러났다.
가봐야겠어! 나도 모르게 수다에 정신이 팔려버렸군. 입체 농장에 가서 저렴한 채소를 좀 사야 하거든, 시간이 없으니 먼저 가지! 안녕!
어, 그래, 안녕!
젊은 살카즈는 꼬리에 쇼핑백을 끼우고 여유롭게 좁은 골목 쪽으로 걸어갔다. 서두르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버닝테일 거리 교차로…… 앵두나무? 그런 곳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그런데 앵두나무는 전쟁 중에 잘리지 않았나?
분명 방금 감자튀김 냄새가 났는데, 어디서 나는 거지?
음, 드디어 찾았군. 이 거리는 여전하네.
전에 엄청나게 큰 오리지늄 결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설마 누가 캐갔나? 아니면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
그 콩나물 녀석, 이곳이 난리 통이라더니 불량배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날 또 속인 게 분명해. 돌아가면 절대 가만 안 두겠어.
그래, 이 모퉁이를 돌면 집이었어. 그 여자는 늘 이곳을 감시하고 있었지. 내가 몰래 거리로 도망치다 그 여자에게 걸리면 항상 얻어맞았어.
하지만 찾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겠지? 몇 년 동안이나 떠나있었고, 그 여자도 진작 떠났겠지. 아마 다른 사람이 그 집에서 살고 있을 거야.
뜬금없이 찾아가서는 내가 전에 살던 집이었다고 말하면 날 뭐라고 생각하겠어? 하하, 멍청하긴, 설마 다시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가?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지.
이 모퉁이를 돌아서 한 번 보고 돌아가자. 그다음 배를 좀 채우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야.
……
잠깐, 내 집은?
어째서 벽밖에 없지? 지붕은?
누가 내 집을 부순 거야?!
거 참 시끄럽네, 덩치 아저씨!
아저씨 구역에서 감자나 굽지, 브로큰 혼의 구역에는 왜 온 거야? 그러다 영혼까지 탈탈 털린다고!
넌 또 어느 집 꼬맹이냐? 그 버르장머리는 어디서 배워먹은 거야?
창가에 엎드린 소녀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고, 대답할 생각이 없는 듯 으쓱대며 고개를 흔들었다.
용병은 소녀의 목에 걸린 검은색 돌을 발견했다.
이곳이 왜 브로큰 혼의 구역이지?
벽에 쓰여 있는 글씨 안 보여? 빨간색 페인트로 적혀있잖아. 설마 아저씨, 까막눈이야?
흥, '배.신.자'. 이건 브로큰 혼을 적으로 돌린 자의 최후라고 했어.
잠깐, 가지 마. 글을 모른다면 내가 가르쳐 줄게. 난 아저씨가 목숨 팔이래도 상관없거든, 헤헤.
용병은 걸음을 멈추고 황급히 돌아와 창문 아래에 서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흐리고 탁해져 있었다. 감정을 거의 숨기지 못하는 눈이었다.
그 '목숨 팔이'라는 건 뭐야?
브로큰 혼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던데. 아저씨 같은 옷을 입고 '바깥'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전부 목숨 팔이라고 했어.
그런데 내게 글을 가르쳐 줬던 언니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어. 언니는……
꼬맹이, 그 브로큰 혼이라는 놈들이 어디에 있어?
어이, 거기! 멈춰! 너 뭐야?
엉덩이에 불이라도 붙었나? 브로큰 혼에 갓 들어온 주제에 눈이 삐어버린 모양이지? 이 몸은 조직 총회에 참여하기 위해 왔다.
조직 총회? 네가? 웃기시네. 여기가 무슨 고깃집인 줄 아나, 어디서 취사부 나부랭이가 그딴 소리를 해?
*욕설* 죽고 싶나?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지? 고문 나리를 불러서 확인시켜 줄까?
작작 좀 해. 고문 나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데, 어디 가서 부르게? 보스가 말했어. 철통을 3번 두드리면 총회가 시작된 것이니,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아직 두 번밖에 안 울렸잖아.
응?
이제 3번째네.
하, 꼬라지 하고는. 네가 정 들어가고 싶다면 안 될 건 없어. 대신 내일 구운 감자 3개 가져와, 알겠지? 물론 나는 돈 줄 생각은 없어.
좋아. 배짱 좋군.
양념을 아주 팍팍 쳐주지…… 네게 그걸 먹을 용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이! 멈춰! 누가 들어가도 된다고 했지?
어딜 봐? 너 말이야, 너!
어? 나? 난 참관을 하려고……
썩 꺼져!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라고, 이게 뭔지 보여?
그건…… 부지깽이?
이건 칼이야! 뿔을 깎아 만든 칼! 엄청 날카롭다고!
으악! 괜찮아? 왜 멀쩡한 손가락을 찌르고 그래? 밴드를 갖고 있으니까 어서 붙……
저리…… 꺼져!
분명 이곳이 맞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지?
브로큰 혼에는 전부 막무가내인 청년들뿐이라고 했었는데, 이제 보니……
생각하자 님프,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름을 떠올려 보자. 도움이 될 만한 사람 없을까?
이 사람은 안 돼. 그 사람도 아니야. 그녀라면 조직 총회에서 발언할 만한 사람이긴 한데, 지금은 카즈델에 없는 것 같고……
……이 사람은 어떨까? 고문이라면 이 구역의 크고 작은 조직들이 전부 그의 규칙을 따라야만 하니까,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그렇지만 만난 적도 없는 데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여기서 기다리자. 조직 총회는 항상 그 사람이 주최하는 거니까, 분명 여길 지나갈 거야, 분명히!
왜 아무도 안 오지?!
누구를 기다리고 있나? 님프.
폴! 채소는 다 샀어?
조금 늦었어, 고구마밖에 남아있지 않더군. 게다가 농부는 엄청 깐깐해서 마음대로 고르지도 못하게 했지. 겨우 설득해서 상태 좋은 거를 몇 개 건졌어, 이거 봐……
와, 고구마가 이렇게 큰 것도 있었구나? 평소에 내가 먹던 거는 이거의 3분의 1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커다란 고구마를 건지려면 입체 농장에 자주 가고 운도 따라줘야 해. 하지만 농부들이 최상급은 내놓지 않는다더군.
그건 그렇고, 너 여기에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아, 나도 운을 시험해 보고 있었어. 고문 씨를 혹시 만날 수 있을까 했거든. 브로큰 혼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막고 있는데, 그 사람과 함께라면 분명 막지 못할 거야.
꼭 그렇지만은 않을 텐데…… 혹시 고문 씨와 아는 사이?
전에 다른 사람을 통해 연락한 적이 있는데, 회신을 받은 적은 없어.
그래서 본 적도 없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어? 설령 만났다고 하더라도 못 알아보지 않았을까?
그래서 운에 맡긴다고 말한 거야. 고문 씨가 날 알아볼 수도 있잖아?
그 쇳덩어리, 중요한 거야?
나한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이곳의 모두에게 무척 중요해. 반드시 다른 곳에 놔둬야 하는 거야……
대용광로?
맞아! 너도 봤어? 어젯밤의 그 불꽃……
어젯밤 그 불꽃은 대용광로에서 날아온 거야. 하지만 그땐 대용광로에서 한창 위령 의식을 치르고 있었을 텐데, 설마…… 레버넌트가? 그런데 왜 네가 온 거지? 그 리치는?
에? 다 알고 있네?
하아, 운도 없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니까. 전부 착각인 줄 알았는데…… 또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군.
님프, 계속 이곳에 있었던 거지? 혹시 철통이 몇 번 울렸어?
3번 울렸던 것 같아.
조직 총회는 이미 시작했겠네. 장 보는데 시간을 그렇게 오래 쓰는 게 아니었는데.
폴, 난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들은 분명 회의를 주최할 고문 씨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일리 있어. 고문이 주최하지 않는 회의는 그냥 무의미한 언쟁을 벌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니까.
후……
오늘 너의 운세가 좋다고 말해야 할지 나쁘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님프, 나와 함께 골칫거리를 해결하러 가자.
엥? 잠깐만! 아직 사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괜찮아, 가면서 얘기하면 되니까. 우선 너의 추측을 내가 말해 볼 테니까, 틀린 부분이 있다면 바로 정정해 줘.
헛소리! 절대 동의 못 해!
그 마당은 군사위원회가 우리에게 배정해 준 땅이야. 고문 나리도 그 두 구역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줬다고. 왜 네 한마디에 우리가 양보해 줘야 하지?
버킷, 진정해. 널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니까. 바쿠, 넌 왜 또 그렇게 공격적이야?
됐어, 에보니.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어?
이 목숨 팔이 녀석들은 몇 년 동안이나 밖을 떠돌아다녔지. 근데 돌아오자마자 우리 아지트를 빼앗아버렸다고. 이게 말이나 돼?
애초에 고문 나리가 두 구역을 배정할 때, 넌 보스도 아니었잖아.
맞아, 진작 그 병약한 늙다리 놈을 쫓아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야. 만약 그때 내가 그 집에 있었다면, 목숨 팔이 녀석들을 이곳에 한 발짝도 들여보내지 않았을 거야!
뭐? 다시 한번 지껄여봐!
왜 다들 구경만 하고 있어? 당장 저 둘 떼어놔! 바쿠, 그게 무슨 말이야?! 저들이 몇 년 동안 바깥을 나돌며 고생한 건, 우리 도시 사람들 대신 위험을 무릅썼던 거잖아!
그리고 버킷,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고문 나리가 아직 오시지도 않았는데, 바쿠가 뭐라 하든 무슨 의미가 있겠어?!
에보니,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할 생각이야? 너무 놈들 입장만 생각해 주는 것 아냐? 도대체 언제까지 물어만 볼 건데? 그깟 고문이 뭐라고! 고문이 데리고 있는 부하가 많기라도 해? 아니면 무기를 많이 갖고 있기라도 한가?
머릿수는 확실히 모자라, 무기는 잘 모르겠지만.
고문 나리.
고문 나리!
고문 나리?!
이 디얄은 누구야?
아, 나는 신경 쓰지 마. 나는 그냥……
고문 나리의 조수야! 회의록을 작성하러 왔어.
요즘 손목이 좀 안 좋아서 글을 쓰기가 불편했거든. 혹시 이견이라도 있나? 아니면 네가 대신 써줄 생각이야?
아, 까막눈인 걸 잊어버리고 있었군.
그러면 모두 모였으니, 회의를 시작하지. 혹시…… 다른 급한 안건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없습니다. 저희 모두 같아요. 어서 시작하죠. 고문 나리, 이 쇳덩어리를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모두 고문 나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덮인 천을 걷어올리자, 매캐한 먼지가 일었다. 님프는 손등으로 코를 틀어막은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낡은 천 아래를 바라보았다.
불에 그을린 커다란 돌에는 부서진 오리지늄이 가득 박혀 있었고 깨진 껍질 틈 사이로 벌집 모양의 부식된 자국이 드러나 있었다.
모두가 '에보니'라고 부르던 그 여자는 허리춤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갈라진 틈 사이에서 작은 붉은 녹 조각을 하나 떼어냈다. 먼지에 섞인 은은한 빛에 비친 녹 조각은 옅은 푸른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그 순간, 님프의 손목 위에 있던 탐지기가 불안정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냉기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이철 함량이 꽤 높네. 이거야?
아마도……
(작은 목소리로) 에르미는 탐지기의 경보음이 울릴 거랬는데, 왜 이렇게 잠잠하지?
엄청 크네, 이철로 추출하면 너희들이 먹을 수십 일치 식량과도 맞바꿀 수 있겠네. 하지만 누가 이것을 추출할 수 있지? 오리지늄 조각이 많이 박혀있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건 폭탄이랑 다름없는 게 돼.
이전에 컬럼비아 개척지에서 금속 정제 및 특수 처리 공방을 운영했던 사람들을 알고 있어.
감자 굽는 화로로 제련이라도 하시게?
모르면 그냥 *살카즈 욕설* 가만히 있어. 작은 조각으로 쪼갠 후에 다시 제련하는 건 어떨까?
안 돼, 저 오리지늄 조각들은 너무 불안정해. 솔직히 말하자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아.
서쪽 성벽 아래쪽에 중계 용광로를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요. 전에도 거래한 적이 있는데, 한 번 물어볼까요?
얘기를 이해하지 못했나? 오리지늄 조각이 너무 불안정해. 그 사람이 폭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뢰를 받아줄 것 같아?
그리고, 어젯밤 불꽃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잊지 마. 만약 상층부 사람들에게 들키면, 그게 군사위원회든……
……
아니면 너희에게 불만이 많은 리치든……
……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다들 잘 알고 있을 거야. 너희들이 곤경에 빠지는 건 상관없지만, 이 구역 주민들까지 휘말리게 해서 굶는 일은 없어야 해.
고문 나리, 그럼 카즈델 어디에도 이걸 팔아버릴 곳이 없다는 겁니까? 설마 이철을 돌려줘야 하는 건 아니겠죠?
에보니, 성급하게 굴지 마. 아직 이철을 추출하지도 않았어. 게다가 카즈델에 이철을 추출할 사람이 없다 해서, 도시 밖에 그럴 사람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잖아. 그렇지?
밀수꾼들은 정말 대담해. 가격을 많이 후려치긴 해도, 그들이 맡아만 준다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보단 나을 거야.
가격을…… 얼마나 후려칠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그쪽 장사꾼도 아니잖아. 고문의 역할이 그런 거야.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제안할 순 있어도 직접 나서진 않는 것이지.
흥, 네가 중간에서 떼먹을까 봐 걱정될 뿐이야.
바쿠, 그게 무슨 소리야?! 당장 고문 나리께 사과드려!
저 녀석한테? 에보니, 도대체 왜 저 녀석에게 굽실거리는 거야? 너무 오래 평온하게 지내다 보니 칼을 겨눌 방향마저 잊어버린 거야?
내 눈에 저 녀석은 고층 빌딩에 사는 놈들과 한패야. 싸움도, 식량도 모두 빼앗은 다음 귀족 놈들을 위한 성벽 수리나 시킬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왜 목숨 팔이 녀석들을 도와서 우리의 터전을 빼앗는 건데? 난 카즈델에서 태어났고, 자란 사람이야. 그런데 무슨 근거로 10년 넘게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놈들에게 집을 내줘야 하는데?!
칼 뽑아, 내가 괴롭힌다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하게 두진 않겠어.
*살카즈 욕설* 적당히 하라니까! 식량부터 나눈 다음 싸우든 말든 마음대로 해!
당장! 칼! 내려놔!
크흠, 아무래도 내 역할에 대해서 잊어버린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
난 제안만 할 뿐, 채택할지 말지는 너희 마음이야.
내가 알고 있는 밀수꾼들이 몇 있어. 하지만 이런 골칫덩어리를 맡기려면 공을 좀 들여야 해.
고문 나리, 제가 바쿠를 대신해 사과하겠습니다. 바쿠가 아직 좀 어려서……
에보니, 나도 나이가 많지는 않아.
몇몇 사람들이 아직 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건 알아.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전부 운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괜찮아.
모두가 나리라고 부르는 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겁니다. 배가 부르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욕심이 끝도 없는 어리석은 자들이……
삑…… 삐삑! 삑…… 삐삑!
모두가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고문의 조수라고 소개했던 디얄은 어느새 그 옆으로 다가가 기이한 모양의 가방을 쇳덩이 위에 덮으려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삐빅…… 삐빅……
삑!
젠장! 왜 하필 이럴 때 울리는 거야!
뭘 하는 거지? 당장 손 떼고 이철에서 떨어져!
*살카즈 욕설* 방심했어. 하마터면 눈 뜨고 당할 뻔했다고!
고문 나리, 이건 뭐죠? 앞뒤 이야기가 다르잖아요?
문을 막았다. 나갈 수 없어.
고문 나리, 네 규칙대로라면 이 안에서 물건을 훔친 도둑의 한쪽 손을 잘라버려야 해…… 디얄, 왼쪽과 오른쪽 어느 쪽이 더 좋지?
훔치다니? 난…… 이철의 함량을 측정해 보라고 한 것뿐이야.
아, 맞아. 이철 순도가 꽤 높네. 이거 봐! 측정기가 울리고 있어.
덜렁대기는. 내가 놀라서 심장마비에 걸리자고 너를 조수로 뽑은 줄 알아?
미…… 미안해.
아무래도 수상해. '고문 나리'? 설마 우리 브로큰 혼이 평소에 너를 감시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목숨 팔이 녀석들을 도와주는 건 그렇다 치자. 어쨌든 모두 목숨 걸고 식량을 구하는 거니까. 하지만, 높은 사람들과 붙어먹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이 디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운 옷차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이 어떻게 네 조수라는 거지?
이 옷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오래된 옷이야…… 수선만 조금 했을 뿐이고……
이건 우리가 오늘 논의하는 문제와 관련 없어. 지금 너희에게 이 쇳덩이를 어떻게 식량으로 바꿔서 나눠 가질지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니야?
이렇게 하지. 성벽을 넘을 상인들을 몇 명 불러서 우선 식량을 가져오게 시키고, 시한폭탄 같은 이 쇳덩어리를 가져가게 하는 거야. 그리고 식량을 어떻게 나눌지 천천히 생각하자고, 어때?
생각이 바뀌었어. 식량은 먹어 치우면 사라지는 법이야. 고문 나리, 난 칼을 원해. 이철을! 거기에 저 도둑놈의 한쪽 손까지 함께, 어때?
이철을 제련할 능력이 있나?
다들 생각이 다르니까 나도 더 묻지는 않을게, 바쿠. 이 쇳덩어리는 네가 가져도 좋아. 하지만 그만큼의 식량을 구해와야 할 거야. 근데 지금 브로큰 혼에 그 정도의 식량이 남아있던가?
방금 고문 나리가 그랬잖아, 이 쇳덩어리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고. 내가 너희 대신 귀찮은 일을 하는 건데, 식량까지 뱉어내라고?
이 쇳덩어리는 우리 마당에 떨어졌어. 식량이든 이철이든, 노병의 집 주인인 우리가 가장 많이 가져가는 게 맞아.
하, 그런 논리라면 그곳에 있는 거리 2개 모두 브로큰 혼의 구역이야. 네놈들 몫은 없어!
아무래도 방금 고문 나리께서 말씀하신 규칙대로 하는 게 좋겠어. 여기 있는 모두가 한몫씩 가져가고, 용병들의 지붕은 망가져서 보수해야 하니 추가로 한몫 더 가져가는 거지.
왜지? 저 녀석이 말한 건 규칙이고, 내가 말한 건 쓸모도 없다는 소리인가?
바쿠, 우리가 브로큰 혼을 두려워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
내 손에 들어와야 오롯이 내 것이 되는 법, 이렇게 싸워봐야 끝이 없을 거야. 브로큰 혼이 이 쇳덩어리를 그토록 원한다면, 가져가도 좋아.
고문 나리……
끝까지 들어. 대신, 추후 브로큰 혼의 부적절한 처리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는 전부 바쿠가 부담하는 거야.
흥.
다른 사람에겐 식량이든 이철이든 원하는 걸 줄게! 방금 벌어진 작은 일에 대한 사과의 의미야. 액수를 계산한 후 알려줄 테니, 언제든 찾으러 오라고.
물론, 아무런 대가 없이 주는 건 아니야. 나도 넉넉한 상황은 아니거든. 어젯밤, 불꽃 조각이 각자의 구역 곳곳에 떨어졌을 거야. 크기에 상관없이 전부 모아서 가져와.
너희들은 시야가 너무 좁아. 리치들이 매일 거리를 지키고 있지는 않지만,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가져가도 되는 것과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을 잘 생각해 보라고.
그런 작은 파편들이라면 꽤 많이 주웠지만. 쓸만한 걸 제련할 수는 없더군. 난 이견 없어.
고문 나리, 조각 하나당 얼마만큼의 식량과 이철로 바꿀 수 있을까요? 환산 기준이 어떻게 되죠?
그건 내게 생각이 있어…… 이철의 순도에 따라 환산하면 돼. 근데 방금 측정을 마무리하지 못했으니까 우선 측정부터 다시 해야겠어.
작은 조각을 떼어내서 갖고 돌아가 검사를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폴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님프를 바라보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모두가 길을 비켜주었고, 님프는 가방을 들고 조각난 '쇳덩어리' 앞으로 향했다.
님프가 특이한 모양의 짧은 지팡이를 꺼내 지팡이 끝으로 표면을 가볍게 두드리자, 거무스름한 조각 하나가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님프의 옆에 있던 가방이 천천히 열렸고, 거무스름한 조각을 빨아들였다. '철컥'하며 가방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방 안의 사람들은 무심코 창문 쪽을 바라봤다.
창밖의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어두웠지만, 내리쬐는 빛이 한층 더 강렬하고 포근해진 것 같았다.
후…… 끝났어.
식량과 이철 중 한 가지를 골라 이름과 함께 적어 줘. 3일 후, 어디에서 나를 찾으면 될지는 모두 알고 있겠지.
바쿠, 너는 글씨를 못 써도 상관없어. 이미 쇳덩어리 하나를 통째로 챙겼으니까, 그 이상의 몫은 없어.
그리고 정확히 1달 후, 용병과 브로큰 혼의 아지트 문제는 내가 직접 해결하겠어. 모두 잊지 말고 참석해.
고문 나리, 말한 대로 모두 적었어. 자 여기.
다른 일은 또 없나? 그러면 여기까지 하지, 모두 돌아가도 좋아……
고문 씨…… 정말 고마워, 이렇게 큰 문제를 해결해 주다니.
에이…… 별거 아니야. 나도 그 리치 아가씨와 인연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수고라고 할 것도 없지.
그리고, 그냥 '폴'이라고 불러줘…… 님프.
생각도 못 했어…… 말로만 들었던 고문 나리가 이렇게나…… 젊은 사람이었다니.
그치만 폴…… 방금 나 대신 문제를 해결하면서 물자 제공을 약속했잖아…… 정말 그렇게 많은 식량과 이철을 준비할 수 있어?
최근에 조금 모아두긴 했는데, 어쩌면 좀 모자랄지도 모르겠지? 아무래도 먼저 가서 불꽃 조각들을 최대한 주워놔야겠어……
뭔가 등이 흠뻑 젖은 것 같은데.
아 그래? 오늘 날씨가 조금 덥긴 하네, 하하.
폴…… 설마, 무서웠어?
나는……
(당연히 무섭지!)
(사람이 몇인데! 게다가 칼도 갖고 있어! 저 칼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보라고! 놈들이 작정하고 날뛰면 난 그대로 생매장이야!)
(나라고 무슨 방법이 있겠어? 처음엔 그냥 다 같이 으쌰으쌰 잘해보자는 의미에서 모여서 뭐라도 해보려던 거였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
나도 '고문 나리' 같은 건 되기 싫었다고!
진정해! 폴, 진정해! 지금 우린 안전해!
……전부 봤어?
뭘……?
디얄에겐 독심술 같은 능력이 있으니까…… 너, 설마 벌써?!
안심해, 너의 속마음은 들여다본 적 없어! 왜 모두 디얄의 능력에 대해 이상한 오해를 하는 건지……
근데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서는 좀 민감한 편이야…… 하지만, 아츠를 시전하는 것도 힘들다고! 그리고 내가 정말 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긴, 카즈델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썩 유쾌한 것들은 아니긴 하지.
그건 그렇고, 필요한 건 얻었어?
이미 챙겼지, 확실해! 이거 봐!
겨우 작은 조각 하나야? 그래도…… 확실히 독특해 보이긴 하네.
커다란 이철 사이에 끼어 있어서 탐지기가 울리지 않았던 거였어.
이제 다 끝내고 보고하러 가면 되는 거지?
이제 시작인걸!
에르미…… 내 리치 친구가 도시 안에 적어도 4~5개가 있을 거라고 했어. 나머지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라서 우선 정보통을 좀 찾아가서 물어볼 생각이야……
맞다! 제일 용한 정보통이라면 고문 씨잖아! 분명 뭔가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고문' 씨.
일부 '조각'들이 어디에 떨어졌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 하지만 레버넌트에 오염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
그거면 충분해! 아무런 단서도 없이 온 도시를 무작정 헤매고 다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남은 조각들을 찾는 걸 도와주면, 내가 게으른 리치들을 설득해서 네가 이번에 나눠주기로 약속한 양식과 이철을 리치가 부담할 수 있도록 해볼게!
음…… 식량은 어쩌면 구하기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이철이라면 분명 문제없을 거야. 대용광로를 점검할 때마다 수많은 부품을 교체해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니 가능할 것도 같네……
잠깐, 잡아당기지 마!
그럼 동의한 걸로 알고 있을게! 스트레스도 많이 쌓인 것 같은데, 나랑 같이 바람이나 쐬러 가는 셈 치자고!
누가 그래? 내가 스트레스가 많다니?
기억력이 안 좋아졌나 보네, 난 디얄이잖아.
안 봤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