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4용감, 무모
사일런스는 자신의 두려움을 표현했다. 미지에 대한,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두려움을 말이다. 메이어는 그녀를 위로할 순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잠시나마 용기를 줄 순 있었다.
그래서, 카프카와 알게 되면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거야?
아니, 카프카와 알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 건 아냐. 다만……
카프카와 알게 된 후, 난 줄곧 카프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랐어. 이전의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지 않고 말이야.
난 카프카에게 내가 소개해 줄 수 있는 일을 소개해 줬어. 심지어 라인 랩의 일원으로 만들려고도 했지. 결국엔 실패했지만.
어찌 되었든, 난 카프카가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랐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랐어. 여기서의 '좋다'는 의미는 라인 랩에서의 내 생활을 기준으로 말하는 거고.
흠…… 난 라인 랩에서의 생활이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전제 조건은 우리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지.
하지만 과학 연구자로서, 우린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진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난 과학 연구 목적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그 배후의 것을 말하는 거야.
우리의 연구가 정말 성공하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의 성과는 어떻게 사용될지, 이것들은 현재 우리가 연구해야 할 것들인지.
'다이아볼릭' 사태 이후, 회사 내부에서 발생한 일들로 인해 난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어.
나는 너, 그리고 대부분의 동료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연구가 정확하고 우리의 방향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프리트 때문에 이런 일들에 의심이 들기 시작하더라고.
이런 의심은 날 라인 랩을 떠나 로도스 아일랜드로 향하게 했지.
사일런스, 너…… 줄곧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는 동안, 난 한편으로는 과학 연구를 진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에 신경 쓰지 않았던 데이터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
이 데이터들은 선생님께서 주신 거야. 예전엔 선생님께서 왜 회사와 지방의 일부 데이터를 내게 주신 것인지 이해가 안 돼 한쪽에 내팽개쳐 뒀었는데……
하지만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난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 속에서 문제점을 처음 발견한 날, 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지.
앤소니와 관련된 일을 말하는 거야?
아니, 앤소니, 혹은 사이몬 컴퍼니에 관한 일은 단지 일부분, 아니,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야.
수많은 비슷한 일들이 라인 랩뿐만 아니라 컬럼비아에서도 발생하고 있었어.
그때야 난 비로소 내가 라인 랩이라는 회사에 대해, 그리고 컬럼비아라는 나라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난 물러서지 않았어. 난 이프리트에게 일어난 일, 앤소니에게 일어난 일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앤소니의 일에 개입하게 된 거야.
하지만, 난 어쩌면 너무 깊이 개입한 건지도 몰라.
내 지금 느낌은 그날과 똑같아. 사리아가 실험실에서 의식을 잃은 이프리트를 안고 나왔을 때, 마치 머리 위로 얼음물이 끼얹어진 느낌이었거든.
그때 실험실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나도 모르겠어.
뭐?
난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난 모르고 있었단 걸 깨달았어.
내가 알고 있는 건, 이프리트가 다시는 그런 취급을 당하게 놔둬선 안 된다는 것뿐이었지.
이건 아마, 지금 내가 유일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인지도 몰라.
사일런스…… 너 좀 취한 것 같아. 내가 가서 차 좀 내올게, 술 좀 깨게.
응……
미안해, 사일런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 잘못이 아니야, 메이어.
난 과거에 너무 무지했던 내가 너무 원망스러워.
난 사일런스 네가 이미 아는 게 많다고 생각해, 누구에게나 못하는 분야는 있어.
하지만, 메이어, 난 정말 내키지 않아.
내가 더 많이 알고,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
지금부터 알아도 늦지 않아.
뮤엘시스 주임도 널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야.
솔직하게 말할게, 사일런스.
말해 봐.
내 생각에 사일런스 넌, 내 어떤 동료를 닮은 것 같아.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면, 자신이 과거에 배운 것이 아무 쓸모 없다 느끼고, 왜 진작에 이 학문을 접하지 못했는지 한탄하는 그런 모습이 말이야.
그렇게 하는 게 틀리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재미가 없지. 과연 예전에 노력한 것들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 새로운 것들은 반드시 좋은 걸까?
그것이 정말 좋다면, 정말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럼 예전과 똑같이 공부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급할 것 없잖아.
자 여기, 차 좀 마시고 술 좀 깨.
네가 말한 것과 달리, 이번 일은 학문과는 달라……
네 말도 일리가 있어, 그래 맞아……
으으 정말…… 됐어, 내가 먹여줄게. 사일런스 너, 술 진짜 약하구나.
메이어는 책상에 엎드려 있는 사일런스를 일으켜 세운 뒤, 술 깨는 차를 조금씩 그녀에게 먹여 주었다.
어때, 좀 괜찮아?
스읍…… 하아……
많이 좋아졌어, 고마워, 메이어.
불편하면 지금 바로 돌아갈까?
아니…… 아직은 그때가 아니야.
그럼 뮤엘시스 주임이랑 계속 얘기할 거야?
응.
역시 사일런스 답네, 벌써 마음을 다잡다니.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
나도 도망치고 싶어,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고.
하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잖아. 아무리 힘들어도, 난 끝까지 버텨야 해.
네가 방금 한 말은, 내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옳다고 생각해.
난 이전과 같이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거.
하지만 나도 따로 준비는 해 둬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