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6위령곡
위층의 체첼리아는 살카즈가 옛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자 갑자기 종소리가 요란스레 울린다. '교황'이라고 불리는 노인이 산크타에게 묻는다. 우리에게 이건 행복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시계탑의 복도는 매우 좁고 발밑의 돌계단은 축축하고 미끄럽다. 거친 돌벽은 울퉁불퉁하고 만지면 서늘했다…… 마치 숲속의 나무처럼.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진다. 저 앞엔 뭐가 있을까?
나는 산크타와 살카즈가 낳은 아이다. 사람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원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모르겠다. 그건 내가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다.
하지만, 난 로셀라 언니의 표정을 기억한다.
언니는 두 눈을 내리깔고 약간의 미소를 띤 채, 손에 보물이라도 쥔 듯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하길 바랄까?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알고 있다. 내가 가장 해야 할 일이 바로 내가 원하는 일이란 걸.
그게 산크타일지라도, 살카즈일지라도.
하지만, 나는 체첼리아다.
그냥 체첼리아다.
......
엄마, 잘 가…… 날, 지켜봐 줄 거지?
에젤, 좌측 전방입니다.
윽!
위험했네!
우린 싸워도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은데, 그만할까?
……전혀 사람 말을 못 알아듣네.
에젤, 네가 제일 걱정하는 건 체첼리아의 안위 아니야? 체첼리아가 내 손에 있으면 더 안전할지도 몰라.
제가 그걸 믿을 것 같습니까?
난 거짓말은 안 해.
설령 당신이 한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체첼리아 본인이 싫다면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가끔씩 안도아인이 내게 너무 많은 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
에젤, 한눈팔지 마십시오.
아니요…… 페데리코 선배님!
뭔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건……
공기가 떨린다.
무언가가 허무에서 분출되는 것처럼.
강하고 순수한 힘이지만, 그 어떤 기존의 오리지늄 아츠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옛 구조물이 깨어나고 있다.
잊혀진 소리가 울려 퍼지려 한다.
에젤, 작전 변경입니다. 당신은 시계탑에 가서 상황을 확인해 주세요.
이 반역자가 된 전달자는 제게 맡기시죠.
교황님, 이건!
쉿……
벨리브, 홀 문을 닫고 당분간 아무도 들이지 말거라.
대체 무슨 일입니까?
……
나의 전임이었던, 선대 교황이 역사 연구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아니요, 몰랐습니다.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연구자로서 우수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분이 작성한 글에는 오류가 많았고, 칭찬받을 만한 것은 아니었지.
역사 연구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역사를 자료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좋아한다는 게 더 맞겠네.
그분은…… 상당히 로맨틱한 비유법을 쓰기 좋아했지. 역사 논문으로서 너무 감정을 과하게 담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건 사실이야.
그분은 “역사란, 형체가 없는 거인이 대지에 쓴 무한한 폴리포닉 악장이다”라고 말했어.
그분의 비유에 비춰보면, 이 거인 음악가가 새로운 한 소절을 썼을 수도 있겠군.
......
폐 속의 공기는 힘껏 내뱉어졌다가 다시 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발이 걸려 넘어진 나는 몸부림치며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앞으로 뛰어갔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시계탑의 꼭대기 층에서, 바로 그 문 너머, 바로 체첼리아가 있는 그곳에서.
문을 열었다……
그 가냘픈 소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래된 살카즈의 노래.
소녀는 모든 감정을 다 쏟아부어 앳된 목소리로 진지하게 노래를 불렀다.
나의 흐트러진 숨결이 노랫소리에 방해될까 봐, 나는 애써 숨을 죽이고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오직 종소리만, 아득히 먼 옛것을 넘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종소리가…… 계시의 석탑으로부터…… 어떻게 이런 일이……!?
저 종은 한 번도 울린 적이 없지 않습니까?!
……단지, 단지……
수천 년 전, 초대 성도가 이 땅을 걷고 있을 때를 제외하고.
……
“대낮에도 산크타는 캄캄한 하늘에서 태양을 찾을 수 없었고, 밤이면 악마의 군대가 쫓아와 수많은 산크타를 해쳤다. 그로 인해 산크타는 수많은 빛을 잃었다.”
……“성도들은 말했다. 나를 따라오거라. 그러자 석탑이 우뚝 솟았다. 성도들은 말했다. 나에게 귀를 기울이거라. 그러자 종소리가 울렸다.”
“종소리가 광야에 울려 퍼지면서 산크타의 마음은 하나가 되었다.”
“이것은 계시이고, 이것은 잠언이다.”
“그러자 낮에 밝은 빛이 생겼고, 다시는 가려지는 일이 없었다.”
“성도들은 말했다. 도시를 세워라, 그것은 산크타의 낙원이 될 것이다.”
“성도들은 말했다. 그 도시는 라테라노라고 불릴 것이다.”
……이럴 수가……
계시의 석탑은 라테라노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야. 아니지, 고서 기록에 따르면 계시의 석탑이 먼저 있었고 그 후에 라테라노가 생겼어.
그리고 성종이 지금 다시 울렸다는 건……
우리 체첼리아 때문이겠지.
그런데 왜……
그 형체 없는 거인 음악가가 포르테 몇 개를 쓰고 싶었던 참에, 마침 라테라노 시계탑의 종이 마음에 들어 합주용 악기로 선택했을지도 모르지.
추기경 벨리브, 지금 이 순간 성당 안에 있는 건 너와 나다. 이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구나.
……교황님, 우린 즉시 성종이 울린 원인을 밝혀내야 합니다…… 아니,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그 원인을 밝히고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건…… 반드시 교황청이어야만 합니다.
마침 각국 사절들이 라테라노에 모여있는 지금,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이 모두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건 기회이기도 합니다.
벨리브, 가서 각국 사절들에게 알려라. 라테라노의 종이 수천 년 만에 다시 울렸다는 건 변혁의 징조이니, 우리는 반드시 단결하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이야.
그럼 계시의 석탑 쪽은……?
이미 충분히 기다렸다. 일을 시작해야겠지.
선도자, 당신은…… 진즉에 알고 있던 거야? 체첼리아의 정체를…… 그 아이가 혼혈인 것 외에…… 혹시 다른 숨겨진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그럴 리가. 그 아이는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체첼리아야. 출신이 조금 특별할 뿐이지, 따로 비밀이 있는 건 아니야.
어쩌면, 라테라노 자체가 변화를 원하고 있는지도 몰라. 체첼리아는…… 마침 그런 때를 맞닥뜨린 거고.
혹은, 체첼리아가 오랜 세월에 걸친 살카즈와 산크타의 균열을 메울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계시가 내려진 거고, 성종이 울렸을지도 몰라.
물론, 단순한 오해이거나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어. 그저 역사에 파묻힐 블랙 코미디일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 늘 진실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음…… 어찌 됐든, 우리한테 기회를 준 거잖아.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하늘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증명이 될 수도 있어.
교황청은 지금 아마도 사절 구역과 계시의 석탑 쪽에 모든 신경을 쓰고 있겠지……
우리가 그 길을 만들게.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돼.
……안도아인, 종소리가 울렸어.
이 종소리는 곧 여정에 오를 아이를 위한 것이야.
그래?
한결 경쾌한 말투네. 너, 결정했구나.
내 결정은 변한 적이 없어.
모든 걸 바친다고 해도?
모든 걸 바친다고 해도.
……그게 의미가 있을까?
의미라…… 의미는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지. 우리가 한 모든 선택은, 그걸 구상하고 그걸 형상화하고, 그게 강림할 수 있게 기회를 줬을 뿐이야.
알았어.
당신이 계속 평안할 수 있기를.
파티아, 네가 방금 한 말은 우리의 초심에 어긋났어.
모두가 초석이 되어, 우리가 닦은 탄탄대로를 나중에 올 자에게 남겨줘야 하는 거야.
지금 즉시 교황님을 알현해야 합니다!
탈바도레 총기사님, 교황님께선 지금 기도를 하고 계시기에 당분간 아무도 만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폭발음?
아마 또 시민들의 장난이겠지요……
아니! 폭발음은 사절 구역 쪽에서 왔습니다. 그쪽은 모든 폭파 행위가 금지되어 있을 텐데!
타…… 탈바도레 총기사님, 사절 구역이 습격받았습니다! 도시의 많은 곳에 화재와 폭발 사고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스트레이들인가! 성종의 울림에 결국 가만있을 수 없게 됐나 보군!
이미 총기사들이 사절 구역의 경비를 서주고 있습니다만…… 습격과 폭발이 일어난 후, 사절들의 감정이 점점 격화되어, 총기사의 추가 파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알았다.
젠장, 하필 이럴 때!
추기경 벨리브!
계시의 석탑에 있는 성종이 다시 울렸습니다. 이건 라테라노의 신성한 순간이지요. 제1회 '만국 정상회담'과 각국 사절들 역시 이 은총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를 기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단의 잔당들이 이 틈을 노려 회의를 방해하고, 라테라노의 영광에 먹칠을 하려고 합니다.
탈바도레 총기사님, 교황님의 명에 따라 당신을 사절 구역으로 파견합니다. 다른 총기사들과 함께 각국 사절을 보호하고, 만국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도록 확보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총기사님과 동행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추기경……
당신도 분명 느꼈을 겁니다. 계시의 석탑에서 뿜어 나오는 그 힘을……
말씀을 삼가 주십시오, 탈바도레 총기사님.
그건 영광입니다.
르무엔, 이것도 그 녀석의 짓이야?!
……아마도.
이렇게 됐는데도, 넌 그 녀석을 두둔할 생각이야?
피아메타, 이리 와.
왜?
이리 와 봐.
……?
……?!
사과할게, 피아메타.
그저께, 너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어.
……일단 놔줘.
네가 날 용서하면 놓아줄게.
너 때문에 열받은 건 사실이야.
……그런데, 내가 더 열받은 건……
……어쩌면, 나 자신 때문에 화가 난 건지도 몰라.
단 한 가지, 네가 날 믿어줬으면 좋겠어, 피아메타.
만약 안도아인이 정말 라테라노를 위험에 빠뜨릴 작정이라면…… 난 절대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그럼, 그 녀석이 대체 뭘 하려는 건데?
……어쩌면, 안도아인은 질문을 던지려고 했던 게 아닐까.
누구한테?
……교황님께.
……무슨 질문?
산크타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질문.
좀 더 쉽게 얘기하면 안 돼?
……왜냐하면 나도 확실치가 않으니까. 이 문제는 그 마음속에 오랫동안 묻어 뒀을 거야. 나도 그저 추측일 뿐……
하지만 8년 전의 그 일이 이 일과 관련이 있는 건 확실해.
……잠깐. 그래서, 모스티마, 너도 알고 있었어?
그럴 리가. 난 르무엔과 달라, 피아메타.
르무엔은 안도아인을 이해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안도아인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어떻게 보면 걔도 참 불쌍한 것 같아. 그리고 나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지. 그뿐이야.
……왠지 르무엔보다 네가 더 열받는데.
우리는 달라, 피아메타. 나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하지만 너는…… 차라리 자신이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
르무엔, 또 뭘 알고 있는 거야. 전부 가르쳐줘.
듣고 싶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일단 들어봐야 알 거 아니야.
……
체첼리아 라 포르타, 교황의 명을 받고 너를 보호하러 왔다.
종이 울렸으니까……?
종소리가 나랑 상관있는 거야?
알려줄 순 없다.
즉시 나와 함께 대성당으로 간다.
……
에젤 오빠, 나 괜찮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