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화중인

WR-2묵량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1-07-30

마을의 이야기꾼 자산거사의 극진한 대접 덕분에 '파산 마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 라바. 여전히 그 이야기를 현실 속의 염국과는 연결 지을 수 없었던 그때, 극동에서 온 객승이 말을 걸어온다.

등장 오퍼레이터: 라바, 우요우, 크루스, 사가


이야기꾼

그랬군요, 친구를 대신해 가족을 찾으러 온 것이었군요.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염국에 오다니,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이야기꾼

다만, 회제산, 구오성? 난 부근에 이런 도시가 있단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천악에서 멀지 않죠. 천악은 이름이 알려진 적이 없는 작은 산의 이름입니다만, 아마 거기라면……


우요우

어? 천악이요……?

크루스

귀찮아졌네~

라바

혹시…… 지금 저희가 염국 어디에 있는 거죠?

이야기꾼

이곳은 파산의 경계 지역이고, 이름은 파산 마을입니다.

라바

파산……?

우요우

(들어본 적 없어요, 한 번도 못 들어본 곳이라고요!)

라바

그, 그럼 혹시 올해 연도가……?

이야기꾼

금년은 징줘 7년, 이제 입춘이 지났고, 때마침 섣달그믐날입니다.

우요우

잠깐 지금 뭐라고……

라바

(작은 목소리로) 징줘?

우요우

(작은 목소리로) 은인님, 솔직히 말해서 제가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한 편은 아니지만, 징줘는…… 적어도 최근 수백 년 동안 이런 연호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라바

……

우요우

(작은 목소리로) 어, 어찌 된 일일까요, 은인님? 설마 문을 열고 나왔더니 천 년 전으로 돌아갔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겠죠?

크루스

(작은 목소리로) 천 년 전에 이런 정원이 있었을까?

우요우

(작은 목소리로) 그건 분명히 불가능해요! 설마 자산거사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있는 건 아니겠죠? 그래도 점잖아 보이는 사람인데 설마……

이야기꾼

세 분의 영웅님들은 절 도와주신 귀빈이십니다. 질문이 있으시면 사양하지 말고 물어보십시오.

라바

……이곳의 풍토와 생활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사실 이곳은 저희가 처음 계획한 목적지가 아닙니다. 길을 잃은 것 같은데, 좀 막막하네요.

라바

예를 들면…… 이 마을에 대해서요.

이야기꾼

아…… 파산 마을에 생긴 유래에 대해서는 널리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지요. 70년 전, 어느 거상의 집에 큰 화재가 일어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야기꾼

마음고생을 하던 거상은, 그곳을 떠나 몸과 마음을 정양하며 여생을 보낼 명당 하나를 찾았더랬지요.

이야기꾼

그 후, 같은 마을의 사람들은 잿더미 속에서 이상한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라바

……그림이요?

이야기꾼

예, 집이 다 타버렸는데도, 그 그림만은 먼지를 털어내니 새 그림처럼 멀쩡했다더군요.

이야기꾼

거상은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비싼 값을 치르고 그림을 다시 사 왔다고 합니다. 복을 구하고 화를 피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야기꾼

그렇게 새집에 그 그림을 놔뒀는데, 그 그림의 풍수가 실로 빼어나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상은 백여 명의 하인을 시켜 그림에 그려진 산수 명당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이야기꾼

……그렇게 이곳까지 오게 되어, 이 마을을, 이 정원을 만든 것입니다.

라바

그 거상이…… 당신의 선조이신가요?

이야기꾼

아니요,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 십 년 전 거상이 죽은 뒤,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는 그의 아들들은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이야기꾼

때마침 선친께서 운이 좋게 여윳돈이 생겨 이 정원을 사들이면서,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죠.

이야기꾼

이 부근은 재앙이 드물고 산천이 아름다워 풍류객들을 끌어들였고, 오랜 시간이 지나며 이 파산 마을은 오늘날의 규모만큼 커진 것입니다.

크루스

(참 신기하네~)

라바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라바

그럼, 저 하늘색은……?

이야기꾼

하늘색이요?

라바

어, 그러니까, 낮과 밤이 섞여 있는 것 같아서요……

이야기꾼

저희는 본래부터 해가 뜨면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쉽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라바

종소리가 울리고 지금까지 거의 두 시간이 지났어요…… 그런데 태양의 위치가 조금도 바뀌지 않은 건, 어떤 이유 때문이죠?

이야기꾼

태양이? 바뀐다니요?

이야기꾼

해와 달 모두 하늘에 걸려 있지요. 해는 동쪽에, 달은 서쪽에, 영원불변한데 어떤 위치가 바뀐단 말씀이십니까?

이야기꾼

으음? 여러분, 왜들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건지…… 제가 뭘 잘못 말하기라도 했나요?

우요우

아, 은인님, 여기까지만 하시지요. 그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요우

선생님, 내일도 이곳에서 이야기를 해주시는지요?

이야기꾼

물론입니다.

우요우

내일이 그렇다면, 어제도 이 접는 부채 하나와 딱따기 하나를 사용하셨겠군요?

이야기꾼

관직을 그만두고 한가롭게 지내다 보니 취미도 괴서를 수집하는 취미 하나밖에 없고, 대개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매일 신시에는 꼭 나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요.

우요우

그럼 해와 달이 영원히 지지 않는다면, '오늘과 내일, 어제', 그리고 이 '하루'를 어떻게 정의하죠?

이야기꾼

우요우 씨, 정말 재미있으시군요. 하루는 12시진인데, 더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요?

우요우

아…… 12시진, 24시간은 하루 밤낮의 시간을 가리키지 않나요?

이야기꾼

허, 참 기묘하군요. 세 분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셨는지요? 12시진이라 함은 해가 떠오르는 극동부터 달이 떠오르는 극서까지 필요한 시간을 가리키지 않습니까?

이야기꾼

그야 물론 이 길의 구획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파산 마을은 동쪽으로부터 서쪽까지가 사시부터 해시를 가리키지요.

이야기꾼

산 밖에 산이 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홍동산 밖, 동승하 아래, 설마 다른 지역은 이렇지 않단 말인가요?

우요우

이 파산 마을 하나가 그 정도로 크다니…… 다른 지역도 이런 식이라면, 그 마을에는 영원히 밝은 날이 없을 것 같은데요?

크루스

아니면 영원히 낮이거나. 그럼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고, 큰일이겠는데~?

이야기꾼

그……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라바

여태껏 마을을 떠난 적이 없으신가요? 이곳엔 저희 말고 다른 여행객은 없었나요?

이야기꾼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도 적고, 이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젊은이도 매우 적지요.

이야기꾼

여러분께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염국'도 거상이 남긴 서적을 통해 알게 된 것뿐입니다.

라바

……여기엔 재앙이 닥쳐온 적이 없나요?

이야기꾼

아주 적은 편입니다. 고서 기록을 제외하곤, 적어도 저희는 삼대째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이야기꾼

그렇기 때문에 우린 파산 마을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답니다. 보다시피 이곳을 찾는 관광객조차 아주 드무니, 관청 관리나 전달자 같은 인물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야기꾼

지금의 파산 마을은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세상사에 관심을 두지 않아야만 만족할 수 있겠지요.

우요우

……

라바

그 괴물은요?

이야기꾼

아…… 언제부턴가 섣달그믐날쯤이면 홍동산에 괴물이 나타나 대략 삼십오일 동안 마을에서 소란을 일으키더군요. 이미 몇 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야기꾼

지난 몇 년간, 전 고서를 뒤지고 적지 않은 타지인에게도 물어봤지만,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야기꾼

다만 태양이 있는 곳으로 숨기만 하면, 그 괴물들은 감히 접근하지 못하더군요.

이야기꾼

위험을 무릅쓰고 그 괴물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기보다, 하룻밤 잠을 못 자더라도 태양 아래 숨어 평온함을 구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야기꾼

그런 상황을 오래 지속하다 보니, 이러는 것도 이미 우리 마을의 관례가 되었지요.

우요우

이런! 전 이곳이 무릉도원인 줄 알았는데, 그런 골치 아픈 일이 있었군요…… 그 괴물들은 너무 무서운 놈들이니 먼저 다가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우요우

(작은 목소리로) 은인님, 정말 기묘한 이야기지 않습니까……

라바

……선생님, 마지막 질문입니다.

라바

저희가 사람을 찾으러 이곳에 왔단 건 선생님께서도 아실 것입니다. 제게 증표가 하나 있는데, 혹시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야기꾼

이건……?

이야기꾼

흠……

이야기꾼

……기술이 훌륭하군요.

이야기꾼

하지만…… 정말 아쉽습니다. 이렇게 비범한 물건을 제가 본 적이 있다면, 그건 분명……

마을 사람

선생님, 연회석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야기꾼

아, 알겠네. 세 분께서는 마을에 거처하실만한 곳이 있으신지요?

라바

아뇨, 아직은……

이야기꾼

우리 마을을 찾아온 사람은 모두 손님이니, 조금 쉬었다 가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섣달그믐날이 지나 다시 길을 재촉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우요우

(작은 목소리로) 은인님 생각은요?

라바

(작은 목소리로) 어차피 갈 데도 없으니…… 차라리 이 마을에 남아서 정보나 수집하자.

라바

(작은 목소리로) 여긴 우리가 아는 '염국'과는 분명히 다른 게 많은 곳 같아. 게다가 우리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된 것인지 아직도 갈피를 잡을 수 없으니……

우요우

좋습니다!

우요우

그럼, 염치 불구하고 기꺼이 호의를 받아들이지요.


크루스

결국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네…… 그런데 여기, 차향이 되게 향기로워. 염국의 녹차인가?

라바

……크루스!

크루스

아이 참~ 나도 안다구~

크루스

……

크루스

괜찮아, 마실 수 있어.

라바

여기 놓인 과일은……

우요우

아, 은인님들, 독극물 테스트 중이시군요? 진즉에 말씀하시지,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라바

이봐……!

우요우

오오? 오오오오!

우요우

흠, 은인님, 이 과일 정말 싱싱하네요. 게다가 달기까지 한데요.

라바

난 그런 뜻이 아니라……

우요우

괜찮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하지 않습니까.

라바

저 사람들이 독을 탔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조금씩 확인하려는 것뿐이야.

크루스

사실 초조한 거지? 괜찮아~ 얼떨떨한 건 모두 마찬가지니까~

크루스

마치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지 다시 확인하는~ 뭐 그런 거 아냐?

라바

다시 확인한다…… 라……

라바

여기에서 쉬고 있어 봐. 난 밖에 좀 나가 봐야겠어.

우요우

어찌 은인님 혼자 고생하게 놔두겠습니까! 제가 함께 가지요!

크루스

그럼 우리 따로따로 움직이자. 지금 이 상황에서는 누구도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 거야.

우요우

좋습니다, 그럼 우리…… 두 시간 뒤에 만날까요?

라바

좋아.

라바

……

라바

넌 저 사람 믿을만한 것 같아?

크루스

……황야에서 조난자를 만난 것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긴 한데~ 이런 게 또 제일 믿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라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게다가 우요우가 우릴 속인 것도 사실이고.

라바

둥지에서 벗어난 글룸핀서는 매우 공격적이야. 우리가 우요우를 찾았을 때, 우요우는 나뭇가지에 엎드려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곳은 사고 지점에서 무려 팔백 미터나 떨어져 있었어.

라바

게다가 그 녀석의 행동은……

크루스

설령 악의가 없다 해도, 어쨌든 서로 거리는 두어야 하는 거니까.

크루스

뭐…… 내가 조금 더 주의할게.


우요우

하아……

우요우

(갑자기 알 수 없는 기괴한 일에 말려들었지만…… 전화위복이 된 셈이네……)

우요우

(그나저나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닌데……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우요우

(흠…… 하지만 라바와 크루스는 날 구해준 은인이야, 이번 일까지 그 여자들에게 의지해선 안 돼…… 에휴…… 이건 나중에 상황 봐가면서 결정해야겠다…… )

우요우

오오, 죄송합니다. 제가 뭐 좀 생각하느라 앞쪽을 신경 쓰지 못했……

사가

……아!

사가

낯선 얼굴이구려. 외부인이오? 소승, 외부인을 정말 오랜만에 보오!

사가

소승, 사가라고 하오. 극동에서 온 객승이지요! 시주께서는 어디에서 오시는 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