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화
20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표 인물의 행적을 찾아 여행을 떠난 아이리스. 그 여정에서 그녀는 우연히 어린 광석병 감염자 한 명을 만나게 되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아이리스
오늘 바로 출발할 거야?
대모한테서 그 지팡이를 방금 받았지? 성안의 물건들도 아직 정리가 덜 됐고. 정말 이렇게까지 서두를 필요가 있겠어?
곧 그 시기가 다가와요…… 어떻게든 제시간에 약속된 물건을 전달해야 하거든요.
잊지 마세요. 우리는 언제나 약속을 지켜왔고, 신뢰를 저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 그냥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서.
좀 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텐데…… 예를 들면 착한 아이를 성으로 초대한다든지, 꼬마들에게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든지.
뭐가 됐든 십몇 년 전의 여자애를 찾는 것보다야 낫잖아. 우리가 아는 건 이름뿐인 데다, 아이리스 너는 아직 경험도 없는데……
확실히 저는 경험이 부족해요.
하지만 많은 선배들 중에 어렵다고 약속을 포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요.
하아…… 그래. 그렇게까지 말하면 내가 말릴 수는 없지.
그럼 이 고철 덩어리라도, 자, 가져가.
이건, 라디오 아닌가요?
이젠 생산 안 되는 모델이긴 하지만, 지금도 좁은 범위라면 전파를 수신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쿡쿡 찔러대다간 망가집니다. 여기 자료랑 같이 넣어두세요.
자 여기, 가는 길에 필요한 것도 준비했습니다.
고…… 고마워요.
나 그렇게 덜렁대지 않거든!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걱정돼서 그래…… 중간에 망가뜨리지 말고! 내가 소중하게 보관해둔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뭐라구요……!
자자, 다들 그쯤 하시죠. 아무도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첫 외출이기 때문에 모두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흥.
밖에서는 부디 안전에 주의하고, 낯선 이를 경계하십시오. 차량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정 거리를 이동할 때마다 부품을 제대로 정비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황야에 진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하아…… 말이 길어졌군요. 어쨌든, 자기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주십시오.
알겠어요…… 이해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별일 아니에요.
우린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었어요. 그래도 이 약속은 끝까지 지켜야만 하죠……
아이들이 우리를 믿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우리에게 맡겼답니다. 그 믿음을 저버릴 수는 없죠. 반드시 약속대로 돌려줘야 해요.
그래야만, 설령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더 이상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가 그들에게 증명해 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증명할게요……
동화는 영원하다는 것을.
그렇습니까.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당신이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이리스.
(휴, 드디어 도착했네요)
(당시 기록에 따르면, 분명 이쯤에서 아이를 맞이했었죠.)
(톤네르 마을, 그리고 그 아이의 이름은…… 메이블. 틀림없어요.)
(그런데 여기…… 마을이 맞나요?)
어이, 조심해, 꼬마 아가씨.
안으론 들어가지 마, 신발이 더러워질 거다. 이렇게 좋은 신발을 더럽히면 아깝잖냐. 우리는 변상 못 해준다!
……충고 고마워요.
고마워할 것까지야.
꼬마 아가씨, 보아하니 좋은 집안의 아가씨 같은데, 수행원도 없어? 이런 곳까진 뭐 하러 온 거야?
수행원은 필요 없어요. 사람 한 명을 찾으러 왔을 뿐이라서요.
게다가 여기는 빅토리아죠? 빅토리아 사람이 자신의 땅에서 설마 무슨 일이라도 나겠어요?
하하! 맞는 말이군! 맞는 말이야, 꼬마 아가씨. 우리네들은 당연히 자기 집에서 가장 안전하겠지!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아. 넌 아직 너무 어리니까 말이야. 하아, 요즘 도시도 그다지 안전하지 않다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도시요……?
뭐, 됐어요. 도시의 일은 저랑은 상관없으니까요.
그쪽 질문에는 대답했으니, 이젠 당신이 대답해 줄 차례예요.
뭘 물어보려고?
저는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 하지만……
여기는 마을이 아닌가요? 어째서 다른 사람이 전혀 보이질 않죠?
마을?
직접 봐봐, 꼬마 아가씨. 대체 여기의 어디가 마을로 보여?
예전엔 근처에 마을이 몇 개 있기야 했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다 떠나고 없어. 귀족 나리께서 이 땅에다가, 올봄부터 공장을 세운다고 했거든!
……공장……
이거, 이 철판이랑, 이 커다란 녀석 좀 봐! 윙윙거리는 게 멋지지 않냐!
머, 멋지네요.
하지만 공장이라니…… 왜 이곳이죠? 이동도시의 구역 위에 세우지 않고요?
귀족 나리가 짓고 싶은데 짓는 거지 뭐. 그걸 우리한테 물어서 뭐해?
……
그럼 예전에 여기 있던 마을이 어디로 옮겨갔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뭐? 그걸 누가 알겠냐마는……
그래도 멀리 가진 못했을 거야. 이 근처는 이동도시의 궤도랑도 가깝고, 비교적 형편이 나은 편이니까. 여기서 황야 쪽으로 가면 거긴 정말 갈 곳 없는 유랑민들의 장소거든!
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뭐…… 예상했던 범위내군요.)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는걸요. 당시 그 아이가 살고 있던 마을이 옮겨갔대도 이상하지 않죠……)
(이 일대를 뒤져볼 수밖에 없겠네요. 적어도 마을 이름이랑, 당시 그 아이의 이름은 기록에 남아 있으니까요. 정 안 되면 그땐 도시 안으로 들어가서 알아보죠 뭐.)
(흥, 이 정도의 난관으로 제가 포기할 리가 없어요!)
실례합니다. 여기가 혹시 톤네르 마을인가요?
아니라고요? 네, 감사합니다. 실례했습니다.
실례합니다. 혹시 메이블이라는 여자아이를…… 음, 아니, 20대 여성분을 아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다른 곳에 물어볼게요.
실례합니다. 혹시 여기가 톤네르 마을인가요……
실례합……
아이리스는 자신을 키운 사람이 과거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하나의 낙원, 하나의 덧없는 꿈을 지켜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오직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작은 마음속에 영원히 꿈을 간직하기 위해, 그들은 언제나 온 힘을 다하고, 모든 것을 바쳤다.
속세와 분리된 찬란한 꿈의 세계가 동요 속의 흥얼거림이 되고, 이야기의 조각이 되어 이 땅에 전해진 지도 벌써 수백 년.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동화 속에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
현실에선, 당사자가 얼마나 끈질기게 노력했는지에 달렸지만 말이다.
(이 길에서 남쪽으로 갔다가, 동쪽으로 틀어서…… 그리고 이 숲을 지나면……)
(여기 표지판이 있네요. 음,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요.)
(이게 몇 번째 마을이었죠? 여긴 이미 이동도시의 경계 지역이군요. 더 안쪽을 찾으려면 도시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죠……)
(아니면, 바깥쪽으로 나가볼까나……)
(……)
(뭐 괜찮아요, 일단 차량을 정비할 장소부터 찾아야겠군요.)
응? 누구 목소리죠?
아빠, 우리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내 병은 다 나았어? 하지만 아직 아픈데…… 의사 선생님한테는 안 가?
집으로 가는 거야…… 병원은 안 가, 집으로 갈 거란다.
아빠가 약을 사 왔어. 집에 돌아가서 약만 먹으면, 도라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야.
에에? 엄청 엄청 쓴 약을 또 먹어야 해? 약 먹기 싫어! 싫다고!
도라, 말 들어야지. 약만 먹으면 병이 나을 거란다. 그러니까 써도 조금만 참자, 알겠지?
하지만 너무 쓰단 말이야……
저번의 약은, 종이를 태운 재 같아서 전혀 삼킬 수 없었고, 이전의 주사는 너무 아팠어…… 엄마, 나 이제 의사 선생님 더 안 보면 안 돼? 주사도 싫고 그런 약도 먹기 싫어.
이제 나가서 놀아도 되는 거 아냐? 학교 친구들이 보고 싶어. 며칠 전에 메이메이가 또 언제 같이 놀 수 있냐고 물어봤어. 나도 메이메이랑 놀고 싶은데……
……
흐흑……
엄마, 울어……?
엄마, 울지 마! 나…… 약도 잘 먹고, 밖에도 안 나갈게! 다시는 이런 말 안 할거야!
나 엄마 아빠 말도 잘 들을게. 착한 아이가 될 테니까, 그러니까 엄마, 울지 마……
도라, 도라…… 착한 우리 딸. 왜 하필이면, 왜 하필이면 네가!
불쌍한 우리 딸…… 아아……
(아픈 아이인가……)
……
이번 임무도 슬슬 끝이군. 도장 좀 찍어줘.
오는 길에 남쪽에서 메이메이한테 줄 과일을 좀 가져왔어. 저번에 메이메이가 먹고 싶다고 칭얼대던 게 이거 맞지?
늘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 이거 맞아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응석을 너무 받아주진 말아요. 단 것만 먹다간 이가 다 썩어버린다고요.
하루 종일 놀기만 해서…… 오늘 아침에도 “어젯밤에 요정님이 자기를 성에 초대했다”라는 말을 꺼내더라고요. 나이를 먹어도 바보 같은 말을…… 아무래도 자기 전에 동화를 너무 많이 읽어줘서 그랬던 걸까요?
아직 어리잖아.
어리지 않아요. 이제 곧 학교에 갈 나이라고요. 어디 보자…… 임무는 문제없습니다. 도장은 여기에 찍으면 되겠죠?
응.
자, 여기요.
이번에는 꽤 빨리 돌아왔네요. 도시의 상황은 좀 어때요?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 요즘 카페에서는 다들 정치 이야기를 하더군. 근데 그게 다야, 차분한 활동이더라고.
뭐 일부 문화인들 제외하고는,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은 보통 정치 같은 건 관심 없으니까요.
다만 얼마 전에는 어떤 노동자들이 임금이 너무 낮다며 거리에서 소란을 벌인 모양이야. 다행히 부상자는 없지만.
별로 심각한 일은 아니네요.
아마도.
……음?
저 여자는 누구야? 여기 사람 아니지?
누구요? 아, 저 아가씨요…… 눈도 참 예리하셔라. 저 아가씨는 어제 갑자기 이 마을에 찾아온 사람이에요.
누굴 찾는 것 같던데. 이 마을의 이름을 물어보더니, 찾는 마을이 맞았던지 집집마다 물어보고 다니더라고요.
이름밖에 몰라서, 찾기는 어렵지 싶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타고 온 차도 완전 너덜너덜해져서 지금은 이슨 씨가 있는 곳에서 수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참 대단한 근성이에요.
다들 돕고 싶었는지, 메이메이 녀석도 오늘 하루 종일 집집마다 물어보러 돌아다니고 있고, 다른 아이들도 그녀와 함께 열심히 찾고 있더라고요.
……
이쪽으로 오는군.
실례합니다.
메이메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요?
아직이요. 어디 갔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쪽은 어때요? 찾으려던 사람은 찾았나요?
아직요.
누굴 찾는데 그래?
……당신은 또 누구시죠?
괴상한 차림새에 얼굴까지 가리고, 수상하군요!
……
하하하하하!
이봐.
하, 하하하…… 저 아가씨 말이 맞아요. 당신을 처음 봤을 때 저도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정말 그렇게까지 수상해 보인다고?
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뿐이에요!
저기요, 아가씨. 너무 눈살 찌푸리지 말아요. 누굴 찾는지 이분께 한 번 털어놔 봐요. 보기에는 수상해도, 꽤 믿을 만하거든요.
정말요? 음……
……
……
……
서로 그렇게 째려보면, 눈 안 아프세요?
괜찮아. 익숙하거든.
……됐어요. 당신이랑 실랑이할 생각은 없으니.
나 역시 꼬맹이를 상대할 생각은 없어.
(찌릿)
적당히들 좀 하세요!
흥……
제가 사람을 찾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면, 당신에게 가르쳐줘도 무방하겠네요.
메이블. 메이블 그린이란 사람을 찾고 있어요.
뭐……?
두 번 말하는 건 싫은데요.
……
……
아, 또 눈싸움을 시작하나요.
전 그렇게 유치하지 않거든요!
저…… 사실은 그 사람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어요. 그래도 이름은 메이블, 필라인이고, 갈색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을 가졌다는 것은 알고 있죠.
……
나이는 대략 서른 살 전후, 손재주가 좋았다고 합니다만…… 제가 들은 건 이 정도네요.
다만…… 마을의 모든 집을 찾아가 봤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런 단서조차 없어요.
여기가 정말 톤네르 마을은 맞나요? 제가 이름을 착각한 건 아니겠죠……
글쎄요, 발음이 비슷한 마을도 여럿 있고, 아가씨도 정확한 기록은 가지고 있지 않은 데다, 더더욱이 너무 오래전의 사람을 찾고 있으니까 문제인 거죠.
……
아니, 너,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분명 마을 근처 숲속에 몇 집이 더 있을 거예요. 그쪽은 가보셨나요?
아니면 그…… 그냥 이 사람에게 임무로 의뢰하면 분명 함께 찾아줄 거예요!
어이, 잠깐. 로도스 아일랜드의 임무는 먼저 등록부터……
(작은 목소리로) 그런 공무원 같은 말은 하지 마세요. 어차피 담당 임무도 다 끝났잖아요! 딱 잘라서, 도와줄 거예요, 말 거예요?!
(작은 목소리로) ……알았어.
?
뭐예요, 둘이서 속닥속닥……
……왜 따라와요?
도와줄게.
필요 없거든요!
(어깨를 으쓱인다)
그쪽은 마을 밖이야. 변두리에 있는 집을 찾아가려는 거지?
네. 저 혼자서도 괜찮아요. 당신의 도움은 필요 없어요! 이건 제 일이니까요.
……어린이 노동자인가.
무슨 말씀이세요?
크흠. 아무것도 아냐.
사실은 할 말이 있는데, 네가 찾는 그 사람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일지도……
……쉿!
(잠시만요, 조용히 하세요!)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요?)
……안 돼! 나는 싫어!
두렵니?! 두렵구나?! 벌 받는 게 두려워서, 그래서 우리 딸을 넘기려는 거야?!
절대 그렇게는 두지 않겠어!
도라는 절대 못 넘겨. 놈들이 도라를 데려가면 격리 구역에 처넣겠지.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올 거야!
도라는 내 딸이야. 우리 딸이라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제발 침착해…… 목소리 낮춰!
내가 어떻게 도라를 넘기려고 하겠어. 그런 말 안 했어! 하지만, 하지만 도라를 저렇게 두고만 볼 거야?
우린 도라를 고쳐줄 수 없어…… 어떤 약이든, 그들이 알려주는 어떤 방법이든 다 시도해봤잖아…… 하지만 소용없었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고!
우리가 몰래 약을 사러 다니는 바람에, 이미 우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어. 이젠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어떻게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
그럼, 도라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자. 여기가 아닌, 아무도 없는 곳으로……
하지만 어디로?
(목소리는 이쪽에서 났어. 음…… 여기, 이 집에서야.)
(이분들이 하는 얘기는……)
(딸이 광석병에 걸린 모양이군.)
(감염자를 숨기면, 빅토리아에서는 중죄에 속해.)
(도라…… 들어본 기억이 있어요……)
……
가보시죠!
……잠깐만, 어이!
성급하게 판단하기는…… 정말이지, 꼬맹이라니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재미없어.
인형아, 인형아. 네가 움직인다면 좋을 텐데. 그럼 나랑 같이 놀아줄 수 있을 텐데.
인형아. 엄마 아빠는 언제쯤 나를 밖에서 놀게 해줄까?
이제 아프기 싫어. 아픈 건 정말 싫어.
……팔도 아프고…… 배도 아파……
긁으면 안 돼요, 긁어서 상처라도 생기면 더 큰일 난답니다.
……!!
(입을 막는다)
(작은 목소리로) 너, 너는 누구야?
(작은 목소리로) 어떻게 들어왔어? 창문은 다 닫혀있을 텐데…… 아, 아니지. 그것보다 어서 나가! 엄마 아빠한테 들키면, 우리 둘 다 혼쭐이 날 거야!
저런 창문은 별거 없어요. 게다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요.
방금은 놀고 있었나요?
응!
……이 인형이 움직여서, 함께 놀아줬으면 좋겠죠?
그야 당연하지! 하지만…… 인형이 어떻게 움직이겠어?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있답니다. 동화책에 나오는 작은 페이들도 다 말을 하잖아요? 사람이 된 피노키오도 있고, 두 발로 걷는 고양이도 있는데, 움직이는 인형도 당연히 있지요.
음…… 혹시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하려나요?
좋아해! 엄마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잔뜩 해줬어!
굴뚝 요괴 이야기, 커다란 가위 이야기, 정원의 요정 이야기……
그리고 다과회를 여는 성 이야기도!
엄청 엄청 크고 예쁜…… 착한 아이만 갈 수 있는 성이 있대. 안에선 착한 요정들이 맛있는 간식을 잔뜩 차려놓고, 하루 종일 다과회를 연대……
거기선 하늘에 있는 구름도 손을 뻗으면 잡히고, 맛은 엄청나게 달콤하대……
나도 그 성에 가서 다과회를 함께 하고 싶어서,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야. 요정님은 언제쯤 나를 데리러 와주실까?
그 기회가 곧 올 수도 있겠네요.
당신은 아주 착한 아이니까,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정말? 다행이다!
성에 가면, 인형들도 움직이고, 나랑 놀아줄까?
물론이죠. 이야기에도 나와 있듯, 요정의 성에서는 착한 아이를 위해 소중한 보물을 보관해 준답니다. 그리고 약속한 때가 되면, 보물은 다시 아이 곁으로 돌아오게 될 거예요.
그렇게 성에서 지낸 인형은 더 이상 보통 인형이 아니에요. 움직이고, 노래하고, 함께 놀아줄 거예요!
……인형이 움직이는 게 좋으려나?
으…… 응, 움직였으면 좋겠지만……
근데 꼭 인형과 떨어져야 되는 거야?
꼭 떨어져야 한다면, 그럼 역시 됐어……
왜, 왜 그러죠?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걸요? 저의 친구…… 가 아니라, 요정님은 굉장한 힘이 있거든요! 당장이라도 인형을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약속만 하면 인형은 금방 당신한테 돌아올 텐데요?
(도리도리)
이 인형은, 엄마 아빠가 준 생일선물이야. 절대 헤어지기 싫어.
인형을 받던 날, 인형을 오래오래 지켜주기로 엄마랑 약속했거든! 자기 보물은 자기가 지키는 거야, 맞지?
왜 다들 자기 보물을 요정님한테 맡기려는 거야?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당신은 아프잖아요……
들키면 당신은 바로 끌려갈 거예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인형을 지켜 줄 수 없게 돼 버리죠……
아…… 아빠도 그런 말을 했어.
그래도 괜찮아. 난 얌전히 집에만 있을 거라고, 엄마 아빠도 날 잡혀가게 두지 않을 테니까!
이 인형이 내 보물이니까 내가 인형을 지키는 것처럼, 엄마 아빠한테는 내가 보물이랬으니까 엄마 아빠가 날 지켜줄 거야.
그러니까,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있으면, 잡혀가거나 하지 않아!
……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헤헤. 걱정해 줘서 고마워.
참, 아직 이름도 안 물어봤네. 정말 우리 엄마 아빠한테 들키거나 하지 않아? 넌……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지? 한 번도 본 적 없어.
나는 도라라고 해. 너는?
저는…… 아이리스예요.
아이리스!
그럼 혹시…… 나랑 잠깐 놀지 않을래? 잠깐이라도 괜찮으니까!
혼자서는 너무 심심해.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퍼즐을 맞출 뿐…… 그것도 이젠 질렸어……
밖에 못 나가요?
나가고는 싶지만, 그러면 엄마가 울어…… 내가 아주 나쁜 병에 걸려서, 마음대로 밖에 나가면 나쁜 사람한테 잡혀간대.
잡혀가면, 두 번 다시 엄마 아빠를 볼 수 없잖아.
……
난 엄마를 울리기도 싫고, 엄마 아빠와 헤어지기도 싫어. 하지만……
그래도 메이메이랑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 다시 학교에 가고 싶어.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제, 제가 함께 놀아드릴게요!
이거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이 장난감은 여기를 누르면 빛이 난답니다! 우선 퍼즐을 가지고 노는 게 어떨까요? 다음엔 새 인형을 가져다드릴게요……
……
……미안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것뿐…… 당신을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없어요.
미안해요……
이상하네. 어째서 아이리스가 사과하는 거야? 아이리스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잖아.
음……
아, 혹시 정말 요정님을 만나면, 소원을 빌어도 될까?
물론이죠! 요정님은 대단하다구요!
다행이다! 그럼 성의 요정님이 내 병을 고쳐줄 수 있을까?
그건……
요정님도……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구나……
하, 하지만!
당신의 병은 고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외의 소원이라면 분명 괜찮을 거예요.
그럼, 엄마가 더 이상 울지 않게 해주는 건, 가능할까?
그, 그건 어렵네요. 또 없나요?!
음…… 그럼 빨리 크고 싶어.
그것도 좀……
……
무리예요……
아무것도…… 이뤄줄 수 없네요……
어……
그럼 됐어.
도라, 실망하지 않았나요?
요정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동화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내가 왜?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 테니까,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사실은 있잖아, 내 친구 메이메이가 아침에 나한테 놀러 왔다가 들어오질 못해서, 창문을 사이에 두고 몰래 수다를 떨었거든?
메이메이가 그러는데, 어젯밤에 정말 요정님이 찾아와서 자기를 성에 초대했대. 메이메이는 나한테 거짓말 안 하거든. 그곳은 정말 꿈만 같이 아름답고, 케이크도 쿠키도 엄청 맛있었다고 그랬어!
메이메이도 착한 아이로군요……
응! 근데 내가 요정님을 만나게 되면, 방금 말한 소원은 안 빌려고. 아이리스도 비밀로 해줘!
비밀? 왜죠?
아휴, 생각해 봐. 만약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요정님은 얼마나 슬퍼하겠어? 그러니까 말하면 안 되지.
……
고마워요……
드디어 나왔군. 그 꼬마 아가씨랑은 얘기 끝났어?
……어떻게 아셨죠?
저 부부와 대화하는데, 안쪽 방에서 기척이 들렸거든.
왜 그래, 뭐가 잘 안됐어?
당신과는 관계없어요……
그것보다 아이 부모는 어때요? 설마 정말 딸을 넘겨줄 생각이라 하던가요?
아니, 그들도 딸을 곁에서 떼어놓고 싶은 생각은 없어. 단지……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뿐이야.
만약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음…… 병에 걸린 꼬마는 분명 바로 격리구역으로 끌려갈 테고, 부모도 감염자를 은닉했으니 아마 실형을 선고받겠지.
하지만, 이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그들에게 믿을 만한 곳을 소개해 줬거든.
저도 알고 있어요. 도라의 병은 광석병이라는 것을. 그리고 현재는 이 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죠.
저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서 대체 어디에 믿을만한 곳이 있단 말인가요?
어떤 곳이냐라…… 음, 뭐라 설명하기 어렵군.
어쨌든, 단순히 격리당해서 죽기만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목을 매달아 죽인다거나, 광장에서 처형당해 죽는 일 없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쁘지 않은 곳이군요.
그거야 물론이지. 하지만, 내가 제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일 뿐, 선택은 그들의 몫이야.
빅토리아 사람은 자신의 땅과 국가에 대해 이상할 정도의 자부심과 우월감을 가졌으니까…… 이미 여러 번 뼈저리게 느껴봤지만.
당신…… 절 비꼬는 것처럼 들립니다만 기분 탓이겠죠?!
아……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어.
다만 지금의 생활을 버리고 하나의 가능성을 좇는다는 건, 사실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거든. 설사 그들이 계속 이곳에 남기를 선택한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는 않아.
……
병에 걸린 저 여자아이는…… 아직도 동화를 믿고 있는 데다, 아직 저렇게나 어려요.
저로서는 도와줄 수 없어요…… 저렇게나 착한 아이인데도, 저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동화도, 꿈도, 결코 저 아이를 병마의 손아귀에서 구해내지는 못해요……
하지만 희망을 주잖아.
네……?
네가 뭘 고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동화도 아름다운 꿈도 좋다고 생각해.
아름다운 것은 사람을 나아가게 하고, 희망을 품게 하지. 이런 끔찍한 환경 속에서, 아름다운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지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어쨌든 뭐가 좋은지부터 알아야, 그걸 향해서 나아갈 수도 있는 거잖냐. 안 그래?
……그럼 당신은, 동화를 믿어요?
나는 동화보단 좀 더 이상적인 걸 믿어. 뭐 그것 역시 동화라고 한다면야, 믿는다고 할 수 있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우리가 타인에 해줄 수 있는 일이란 원래 이렇게 적은 거니까.
맞다, 네가 찾는다던 사람 말인데……
……알고 계신가요?
메이블이라는 여성에게 짐작이 간다만, 혹시 다른 단서가 없다면 참고해.
원래는 빅토리아 사람으로, 20대에, 갈색 머리와 녹색 눈동자를 가졌고, 손재주는 좋지만 뭘 만들기는 좋아하지 않고, 기계 부품이나 가지고 놀길 좋아하지.
공교롭게도…… 네 묘사와 전부 들어맞아.
……! 그 정도로 똑같다면, 분명 단순한 우연일 리가 없어요!
그녀가 어디에 있나요!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세요!
하긴, 나도 생각할수록 그녀일 것 같아.
그런데 네가 찾는 게 정말 그녀라면, 이미 늦었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말해주긴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말이지.
아무래도…… 네가 그녀를 직접 한 번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