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이딩 어헤드

GA-5장례식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2-09-16

우리를 인도하는 건 의식 자체가 아니라 이 모든 걸 겪은 후의 우리 자신이다. “길은 자신만이 찾을 수 있고, 자신의 두 발로만 걸을 수 있다.”

등장 오퍼레이터: 피아메타, 모스티마, 인포서


옹이눈 매장꾼

음, 어느 정도 팠지?

기운 없는 매장꾼

좀만 더 팔까?

기운 없는 매장꾼

언젠가는 모두 폐허가 될 텐데 뭐. 묘지에 바퀴를 달아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운 없는 매장꾼

사람은 늘 자신이 살아온 삶에 흔적을 남기려고 하지…… 아쉽지만, 그건 모두 망상일 뿐인데 말이야. 차라리 재가 되어 황무지에 뿌려지는 게 더 나아.

옹이눈 매장꾼

그러면 우리 할 일이 없어지잖아.

기운 없는 매장꾼

그것도 그렇네.

옹이눈 매장꾼

하지만 내가 볼 땐, 무덤이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거지…… 이 의식이라든지, 여기에 세워 둔 비석이라든지.

옹이눈 매장꾼

사람들은 이런 것들과 작별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니까……

기운 없는 매장꾼

훗, 자신의 무덤이 생길 때까지 말인가.


안도아인

장례식 준비는 다 마쳤어.

체첼리아

……응.

체첼리아

나…… 나는 아직 모르겠어.

체첼리아

오늘은…… 왠지 기분이 별로야……

체첼리아

엄마……

체첼리아

수도사님, 어젠 정말 기뻤어……

체첼리아

로셀라 언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같이 준비도 했고. 나는…… 엄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있다고 느꼈어.

체첼리아

하지만…… 일이 끝나면…… 그 후에는?

체첼리아

나는…… 엄마를 위해 노력했어……

체첼리아

그런데 엄마는, 그걸 정말 볼 수 있을까?

체첼리아

내가 한 일들이…… 정말로 소용이 있을까?

체첼리아

수도사님은 이런 일을 많이 경험했어……?

체첼리아

이럴 때, 장례식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체첼리아

……장례식이 끝나면 나는 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안도아인

음. 그렇군, 장례식……

안도아인

넌 아직 어려. 그렇다고 너를 속이고 싶지는 않아.

안도아인

우리가 남을 위해 하는 많은 일들은, 사실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해.

안도아인

체첼리아, 이건 이기적인 것이 아니야. 사람들이 살면서 한 모든 일은 결국은 '자신'을 형성하기 위해서야.

안도아인

장례식과 작별은 누가 떠났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주는 휴식이기도 해.

안도아인

자신이 걸어 온 길에 표시를 한다고나 할까.

안도아인

많은 어른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안정시키려고 해. 안정시킬 수 있을지,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장례식 자체와 상관없지만.

안도아인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한 후의 우리 자신에게 달렸지.

안도아인

우리는 걸어온 길을 뒤 돌아보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

체첼리아

어디로 가는 거야……?

안도아인

그건 너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 체첼리아.

안도아인

그건 자신만이 답할 수 있는 문제야. 너와 나, 우리가 모두 평생 답을 찾아야 할 문제야.

체첼리아

……나 자신에게.

안도아인

길은 자신만이 찾을 수 있고, 자신의 두 발로만 걸을 수 있지.

체첼리아

그러면 수도사님은? 수도사님은 아는 게 이렇게도 많은데, 수도사님의 길은…… 어떤 거야?

안도아인

체첼리아, 그건 대답할 수 없구나. 심지어 나는 내 길을 찾았다고도 장담할 수 없어.

안도아인

길을 탐색하는 과정은 그토록 힘들고, 그토록 절망적이어서, 길이 정말로 존재하기나 할까 싶은 의심이 들기도 해……

안도아인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어. 그래서, 나와 내 형제자매들은 스스로를……

안도아인

……'패스파인더'라고 부르지.


에젤

촛대, 촛대가 어디에 있더라……

에젤

(……누가 있나? 병원에서 본 파티아라던 그 리베리네? ……그리고, 오렌이라는 만국 전달자도……)

오렌

정말 모르겠네, 그 남자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파티아

오렌, 말을 가려서 해.

오렌

지금이 절호의 기회란 말이야. 없는 시간 낭비하면서 장례식을 치를 때가 아니라고. 할 일이 태산 같은데.

파티아

너는 저 아이의 어머니랑 아는 사이가 아니었어? 왜 그리 차갑게 구는 거야.

오렌

체첼리아의 소식을 가지고 안도아인을 만나러 왔을 때부터 난 이미 결정했어.

오렌

이 아이는 이 도시를 신의 자리에서 떨어뜨리기 충분해.

오렌

그리고, 황금색과 빨간색 장막 뒤에 숨어 있는 그 성인과…… 더 많은 사람을 흔들기에도 충분하고.

에젤

(무슨 얘기지……?)

파티아

산크타가 혼혈 소녀를 이용해 자신의 신성한 도시를 무너뜨리겠다고? 정말 역겹네.

오렌

마치 내가 미친 파괴자인 것처럼 말하지 마. 난 그저 '충분하다'고 했지,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곤 안 했어.

오렌

이 일을 실천에 옮기기보다는, 협상의 카드로 사용해야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거야.

오렌

내가 해야 할 일은 체첼리아가 교황청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확보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안도아인은 당분간 나와 노선이 같다 할 수 있지.

파티아

오렌, 충고 한마디 할게.

파티아

네가 체첼리아를 갖고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모르겠지만, 선도자님께 한 약속을 잊지 마.

오렌

……충고 고마워. 잠시만 더 너희들과 함께 행동해 줄게.

오렌

그럼, 이만 가볼게. 시간 때우기엔 장례식장보다 더 알맞은 곳이 있어서.

에젤

……

에젤

(……아마 이 사람들의 내부도 잘 통솔된 건 아닌 것 같네.)

에젤

(내가 가장 우려했던 일…… 설마 만국 전달자까지 개입할 줄이야……)

에젤

(장례식이 끝나면, 체첼리아를 데리고 얼른 떠나야겠다.)


에젤

체첼리아, 체첼리아!

안도아인

에젤, 장례식이 곧 시작된다.

에젤

안도아인 씨, 저는 당신들의 원대한 꿈엔 관심 없습니다. 당신과 신앙 문제를 의논하고 싶지도 않고요.

에젤

하지만, 체첼리아는…… 장례식이 끝나면, 저는 그 아이를 데리고 떠날 것입니다.

안도아인

어디로?

에젤

……

에젤

당신이 걱정하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안도아인

촛불을 붙일 시간이네. 에젤, 체첼리아랑 함께 해줘.


라테라노 초봄의 아침 공기는 여전히 쌀쌀했다.

산크타의 장례식엔 늘 웃음소리와 음악, 디저트가 동반되며, 가끔은 품위를 어지럽히지 않을 정도의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떠나는 사람은 숭고한 성령과 하나가 되어 하늘로 돌아간다. 이는 모두가 잔을 치켜들고 축하해야 마땅할 할 일이다.

그러나, 산크타 외의 다른 종족에겐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형식의 '장례식'이 있다.

어느 한순간에, 모든 산크타는 큰 슬픔에 목이 메어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눈을 뗄 수도 없다.

마치 제방이 무너진 뒤의 파도처럼 빈약한 영혼들을 싹 다 씻어낸다.

하지만, 오늘의 스테보누스 구역의 위령성당에는 전자의 즐거움도, 후자의 성대함도 없다.

그저 자신에게 너무나 무거운 삽을 애써 휘두르고 있는 가냘픈 소녀밖에 없었다.

소녀는 어머니의 무덤에 마지막 흙을 덮어주었다.

안도아인

체첼리아, 자, 작별할 시간이다.

체첼리아

……

체첼리아

……엄마…… 나 이제 어떡하면 좋아?

체첼리아

나는…… 엄마를 위해 이 모든 걸 한다고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체첼리아

엄마가 곁에 없는 동안, 나는 좀 강해진 것 같아…… 내가 조금은 어른이 된 걸까?

체첼리아

하지만, 에젤 오빠는…… 내가 다신 엄마를 볼 수 없다고 했어. 내가 어른이 돼도, 아무리 강해져도, 대단해져도 다신 엄마를 볼 수 없다고 했어…… 그 말이 맞아?

체첼리아

내가 잘해도 엄마는 칭찬해 줄 수 없고…… 내가 잘못해도 엄마는 화낼 수 없어……

체첼리아

그럼 나는 무엇을 위해 어른이 돼야 할까?

체첼리아

수도사님은…… 엄마를 위해 장례식을 준비하고, 엄마와 작별 인사를 하는 건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했어……

체첼리아

나 자신을 위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야?

체첼리아

나, 무서워…… 엄마……

체첼리아

그저께, 모르는 수도사 언니가 말했어. 울어도 되고 웃어도 된다고. 자신만의 작별 방식이라면, 떠나는 사람도 받아들일 거라고……

체첼리아

하지만, 나는 모르겠어…… 엄마, 나는 울어야 돼, 아니면 웃어야 돼?

체첼리아

수도사님은 자신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하지만 나, 나는 도저히 모르겠어……

안도아인

……체첼리아, 조급해할 것 없어.

안도아인

너에겐 아직 시간이 많아.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신에게는 없어.

모스티마

안녕, 오랜만이야.

피아메타

잡았다, 안도아인.

안도아인

……모스티마, 피아메타, 나의 전우들, 참 오랜만이군.

안도아인

고인을 추모하러 온 거라면, 조금 늦은 것 같은데.

피아메타

괜찮아.

피아메타

한 명 더 추모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