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7빛과 그림자
환상이라 해도 좋고 이상이라 해도 좋다. 만약 믿었던 걸 쫓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우리가 너무 순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진했다고 후회할 필요까지는 없다.
도시가 아주 시끌벅적한 것 같은데, 곧 회의가 열릴 거라서 그런가?
그렇지 않을까.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어, 다들 많이 들뜬 것 같아.
누구야!
……
저건…… 집행자고, 다른 쪽은 만국 전달자 아닌가?!
뭐지, 저 사람들? 파쿠르 경기라도 하는 중인가?
왜, 이렇게 떠들썩한 거야? 우리도 같이 즐겨볼까?
가자! 쫓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하아, 정말 성가시네, 페데리코.
당신도 만만치 않습니다.
내가 확인해 봤는데, 넌 지금 임무가 없잖아…… 지금 휴가 중 아니었어?!
정말 이해가 안 되네. 대체 왜 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건데? 내가 너한테 원한이라도 산 적이 있었나?
제 지난 임무는 시라쿠사에 가서 현지 산크타가 남긴 유품을 라테라노로 가져오는 거였습니다.
그 산크타가 남긴 유품 중 노트 한 권이 있었는데, 노트에는 그가 산크타 여성이 살카즈와 접촉하는 걸 목격했다고 기록되어 있었죠.
그래서, 넌 당연히 조사해야겠지.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난 남자잖아?
여러 가지 단서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그 여성의 주소지가 라테라노의 스테보누스 구역 테르바티우스 거리 7-265번지로 되어 있었습니다.
……
네가 도착했을 때, 그 여자는 이미 죽어 있었고.
맞습니다.
……그래서 넌 그 여자의 행적을 계속 조사했고, 그 여자의 외출이 수상하다는 점을 발견했지. 왜냐하면 외출 전, 그녀는 매번 만국 전달자인 나와 연락했으니까……
하하하하하!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나는 또 빅토리아에서 내가 꼬리를 잡혔거나, 아니면 안도아인과 연락하다가 흔적이라도 남긴 줄 알았는데. 설마 호의를 베풀어 페오리아를 조금 도와줬던 일 때문에 이렇게 될 줄이야……
이것도 운명이란 말인가.
한탄은 다 했습니까?
하아, 페데리코, 내 예상이 맞다면 넌 지금 내 감정을 느낄 수 없겠지?
느낄 수 없고,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체포 대상의 감정 따윈 저랑 상관없으니까요.
네가 체포할 대상이 아닌 녀석의 감정이라면, 신경 쓴다는 거야?
……아니요.
넌 나와 같아. 우리는 많든 적든 교감 능력을 거부하고 있지…… 이런 만남이 아니었다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솔직히, 라테라노에 너 같은 녀석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연민 따위를 베푸는 게 아니라,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녀석들 말이야.
그 의견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판이 끝나면, 감옥에 가서 당신과 교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즉, 그게 당신의 이유입니까, 오렌?
……제일 성가신 녀석이 나타났구먼. 나처럼 매일 선행 하나씩 실천하는 놈이, 어쩜 이렇게 지지리도 운이 없을까……
벨리브 추기경,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집행자 페데리코.
배신자 오렌에 대한 처분은 이제부터 제7청에서 맡을 겁니다. 공증소 쪽에서는 사건을 종결해도 됩니다. 이번 사건의 보고서는 사본을 떠서 제7청과 제1청에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제 인증 코드입니다.
확인했습니다.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계속 휴가를 보낼지, 아니면 아스트레이들의 체포 작전에 참여할지,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
벨, 페데리코가 작별인사하는 걸 본 사람이 있긴 해?
친한 척하지 마시죠.
나를 도와주러 온 거 아니야?
나를 법대로 처리하고 싶었으면, 페데리코가 일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면 됐잖아. 안 그래?
물론, 페데리코가 날 못 이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돌려보낼 필요도 없잖아.
저는 단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당신이 더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을 뿐입니다.
페데리코의 보고를 본 후, 저는 당신이 그저 안도아인의 조력자일 뿐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렇게 폐품은 아니었네요.
오, 이건 영광인데.
체첼리아는 존재 자체가 라테라노에 대한 위협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 위협이 사라지길 원치 않죠…… 그 위협을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위협을 이용해 거래하기 위해서죠.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졌는데, 아무도 관심 없으니까 내 가슴이 아픈 거였지.
사실 라테라노에 대한 내 충성심은 최상급이야. 벨리브, 넌 잘 알잖아.
나는 교황님의 이상을 가장 지지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당신은 교황님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죠. 그렇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당신은 애초에 이번 회의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
설마 너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거야?
벨리브, 넌 빅토리아의 현재 상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전쟁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운지, 넌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말이야.
이 시국에 교황님은 우리가 수십 년간 준비해 온 힘을 다 써버렸어. 그래 뭐, 대다수의 나라를 움직였다고 치자. 그런데 정작 파견해 온 사람들은 전부…… 너무 잔챙이들이지.
지금보다 더 평화로운 시기였다면, 이것을 기반으로 천천히 준비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야. 교황님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우리가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일 처리할 만큼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빅토리아에서 나는 더 더러운 수법도 수도 없이 봐왔어. 그게 옳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올바름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너는 과연 고상한 사람이 되고 싶을까? 대답해 봐, 벨리브.
오렌,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이렇게 말이 많지 않았는데 말이죠.
뭘 기다리고 있습니까?
사실 아까 마음이 바뀌었어.
네?
밖을 오랫동안 돌아다니다 보니, 나는 점점 산크타가 별로 특별하지 않다는 게 느껴졌어.
우린 단지 서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뿐이야.
하지만 방금, 아무리 나라도…… 아주 오래된, 유구한 무언가가 진심으로 내 마음에서 솟아오른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게다가 우리는 카드를 얻었지.
각국의 사절들이 라테라노에 모인 날에 라테라노에 기적이 일어났지……
그게 무슨 의미일까? 뭘 의미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아, 안 그래?
한 가지, 당신이 착각한 게 있습니다. 당신은 만국 정상회담이 지금과 같은 다사다난한 시기에 열리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당신의 생각에는 분명 멋진 부분도 있습니다. 아마 교황님께서는 진행하기 불편한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다른 준비를 해 두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닙니다.
당신은 운이 참 좋군요, 오렌. 왜냐하면 확실히 제겐 당신이 필요하니까요.
나와, 파티아.
너희 살카즈 동료들을 소동에 가담시키지 않은 걸 보면, 이성을 완전히 잃은 건 아닌 것 같네……
만약 각국 사절들이 라테라노에서 '만국 정상회담을 파괴하러 온 살카즈'를 직접 목격했다면…… 이 사태는 수습하기 쉽지 않았을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피아메타.
안도아인은 이미 대성당으로 가고 있잖아.
그래서 뭘 알아냈는데?!
너한테 보고할 필요는 없어, 파티아.
하지만, 그 녀석을 찾아 끝장을 보기 전에, 먼저 네가 이런 어리석고 성가신 방해 공작을 더 이상 못하게 막아야 해.
어쩌면, 너희에게 아직 일말의 이성이 남아서 정말 만국 정상회담에 손을 댈 생각이 없을지는 몰라도……
그래도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는 게 좋을 거야. 일이 항상 원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흐응……? 이번에는 당신이 날 '설득'할 차례인가?
작은 충고일 뿐이야. 네가 싫다 해도 난 딱히 상관없어……
……
피아메타,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나 알려주지 그래.
뭘 어떻게 생각해? 나는 일을 하고…… 청산해야 할 빚만 끝내면 돼. 복잡할 게 뭐가 있어?
……8년 전, 당신은 왜 호위대를 떠났지?
……호위대는 밖에 못 나가잖아, 하지만 공증소 소속이면 갈 수 있지. 물어서 뭐 하게? 이런 거에 흥미가 있는 거야?
…………
파티아, 네가 뭘 그렇게 마음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어. 네가 내게 뭘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리베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둥 이딴 소리를 할 거라면……
나는 먼지 한 톨만큼도 관심 없어, 파티아.
믿었던 팀원이 동료를 배신했고, 그 때문에 내 친구가 다쳤고, 그 때문에 추방당했어. 심지어 그 때문에 배신자들이 눈독을 들일지도 몰라.
이미 한 번 놓쳤으니…… 이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게 할 순 없어.
난 걔네들을 지키고 싶어. 그것뿐이야.
만약 이게 네가 품은 환상과 다르더라도, 네게 사과할 생각은 없어.
……풉.
……잘난 척하지 마, 모스티마. 너였으면 이렇게 안 할 거 같아?
아니, 네 말이 맞아.
……당신 말이 맞아, 내 환상이지.
그런데 환상이 뭐 어때서? 환상이든 이상이든, 내가 믿는 걸 쫓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왔을까?
이상을 다른 사람에게 기대한 내가 단순했을지 몰라도, 난 후회하지 않아, 피아메타.
너라는 애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물러서지 않을 거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당신에겐 '어리석고 성가신' 장난일지 몰라도, 이건 내 임무야. 그러니 끝까지 해낼 거고.
나를 말릴 거면, 차라리 나를 쓰러뜨려.
……
그거면 돼, 파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