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이딩 어헤드

GA-8그림자와 잿빛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2-09-16

독실한 자를 깨닫게 한 건 신의 계시가 아니라 인간의 집착이다. 사람이 신앙 때문에 구원받는 것은 신앙으로 은혜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신념을 실행하면서 자신을 구원할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등장 오퍼레이터: 피아메타, 모스티마, 르무엔


안도아인

집념, 그렇군.

안도아인

이게 너의 집념인가……

피아메타

그래, 집념이야. 안 될 거 뭐 있어?

피아메타

도리에 어긋나도, 아무 소용 없어도, 헛되이 끝날지라도 난 상관없어. 마음먹었으면 나는 끝까지 하니까!

피아메타

너는 우리가 뭘 위해 싸운다고 생각하는 거야?

피아메타

네가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야기, 현기증이 나는 연설, 본인조차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는…… 네 집념이 아닌 것 같아?

피아메타

너, 나, 모든 사람, 다들 집념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CG: 26_i14]

갑작스러운 총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다만 조준한 상대는 안도아인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손쓸 틈도 없이, 안도아인은 총이 손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문득, 그는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총은 라테라노에 남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과연 라테라노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평온했던 날들, 즐거웠던 시간들, 유쾌했던 순간들……

이런 '사랑'을 위해 남자는 후회하고 자책하고, 부끄러워하고 의심했었다.

어쩌면 남자는 영원히 타고난 라테라노인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순간, 남자의 총이 이곳에 머물 거라는 생각이 떠오른 순간.

눈앞의 사람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본 순간.

편안함은 물거품처럼 수면 위로 떠 올랐고, 터지면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안도아인은 믿음과 의심이라는 길을 오랫동안 걸어왔다.

이 길을 떠났고, 그리고 다시 다음 길을 떠났다.

그는 광야를 걸으면서 자신의 뿌리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부분에서,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나지막이 감사를 전했다.

과거와 미래, 시간과 공간의 모든 역사 속에서 이 인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충분하다.

모스티마

드디어 왔네. 자고 있는 줄 알았다고.

르무엔

이해해 줘. 적당한 저격 위치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피아메타

이제 됐어. 안도아인, 저항은 그만두는……

안도아인

(작은 목소리로) 집념을 위해…… 여기 서 있는 건가……

모스티마

위험해!

모스티마

왜 아직도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할 힘이 남아있는 거야!

안도아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구원받을 수 있을까?

안도아인

아니, 구원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존엄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안도아인

너는 마음속 정의 때문에 내 앞에 섰고, 나는 마음속 정의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

안도아인

환상 때문에, 집념 때문에, 고행의 바다를 헤엄쳐 건너는 이 가망 없는 행위 때문에…… 이 길은, 사실 이미 내 발밑에서 뻗어나가 있었어……

안도아인

그럼, 왜 구원을 기대하는 걸까? 우리가 한 모든 게 구원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도아인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지.

피아메타

이제 정신이 들어, 안도아인? 그럼 고개를 들고 나를 봐…… 아까 전투는 샌드백을 때리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안도아인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 그게 내게 주어진 사명이든 아니든……

안도아인

고마워, 피아메타.

피아메타

천만에. 네 장례식에서 네가 깨달은 바를 네 친구들에게 그대로 전해줄게.

피아메타

하지만 지금은……

???

아쉽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야. 이 녀석은 나한테 아직 쓸모가 있거든.

모스티마

폭발 때문에 기둥이 무너진다. 피아메타, 가자!

피아메타

누구야……!

오렌

이번 폭발은 합법적이거든. 아까 내가 직접 신청하고 직접 도장을 찍었으니까.

피아메타

오렌, 너!

벨리브

오렌, 무슨 짓입니까? 저를 위해 힘쓴다는 게 이거였습니까?

오렌

……이런, 너무 빨리 들켰잖아……

오렌

(안도아인, 먼저 가. 나중에 찾아가지.)

안도아인

……

안도아인

피아메타, 모스티마,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다……

안도아인

언제 어디서 만나든, 우리 모두의 집념이 여전했으면 좋겠군.

안도아인

너의 말처럼, 우리는 이 집념 때문에 존재하는 거니까.


초조한 호텔 매니저

아가씨, 이러시면 저희가 곤란합니다.

초조한 호텔 매니저

우선 건물 간판에서 내려오면 안 될까요? 자꾸 이러시면 호위대에 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조한 호텔 매니저

외람된 얘기긴 하지만,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초조한 호텔 매니저

도대체 휠체어를 끌고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갔나요?

르무엔

방법이야 다 있기 마련이죠.

초조한 호텔 매니저

저 멀리 보이는 연기는…… 또 폭발인가요? 요즘 폭발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데…… 말이 회담이지, 누가 보면 축제인 줄 알겠어요.

르무엔

저기, 죄송하지만……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르무엔

아하하, 가끔 높은 곳에 오르긴 쉽지만 내려가기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분개한 사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냐. 라테라노의 관리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군!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라! 위험분자들이 벌인 폭발 때문에 내 소장품이 망가졌다고!

안절부절못하는 사절

라테라노 계시의 성종이 천년 만에 다시 울렸다면서? 교황님께서 우릴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인가?

망설이는 사절

솔직히, 이 야만적인 인간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걸 더는 견딜 수가 없어요. 교황님의 체면 때문이 아니라면……

점잖은 사절

우리가 데려온 셰프한테 식사 준비나 시켜놓으라고 전해. 난 라테라노의 두 번째 만찬에 참석할 생각 없으니까.

벨리브

저 사람들이…… 과연 조금의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을까요? 대부분 투기꾼일 뿐인데…… 그나마 투기꾼이면 나은 편입니다.

교황

우리라면 가능하다. 이건 라테라노만이 할 수 있으며, 그것을 행하기에 적합한 것은 라테라노뿐이다. 라테라노는 기적의 도시이며, 라테라노는 영원히 공평하기 때문이다.

벨리브

교황님…… 우리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교황

네가 이렇게까지 긴장하는 건 드문 일이구나, 벨.

교황

나는 늙어서 뭔가 대단한 수법 같은 걸 쓸 줄도 모른다. 그저 이 늙은 다리를 끝까지 내디디는 것밖에 없지.

수도사

교황님, 단파 방송 중계 설비를 다 설치했습니다.

교황

고맙네.

교황

내가 물려받은 이 성도의 이름을 저버리지 않기를.


이반젤리스타 11세

테라 각국에서 온 사절 여러분, 이반젤리스타 11세가 인사드리겠소.

이반젤리스타 11세

우리는 그야말로 도전을 앞두고 있소. 라테라노가 아니라, 테라의 모든 국가가 말이오.

이반젤리스타 11세

여러분도 알다시피, 오늘날 테라의 국가들은 이동도시의 바퀴 위에 세워졌소. 이건 단순히 현실 광경에 대한 묘사가 아니오.

이반젤리스타 11세

'현대 국가'라는 개념이 이동도시의 탄생과 함께 생겨난 것이오.

이반젤리스타 11세

예전에 '국가'란 그저 마을에 불과했소. 공동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기승을 부리는 재앙 아래 모여 '국가'가 탄생했고, 국경이란 곧 사람들의 시야가 되는 경계였소.

이반젤리스타 11세

그러나 이동도시의 탄생은 국가를 변화시켰소.

이반젤리스타 11세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와 국가의 교류가 긴밀해질수록 마찰이 생기기도 하오.

이반젤리스타 11세

'마찰'이라, 이런 가벼운 단어로 역사를 요약해서는 안 되겠군.

이반젤리스타 11세

나는 가울의 몰락을 직접 목격했소.

이반젤리스타 11세

찬란했던 '세계의 수도'는 하루아침에 멸망했고, 포효하던 장갑 전함은 소리를 멈춰 침묵했으며, 무적의 가울 올드 가디언도 불길과 함께 연기가 되어버렸소.

이반젤리스타 11세

그러나 이 몰락으로 대가를 치른 건 가울뿐만 아니라, 문명도 마찬가지였소.

이반젤리스타 11세

그 '가울인의 황제'와 그의 무적 군단마저도 대지 중앙에 군림하는 제국을 존속시키지 못했소.

이반젤리스타 11세

……그렇다면, 테라인이 재앙의 박해 속에 손발이 닳도록 엮어 모은 문명을 지킬 수 있는 건 과연 무엇이오?

이반젤리스타 11세

라테라노인은 과거 대륙을 휩쓸었던 그 전쟁 때문에 분주히 뛰어다녔고, 황무지와 왕정을 넘나들던 전달자는 라테라노에 신용과 명성을 안겨 주었소.

이반젤리스타 11세

산크타는 모든 나라가 안정과 평화를 갈망하는 소리를 들었소.

이반젤리스타 11세

그러나 세상 사람들 또한 너무나 다양한 '평화'가 고성과 궁중, 그리고 막사의 구석에서 형성되는 것을 보았소.

이반젤리스타 11세

일부 사람에게만 유리한 비밀이 이곳에서 체결되었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나라의 안정을 전복시켰소.

이반젤리스타 11세

우리는 오랫동안 대륙을 휩쓴 정복과 확장을 보지 못했소. 하지만 여러 가지 묵계와 거래가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국가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소.

이반젤리스타 11세

그리고 오늘, 계시가 내려졌소.

이반젤리스타 11세

나의 소원은, 평화를 이룩하는 과정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것을 감시함으로써, 모든 나라가 소수에 의한 비밀이나 묵계를 배제하는 것이오.

이반젤리스타 11세

더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이 땅의 미래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다들 다음과 같은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하오……

이반젤리스타 11세

어떻게 해야만 우리의 문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이반젤리스타 11세

평화에 대한 도전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에 대한 도전인가?

이반젤리스타 11세

한 나라의 안전이 얼마나 많은 나라의 안전을 의미하는가?

이반젤리스타 11세

이 땅에서 생존은 문명에 결부되어 있소. 안정이 남에게 미치지 못한다면, 나 혼자만 절대 안정을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이오.

이반젤리스타 11세

아 자리를 빌려, 공통된 약속에 따라, 여러 나라가 함께 안전을 상호 보장해 줄 수 있는 협의적 실체를 설립할 것을 호소하겠소.

이반젤리스타 11세

국가의 안위와 이해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소.

이반젤리스타 11세

테라는 어깨를 나란히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오.

이반젤리스타 11세가 1099년 3월 18일에 발표한 연설은 후세에 '라테라노 선언'이라고 불렸고, 《만국 정상회담 수첩》의 첫 페이지에 수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