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화중인

WR-5보잘것없는 산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1-07-30

무슨 이유에서인지 낮과 밤의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더 이상 햇빛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묵량도 무자비한 살생을 감행하게 되었다. 라바 일행은 온 힘을 다해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고, 우요우 역시 예상 밖의 무술 실력을 뽐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우요우, 라바, 크루스, 사가


연기는 도시가 흘리는 피다.

난 윤곽이 희미하게 사라져 조각 같은 얼룩만을 깔끔하게 하늘에 남긴 달과, 찢긴 경계를 따라 흘러들어 하늘을 온통 물들인 달빛을 본 적이 있다.

난 내가 사랑하는 고향이 화마에 삼켜지던 것을 본 적이 있다. 난 산을 넘고 강을 건너야 했으며, 세상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야만 했다.

난 굶주린 이재민들이 서로를 잡아먹는 걸 본 적이 있다. 선혈이 낭자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어도, 손만 뻗어도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조차,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앞만 보고, 지나쳐 갔다.

난 그 기나긴 길을 본 적이 있다. 난 왜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선택하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방법은 달라도 어차피 우린 무감각 속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갈 뿐인 것을.

난 황량한 사막과 아름다운 산천도, 비틀거림 끝에 결국 다시 일어나지 못한 친구도, 그리고 비록 순간이었지만 자신을 포기하려고 하던 부모님의 눈빛을 본 적도 있다.

……난 당신을 본 적이 있다.

난 당신을 알고 있다.

당신의 눈. 아득한 위를 바라보며 얼음처럼 차갑고 고독을 품은 당신의 그 눈.

재앙보다 부모의 버림과 기아와 죽음에 허덕이는 내가 더 안쓰럽다. 더할 수 없는 안쓰러움이다.

당신은 나를 바라보는 것인가? 아니면, 당신 자신을 보는 것인가?

나는 당신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지.


마을 사람

오지 마! 다가오지 마!

마을 사람

저, 저 녀석이 내 손을 뜯어먹었어. 하, 하하, 그런데 왜 조금도 아프지가 않지, 난……

묵량

크아!

마을 사람

으윽…… 저리 가!

라바

괜찮은 거야?

마을 사람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왜 아무도 종을 치지 않았지?! 그 종치기 스님은 어디 간 거야!?

마을 사람

당신들을 믿고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왜! 왜 내 남편이 죽은 거야!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라바

……일단 여기부터 벗어난 뒤 다시 이야기하지.


여자아이

우아앙…… 엄마, 엄마, 엄마를 돌려줘!

묵량

크아!

우요우

어이쿠! 이번에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여자아이

아, 아저씨, 엄마, 엄마……

묵량

크아!

우요우

바깥에 꽤 큰 놈이 있는 것 같으니 이 작은 놈은 일단 신경 쓰지 말고, 꼬마 아가씨, 잘 잡아. 우린 도망갈 거니까!

묵량

크아……! 크아!

우요우

또 있어?!


라바

도, 도무지 끝이 나질 않는군!

묵량

크아……!

묵량

크!

라바

도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오는 거야……!

라바

안 되겠어,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수야……

묵량

크……?

사가

그림 속 동물이라도 모조리 없애 버릴 필요는 없잖소…… 이런 광경은, 보고만 있어도 괴로운 법이오.

사가

여긴 소승이 보고 있을 테니, 라바 시주께선 어서 다른 사람을 대피시키시오.

라바

너……

사가

소승은 걱정하지 마시오, 소승은 몇 년 동안 이곳을 돌아다녔잖소. 비록 미래의 일에 대해 생각은 많지만, 걱정만 할 수는 없지 않소이까……

사가

……소승은 단 한순간도, 눈 앞에 펼쳐진 일 때문에 낙담한 적이 없소.

사가

여긴, 소승에게 맡겨 주시오.

라바

……응. 계속 동쪽으로 갈 테니까, 끝나면 우릴 찾아와 합류해.

사가

알겠소!

묵량

크아!!

사가

소승이 여기 있는 한, 한 걸음도 앞으로 갈 수 없소이다!

묵량

!?

사가

이 경계를 넘는 자는, 참형에 처하겠소.


여자아이

으아악……

우요우

아야! 꼬마 아가씨! 내 머리 좀 그만 잡아당겨!

여자아이

엄마…… 엄마……

묵량

크아!

우요우

이 녀석은 크아 밖에 할 줄 모르나. 이렇게 쫓아다니기는 잘하면서, 사람 말은 할 줄 모르는 거냐?!

묵량

크……

묵량

……도망…… 치지 마……

우요우

으악 깜짝이야! 농담이야. 그러지 마, 그럴 필욘 없어……!

여자아이

흐흑…… 아저씨! 아, 앞에!

마을 사람

꺄아!

마을 사람

다, 당신은 그 점쟁이……? 다른 두 영웅은 어디 있죠?

마을 사람

당신 뒤, 뒤에!

묵량

크아!

마을 사람

왜 저놈들을 끌어들인 거예요! 어서 방법을 생각해 봐요…… 어서요!

우요우

에에?! 내가?!!

마을 사람

당신이 저놈들의 주의를, 주의를 좀 끌어봐요!

우요우

아니…… 나도……

여자아이

흐아아앙…… 으아앙…… 엄마, 엄마……

우요우

……

마을 사람

아이고, 그만! 그만 좀 울라고! 이 꼬마야! 그만 울어!

마을 사람

앗! 저 녀석들이 이쪽을 봤어! 어서 가, 어서 도망가……

묵량

크아아아!

마을 사람

어……?

마을 사람

부, 부채로?

우요우

……멀리 떨어져 숨어 있어.

묵량

크오? 크아……

마을 사람

한 방에……?!

묵량

크엉?!

마을 사람

대, 대단해……

우요우

……

우요우

아야야…… 아파 죽겠네…… 이 녀석들은 도대체 뭐야, 보기엔 말랑말랑한데, 때려보니 왜 이렇게 단단한 거지?

우요우

어허…… 그렇게 보지 마.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도 있잖아? 우린 그냥 빨리 도망치는 게 좋겠어!

묵량

크엇……

크루스

흐음~ 방금 공격은 괜찮았는데, 우요우 너~ 이런 상황에서 사람 구해본 적 없지?

크루스

눈앞의 적만 해결하고 다각도로 상황을 신경 쓰지 않으면, 언젠간 손해를 보게 될 거야~

우요우

아, 아하하…… 좀 전엔 정말 위험했습니다! 은인님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네요.

크루스

……됐으니까 어서 남은 사람들 데리고 피해~

우요우

은, 은인님은요?

크루스

나? 난 괜찮아~ 난 발걸음이 가벼워서 저 녀석들이 날 찾아내지 못할걸?

우요우

(그 실력은, 발걸음이 가볍다는 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데!?)

크루스

이제…… 어떻게 해야 이 묵량들의 수를 빠르게 줄일 수 있으려나……

마을 사람

어어?! 저, 정원의 불빛은 대체 뭐지?


사가

오오! 하늘로 치솟는 불길이라니, 정말 장관이오!

사가

음? 설마 '라바'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비롯된 건가?


라바

……

크루스

라바~

라바

……근처에 있는 모든 적의 분포 범위 좀 확인해 줘.

크루스

이렇게 큰 전장에서?

라바

여태껏 주변 건물에까지 미칠 여파 때문에 아츠를 쓰지 못했는데……

라바

……적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어정쩡하게 대처하다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지도 몰라.

크루스

알았어. 특수한 상황엔 특수한 수단을 써야지~

크루스

네가 안심하고 아츠를 쓸 수 있도록, 내가 높은 곳을 찾아볼게.

크루스

아츠 범위를 벗어난 적은 내가 처리할게.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라바

좋아.

라바

일이 끝나면 임무 보고서는 내가 제출할게…… 로도스 아일랜드가 도울 일은 감염자만 있는 게 아니니까.

크루스

감염자……?

라바

왜 그래?

크루스

응…… 아무것도 아냐. 그전에, 라바.

크루스

혹시 자산 선생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