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7빛과 그림자
한 산크타가 라테라노 교황에게 라테라노교는 왜 구원하지 않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가 얻을 수 있는 대답은 침묵밖에 없었다. 이건 대답보다 더 좋은 대답이다.
으윽……
……
그만해, 파티아.
아직…… 안……
파티아라고 했지?
총기사 대부분은 이미 사절 구역으로 다 파견됐어. 네 임무는 이제 끝난 거야.
……
사실 난 이해가 안 돼. 대성당 최강자가 누군지 안도아인이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이런 수작을 부리는 건지?
……그 녀석은 단지 교황님을 만나려는 것뿐이잖아.
음? 르무엔이 한 말들을 정말 믿기로 한 거야?
그거랑 별개야.
안도아인이 빚을 청산하러 가도 상관없어.
그렇다고 내가 그 녀석을 내버려 두겠다는 건 아니야.
알았어. 그럼 갈까?
……먼저 파티아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고.
그래.
우린 계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 신비롭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 그 애매모호하고 해석이 시급한 충동들,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단언하기 어려운 직감들……
계시는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는가? 계시는 우리한테 어떤 선택을 하게 할 것인가? 혹은, 이 모든 게 삶의 피로가 불러온 환각에 불과한 건 아닌가?
하지만, 계시가 계시라 불리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믿으려고 하기 때문이고, 혹은 믿어야 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안에 상식을 벗어난 것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냉정한 논리나 객관적인 자연으로 분해할 수 있으면서도……
개탄스러운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계시'를 영적인 빛으로 뒤덮으려고 하니.
그래야만, 잔혹한 현실 앞에서 비겁한 자는 계시의 모호함을 탓할 수 있고, 독실한 자는 깨달음의 차이를 뉘우칠 수 있지. 어찌 됐든, 적어도 모든 게 자기 탓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으니까.
왔는가, 안도아인.
놀라진 않은 것 같네.
나는 이 만남을 인도의 결과라 말하지 않겠다. 삶이 내게 준 가장 큰 교훈은 본의가 어떻든 간에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지.
하지만 결국, 각자의 목적이 있지.
최고 율법의 수호자, 감독자, 이행자이자……
희생과 결속의 미덕을 지니고 이반젤리스타라는 이름을 물려받은 제11대 성도이면서, 라테라노 성인 유적의 정점에 오르신 교황님이시여.
믿지도 않는 것을 외울 필요는 없다.
그 소녀는 자네 곁에 남지 않았나 보군.
그 아이는 아직 어려서 경험할 게 많지.
반면 우리는 세월이 흘렀다. 권모, 술수, 도발 그리고 배착에 익숙해질 정도로 말이야.
당신은 어쩔 셈이지. 그 아이에게 그런 세월의 선물을 쓸 생각인가?
한 여자 아이의 앞길을 막을 정도로 노망이 나진 않았다.
그 아이가 '기적'을 일으켰다고 해도 말인가?
아니, 기적은 라테라노에 있다. 기적은 라테라노밖에 없지. 은혜가 강림했다. 오직 그뿐이다.
자네는 역사를 좋아하나? 나는 아주 좋아하지. 역사가 되려면 원점이 필요하고, 거기에 변화를 섞어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면…… 그 잔잔한 물결이 바로 역사가 되는 것이다.
최초로 물에 던졌던 게 뭐였는지, 역사는 신경 쓰지도 않지.
나도 신경 쓰지 않지.
체첼리아라는 소녀가 스스로 가고 싶은 장소로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언젠가 체첼리아라는 이름이 크게 빛날 수도 있다…… 혹은 전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 이건 우리의 공통된 인식 아닌가?
……마치 손녀를 집 밖에 내보내는 자상한 할아버지처럼 자신을 묘사하는군.
그만두지 그래, 그저 자신을 위한 것이겠지. 당신은 기적을 해석할 권리를 얻었어. 그 대가로서, 체첼리아는 이곳을 떠날 자유를 얻었고.
이건 심지어 거래조차 아니지. 그 아이에겐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아니, 나는 단 한 번도 그 아이에게 뭔가 하려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수천 년 동안 이 땅에 우뚝 솟아 있는 라테라노는 한 혼혈 때문에 흔들릴 수도, 흔들려서도, 흔들릴 일도 없을 테니까.
당신의 전임자나 후임자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길 바라지. 그 지워진 이름들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겠어.
안도아인, 우린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 된다. 죄악은 영원히 죄악이야. 시간만이 죄악을 희석시켜 줄 뿐이지.
사람들이 그게 죄악이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나는 선인들의 신중함을 탓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걸 덮기 위해 죄악을 규칙으로 둔갑시키지도 않을 것이고.
전제는 당신이 말한 그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지?
허허.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참 재미없는 일이지. 경험이 오히려 우리를 더 소심하고 더 우유부단하게 만드니까 말이야.
노인에게 가능성이란 없다, 안도아인. 우리는 그저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뿐이지.
만들어진 길이라……
자네도 마찬가지지, 안도아인. 난 자네가 보내온 여정을 알고 있다.
여정 말인가……
그렇다, 나는 걸어왔다…… 가장 순수한 기도에 귀를 기울였고, 가장 악랄한 저주도 들었어.
호화로운 궁전에 들어도 가봤고, 힘겹게 부츠를 피 웅덩이에서 빼낸 적도 있지.
파렴치한 죄인이 통곡하며 용서해달라고 비는 모습도 봤고, 죄 없는 아이를 위해 초라한 관을 덮어준 적도 있어.
항상 그랬지. 그들의 절규는 늘 조용히 묻혔고, 그들의 눈물은 늘 메말라버렸어. 그리고 나는, 항상 그들 곁에 서서 계속 위로하려고 했다.
나는 이렇게 말했지. 우리가 따르는 한, 우리가 믿는 한 구원은 반드시 찾아온다고.
그렇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이쪽을 한번 돌아봐주지조차 않았어.
폭풍에도 절대 기울어질 일이 없는 신성한 도시 라테라노, 편안한 소파에 앉아 있는 성현들, 그리고 무지와 자만을 미덕으로 삼는 산크타들이, 이 세상에 고난이라 불리는 처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이 모든 가망 없는 고해성사와 온갖 메마른 위로, 그리고 깊은 침묵들.
이것들이 얼마나 내 마음을 억누르는지 당신은 알고 있나?
나는 해답을 찾으러 왔다.
우리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어. 그렇지 않나?
신도들에게서 '구원을 얻는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마치 무언가 정해진 승낙, 물에 빠진 자가 몸을 의지할 수 있는 작은 배처럼 말이야.
보아라, 우리의 위대한 라테라노를. 아름답게 빛나고, 엄숙하고 우아하며 공기는 언제나 바닐라와 설탕의 향기로 가득하지.
이 모든 건 율법을 따르는 것에 대한 '보답'이고, '구원'을 받은 증명이기도 하지.
낙원이 낙원이라 불리는 까닭은, 바깥의 광야가 너무나도 춥기 때문이다.
이곳은 본래 광야의 별, 추운 밤의 화톳불이 될 수도 있었다!
……부정하려 들지 마라. 라테라노는 경전에 나오는 고적이 아니야. 라테라노는 지금 여기에 세워져 있다…… 이 세상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라테라노는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
어째서지?
우리가 '우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라테라노의 산크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아니다. '그들'은 숨기고, 환멸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몸부림치고, 미워한다.
그들은 스스로 적을 만들어 내지. 파멸의 불꽃을 마음속에 숨기고, 욕망과 수치가 뒤섞여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되고 만다.
왜 대지의 무수한 도시와 왕국이 전쟁에 빠져 순식간에 사라졌는가? 왜 기적의 라테라노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인가?
안도아인, 그들은 지옥인 것이다.
하지만 자넨 '우리'를 멀리하고, 우리를 만들어 낸 모든 미덕을 멀리하는 걸 선택했지. 그리고는 한 바가지의 물로 지옥불을 끄겠다며, 얼마 남지 않은 촛불로 광야의 밤을 밝히겠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
어째서 내 대답이 필요한가? 자넨 이미 자신을 위해 절망을 선택했잖나.
……예전에 세 번 라테라노에 온 적이 있지. 대부분은 이 땅의 구석을 헤매고 다녔다.
나는 많은 사람을 봐왔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두운 면이 있지. 그건 라테라노 교황에게 굳이 가르쳐 줄 필요조차 없어. 하지만 사람의 마음에는 빛 또한 존재해. 그것은 눈부셔서, 눈을 뜰 수조차 없을 정도지. 나는 그것을 잊을 수 없어.
절대 잊을 수 없지.
나는 그 빛에 의해 불타올랐다. 아마 그 불은 붙는 순간 꺼질 것이 정해진 운명이고, 나는 이제 영원히 빛나는 라테라노에 돌아올 수 없겠지.
하지만 영원한 빛은 차갑고도 멀며, 라테라노의 빛은 선택된 자들에게만 열려 있지. 라테라노의 강대함은 영광을 쌓기 위해 이름을 떨칠 뿐이야.
차라리 나는, 얼어 죽어가는 자의 발밑에 화톳불을 피워 주고 싶다.
설령 그 화톳불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지라도.
안도아인, 화톳불은 순식간에 꺼질 운명일 수밖에 없다. 자네는 영원한 빛을 불로 만들길 원하지. 하지만, 불은 언젠가는 꺼지게 되어 있지. 그때가 되면 아득히 먼 빛마저 사라져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자네가 하늘에 걸린 두 달을 깨부수면, 추운 밤을 지내는 사람들이 더는 볼 게 없어 눈을 감을 수밖에 없게 되고, 빛은 그저 환상과 기만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지. 과연, 자네는 이런 영원한 밤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낙원이 좁아서 싫은가 보군.
하지만 이렇게 좁은 낙원이라 할지라도, 이 땅에서 그것의 존재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가?
낙원이 좁다고 탓하지만, 그 낙원 안에서도 진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어째서 낙원을 땔감으로 삼아, 꺼질 운명인 들불을 피워야 하는 건가?
이 땅에서 선함과 아름다움을 용납하기는 어렵지. 그 선함과 아름다움이 영원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라테라노인, 수많은 라테라노인이, 대대손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자넨 알기나 하는가?
안도아인, 자네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경솔하고 사소한 말로 이 모든 것을 부정할 셈인가?
……완전히 엉터리야.
라테라노엔 진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렇다면 라테라노 밖에 있는 사람들의 삶은…… 다 거짓이란 말인가?!
그들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교리와 규칙을 지키며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노력한 만큼 보답받기를 바라고 있어……
암염 잡화점의 바렌 아주머니, 파도 소리 성당의 랜디 보조사제, 경종의 밧줄을 엮는 꼬마 사그레……
가르쳐 다오, 그들의 믿음과 기대에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이지?
가르쳐 다오, 역사를 짊어지고 낙원을 지키는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이반젤리스타 11세여.
……로카마레아는 왜 멸망해야만 했지?
해답.
물음.
이게 내가 원하던 해답이었나.
이게 내가 원하던 질문이었나.
......
뭔가 느슨해졌다.
아주 오랫동안…… 나를 옥죄였던 무언가가.
무언가가 울부짖고…… 몸부림치고 있지만,
오히려 홀가분해진 기분이 든다.
짭짤한 햇볕이 몸을 내리쬐는 기분이다.
총소리는 거의 동시에 울렸다.
율법은 산크타의 뼈와 피에 깊이 새겨졌다.
율법을 어겼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나는 알고 있다.
발밑엔 끝없이 펼쳐진 심연이다.
하지만 난 이미 발을 내디뎠다.
거대한 힘이 나를 벽에 내동댕이였고, 돌출부가 뼈에 부딪치면서 등 뒤의 성상이 무너져 내렸다.
이건 수호총의 위력이 틀림없다.
이반젤리스타 11세, 그의 늙은 신체는 생각보다 강대했다.
하지만……
나는 애써 눈을 떠 연기 속에서 그의 모습을 찾았다.
그 노인은 여전히 대성당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다만 더 이상 미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내가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보다 조금 더 늙어 보였다.
하지만 광륜, 그의 머리 위 광륜은 여전히 반짝인다……
“뼈와 피의 율법, 비통한 대가.”
……대……가……?
그리고, 나는 진짜 문제를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내 머리 위의 광륜도 전혀 어두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거였군.
자네랑 내가 모두 무사한 건 참 희한한 일이야. 하지만 축하할 만한 일이지.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되어 있었다.
자네는 독실한 신자다, 안도아인. 어쩌면 자네가 라테라노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라테라노에서 우리는 '신앙' 같은 걸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나? 우리는 신앙의 일부분으로 태어났기 때문이지.
산크타, 광륜이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순간, 이미 그것에 감싸이게 되지.
그것……? 우리…… 산크타가 굳게 믿는 율법이란 게…… 도대체 뭐지?
타천사는…… 대체……
라테라노의 오랜 역사 속에서, 모든 교황은 율법을 해석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 해석에 따라 계율, 규칙, 심지어 그 위에 세워지는 모든 것이 계속 파생될 수 있지.
라테라노는 율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산크타는 규칙을 어기고, 계율을 어기고, 율법을 어기면 타락할 거란 걸 잘 알고 있지.
타락한 산크타는 더 이상 다른 산크타와 교감할 수 없고, 수호총도 타천사를 배척하게 된다.
즉, 타락한 산크타는 더 이상 산크타가 아니게 되는 것이지.
……'산크타'란 무엇이지?
산크타는 산크타한테 총을 겨눌 수 없다, 이건 계율이고 본능이지. 마치 절벽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앞으로 내디디려 하지 않는 것처럼.
물론,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겠지. 이 일에 대해선 자네가 가장 발언권이 있을 것 같군.
……
……나와 그 아이는 뭐가 다른 거지?
내가 계율은 본능이고 계율은 해석이라 말했지 않나. 자네의 이해력이라면 그 안의 모순을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율법이 변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변화에 따라 그것에 '해석'이 더해지면 '본능'이 될 수가 없지.
그렇다. 하지만, 자네의 질문은 전제 조건이 틀렸다. 율법은 당연히 불변하다…… 다만 '해석'도 그렇게까지 '변화적'이지 않다는 것이지.
해석은 우연이 아니다, 안도아인, 알겠나?
……당신은 방금 “노인에게 가능성이란 없다”고 말했다만.
율법은 자네랑 나보다도 더 늙었지.
교황은 율법을 해석하지 않는다. 다만 율법이 스스로 해석하는 거지. 율법이 어떻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 주변을…… 미안하군, 내가 일부를 파괴해버리긴 했지만…… 이 건물, 성상, 스테인드글라스, 휘황찬란한 천장과 벽화들을 보아라……
이것들이 혹시 우리한테 어떤 착각을 준 것은 아닐까?
'계시'를 기억하고 있는가?
……그 안에 상식을 벗어난 것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냉정한 논리나 객관적인 자연으로 분해할 수 있으면서도……
개탄스러운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계시를 영적인 빛으로 뒤덮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
진정한 율법은 예로부터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존재를 계속 이어지게 하는 것.
……'우리'라는 건 무엇이지?
날 따라오거라.
나는 이 노인을 따라 깊은 곳으로 향했다.
대성당 아래는 성현들의 뼈가 묻혀 있는 곳이란 걸 다들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라테라노의 유구한 역사 중 가장 해박하고, 가장 걸출한 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매끈한 대리석 조각상은 눈동자가 없어 지나가는 사람을 본체만체한다.
더 내려갔다.
역대 교황들의 위업이 새겨진 비석들이 차례대로 진열되어 있다.
그들 중에는 자만한 자, 겸손한 자, 고상한 자, 혹은 미친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라테라노에 먹칠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더 내려갔다.
가장 오래된 성도가 이곳에 영원히 잠들어 있다.
그들은 산크타를 혼돈에서 끌어냈고, 그들에게는 인간의 모든 미덕이 있으며, 모든 후세는 그걸 본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기적이 새겨진 플레이트에 빛은 이제 없다.
더 내려갔다.
이제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눈에 비친 모든 것은 그 어떤 서적에도 기재된 적이 없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이건 라테라노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
나지막한 으르렁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나는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원하는 해답이 아니다. 이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거나 억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해석이나 논쟁, 혹은 개혁에 의해 흔들릴 것도 아니다……
이것은 믿는가 믿지 않는가의 문제도, 왜 믿는지와 어떻게 믿는지에 대한 싸움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반박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러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라테라노는 무엇인가?
산크타는 무엇인가?
그렇다.
우리가 우리인 것은, 단지……
그것이 우리를 연결해 주고,
그것이 우리를 만들었으며,
그것이 모든 것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자네와 내가 걷는 길은 모두 율법에 따라 만들어졌지.
우리의 길은 다르지만, 이르는 곳은 결국 같은 장소에 불과하다.
그것이 우리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허락했다.
이것이야말로 그것이 판단해서 허락한 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