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황야의 길
시라쿠사 중서부의 황야, 도시에서 도망쳐 나온 세 청년이 훔친 차를 몰고 그들만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진 황야 위에서, 붉은 머리의 불포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무언가를 집중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한 대의 차가 있었고, 백발의 루포와 흑발의 필라인이 그 차를 점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세 사람은 일행이며, 그들의 차는 고장 난 것 같았다.
어이, 아오스타, 잠깐 와 봐.
무슨 일입니까?
와서 이 벌레들 좀 봐.
엄청 질서정연하게 일렬로 가고 있어.
이 녀석들의 줄이 꽤 길게 늘어서 있는데, 어디로 향하는 건지 한 번 보고 올게.
……기운이 많이 되살아난 것 같군요.
맞아. 이제 많이 좋아진 것 같아!
하지만, 전 자신의 신체에 대한 당신의 판단은 별로 믿지 않아서 말이죠.
네가 내 엄마라도 되냐!
30분 전까지만 해도 피를 토했잖습니까.
하하, 근데 지금은 안 그러잖아.
아, 젠장. 너랑 얘기하는 사이에 벌레가 사라져 버렸잖아.
됐습니다. 전 다시 차나 고치러 가겠습니다.
어, 뭐가 문제인지 알아냈어? 나도 좀 도울까?
파이프에 문제가 생겨서, 엔진이 작동하질 않더군요.
저랑 브로카가 처리할 수 있으니, 당신은 괜히 싸돌아다니지나 마십시오.
싸돌아다니라고 해도 어차피 여기, 아무것도 없어서 어디 갈 데도 없는걸.
크게 굉음이 울리며, 드디어 엔진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휴…… 브로카, 이제 가서 키아베를 불러오십시오.
그래.
야, 브로카! 누가 더 멀리 싸나 내기하자!
……지금은 오줌이 마렵지 않은데.
굳이 이런 때까지 그렇게 정직하게 대답해야겠습니까, 브로카.
아쉽다. 오줌 갈기기 딱 좋은 날씬데!
극한의 장소가 아니고서야, 오줌…… 아니, 볼일을 보기에 적합하지 않은 날씨 따윈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아오스타. 이런 건 느낌이라고 느낌!
아, 이 완벽한 포물선~ 이게 *시라쿠사 일상 용어*지! 오우야~ 으앗!!
왜 그러죠?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내 완벽한 포물선이 내 신발에 튀었어! 에이 씨, 재수 없게.
……거기까지 하고, 슬슬 출발하죠. 해 질 녘까지 적당한 묵을 곳을 찾지 못하면, 오늘 밤은 황야에서 노숙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황야도 괜찮잖아?
그러고 보니까, 나 아직 캠핑해본 적 없어! 우리, 오늘 캠핑하자!
황야는 위험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훔쳐 온 이 차에 캠핑 장비 같은 것도 없고요. 그냥 차에서 자야 합니다.
게다가, 연료도 슬슬 문제고.
쳇, 정말이지 바보 같은 차주구만.
보통 도시 안에 사는 차주가 차에 캠핑 장비를 구비해놓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여분의 연료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도 구비해둬서 나쁠 거 없잖아. 어느 날 누군가가 자기 차를 빌려서 캠핑이라도 갈지 어떻게 알아!
당신이라면 그러겠습니까?
음…… 아니.
그럼 입 닥치고 출발 준비나 하세요.
어.
출발할 거야?
네. 제가 운전하죠.
엥, 이번엔 내 차례 아냐?
당신은 푹 쉬세요.
아오스타, 어째 너 요즘 점점 우리 엄마를 닮아간다.
……
야, 브로카. 너도 그렇게 생각 안 하냐?
조금.
두 사람 다 광석병에 걸렸으니까요.
좋은 생활 습관이 병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좀 일찍 잠에 들도록 하세요, 키아베.
세상에…… 아오스타, 그거 알아? 우리 엄마도 나한테 그런 말 한 적 없어.
오늘도 *시라쿠사 인사*이 풍년이군요.
아오스타는 그렇게 말하며 시동을 걸었다.
어디 보자~ 무슨~ 노래를~ 들을까나아~
호오, 이 차 주인, 이것 저것 꽤 많이 듣네…… 오호라, 이 표지 괜찮다. 이걸로 하자!
키아베가 찾아낸 레코드를 카오디오에 넣자, 신나는 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토요일엔 내 버든비스트를 타고”
“♪슈퍼스타처럼 선물을 한아름 안고 그대 집 앞으로 가고파”
(휘파람 소리) 꽤 좋은데.
그러네요. 그럼, 계속 가죠.
그러고 보니, 아오스타.
네?
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그거라면 출발할 때 이미 대답해드렸을 텐데요.
까먹었어.
애초에 안 들었겠죠.
도시를 빠져나올 때, 되는대로 지도를 한 장 챙겨왔거든요. 지금은 우선 가장 근처에 있는 로코모티바 시티로 가고 있습니다.
그쪽은 우리 패밀리의 세력과는 그다지 대립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운이 좋다면, 그들에게 합류할 수도 있겠죠.
안 되더라도 적어도 발 디딜 곳은 생길 테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시라쿠사 서쪽에 이상한 마을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귀신이 나온다던데, 우리 거기 가볼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거기가 어딘지도 모를뿐더러, 애초에 누군가 지어낸 헛소문에 불과할 수도 있어요.
아니면 다른 열두 패밀리가 있는 도시에 가볼까?
쳇, 시칠리아 연맹도 열세 패밀리 중 하나라지만, 온종일 지들끼리 치고받고 다니기나 하고, 연맹은 무슨 얼어 죽을 연맹! 하!
아무래도 시칠리아 연맹은 진짜 거대 패밀리 같은 조직이 아니라, 여러 작은 패밀리로 이루어진 조직이니까요.
거대 패밀리의 사람들은 우리 같은 시칠리아 연맹의 이름 없는 말단 따윈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쳇, 언젠간 놈들이 내게 가입해달라고 찾아오게 만들어주마.
어쨌든 당분간 바이트 시티는 못 돌아가요…… 아니, 어쩌면 평생 못 돌아갈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트린 패밀리의 분노를 사버렸으니, 바이트에 더 이상 우리가 설 자리는 없어요.
하핫! 그렇게 큰 소동을 부렸으니, 보스의 얼굴이 보고 싶구먼, 퉤! 그 레이톤의 더러운 얼굴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말이야.
……확실히 그러네요.
핫, 지나간 일은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어.
후회…… 까진 아니지만, 레이톤은 확실히 개자식이었으니까요.
우리를 팔아먹고 우리를 이용해서 돈까지 벌려고 하다니,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는지.
응. 나도 후회는 안 해.
헷, 됐어. 몇몇 패밀리는 첫 출소를 패밀리에 가입하는 신고식쯤으로 여기곤 하잖냐.
그리고 어제, 우리는 기존의 패밀리에 대항해서 저 도시에서 도망쳐 나왔고 말이지.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너희가 이 키아베 패밀리의 진정한 일원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바이다!
아오스타, 네가 이 패밀리의 대장 참모다!
하하하.
브로카, 그리고 네가 이 패밀리의 돌격 대장이다!
훗.
“♪하지만 네가 바닥에 대고 웃을 때♪”
“♪넌 모르겠지♪”
“♪네가 얼마나 못생겼는지!”
그러고 보니, 이렇게 오래 달렸는데 어째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냐.
도시 밖에는 보통 작은 마을이나 주거지가 조금 흩어져 있을 뿐, 지나가는 사람은 원래 거의 없어요.
왜냐면 도시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몇몇 패밀리가 황야에서 설쳐대고 있으니까요. 예전에 몇 번인가 패밀리의 상단을 따라간 적이 있는데, 매번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가더군요.
우리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황야로 뛰쳐나온 사람에겐, 보통은 죽음으로 가는 길만이 펼쳐져 있죠.
핫,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 마음에 드는 말인걸.
뭐 확실히, 자동차 정비소에 있을 때도 밖에 나가려는 놈들이 이것저것 잔뜩 준비하러 찾아왔었지.
하아, 도망 나올 때 먹을 거나 좀 더 챙겨왔으면 좋았을걸. 아오스타……
트렁크에 있는 식량이라면 꿈도 꾸지 마세요. 저건 우리 비상식량이니까.
칫.
도망쳐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이라고요.
어젯밤에 마침 만델이 문을 지켰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우린 지금쯤 눈이 가려진 채 의자에 묶여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있었을 겁니다.
브로카,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꼭 먹을 것 좀 더 챙기라고 말해줘.
그래.
하아…… 정말이지.
그나저나 정말 기운 빠지네. 이렇게 넓은 땅이 있는데도 활용할 수가 없다니.
여기 봐. 여기에 이~~~따만큼 큰 자동차 정비소를 세우고, 안에서 차를 손보면 얼마나 좋겠어.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린 재앙을 막을 수 없으니까요.
하아. 재앙에 광석병에, 이 땅에 좋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구나.
브로카, 뭐 재미있는 거 없어?
……볼래?
그게 뭔데?
내가 방금 다 읽은 책.
무슨 내용인데?
한 쌍의 연인이 두 집안의 갈등으로 결국 헤어지게 되는 소설.
……결말이 꽤 감동적이야.
됐어. 어떻게 그런 책을 들고 왔대?
아오스타가 가는 길에 심심할 거라길래.
야, 브로카.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너 이런 거 좋아하냐?
좋아하는 것까진 아니고, 그냥 심심할 때 읽는 거야. 꽤 볼만해.
됐다. 야, 아오스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너 여자친구 사귀어본 적 있냐?
……아뇨.
브로카, 너는?
없어.
치잇, 나도 없는데. 대체 연애에 무슨 재미가 있다는 거야,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
아오스타. 설마 너도 이런 책 좋아하는 건 아니지?
전 정치나 역사에 관한 책을 더 좋아합니다만.
쳇, 괜히 물어봤네. 난 그 두 단어는 듣기만 해도 잠이 쏟아진다고.
“♪그녀는 빅토리아 밴드에서 하모니카를 분다네.”
“♪하지만 그녀는 컬럼비아 남자를 사랑해.”
하아, 뭔가 재밌는 일 좀 생겼으면…… 응?
잠깐, 아오스타. 저기 좀 봐.
저건……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겐 부양할 노모와 아이가 있습니다……
비켜, 그건 이 몸도 마찬가지니까.
얌전히 입 다물고 있어. 이 몸의 심기를 거스르면 네 몸에 구멍을 내줄 테다!
으윽……
야, 아오스타, 브로카.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
저 강도 짓에 가담하겠다는 말은 말아주세요.
엥? 난 저 강도 녀석들을 해치운 다음에, 상인한테 물자를 조금만 나눠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어때?
어…… 근데 네 생각도 나쁘지 않네.
아뇨, 역시 당신의 원래 계획대로 해주세요.
정말?
정말입니다.
그들이 나눠주지 않으면…… 이쪽이 또 빼앗으면 될 뿐이니까요.
좋아! 그럼 전속력으로 가서, 저 얼간이들을 날려 버리자고! 브로카, 싸울 준비!
그래.
두목, 저기 좀 보십쇼!
뭐야?!
핫, 뒈져라!
흥!
칫.
(작은 목소리로) 저희가 틈을 벌 동안, 여러분께선 그 틈에……
(작은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브로카, 당신은……
알겠어. 노력해볼게.
뭘 속닥거리는 거냐!
!
뒈져라!
쳇, 꽤 하는군. 이리 와, 같이 상대한다!
넵!
흥!
……
어이! 거기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놈! 어디 가냐!
지금입니다!
네, 넵!
아오스타의 계획대로, 강도들이 상인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던 틈에, 상인들은 틈을 놓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이런 *시라쿠사 인사* 것들! 어디서 개수작이야!
잠깐만. 이러면 우리 물자는 어떡해?
그런 얘기는 일단 살아남고 나서 하죠!
상인들이 강도들의 주의를 끄는 사이, 아오스타도 자신들의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키아베, 타요!
어엇!
키아베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아오스타가 한발 먼저 차를 이끌고 강도들 속으로 돌진했다.
키아베는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두 명을 제치고는 차가 아직 가속하지 않은 틈에 문고리를 붙잡고 몸을 뒤집어 차에 올라탔다.
어딜 도망가!
브로카!
그래!
브로카 역시 손에 든 드릴을 거칠게 휘둘러 주변의 강도를 물리치고는, 아오스타가 모는 차가 지나가자 차 안으로 몸을 실었다.
꽉 잡아요!
쳇, 저놈들을 놓치지 마라!
강도들은 세 명의 차를 멈추려 했지만,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차를 그렇게 쉽게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결국, 키아베 일행의 차는 순조롭게 강도들의 포위를 빠져나와 지평선을 향해 달려 나갔다.
뭘 멍청하게 보고만 있는 거냐?! 너, 너, 그리고 너, 너희는 그 상인을 쫓고, 나머지는 저 빌어먹을 세 놈을 쫓아!
오늘 저놈들을 이 황야에서 죽여버리고야 말겠다!
넵!
으아아!! 아오스타, 저기 봐! 놈들이 쫓아왔어!
저도 알아요! 안전벨트 꽉 매요. 속도 올리겠습니다!
“♪손을 들어 가슴에 올려라”
“♪호흡을 잃지 말고 힘껏 뛰어라”
“♪인파 속에 자신을 녹여라, 모든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오스타는 자동차의 속력을 한계까지 올렸지만, 강도들은 여전히 끈질기게 쫓아왔다.
정말이지 포기를 모르는 녀석들이네. 하아…… 콜록콜록.
키아베, 머리 내밀고 쳐다보지 말고, 창문 닫아요!
뭐……라……고? 바람이 너무 세서 안 들려!
브로카, 끌고 들어오세요.
응.
콜록콜록콜록…… 뭐야, 뭐야?!
아오스타가 너보고 밖으로 머리 내밀지 말래.
키아베, 왜 그래요? 갑자기 기침을 해대고?
몰라. 아마 바람이 입에 들어가서 그런가?
그런 거라면 다행이지만요.
좋은 소식 하나랑 나쁜 소식 하나가 있어요. 뭐부터 들을래요?
나쁜 소식.
연료가 거의 다 떨어졌어요.
하아, 그럼 좋은 소식은?
좋은 소식은, 연료가 다 떨어지기 전에 놈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예요.
호오, 정말 여기서 이동도시의 벽이 보이네.
네. 저기가 아마 로코모티바 시티일 거예요.
헤에~ 꽤 훌륭하잖아. 우리 바이트보다 훨씬 풍채가…… 콜록콜록.
솔직히 말해요. 키아베,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아.
……그럼 와서 같이 차 좀 밀어주세요. 보기엔 가까워 보여도, 걸어서 가면 아마 하루를 꼬박 가도 모자랄 겁니다.
연료도 다 떨어졌는데 이게 왜 더 필요해? 그냥 걸어가는 편이 빠르겠다.
사실 연료가 조금 남긴 했거든요. 도시에 접근할 때나 놈들이 쫓아올 때 또 쓰려고요.
게다가 이건 지금 우리 수중에서 가장 값나가는 물건이라고요. 설마 낯선 도시에서 빈손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휘파람) 알겠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키아베는 순순히 차의 한쪽에 서서 두 사람과 함께 차를 밀었다.
아오스타. 스피커로 음악은 틀어도 되지? 연료도 별로 안 들잖아.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좋아, 하하. 어디 보자~ 이번엔 이걸로 할까!
“♪안녕, 빛이여, 나의 오랜 친구여”
“♪너와 또 함께 얘기하고 싶구나”
쳇, 전혀 신나지 않잖아.
저는 꽤 듣기 좋은데요.
나도.
그래, 너희가 좋아하면 그걸로 됐다.
어, 그러고 보니, 아오스타.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 아직 기억하고 있어?
네? 기억하죠.
자동차 수리공이었던 당신이 저희 패밀리 사람을 두들겨 팼잖습니까. 저는 당신을 정리하러 보내진 거였고요.
하하, 그런데 싸우다가 정이 들어버려서, 그때부터 친구가 됐었지.
훗.
콜록콜록콜록.
이봐요.
난 괜찮아. 브로카는, 아직 기억해?
당연하지. 너희 둘이 날 구한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거다.
하하, 맞아. 너도 진짜 바보라니까, 자기네 패밀리에게 팔려나간 줄도 모르고.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난 절대 널 팔아넘기지 않아.
그래.
……이렇게 생각하니, 우리가 알고 지낸 지도 꽤 오래됐네요.
그러게, 콜록콜록.
키아베, 역시 무리하지 말고 차에서 쉬세요. 저랑 브로카가 차를 밀면 되니까요.
흥, 무리한 적 없거든.
브로카, 우리 둘은 아마 같이 광석병에 걸린 거겠지?
글쎄.
그건 아닐 거예요. 거의 같은 시기에 검사해서 발견됐을 뿐이지.
브로카는 아마, 언젠가 있었던 싸움에서 오리지늄 제품에 상처를 입어 걸렸을 겁니다.
그리고 네 녀석은, 애초에 평소부터 방호 조치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니, 언제 걸렸대도 이상할 게 없고요.
네~ 다~ 부주의한 제 탓이죠 네네~
콜록콜록, 아오스타, 하루 종일 우리랑 같이 있다간, 언젠가 너까지 이 병에 걸려버리고 말 거다.
아마 그렇겠죠.
하지만 걸리더라도 뭐 엄청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엥? 왜?
두 사람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만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하하하, 역시 내 브라더라니까.
오늘은 헛소리가 평소보다 심하군요. 역시 차에 누워 푹 쉬는 게 좋겠어요.
콜록콜록.
아오스타, 나 싫어하는 것 리스트에 하나를 더 추가하려고.
뭐요?
광석병.
브로카…… 키아베를 차로 옮겨주세요.
그래.
지금까지 줄곧 과묵하던 브로카는 키아베를 안아 들어 차의 뒷좌석으로 집어넣고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계속해서 차를 밀었다.
차에 누운 키아베는 햇빛이 너무 눈부신 듯 팔을 들어 두 눈을 가렸다.
헤, 바로 이 병 때문에, 레이톤 그 개자식한테 쓰레기 취급 당하고 버림받았지.
게다가 숨쉬기도 버거울 정도야.
아오스타, 나중에 우리가 열세 개 패밀리의 보스가 되면, 내가 반드시 어떻게든 이 광석병을 해결해버릴 거야.
……네. 그때가 되면 전문의를 잔뜩 불러 이 병을 연구하게 하거나, 권위 있는 병원에 돈을 주고 연구하게 합시다.
하핫, 그렇지. 그러고 나서 이 몸이 큰 병원도 지어주마. 병에 걸려 무시당하는 녀석들을 전부 거기에 처박아 넣어서 치료해 줄 거다.
그리고 녀석들을 무시했던 놈들도 깡그리 해치워 버려야겠어.
나도 돕지.
하하, 넌 당연히 도와야지. 아오스타도 마찬가지고. 잊지 마, 너희는 내 참모와 주먹이니까.
네. 키아베, 이제 말은 그만하고 푹 쉬세요.
콜록콜록……
야, 아오스타.
……또 뭐죠?
황야에서 죽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하아?
또 무슨 헛소리죠?
열세 개 패밀리의 보스가 될 거 아니었습니까? 이런 곳에서 죽을 수야 있나요.
핫, 그렇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황야에서 죽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겠다 싶어서.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죽으면 결국 무덤 속에 처박히잖냐. 황야에서 죽으나, 수백만이나 되는 침대 위에서 죽으나 무슨 차이가 있겠어?
돌멩이 몇 개를 찾아서,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누워서, 눈을 감는다.
짜잔……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이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잖아.
잠깐만요, 키아베. 지금 대체 무슨 소리예요?!
그러니까 내 말은, 오늘 하늘이…… 정말로 *시라쿠사 감탄사*나게 파랗다 이거야……
“♪부디 나를, 드넓은 황야에 묻어주오.”
“♪오, 안녕 내 친구! 안녕, 안녕히……”
배터리 용량이 다 떨어졌는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갑자기 멈췄다.
키아베, 키아베?!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다고요!!
브로카, 차에 타요. 근처에 마을이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누군가 도와줄 만한 사람을……
쿠울…… 카아아악…… 쿠울……
……
아오스타, 그냥 잠든 것뿐이야.
이 녀석……
그래도, 이 바보 녀석의 병세는 결코 낙관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역시 감염자를 치료해 줄 만한 의사를 찾아야……
어이, 당신들 차 왜 그래? 도와줄까?
자, 모듬회 3인분 나왔슴다.
하하, 드디어 나왔다.
고맙습니다.
감사.
그러니까, 키아베 형님들은 그때 로도스 아일랜드의 도움을 받아 합류하게 됐단 얘김까?
아뇨. 당시 그 코드네임 스트레이트에지라는 오퍼레이터는, 우리를 로코모티바에 있는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까지 데려다주고, 그곳에 주재하던 메딕 오퍼레이터에게 키아베의 치료를 부탁했습니다.
이야~ 역시 제이야, 손맛이 예술이라니까.
감사함다. 전 또 그냥 그렇게 로도스 아일랜드에 합류한 줄 알고……
그럴 리가. 그때는 서로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아오스타는 약과 교환하기 위해 차까지 내놨었거든. 난 그때까지만 해도 로도스 아일랜드는 사기꾼 녀석들이라고 생각했었지.
하하핫.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의 약은 꽤 효과가 좋았어. 그렇지, 브로카?
그랬지.
우리가 왜 로도스 아일랜드에 합류했는지 간단히 말하자면, 키아베가 로코모티바의 한 패밀리의 보스를 열 받게 만드는 바람에 또 쫓기는 신세가 됐었는데……
……그때 마침 스트레이트에지 씨가 우리를 도와줬거든요.
그리고 그분 추천으로, 우리는 아예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오게 된 거죠.
그렇게 된 거 였구만.
그래도 솔직히, 그건 내 탓 아니지 않냐?
알아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나 보네요.
핫, 제이 브라더, 시간 괜찮아? 한가하면 차근차근 다 말해주려고.
어차피 밤도 깊었고, 내일 딱히 임무도 없으니, 뭐…… 용문에서 가져온 술을 좀 내오죠. 천천히 마시면서 듣겠슴다.
하하, 그거 좋지.
그날 저녁에, 나랑 아오스타가 마침……
한밤중의 식당, 남자들은 그렇게 계속 이야기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