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ST-2하루의 재난
소동이 끝난 뒤 파산 마을에 넘쳐나는 이재민들을 보며, 마을 재건을 돕던 라바 일행도 실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기괴한 안색의 이야기꾼이 라이를 찾아오지만, 오히려 라이가 그에게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이쪽이야! 조금 더, 그렇지!
어이, 문에 못 박는 것 좀 도와줘, 꽉 잡아!
우리 집 셋째 본 사람 없나요, 우리 집 셋째 본 사람 없어요?
호, 혹시 우리 집 셋째 못 보셨나요?
미안하오나 소승은 본 적이 없소이다……
그렇군요……
위, 위야, 어디 간 거냐……
하아……
……
아저씨가 사탕 사줄까, 어때?
……
아니면 아저씨랑 불꽃 보러 갈래?
……
……엄마가 계셨으면 란이가 안 먹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으실 거야. 안 그래?
……엄마……
엄마…… 엄마아아아……
그래, 울어, 우는 게 가슴에 담고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우요우, 이 아이는?
아, 은인님…… 란이란 아인데, 아버지는 일찍 돈벌이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군요. 어제 일로 어머니까지 잃는 바람에 계속 힘든지 오늘까지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있습니다……
……
은인님! 그런 표정 짓지 마십시오. 은인님과 크루스 은인님이 아니었으면, 이 마을은 도탄에 빠졌을 겁니다. 옛말에……
에휴…… 옛말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은인님, 우리 이제 어쩌죠?
……라이랑 그 이야기꾼을 찾아야지.
두 사람은 분명 뭔가 알고 있을 거야.
어머……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저를 아십니까?
작원의 주인이신 자산 선생을 이 파산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야기꾼께서 그 대상인의 정원을 이어받으셨으니…… 파산 마을에서는 하늘과 같은 존재 아니겠습니까.
……
선생님, 앉으시지요.
……괜찮습니다.
이대로 가시는 건가요?
……
오늘은 왠지 과묵하시군요…… 하지만 잠시만요.
평소에는 선생님께서 이야기로 답답함도 달래주시고, 상징적으로 찻값만 받으셨으니……
……괜찮으시다면 오늘은, 제가 이야기해드릴까 합니다. 물론 찻값은 필요 없고, 오히려 차를 대접하려 하는데…… 어떠신지요?
……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선생님께서 수집하시는 그 괴이 소설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답니다.
수십 년 전, 염국의 남동쪽 변방에 파산이라는 마을이 있었죠……
당신……?
네?
아니, 계속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이 파산 마을은 지극히 평범한 마을이었죠. 백여 호에 불과한 사람들이 산에 의지하면서 소박한 삶을 살고 있었어요. 이따금씩 상인들이 들르는 정도로, 마을의 평온한 나날은 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했죠.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작은 마을에 재앙이 들이닥쳤어요.
마을은 파괴되지 않았지만, 활성 오리지늄에 의해 수원이 오염된 것입니다. 어른들은 인근 도시에 구원을 청하려 했으나 마을에는 전달자가 없었고, 마을을 나온 사람들도 이미 감감무소식인 상태였죠.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은 마을을 버리고 정처 없는 여행을 떠났죠……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도 몰랐어요. 심지어 그들은 가장 가까운 도시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하늘에 운명을 맡기듯 한쪽 방향을 선택했죠.
아이들에겐 포근한 침대나 벽 위의 독특한 얼룩, 뒷골목의 구불구불한 오솔길, 이 모든 것들이 갑자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그리고…… 기나긴 여정의 길이 되어버렸죠.
그리고 그 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
그곳엔 나이도 어리고 집도 가난했던 소녀가 있었어요.
소녀는 부모를 따라 걸으면서 허물없이 지내던 이웃들이 점점 과묵해져 가는 것을 보았고,
같이 놀던 오빠 언니들이 곰팡이 핀 떡 쪼가리 때문에 날카로운 돌을 들고 피 튀기며 싸우는 모습도 보았죠.
소녀는 생각했어요, 상황은 언젠간 좋아질 거라고. 그래서 열매도 찾고 작은 동물도 사냥하고, 강에서 린수도 잡으면서 열심히 노력했어요.
린수를 잡다가 강물에 빠져 죽을 뻔하기도 하고, 굶주림에 정신을 잃기도 했죠.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주변 친척들이 갑자기 알아챈 건지, 그들은 이 말라빠진 소녀의 마지막 가치는 그들을 위해 식량을 절약하는 것이란 걸 깨달았어요.
소녀가 먹을 수 있을지 모르는 열매를 양손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곳엔 이미 아무도 없었죠.
추운 밤, 절벽 사이에 울려 퍼지는 짐승의 울음소리에 소녀는 깨달았답니다. 자신은 한 푼의 가치도 없다는 걸요. 몽롱한 의식 속에서 소녀는 하늘이 피부에 그려주는 죽음의 온도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한 사람을 보았죠. 어느…… 기묘한 사람을요.
……
음, 그 말이 뭐였더라? 아…… 뒷이야기는 다음 회에 해드리겠습니다.
……
늘 이런 긴박한 대목에서 꼭 사람을 감질나게 하는 못된 심보들이 있죠. 선생께서도 모처럼 그 맛을 보셨는데, 어떠셨을까요?
오, 주인장, 한참을 찾았소……
……어? 시주께선 여기 어쩐 일로? 아까의 심한 피해로 동네 사람들이 시주를 걱정하고 있소만.
별거 아니네…… 그냥 좀 걸었을 뿐.
사가.
음? 무슨 일이신지?
그림 속에 오래 있었지 않았나? 그 정도면 이젠 충분하겠지.
……
자넨 어찌하여 물속의 달을 건지려 애를 쓰는가?
모두 취한 곳에서 혼자 깨어 있으면서, 오히려 취한 척을 하니 도리어 밉살스럽군.
시주는 이야기꾼이 아니군요…… 시주께선……
편할 대로 생각하게.
……
……
괜찮은 부채네.
으악! 크루스 은인님 아니십니까.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에휴~ 이번엔 모두 봉변을 당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가 두 분과 함께 정원 재건을 돕겠습니다.
……우요우.
어쩌면 너는 정말 평범한 전달자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하나 알려줄 게 있어서……
지금 이 상황에서, 만약 네가 아직도 우리와 거리를 두는 거라면…… 우리도 너에 대한 믿음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은인님! 무슨 소리십니까!?
괜찮은 부채네~
……보셨습니까?
응.
염국의 무술은 각양각색이잖아.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네 실력은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상당히 괜찮은 편이야.
네가 능력을 숨기는 건 분명 너만의 이유가 있어서겠지. 그건 굳이 캐묻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가 충분히 도울 힘이 있는데도 굳이 이런저런 구실까지 대면서 몸을 사리는 게 난 별로라고 생각해.
엄밀히 말하면 그건 너무 이기적이지 않아?
……
흐음, 말이 좀 심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너는 란이를 구했잖아. 너무 자책할 필요 없어.
죄송합니다, 은인님. 두 분께서 절 구해주셨으니 제가 솔직히 털어놓았어야 했는데……
은인님께서는…… 진작부터 알아채셨나요?
물론이지. 근데 네가 티를 안 내려고 애쓰는 게 재밌더라고~
아하하…… 여기에서 벗어나면, 두 분께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약속이다~?
은인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네?
이 정원에서 모든 걸 깨닫기 전, 우리는 대체 이 심상치 않은 마을에 얼마나…… 묶여 있었던 걸까요?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그 말인즉……
우리가 회제산에서 문을 열고 들어온 이후로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