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4용감, 무모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사일런스를 보러 간 메이어는 낙담해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사일런스는 메이어에게 자신이 이번 일을 하게 된 이유와 카프카와의 과거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사일런스, 괜찮아?
괜찮아.
여긴 왜 왔어?
여기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서 보러 왔지.
어라, 옆에 술병이…… 혹시 술 마신 거야?
약간.
뮤엘시스 주임은?
아직 저쪽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어.
어디까지 이야기했어?
앤소니가 카프카에게 도움을 요청했단 것까지. 뮤엘시스는 사리아와 총괄에 관한 이야기까지 해주더라고.
그래.
내가 말해줄까?
아니, 지금은 괜찮아.
왠지 괴로워 보이는데, 방금 뮤엘시스 주임이 무슨 안 좋은 이야기라도 한 거야?
아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뭐랄까…… 설명하기 어려워.
난 지금 많이 혼란스러워, 조금 후회되기도 하고. 뭔가 내게 맞지 않는 일을 한 것 같아.
이번 일 말하는 거야?
그래.
……너한테 사과해야 할 것 같아, 메이어.
그건 왜?
널 이번 일에 말려들지 않게 해야 했는데. 내가 겁이 너무 많아서, 참지 못하고 이번 일을 네게 알려주는 바람에 네가 나와 함께 감당하게 했어.
에이 뭐 그런 걸 가지고. 난 괜찮아. 사일런스한테 신뢰를 받게 돼서, 오히려 기쁜걸.
그리고 어차피 내가 실제로 한 것도 널 데리고 컬럼비아로 돌아간 거뿐이잖아.
……사실, 내가 줄곧 네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그게 뭔데?
이번 일의 배후, 하이드브로의 배후에는 에너지과가 있어.
어? 에너지과라고?!
너희 엔지니어링과와 에너지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보니, 난 줄곧 네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어.
아…… 흠, 사실 그래도 상관없어. 우리 과가 사무적으로는 에너지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나도 사실 에너지과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거든.
아닌가, 에너지과의 주임 그 사람을 무서워한다고 하는 게 더 맞으려나……
에너지과의 주임이 어떤 사람인데?
음, 나도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가끔 우릴 찾아오기도 하고, 우리 회의를 옆에서 듣기도 하거든.
말하는 것만 들어봐도 아주 대단하고 똑똑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지만, 왠지 느낌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 사람은 우리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 더 신경 쓰는 것 같았어.
그랬구나……
그리고, 사리아가 책임을 지고 그만두고 나선, 우리 과와 에너지과가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어떤 때는 이상한 업무를 배정해서 우리의 본래 업무를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었어.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로도스 아일랜드로 파견 가기로 한 거지.
클로저도 괴짜인 건 마찬가지였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근무하는 건 그래도 진짜 즐겁다고.
그래……
어쨌든 넌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사일런스. 그리고 난 네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안 그래?
좋은 일이라……
네가 제공한 이 정보와 분석들은 매우 가치가 높아서, 네 의견을 중시할 수밖에 없겠군. 오퍼레이터 사일런스.
그렇다면……
우선 확실히 해둘 건, 이 정보는 라인 랩 내부에서 나왔단 점이야. 내부 정보를 타인에게 무단으로 넘긴 사람을 난 믿을 수 없지.
하지만 평상시 모습을 보았을 때, 난 네가 신중한 사람일 거라 믿는다. 그러니 설명해 봐.
이것들은 내가 개인 루트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야, 라인 랩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
그럼 그것들을 발견했을 때 내부에 맡겨 처리했어야지. 로도스 아일랜드는 절대 이번 일의 중재자가 될 수 없어.
아니…… 난 로도스 아일랜드가 중재자가 되길 원하지 않아.
난 단지 이 사람을 돕고 싶어 네게 조언을 구하는 것뿐이야.
그게 왜 하필 나지? 아니, 왜 하필 로도스 아일랜드지?
지금 나는, 라인 랩보다 로도스 아일랜드를 더 믿으니까.
라인 랩의 어떤 부분이 미심쩍은 거지?
모르겠어, 난 심지어 내가 뭘 의심하는지도 모르겠는걸.
하지만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로도스 아일랜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봤기 때문에, 난 적어도 로도스 아일랜드가 무얼 하는지는 알지.
보이는 게 다는 아니야, 오퍼레이터 사일런스.
그리고 넌 발견 못 했을지 모르지만, 네 정보에 따르면 앤소니라는 필라인은 그의 아버지의 계획에 따라 주 경계를 넘어 체포되었을 가능성이 커.
그건 아마 그들이 일찍부터 깔아놓은 판이겠지.
하지만 앤소니는 오늘날까지 출소하지 않고 이미 감옥에서 6년이란 시간을 보냈어. 어쩌면 영원히 출소하지 못할 수도 있고.
넌 왜 너와 상관없는 사람에게 집착하는 거지?
왜냐하면, 내가 줄곧 근무해온 라인 랩이 도대체 어떤 회사인지 확실히 알고 싶어라고 해두지.
……
실망하게 될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단 낫겠지.
……그 말도 일리는 있네.
로도스 아일랜드는 공식적으로 네게 어떠한 지원도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네게 의견을 주는 건 가능하겠지.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네 생각을 관철할 수 있길 바란다.
어떤 생각 말이지?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단 생각.
이제 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 이게 정말 좋은 일일까?
아니, 왜?
난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메이어.
뭐가 무서운데?
난 줄곧, 모든 문제는 내가 노력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이번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맞닥뜨렸을까 봐 무서워.
해결할 수 없을까 봐?
해결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해결할 용기가 없을까 봐.
혹시 카프카가, 나랑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말해준 적 있어?
응? 기억 안 나? 카프카가 미나랑 했던 대화를 회상하면서 네 이야길 한 적이 있잖아.
미나.
네.
휴우, 드디어 너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네. 어때? 성과 좀 있어?
카프카 씨가 말한 대로 그동안 이 감옥의 구조를 조용히 파악했죠. 지금은 거의 다 알아냈고요.
이 감옥의 간수들은 아주 허술한 편이지만, 구조가 너무 치밀해요. 아무래도 여길 나가긴 힘들 것 같네요……
괜찮아, 방법이 있겠지.
그쪽은 어때요?
앤소니와 접촉을 해봤어. 자기도 원래 나갈 생각이 있었다더라고. 그래서 플랜 A 대로, 앤소니가 탈옥할 수 있게 도와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우린 의무실을 비밀 기지로 삼았어. 네 얘긴 그쪽에 있는 닥터 돔마에게 이미 다 해뒀으니까, 넌 그냥 가면 돼.
그렇군요……
왜 그래, 네가 그토록 바라던 큰 덩치 씨랑 만나는 건데, 왜 그렇게 맥이 빠져 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멀리서 그를 여러 번 봤는데, 그 큰 덩치 씨가 예전에 우리 가족을 구할 때와는 다른 사람처럼 보여서요……
그래? 전엔 어떤 모습이었는데?
예전의 그는, 좀 더, 흠…… 멋졌달까?
그게 뭐야.
그 사람이 우리 가족을 구했단 걸 알고 나서 한 번 몰래 그 사람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그는 지금보다 훨씬 쾌활했어요.
뭐야, 설마 씀씀이가 호탕하고 뒤에 경호원 열댓 명을 거느리는 그런 부잣집 도련님 말이야?
아뇨! 흠……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약간 그런 느낌이 없진 않네요……
그럼 도련님 맞네.
어쨌든 지금의 그는, 너무 조용하고 항상 무표정인 것 같아서 보고 있자니 왠지 슬프더라고요……
이곳에서 6년 동안 갇혀 있었으니, 아무리 쾌활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될 수 있겠지.
그것도 그렇네요……
우리가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앤소니도 분명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근데, 사실 카프카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바뀌는 것도 좋진 않을 것 같아!
저는 좋아요.
그래, 알았어. 카프카가 널 이해 못 하는 거겠지.
따지고 보면, 저야말로 카프카 씨를 이해 못 하겠는걸요. 당신은 친구의 부탁을 받고 앤소니 씨를 도우러 왔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그 사일런스라는 친구분을 이 정도까지 도우려고 하는 거죠?
왜냐하면…… 카프카는 사일런스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게 이유에요?
응…… 카프카랑 사일런스는, 사일런스가 언제 한 번 외근을 나왔을 때 알게 되었어.
그때 카프카는 떳떳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지.
그 당시 엄청난 소동이 있긴 했었지만, 사일런스 때문에 손해를 입어서 사업을 접을 뻔했거든.
근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어, 게다가 사일런스랑도 알게 됐고 말이야. 그런 말도 있잖아, 원래 사람은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라고.
그 뒤로 사일런스는 카프카한테 일도 소개해 줬어. 아마 카프카가 자기처럼 제대로 된 일을 하길 바랐던 거겠지.
들어보니 정말 좋은 사람 같네요.
정말 좋다니까. 그런데 카프카는 왠지 사일런스가 이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 보고 있단 생각이 들어.
사실 많은 일이 사일런스가 생각한 것만큼 풀리진 않았거든.
사일런스가 좀 유치하긴 하지만, 되게 똑똑한 데다가 엄청 고집불통인 것도 아니거든. 그래서 카프카는 항상 있는 그대로의 사일런스가 좋다고 생각했고, 친구가 되고 싶어 했어.
카프카는 친구가 적진 않지만, 사일런스 같은 친구는 한 명뿐이야. 그래서 난 사일런스가 소중해.
그래서 그분을 돕기 위해 감옥에 들어온 거에요?
아,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다른 이유는, 예전에 이 감옥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곳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거든.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사일런스가 이번엔 뭔가 좀 달랐달까.
당신에게 다른 사람 탈옥을 도와주라고 한 거가요?
응, 그리고 카프카보고 어느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달라고 하더라고. 옛날 사일런스 성격이었다면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을 텐데.
흠…… 그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모르겠어…… 서신으로만 연락했지, 컬럼비아를 떠나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회사로 간 뒤론 계속 못 봤으니까.
컬럼비아를 떠난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말하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어쨌든, 사일런스가 확고해 보여서, 한 번 도와주기로 한 거야.
카프카 씨…… 설마 당신, 좋은 사람이었던 거예요?
뭐야, 그럼 네 눈에 카프카가 나쁜 사람으로 보였어?
저는 당신이 어떻게 절 협박하고 회유해서 함께 감옥에 들어왔는지 똑똑히 기억하니까요……
아, 그건…… 갑자기 낯선 사람한테 같이 감옥 가자고 그러면, 어떻게 부탁해도 머리에 문제가 있는 줄 알 거 아냐. 그래서 카프카 나름대로 방법을 생각해 낸 거라구.
하아…… 못 당해내겠네요. 관두죠.
헤헷~ 어쨌든 이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야.
마치 네가, 예전에 네 가족을 구해줬던 앤소니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왔지만, 네가 하는 일은 오히려 앤소니의 탈옥을 돕는 것처럼 말이야.
친구를 위해 베푸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이라면, 카프카 친구 중에 좋은 사람은 다른 제대로 된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많다는 얘기가 되지.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 해도 하는 짓이 나쁜 짓이면,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없잖아?
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처음부터 자기를 나쁜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편이 낫지.
……
아, 형무관이 왔다. 카프카는 일해야 돼. 이따가 의무실에서 봐.
너도 어서 가봐, 저 사람들, 또 언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
네, 카프카 씨도 조심하셔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