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6위령곡
체첼리아는 자신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소녀가 얼마나 멀리 갈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어찌 됐든 체첼리아는 첫 동료를 얻었다.
엇, 에젤이네. 좋은 아침이야! 출근 중인가?
안녕하세요, 오늘은…… 출근 아닙니다. 휴가 냈거든요.
휴가인데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그런데 뭔가 고민하는 얼굴인데? 설마 공증소에서 괴롭힘을 당한 거야?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그곳에서 일하는 게 멋지긴 해도, 실제로는 매우 힘들다고!
하하하……
자, 에젤, 방금 산 컵케익이니까 가져가서 먹어. 잡생각 그만하고!
공증소 일이 아무리 골치 아프더라도 그냥 업무일 뿐이야. 퇴근했으면 생각하지 마! 어차피 넌 아직 수습 기간이잖아. 하늘이 무너져도 너보다 키 큰 사람이 받쳐줄 거니깐,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힘내, 그렇게 풀 죽어 있지 말고. 별일 아니라고!
별일 아닐까요……
아직도 고민해……? 하하, 난 먼저 간다.
케이크 고마워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아침, 길가에는 사람이 아직 적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끌벅적하고 떠들썩해질 것이다.
라테라노인의 생활은…… 다 이렇다.
크레페는 어때?
아뇨, 고마워요…… 아직 케이크가……
당신이었군요!?
저쪽 길모퉁이에 있는 크레페 가게에 가장 인기 있는 크레페가 매일 200개 한정이야. 아침 일찍 일어나야만 살 수 있거든.
몇 년이 지났는데도 오픈 시간이 바뀌지 않아 다행이었어.
……그런데, 여기서 뭐 하세요?
산책.
지명수배당하고 있는 이 와중에요?
괜찮아.
……위령성당에 있던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안전한 곳에 있어. 일이 끝나면, 나와 함께 라테라노를 떠날 거야.
어디로 가십니까?
글쎄, 어디로 가야 할까.
……체첼리아도 데려갑니까?
아니, 그 아이는 이미 떠났어.
……?!
당신, 왜……?
그 아이는 해야 할 일이 있어. 지금은 아직 사소한 것일지 몰라도……
이미 자신의 길을 찾은 이상 계속 걸어 나가겠지. 우리가 넘을 수 없었던 가시덤불을 건너, 우리가 용기조차 낼 수 없었던 고난을 극복하고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먼 곳까지 갈 거야.
……그게 무슨 뜻입니까?
걱정 마, 에젤. 그 아이는 우리보다 대단하니까.
하지만 체첼리아에겐 네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지금까지 체첼리아 앞에서 계속 영웅인 척하면서, 그 아이한테 반드시 해낼 거다, 공증소에서 잘리는 일이 있더라도 괜찮다고 약속했지만……
어제 집에 돌아와서 밤새 걱정했어요.
혼혈 산크타, 타천사, 만국 전달자, 대성당의 회의, 살카즈, 수상한 이단자들……
제가 왜 이런 일들에 연루되었을까 생각했었어요.
저는 그저 반듯한 직장을 찾고 싶었을 뿐인데. 사무직에 배정받아, 제시간에 출근하고 제시간에 퇴근하며 한평생 안정적으로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요 며칠 동안 겪은 모든 일은 그저 해프닝에 불과하고, 제때 발을 뺄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 그리고 몇십 년 후 친구들 앞에서 무용담으로써 얘기할 수 있는……
그렇게는 안 될까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과 이런 말을 할 게 아니라, 당장 뒤돌아 떠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가지 않는 거지?
……
자신을 속일 필요는 없어.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체첼리아와 같은 질문을 하네.
……체첼리아도 이런 질문을 했나요?
표현이 좀 다를 뿐이지.
그래서, 당신은 뭐라고 대답했나요?
체첼리아한테 이야기를 하나 들려줬어.
……갑자기 별로 듣고 싶지 않아지네요.
왜?
……왠지 모르게 당신은 묘한 영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제가 당신한테 현혹되는 게 아닌지……
네가 원치 않는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
그래도 뭔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사실 난 소식을 전하러 왔을 뿐이야.
이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할지는 너에게 달렸고.
체첼리아는 오래된 시계탑에 갔어.
……거긴 뭐 하러?
작별하러.
……
왜?
이런, 체첼리아. 아침부터 혼자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거, 무섭지 않니?
네 오빠랑 언니들은?
선도자님, 오렌입니다.
괜찮아. 무슨 속셈인지 일단 지켜보도록 하지.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어.
아직 어린데 생각은 많구나.
그 남자가 무슨 생각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네. 꼬마 아가씨, 미안하지만 넌 여길 지나갈 수 없단다.
나를 대성당으로 데려가려고?
대성당? 아니 아니. 체첼리아, 너를 대성당에 보내지는 않을 거야.
네가 대성당에 가지만 않는다면, 그 늙은이 손에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어디를 가도 괜찮지.
원래는 안도아인이 너를 데리고 가줬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녀석이 생각을 바꿨으니 내가 직접 나서도 괜찮겠다 싶었어.
……내가 대성당에 가면 무슨 문제라도 있어?
글쎄, 뭐라고 장담하기 어렵네, 체첼리아.
실은 나, 너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거든. 알고 있어? 페오리아와는 친구였어,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어쨌든, 너의 존재는 너의 이 작은 머리로 생각해낼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더 소중해. 잘 사용하면…… 넌 라테라노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지.
넌 살카즈여야 했지만, 결국 산크타가 됐으니까.
나도 라테라노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은 건 아니지만, 사람이나 일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가…… 거래나 교환에 사용할 카드가 필요하지.
난 너처럼 소중한 협상카드가 그 어떤 위협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협상카드가 효력을 잃는 위협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몰라도 돼, 체첼리아. 너에게 성의를 보이고 싶었을 뿐이지, 너에게 불이익이 되지는 않을 거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난 폭력을 선호하지 않으니까.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 돼.
우선 비켜줬으면 좋겠어. 나는 저기 있는 시계탑에 가야 해.
쳇……
못 들었습니까? 비켜달라고 하잖아요.
에젤 오빠! 정말 와줬구나!
왔어요, 체첼리아. 저는 체첼리아와 함께 어머니를 찾고, 함께 어머니를 떠나보내기로 약속했어요. 그렇죠?
정말 멋지다, 너무 감동이야. 사정이 딱한 혼혈 소녀와 약속을 지키는 집행자…… 설마 지금 올해 최고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야.
하아, 가능하다면 나도 악역을 자처하고 싶진 않은데. 정말 곤란하네.
윽!
에젤 오빠!
산크타는 동족에게 총을 겨눌 수 없지만, 폭력에 수단은 이렇게나 많지. 굳이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거야.
체첼리아, 지금, 빨리 가세요! 시계탑이 바로 저 앞에 있어요.
하지만!
체첼리아, 약속 하나만 더 하죠…… 저는 반드시 무사할 겁니다!
……알았어.
에젤 오빠, 시계탑 위에서 기다릴게.
제법이군, 에젤. 준비를 하고 온 건가? 날 막아낼 줄이야……
하지만 교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네가 품은 공포는 느껴진다고.
쓸데없는 소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같은 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적어도 지금은 아니에요.
그럼 네 실력을 보여줘 봐.
과연 네가 앞으로 짊어지게 될 짐의 무게를 알고나 있을까.
……저 수습 집행자가 오렌을 막을 수 있을까?
오렌은 진심이 아니야. 그리고 에젤도 지금 공증소의 집행자가 아니지…… 에젤은 오렌에게 방해가 되지 않아.
사실…… 선도자, 나는 당신의 결정에 따르긴 하지만, 완전히 동의하는 건 아니야……
체첼리아는 패스파인더들과 함께 있어야 해. 우리뿐만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도.
그건 내 결정이 아니야. 나는 체첼리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어. 그건 체첼리아 자신이 결정한 거야…… 파티아. 그 아이한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어쩌면 우리에겐 영광일지도 몰라.
걱정 마. 내가 하려는 일은 여전히 변함없으니까.
하아…… 하아……
너, 수습 집행자 주제에 꽤 제법이네.
저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어요……
그렇게 병원에 실려 가고 싶은 거야? 남의 뼈를 부러뜨리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에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 너는 그냥 라테라노의 평범한 사람이야. 돌아가, 돌아가서 너의 행복한 생활을 만끽해. 케이크를 먹든지 차를 마시든지, 좋을 대로 하라고.
저는 이미 결심했어요.
너희들은 왜 이렇게 결정이니, 선택이니 이딴 말을 좋아하지……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몰라?
원래는 만일에 대비한 거였지만…… 미안하게 됐네. 여러분, 나와서 좀 도와줘야겠어.
너를 돕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오렌. 우리도 이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어때, 에젤? “영웅은 시대를 꿰뚫어 보는 법이야.”
아아, 이것도 염국 속담이야. 무슨 뜻이냐면……
유감이야, 에젤……
……하아.
페데리코 선배님!
수습 집행자 에젤 파스토레, 당신은 임시 소집되었습니다. 휴가를 즉시 중단하고 저를 도와 체포 작전에 함께 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오렌 아르지올라스, 당신의 정체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제7청은 이미 당신의 만국 전달자 직위를 해제했습니다. 그러니 저항하지 말고, 저와 함께 제1청으로 가시죠.
꼭 가야 하는 건가?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꼭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