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줄 모른다는 것
퓨어스트림과 염국의 전통 기념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엘리시움은, 쏜즈에게 무기 손질을 가르쳐 달라며 찾아온 압생트와 만나게 된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엘리시움은 자신의 고향을 회상하기 시작하는데……
한 평생을 날아다녔던 우리가, 어딘가에 멈춰설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습한 고향 땅의 바람… 입 안에는 항상 소금처럼 짠 맛이 감돈다.
따가울 정도로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 잔인하게 뜨거운 고온의 날씨, 피부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각인과 광활한 도시의 정체된 기류.
경험해 보았었다. 전부 경험해 보았던 것들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그곳에 돌아갈 수 있겠지.
10:10 a.m. 날씨/맑음
로도스 아일랜드 함선 제2선실, 오퍼레이터 휴게실
그럼, 모두에게 연락하는 일은 엘리시움 씨한테 부탁할게!
구매해야 하는 식자재는 미리 후방 지원부에 말해뒀고, 메뉴는 에프이터 언니랑 같이 생각해볼게.
가정식 요리는 나도 할 수 있지만, 어려운 요리는 역시 혼자 못하니까……
아, 맞다, 레이즈 언니도 초대장 적는 거 도와줄 수 있다 그랬어. 레이즈 언니는 글씨를 엄청 잘 쓰거든. 동작도 깔끔하고 멋있는 게, 보다 보면 나도 서예를 배우고 싶어진다니까?
호오~ 준비가 완벽하네, 설마 그 레이즈 씨까지 도와줄 줄이야.
여기 명단 중에 염국이랑 용문으로 외근 중인 오퍼레이터들한테 연락하면 되는 거지? 안심하고 나에게 맡겨,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테니까!
엘리시움 씨가 도와준다니까 든든하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이렇게 많은 고향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니, 진짜 의외다. 헤헤, 나는 모두가 함께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은걸. 사람 많으면 시끌벅적 하고 얼마나 좋아~
외부 임무 나간 사람들이 제시간에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빨리 만났으면 좋겠네…… 아, 힘들 거라는 건 나도 알지만, 혹시 또 모르잖아!
아, 누가 와도 다 환영이야! 근데 엘리시움 씨도 오는 거면, 친구랑 같이 와도 돼! 이런 행사는 사람이 적으면 재미 없는걸!
정말? 잘 됐네, 꼭 잔뜩 대려갈께. 이렇게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시끌벅적 할 수록 더 좋은 거지? 그런건 또 우리 전문이거든!
아하하…… 당연하지. 그래도… 지나치게 시끌벅적한 건 안 좋을 거야… 나중에 켈시 선생님한테 한소리들을 수도 있거든.
괜찮아, 괜찮아. 이래봬도 나, '적당히'라는 걸 아는 남자라고!
욕먹기 싫으면, 이 녀석은 초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만약 사고를 치는 것도 재능으로 친다면, 녀석에겐 남다른 재능이 있거든.
아, 쏜즈 씨, 좋은 아침!
그래.
어이 어이 그건 아니지… 사고 치는 건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잖아?
지난번에 갑판 망가뜨린 것도 너잖아, 왜 나만 클로저 씨한테 끌려가서 혼나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그 로봇을 갑판 위로 안고 가서 놀지만 않았더라면, 애초에 떨어뜨리는 일이 없었을 거 아니냐.
큭……
그, 그럼 누구 탓이란 거야! 로봇이 갑판 아래로 떨어진 건 안드레아나가 갑자기 탄환을 난사하는 바람에 반응하지 못해서 잖아!
엥? 잠깐, 안드레아나 씨가 갑자기 갑판에서 사격을? 그럴 사람처럼은 안 보였는데……
시험 사격이다. 내가 그녀의 석궁에 라테라노의 총과 비슷한 사격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새로운 장치를 추가해 줬지.
…그럼 결국은 너 때문이잖아! 어쩐지 라테라노라면 눈 돌아가는 여자가 갑자기 신나하더라니!
……
응?
어라…… 거기 누구야?
!
아! 생트!
거기 숨어서 뭐하는 거야? 얼른 이쪽으로 와!
아, 설마 낯가리는 거야? 괜찮아 괜찮아, 여기 두 사람은 하나도 무섭지 않으니까. 게다가 여기엔 나도 있잖아!
그게…… 퓨어스트림 씨, 당기지 말아줘, 내가 알아서 갈 테니까.
…… 죄송해요. 제가 여러분을 방해했네요. 잠깐 쏜즈 씨와 의논할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건데, 혹시 불편하시다면 나중에 다시……
아냐 아냐, 불편할 게 뭐가 있어. 모두 같은 동료 사이에 방해라니,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브라더, 널 찾잖아.
네가 맨날 무표정하게 다녀서 너랑 말 섞으려는 여자 애들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야… 뿌듯한데?
……시끄러워.
무슨 일이지?
네, 갑자기 찾아와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사실은 무기 손질을 좀 배우고 싶어서요……
어라, 이 녀석 무기 손질 잘 하는 걸로 이렇게 유명했었나?
그러고 보니 내 발신기도 정비 받아야 할 때가 되었는데 말이지.
하아, 다음 임무 복귀 때 클로저 씨에게 줄 선물이라도 좀 사 와야겠어. 그러면 날 용서해 주고, 발신기도 업그레이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싫어하는 그 마늘 냄새 나는 간식을 가져오려는 거라면, 꿈도 꾸지 마라.
무기는 가져왔지? 한번 볼까.
여기있어요!
제가 사용하는 무기는 보통 캐스터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시전 도구와는 좀 달라요. 내부 부품들의 손질 방법도 복잡한 편이고요……아, 이쪽 방아쇠는 좀 헐거워졌으니까 조심하세요.
엄청 낡았군.
이런 타입의 시전 도구라면, 우르수스 쪽의?
네…… 원래 제 아버지께서 쓰시던 거예요.
헬라그 씨에게 여쭤봤었는데, 제대로 보수하지 않으면 스태프 성능에 영향이 갈 거라고 말씀하셔서……
쏜즈 씨는 무기들을 정비할 때 쓰는 시약들을 잘 배합 하시잖아요.
그게…… 갑자기 이런 부탁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괜찮으시다면……
알았다.
쏜즈 씨에게 부탁을…… 예?
알았다고.
마침 최근에 새로운 방법이 떠올랐거든. 만약 네가 안심하고 맡겨 준다면, 한번 시도해보겠다.
에…… 아, 네. 감…… 감사합니다.
너무 잘 됐다! 생트!
이상한 물건을 써서 실험하진 마. 네가 만드는 약제를 의심하는건 아니지만, 매번 만들어 내는 것들이 어딘가 이상하단 말이야……
이번엔 문제 없어.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는 거야?
이미 네 무기에 실험해 봤었거든.
어? 어어?!
농담이다.
……
저 둘…… 늘 이런 식이야? 뭐랄까…… 엄청 사이 좋아 보이네.
응, 둘은 고향 친구이기도 하거든. 이베리아 출신 오퍼레이터들은 다들 사이가 엄청 좋은 것 같더라고.
역시, 타지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는 일은 확실히 남다른 기분이겠지?
나도 처음 대~스타 에프이터 씨 싸인 받았을 때 진짜 진짜 기뻤는걸. 에프이터 씨는 우리 고향 쪽에서 굉장히 유명했거든, 아저씨 아줌마들도 다 엄청 좋아하실 정도로!
근데 지금은 같이 쇼핑도 갈 정도로 친해졌다니까?!
아, 맞다 맞다, 레이즈 언니도 보기엔 좀 무서워 보여도, 사실 엄청 좋은 분이야.
레이즈 언니가 고장난 카메라 수리하는 거 저번에 못 봤지? 그냥 망치로 이렇게 퍽! 하고 쿵! 하길래 고장낸 줄 알았는데, 진짜 고쳐졌더라고!
가전제품은 다 그렇게 수리하는거 아닌가? 접촉 불량일 때는 때리면 다 고쳐지던데.
그건 그렇네… 하긴, 우리 고향 사람들도 그랬었어…
응. 그래도 안 되면 한 번 더 때려보면 돼.
응응!
그렇구나, 두 분은 고향 친구……
……
잠깐 잠깐, 정신차려! 그런 표정 짓지 말라구!
너, 지금 또 지마랑 그 친구들 생각했지?
다음에 나랑 같이 가자, 레토랑은 꽤 친하거든, 말도 잘 통하고! 무슨 일이든 간에, 일단 서로 친해지고 난 뒤에는 말이 잘 통하는 법이잖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조만간 한번 얘기해 봐야겠어……
……
고마워, 퓨어스트림 씨.
뭐 그런 걸 갖고… 그렇게 정중하게 고마워하면 쑥쓰러워지잖아.
이야~ 좋아, 정말 좋아~ 우정이란 눈부신 것이지. 안 그래? 나는 이런 장면이 그렇게 좋더라고~
내가 처음 로도스 아일랜드에 왔을 때가 생각 나네. 그땐 나도 저렇게 낯가리고 쑥스러워 했었는데……
그런 적이 있었다고? 확실해?
아 쫌! 자꾸 옆에서 태클걸지 말라고!
나도 적응기가 필요했지만, 그때 상황은 지금이랑은 완전히 달랐어.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지금처럼 사람도 많이 없었고, 다들 지금이랑은 달리 엄청 엄격했거든.
와, 정말? 켈시 선생님이야 늘 엄격한 느낌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고? 클로저 씨나 아미야도?
켈시 선생님이야 뭐 더 말할 것도 없겠지. 클로저 씨는 바빠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었어. 함내가 좀 정리됐다 싶으면 들어가서 잠깐 쉬다가 또 기계들만 만지작거렸으니.
음…… 가만보자…… 내가 처음 왔을 때라, 벌써 2년 전이네.
그때 아미야는 아직 꼬맹이였어. 지금보다 키가 좀 더 작았는데, 어린 새싹 같았지.
하하, 내가 보기엔 지금도 어른같아 보이진 않지만, 지금 아미야를 보면 표정이 달라진 게 확실히 눈에 보여.
2년 전 이라면, 그럼 그때의 박사는 어땠나요?
어? 박사가 있었던가?
그 사람은 우리보다 그렇게 일찍 오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군요, 하지만 박사는 원래부터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이었다고 들었는데……
아…… 그거 말이지… 그 문제는 대답하기 어려울 거 같은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사실 나도 잘 몰라. 아마 내가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정을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나봐. 팀장도 말을 안 해주더라고.
어쨌든 용문에서의 그 사건 전까지는 나도 박사를 만나본 적이 없어. 에이스 씨네 팀에서는 가끔 박사에 대해 이야기 하긴 하지만……
아무튼 지금은 괜찮잖아? 아미야, 켈시 선생님, 박사까지 이렇게 셋은 서로 잘 지내는 것 같고… 새로운 오퍼레이터도 점점 많아질 테니 앞으론 더욱 시끌벅적 해 지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역시 그때 여기 남기로 결정하길 잘 했지. 난 이제 답답하고 따분한 곳은 질색이거든.
지금은 전달자 일을 안 해도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덕분에 색다른 풍경도 많이 볼 수 있고, 일이 끝나고 돌아올 수 있는 곳도 있고… 음… 이 정도면 충분해.
말이 나와서 말인데 너, 떠난 이후로 돌아가 본 적 있나?
돌아가다니, 어디로?
이베리아.
아니 전혀!
돌아가고 자시고…… 지금 거기는 애초에 못 돌아가잖아?
엘리시움 씨와 쏜즈 씨의 고향은 이베리아였지?
생각해 보니 이베리아에 대해선 들어 본 적이 없네. 거긴 어떤 곳이야? 돌아갈 수 없다면, 고향이 그립진 않아?
아니.
어… 음… 그게 뭐랄까… 그립기는 한데…
아, 미안… 내가 괜한 걸 물어봤…
괜찮아, 그렇게 오버할 것도 없지 뭐. 단지 뭐랄까, 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특별히 말해줄 만한 게 없는 것 같아서.
그런 표정 짓지말라고. 나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는게 아니라, 단지…… 음, 내 생각에 이베리아는 비교적 따분한 곳이라서 말이야.
고향이 따분할 수…… 있나?
따분해. 거기는 너무 답답해서 숨도 못 쉴 정도라니까.
나는 거기선 도저히 못 살겠다 싶어서 떠났지. 그냥 그랬어. 다른 점은 그곳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
그건 단지 네 생각일 뿐이고.
이베리아는 에기르에게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거든.
아…… 확실히 그랬었던 것 같기도 하네. 난 잘은 모르는데, 내가 살던 그 성 안엔 에기르가 별로 없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 변두리에서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면 봉쇄선 근처에서 법정의 추적을 피해 버티며 살던가.
많은 사람들이 그러다 잡혀갔다. 대부분은 확실히 그들에게 있어 위협이 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
말도 안돼… 정말로?
엄청 무섭네요… 퓨어스트림 언니도 에기르였죠?
응…… 그래도 염국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거든, 그런 걸로 신경은 안 썼던 것 같아. 에기르라고 관직에 못 올라가고 그런 건 없었어, 모두가 평등했는데…
그러고 보니, 로도스 아일랜드도 이런 쪽으론 신경쓰지 않지 않아? 내가 처음 왔을 때도 모두 나를 환영해주고, 처음 외근 임무를 나갈 때도 엘리시움 씨랑 함께였는걸!
나도 그래. 저번 임무 때, 내가 숨어있는 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엘리시움 씨 덕분에…… 엘리시움 씨, 정말 고마웠어요.
뭐 그런 걸 가지고! 나는 자주 다른 팀에 배치되잖아, 동료들 사이에 당연히 서로 도와야지.
그렇긴 해도, 감사한 일은 감사한 일이니까요.
압생트는 이런 면으로는 은근히 고집이 세구나? 내 주변엔 이런 사람이 정말 많다니까……
예를 들면, 네 팀장 말인가?
그렇지 우리 팀장도 그렇긴 한데…… 아니 잠깐, 이거 니 얘기라고! 넌 고집 안 센 줄 알아?
그 팀장님은 항상 말이 없으셔서 엄청 쿨해 보였는데…… 이렇게 말하면 좀 부끄럽지만, 사실 살짝 무섭기도 해.
아~ 뭔 말인지 알 거 같아. 확실히 무서워 보이긴 하지.
그렇지만 팀장은 그냥 겉보기에만 사나운 거고, 평소에 남들이랑 말 섞을 일이 별로 없어서 그래, 실제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야.
다음에 만나면 인사 한번 해봐. 겉으로 티는 안 내도 분명 속으로는 엄청 기뻐할걸? 장담한다!
사이가 정말 좋나보네요.
그런 셈이지……어쨌든, 결국 내 목숨은 팀장이 구해준 거나 다름 없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은 내 서포트가 없으면 안 돼. 팀장만 아니었으면, 전달자 일이나 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내 꿈인데 말이야.
하하, 이거 이거~ 하여튼 너무 환영받는 것도 골치 아프다니깐.
너네 팀장은 이번 임무에 혼자 출전했던 걸로 아는데?
너의 서포트가 없으면 안 된다고?
……이번 임무는 다르지! 그런 잠입 임무는 팀장만 감당할 수 있다고. 내가 같이 가면 금방 발각돼버릴 거라고.
나 오기 전에 팀장은 누구랑도 팀을 안 맺었다니까? 처음에 팀장이랑 합 맞춘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짜증날 때 마다 막 내가 싫다고 때리고 그랬어, 너무하지 않아?
팀장이 쓰는 오리지늄 아츠는 또 얼마나 무서운데. 그거 맞으면 집에 돌아가는 길도 까먹을 정도로 막 의식에 혼란이 오고, 한동안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게 된다고!
의식 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영향을 준다고요? 로도스 아일랜드에 그렇게 위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요?
처음 듣네요……
아, 응, 이건 남들한테 쉽게 말할 순 없는 거라… 일단 기밀 정보에 속하니까, 어디가서 얘기는 하지 말아줘.
아무튼, 압생트는 너무 어색해 할 필요없어. 다들 함께 잘 지내잖아?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와. 나는 모두를 돕는 걸 굉장히 좋아하니까.
이 녀석이 말한 대로다.
그래도 강요할 것까지는 없지, 네 스타일대로 해라. 무슨 일 있으면 누굴 찾아가도 좋아.
……감사합니다.
맞아 맞아! 무리하지 말고!
잘 됐다. 생트는 이번에도 우리 축제에 와줄 거지? 엘리시움 씨랑 쏜즈 씨도 같이 와, 내가 모두에게 우리 고향 음식을 맛보게 해줄게!
일 년에 한 번 있는 날인데, 거하게 먹어줘야지?
오! 기대되는걸!
헤헤, 기대해 줘, 실망 안 시킬 테니까!
회백색의 도시, 답답함, 무의미함, 그것뿐인가?
네가 생각하는 그곳의 이미지는 그뿐이냐?
에이…… 각자 사정이 다를 수도 있는 거잖아.
난 정말로 말할 만한 게 없어. 나한테 거긴 그저 단조롭고 따분한 곳이었으니까, 그것뿐이야.
아니 그리고, 내가 여자애들한테 그런 말을 어떻게 해? 한 명은 게다가 미성년자인데?!
……
너 잊지는 않았겠지?
그 어린 아가씨는 아직 학생이라고. 게다가 아까 우리 명절이네 기념일이네 그런 얘기 하고 있었잖아, 다들 기뻐할 때 그럼 그런 얘기 해서 흥 다 깨버릴까?
고향이라…… 거기는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그 습한 바람엔 아직도 그 짠맛이 날까? 길거리는 여전히 사람 소리없이 텅텅 비어있겠지?
누구한테 묻는 거냐, 내가 어떻게 알아.
하하, 그러게.
어이 브라더, 우리처럼 뛰쳐 나온 사람들이 다시 돌아갈 기회가 앞으로 있을까?
난 그렇게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
그래도, 어쩌면 언젠가는……그곳에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