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오랜만에 사랑하는 바이크로 빠른 속도를 즐기며 모처럼의 휴일을 보내던 호시구마, 그 길의 종착지에 의외의 인물이 있었는데……
하아아암~
침구는 차곡차곡 개어놓고, 이러면 됐다.
지갑, 열쇠, 코트……
통신기는, 필요 없고.
방패…… 도 됐다. 파트너, 너도 오늘은 좀 쉬어.
신발은 이걸 신자. 음, 아니, 아냐. 역시 이 한정판을 신을까? 아, 이것도 꽤 괜찮네, 오늘 입은 옷이랑도 잘 어울리고.
……
음, 아무래도 그냥 원래 게 낫겠다.
(찌릿)
오, 아가씨 왔네? 마침 잘 됐다. 어떤 게 제일 괜찮은 거 같아?
묻지 마. 지금 난 네 어딜 봐도 눈꼴 시려우니까.
에이~ 또 왜 그래? 오늘 기분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그날이냐?
이 *용문 욕설*이 돌았나 진짜!
꼭두새벽부터 내 방문이나 두들기고 뭐 하는 짓이야?! 네가 신발 세는 꼴이나 구경하라는 거야? 내가 보기엔 다 똑같구먼 무슨!
똑같다니 무슨 소리야. 핏도 재질도 한참 다른데…… 하아, 너한테 말해서 뭘 하겠냐마는.
우리는 숙소도 붙어있잖아. 이웃사촌끼리 서로 돕기도 하는 거지 뭐.
내 알 바냐!
게다가, 나 오늘 비번인 거 알아 몰라! 지금 5시 57분이야. 이 경보 버튼만 누르면 바로 네가 민폐 부린다고 신고할 수도 있다구!
초과근무하고 싶으면 너 혼자 가. 그렇게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진짜 머리가 다 벗겨진다? 괜히 거기에 나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구!
모처럼 휴일인데 초과근무는 무슨. 근위국의 시간외 수당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 그래. 그리고 내가 첸 같은 워커홀릭인 줄 알아?
게다가 아가씨,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 너 방금 막 근위국에서 돌아온 참이잖아, 문 열고 닫을 때 쾅 소리 다 들리거든?
아, 거 말 되게 많네! 짜증 나게!
요즘 일이 적당히 많아야지…… 리유니온이 벌려놓은 난장판에, 그 쥐뼉다구 쪽 일까지…… 하필이면 그 썩을 용새끼가 이렇게 중요한 때에는 없고 말이야. 결국 다 내가 처리하게 됐다구.
너 이번에 승진해서, 근위국에서도 지금 너 다른 곳으로 전근 보낸다 그러더만. 어디로 간대? 설마 특별감찰팀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는 건 아니겠지?!
아오 진짜 말하다 보니 성질이 뻗쳐서 정말!
화내지 마. 웨이 장관님도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니까. 다 널 단련시키는 거라 생각하자고.
앞으로의 근위국은 네가 이끌고 가야 해. 언젠간 그렇게 될 거야.
넌 할 수 있어.
……너…… 너 또 말을 그렇게…… 그런 것쯤은 나도 당연히 알거든!
하, 하지만 근위국을 책임질 사람은 원래…… 원래대로라면 분명……
……
아아~ 환장하겠네, 또 울어?!
우, 울긴 누가 운다고 그래!
두고 봐. 그 얼어 죽을 용 녀석이 안 돌아오면, 그땐 근위국을 내 손에 넣고 말 테니까! 다들 두고 보라고!
하하, 그거 참 기대되는군.
근데, 잠깐. 너 방금 내가 돌아오는 문소리 들었다고 했지? 그럼 너, 내가 밤새 못 잤다는 것도 알았겠네?
그럼 뭐 하러 날 찾아온 거야? 마치 우연히 온 것처럼!
워~ 워~ 진정해 진정.
네가 요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는 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됐을 뿐이야. 요즘 일도 너무 많고, 우리 서로 얼굴 못 본 지도 오래됐잖아.
거봐, 또 아침 안 먹었지? 아침거리 좀 사 왔어. 네가 좋아하는 볶음면이야. 조금 먹고 자.
쳇, 쓸데없이 참견하긴.
그래, 그래. 내가 참견이 심한 걸로 치자. 그래서, 먹을 거야 말 거야?
당연히 먹어야지! 내놔!
어? 그런데 왜 두 개나 샀어? 이렇게 많이 혼자 어떻게 다 먹으라고.
아…… 두 개야? 습관처럼 그만.
……
버섯 고기채에, 야채 볶음장에, 면 곱빼기…… 흥, 다 그 녀석 입맛대로 샀네.
이 집, 면이 그저 그렇네. 간도 싱겁고, 건더기도 부족해. 아쉬운 대로 먹는 정도야. 다음에는 꼭 근위국 아래에 코너 끼고돌면 있는 두 번째 가게, 밖에 파란색 간판 걸려 있는 집으로 가. 그 집이 더 잘하니까.
그래, 알겠어. 다음에 사 올게. 지금은 일단 아쉬운 대로 좀 먹어. 자, 급하게 먹지 말고 꼭꼭 씹어서……
하아암~
맞다. 너 오늘 어디 가? 어차피 나 잠도 깼는데, 쇼핑 갈 거면 나도 같이 가.
슈와로브스키의 액세서리를 사러 가고 싶거든. 신상 조커 시리즈라고, 바로 저번 주에 나왔다더라고.
아, 첸이 마음에 들어 했던 그건가?
그래, 그거. 그 녀석, 이쪽으로는 안목도 꽤 괜찮더라니까. 옷이나 액세서리는 나보다 잘 골라.
네가 첸을 칭찬하다니 별일이네.
나는 이런 액세서리는 사봤자 몇 번 하지도 않는데 뭐. 첸도 월급이 꽤 쎄고 근위국엔 무료 기숙사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걔도 꽤 버거웠을걸.
그런데 아가씨, 네가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건 이게 처음 아냐? 별일이네.
같이 갈 만한 다른 사람이 있었어도 그랬을까?
하긴 그런가. 아 그런데, 이제 슬슬 나가지 않으면 진짜 늦겠어. 먼저 가봐야겠다.
어, 너 어디 가? 기다려, 나 화장 좀 하게!
됐어. 넌 화장 안 해도 충분히 예뻐, '아가씨'.
데이트 신청해 줘서 고맙긴 한데, 아무래도 오늘은 안 되겠다. 그냥 바람 좀 쐬러 가는 것뿐이라 따라와서 별로 좋을 것도 없어. 다음에 드라이브시켜줄게.
얼른 자. 다크서클 너무 오래 두면 나중에 없애기 힘들다더라.
넌 좀 푹 쉬어야 돼, 스와이어.
경감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 고생들 많네. 아침은 먹었나? 맛집을 추천받아서, 겸사겸사 좀 사 왔는데.
정말이지, 휴일 이른 아침부터 건물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보이다니.
그 사건 이후로 요즘은 줄곧 이런 상태입니다, 에휴.
그리고 그건 경감님도 마찬가지잖습니까. 떠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시고. 오늘 비번 아니셨습니까?
그렇게 비교해서야 되나. 나는 다르지.
그것보다, 너 정말 괜찮아? 어째 좀 비틀거리는 것 같은데…… 뭐 좀 먹고, 휴게실 가서 좀 쉬어. 에너지 드링크 그런 거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몸에 안 좋다.
아, 고맙습니다 경감님. 하지만 괜찮습니다. 지금 이 일만 끝내면 집에 가서 쉴 수 있거든요.
하아아암……
그래, 그럼 더 이상 나도 뭐라 하진 않는데, 컨디션 조절 잘해라.
요즘 다들 수고가 많아. 이번 건 끝나면 거하게 한턱 쏘마.
한턱은 됐습니다. 월급이나 올랐으면 좋겠네요.
얼마 전에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 사람이랑 마주쳤는데, 그 녀석, 저한테 또 승진했다며 자랑하지 뭡니까. 쳇,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그래봤자 나보다 휴가 며칠 더 많은 정도면서……
……로도스 아일랜드?
예전에 우리와 협력했던, 거기다 첸 경관님 데려간 그 녀석들 말이야?!
그 녀석들, 진작에 도망간 거 아니었어?
아…… 현지 사무소 얘긴가?
아마 인재 모집도 맡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예전엔 몇몇 길거리 불량배가 소란을 피우다 되레 설득당해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는 썰도 있었지 아마?
그 사람들 말재주에는 못 당하겠다니까.
너도 괜히 가서 귀찮은 일 벌이지 마라. 그 사람들 사무소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 용문 시민이라, 시빗거리를 골라낼 수 없어.
나중에 부하들에게도 전해. 거기 가서 괜한 짓 벌이지 말라고 말이야.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다들 속으론 잘 알고 있는걸요.
저희랑 로도스 아일랜드 쪽이랑은 사이가 나쁘진 않습니다. 가끔씩 술도 한 잔 같이 하러 가고요.
거기 사람들 중엔 괴짜가 많은데, 몇몇 현지 직원 외에 가끔 지나가는 외지인도 보곤 합니다. 몇몇은 겉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피게 되죠.
저번 주에는 라테라노의 무슨 수도회의 아가씨도 같이…… 와…… 그 사람들 술 진짜 세던데요.
뭐라고요?! 형님, 전에 잔뜩 취해서 돌아오더니,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이랑 그 지경이 되도록 마신 거였습니까?! 그날 제 몸에 토까지 했잖아요!
어…… 그런 일이 있었나?
그럼요!
알았어 미안해…… 그럼 다음에 네가 여자친구랑 놀러 가려고 휴가 쓰면 내가 결재해 줄게. 됐지?
조금만 더 기다려. 이번 일만 마무리되고, 재건 구역의 재건 일정만 잡히면 보내줄게.
그거야 저도 알죠…… 근데 이렇게 계속 이번 일 마무리되는 거 기다리다 간 정말, 여자친구랑 헤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하아……
호오, 그거 잘 됐네. 그럼 휴가 결재 안 해줘도 되겠네.
됐어, 적당히 해.
늘 이런 식입니다. 이젠 익숙합니다.
짜식, 빠져가지곤.
경감님도, 모처럼 비번이신데 오늘은 돌아가 쉬는 게 어떠십니까?
네. 여긴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뭐야, 내가 있는 게 그렇게 불편해? 너넨 왜 매번 날 쫓아낼 궁리만 하는 거 같냐?
아, 아닙니다.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하하, 됐어. 긴장 풀어, 농담이다. 그냥 잠깐 살펴보러 온 김에, 너희들 먹을 것도 좀 가져왔어.
받아, 볶음면이야. 그럼 뺑이 쳐라, 나 먼저 간다.
에휴, 피곤하네.
겨우 며칠 밤 좀 새고, 밥 몇 끼 제대로 먹지 못했을 뿐인데 이렇게나 힘들다니.
이제 정말 나이를 먹었나? 아니겠지. 나도 아직까지는 젊은 편에 속하는데……
……
속하겠지?
하아, 됐다……
어이, 파트너. 어떻게 생각해? 널 데리고 나가는 것도 오랜만이네. 오늘은 교외에 있는 그 서킷에 가서 바람이나 쐬자고.
어라, 너 오늘 배기음이 조금 이상하다? 설마 너도 나이 먹었냐?
아니, 아니겠지. 넌 아직 신상이잖아. 70vv.
물론 얼마 전에 너보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긴 했지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번개 같은 속도감. 그 회사는 언제나 광고를 썩 괜찮게 만든단 말이지.
한 대 더 사보고 싶었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 안심해, 파트너. 서로 아쉬운 대로 넘어가자고. 지금 내 얼마 안 되는 월급에, 언제까지고 이렇게 돈을 쓸 수야 없으니까 말이야.
너도 구식 되려면 한참 멀었고, 나는 퇴직하기엔 한참 이르지. 어때 우리, 꽤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않아?
……
첸은, 왜 그렇게 고집이 센 걸까?
첸이 로도스 아일랜드에 적응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과 싸우진 않았을까? 아마 그렇겠지. 사교성이 막 없는 건 아닌데, 성격 더러운 게 마음에 좀 걸린단 말이야……
그렇지 않다.
……누구냐!
첸 공은 고리타분하고 완고한 사람이 아니다.
고집이 세지도 않다.
아, 난 또 누구라고. 시라유키 님이군요.
(끄덕)
호시구마 경감.
그렇게 격식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 시라유키 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공주님께서 잠시 떠나시면서 내게 이곳을 지키라고 명령하셨다.
그렇군요.
시라유키 님께선 얼마 전에 후미즈키 부인의 명령으로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셨다면서요?
어떻습니까, 아미야는 잘 지냅니까? 그리고 그 아이 곁의 박사도…… 당시에 그자가 엄폐물에 붙어 지휘를 하던, 똑똑하면서도 난처해하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그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활력이 넘치고, 의지가 충만하다.
그리고 재잘재잘,
시끄럽다.
하하하하,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군요.
시라유키 님도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좋은 인상을 품고 있는 것 같군요.
확실히, 로도스 아일랜드는 꽤 좋다.
그건 첸 공도 마찬가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째서, 시라유키 님까지 이런 말씀을…… 설마 제 표정이 그렇게나 우울해 보입니까? 정말로요?
아니지. 정말 그랬다면, 스와이어가 오늘 아침 제 얼굴 가죽을 다 뜯어놨겠죠.
……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라유키 님. 정말로 첸을 그렇게까지 걱정하고 있진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첸이 겉보기에는 곧고 강직해서 쉽게 부러질 것만 같지만, 사실 속은 또 섬세하거든요.
첸을 처음 알았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됐습니다. 무리한 일을 붙잡고 늘어지지만 않는다면, 어디서든 잘 살아갈 거라고 믿습니다.
첸 공은 똑똑하고 영리하다.
언변은 날카롭고, 실력도 전혀 손색이 없다.
웬만한 일은 그녀에게 문제가 되지 않아.
하하, 맞습니다.
첸 같은 사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누군가 그녀를 건드리면 온갖 욕설을 퍼붓고, 이치에만 맞으면 그 상대가 누구든 개의치 않고 지적해대죠. 전 그녀가 겁내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첸 공이…… 솔직하긴 하지.
사실 첸의 이런 성질머리는 오래도록 조금도 변하질 않았어요.
전 언제나 첸은 의협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만약 협객 만화였다면 틀림없이 이런 사람이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해왔었죠.
하지만 이런 생생한 이야기는, 보기엔 재밌어도, 그 상처들이 정작 자신의 몸에 가해지면 정말로 고통스럽습니다.
저는 이따금씩 첸이 고통에 사무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할 의미가 있을까 하고요.
아니. 솔직히, 다 털어놓자면, 정말 그렇게까지 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첸은 가치가 있다고 여기더군요.
첸이 손해 본다거나 하는 건 걱정하지 않습니다. 손해 좀 보는 것 정도는 나쁜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너무 크면 돌이킬 수 없는 쓴맛을 보기 마련입니다.
다만 첸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되지 않을까, 내려놓지 못하는 건 아닌가…… 그냥, 그런 게 걱정입니다.
……
첸 공은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이제는 마음의 응어리도 풀렸으니, 더더욱 거침이 없지.
시라유키 님도 잘 아시는군요. 그럼 웨이 장관님과 부인께서도 더 잘 아실 테죠.
호시구마 경감 역시, 협객이다.
저 말입니까? 아뇨, 그건 지나친 과찬이십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땐 세상 물정도 모르고, 당연히 꿈도 꿨었죠.
충동적인 일도 많이 벌였고, 열정이 없지도 않았습니다만.
하지만 이제 열정 가득한 이야기는 끝났고,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닙니다. 어쩌겠습니까? 이야기에 이런 내용을 적을 수는 없습니다. 적었다간 괜히 독자들에게 욕만 먹고 힘만 빠지게 될 테니, 안 쓰느니만 못하죠.
이야기는 가장 좋은 타이밍에 끝을 맺을 수 있지만,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협객이면, 아무리 세상에 필요한 뭔가를 갖췄다 해도 사람들이 그다지 반기지 않을 겁니다.
자신을 비하하지 마라.
……
이걸 봐라.
이건…… 만화?
타이친 로드, 두 번째 골목의 서점. 이번 달 신간이다.
받아라.
……정말 드문 일이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시라유키 님도 이런 걸 읽으십니까?
읽어보면 알게 된다.
그럼, 시라유키는 이만.
……
(이 책은……)
(신인 만화가의 데뷔작. 독자 지지도 랭킹 2위. 업계 만화가들의 강력 추천……)
(꽤 재미있어 보이는군. 표지에 있는 게 주인공인가?)
(어째 조금, 낯이 익은데……)
(……)
(이 방패를 든 키다리는……)
아! ……하하하…… 그렇게 된 거로군. 어쩐지.
배짱도 좋지. 그래도 선은 지켰네, 그림도 꽤 잘 그렸고.
됐다. 됐어……
다음에 첸을 다시 만나면, 뭐라고 불러야 하지?
오퍼레이터 첸?
음……
괜찮네, 꽤 잘 어울려.
……
(스피드가 부족해.)
(앞은…… 커브. 잘 됐군. 기어 하나 더 올려볼까.)
외뿔의 오니가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세찬 바람 속에서 달리지 못한지도,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자신의 애마가 요란한 포효성을 낼 때마다, 젊은 시절의 끓어오르던 피가, 종착지 없는 질주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뒤쪽에서 또 한 마리의 기계 야수가 포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용문근위국의 호시구마 경감은 정신을 차렸다.
응?
(누구지……?)
(소리가 뒤쪽에서부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날 따라잡다니, 썩 괜찮은 스피드인걸.
허, 저 바디 라인과 엔진 소리, 광고에 나오는 최신 모델이잖아. 거기다 아마 튜닝까지 되어 있겠지.
힘내, 파트너. 우리도 질 순 없지!
(이상하군. 이런 엄청난 녀석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지? 게다가 나도 모르게?)
(이거, 완전 그거 같잖아……)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밤거리를 질주하며, 커브 길에 출몰하는 고스트 라이더.”)
(잠깐, 하지만 차종이 맞지 않아. 게다가, 그 고스트 라이더의 정체는 바로……)
……설마?
……휴.
대단하시군요. 완패입니다.
봐주신 거 다 알고 있답니다. 방금 그 커브에선 정말 대단했습니다. 만약 차가 좋지 않았다면, 아마 추월하지 못했겠지요.
안녕하세요, 호시구마 경감.
후미즈키 부인께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어머, 별로 놀라지 않으신 것 같네요.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아까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 커브 길을 지난 후에야 부인임을 짐작했죠.
부인의 원래 차종이었다면 분명 익숙하니 금방 알아봤겠지만, 오늘 타신 차종은 처음 보는 녀석이군요.
그럼 제게 과태료라도 물게 할 셈이신가요?
그럴 리가요. 이 서킷 자체가 애초에, 대외에는 개방되지 않는 레이싱 카 전용인걸요…… 그리고 부인께 과태료를 물게 하기엔, 저도 마찬가지인 입장 아니겠습니까.
후후, 항상 노고가 많으십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
왜 그러세요, 호시구마 경감?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입니다만?
어…… 아닙니다.
그저, 이곳의 바람이 상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액셀을 끝까지 밟으면, 확실히 기분이 확 좋아지죠.
맞아요, 그러니까요!
일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을 때, 이렇게 바람을 쐬면 정말 숨이 탁 트이는 것만 같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그것만이 아니겠죠?
으…… 역시 부인은 속일 수가 없군요.
저는 그저……
웨이 장관님께서 요 며칠간 건물 아래 세워두신, 그분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 스트림-35LL 루미너스 럭셔리 바이크가, 역시 그분 것이 아니었구나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