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망
국경 도시 즈보넥으로 향한 플레임테일과 애쉬락은 현지의 감염자들이 선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우호적이었던 감염자에게 누명이 씌워지자, 이들은 우연히 만난 무에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무에나 니어에게
서로 안부를 나눈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군요. 어쩌면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의 삶이 지나치게 바빠 옛 친구와 서신을 주고받을 겨를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앞으로의 일이 모두 순조롭기를 바랍니다.
기사단에서는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만약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직접 이야기하고 싶군요. 제가 하는 일들이 비록 저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를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상투적인 인사에 잉크를 낭비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 편지를 쓴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셀리나가 체포되어 그랜드 나이트 영지로 압송되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보아온 중 가장 충실하며 존경받아 마땅할 기사입니다. 그리고 저의 전우이자, 제가 사랑하는 이이기도 합니다.
분명 그녀의 적발과 적색 신호탄, 그리고 언제든 주위를 훈훈하게 해주는 웃음소리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토록 여러 차례 죽음의 위기 속에서 저희를 구해낸 셀리나를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습니다.
기사의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셀리나는 결백합니다. 분명 셀리나의 정직함이 음험한 정치가나 상인을 자극해 버렸을 것입니다.
정치와 기업의 수작으로 이러한 기사가 희생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만약 맞서야 하는 것이 외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우르수스의 방패병이든 라이타니엔의 아츠 기사든 주저 없이 돌격할 것이며, 제 갑옷이 부서지고 창이 부러질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원과 상업연합회를 상대로 저는 그저 무력할 따름입니다.
무에나, 당신의 평온한 생활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다른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본 저는, 이제 기댈 곳이 당신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동봉된 건 제가 직접 제출할 수 없는 증거들입니다, 부디 이를 저 대신 제출하여 셀리나의 결백을 증명해 주십시오.
당신이 저의 친구이며, 당신이 '니어'이기에 드리는 부탁입니다.
무에나, 저는 사사로운 정을 봐서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존경받아 마땅할 숭고한 기사에게, 다른 숭고한 기사를 구원해 달라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대의 오랜 친구, 츠시보르가
편지는 이미 개봉된 봉투에, 다시 되돌려져 있었다.
다른 수많은 서류와 함께, 난잡한 선반에 파묻힌 채로.
다음 소식입니다.
얼마 전 발생한 신시가지 감염자 폭동 및 이동도시 입구 부근에서 발생한 감염자의 흉기 난동 사건, 그리고 경비원 피습 사건의 주모자 제노 셸빈이 오늘 자수했습니다.
용의자는 게일 공업에서 실시한 '감염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모집된 노동자로서, 장기간 지속된 불만족스러운 생활 환경으로 인해 폭동을 계획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신시가지 주요 건설 업무를 맡고 있는 게일 공업은 조속히 피해 건물의 재건 및 지역 주민들의 위문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치안 관리를 한층 더 강화하여 이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근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선 도시 외부로 외출 시 부디 안전을 위한 조치를 철저히 취해 주시길 바랍니다.
부디 진정해 주시기……
감염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니 뭐니 해서 결국 피해 보는 건 우리 같은 일반인이잖아.
게일 공업에서 일자리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면 진작 저 밖의 글룸핀서들한테 잡아먹혔을 주제에, 뭐? 불만족스러운 생활?
내가 보기엔 애초에 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감염자 놈들을 도시 내부로 들이지 말았어야 했어.
한번 들어온 이상 자기 동료들도 데리고 오려고 하겠지. 저걸 보라고, 경비원조차 안중에 없잖아!
뉴스에선 자수했다고 하던데……
……그가 그랬을 리가 없어.
나도 믿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도대체 왜……
이틀 전
11월 27일 2:00 P.M.
즈보넥 신시가지, 건설 구역
앞에는 막다른 골목이야!
이 문이면…… 당장은 괜찮을 것 같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오래는 못 버텨……
이해가 안 가는데 저 사람들은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아니…… 네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공격하려고 했어, 내가 보기엔 무차별 난동에 가까운 것 같아……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가 받은 임무는 '카시미어 국경 마을에서 형성되고 있는 감염자 조직과의 접촉'이지, '현지의 감염자 폭동 수습'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시간이 흘러서 상황이 달라진 걸 거야.
이거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고 나서 첫 정식 임무인데 로도스 아일랜드가 평소에 처리하는 문제는 다 이렇게 어려운 거야?
경기장에서 적 하나를 쓰러뜨리는 일에 비하면 확실히 복잡하긴 하지……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어쩔 수 없게 되면. 우선 뚫고서라도 지나가야 하나?
로도스 아일랜드의 직무 규칙에 따르면, 외부 임무 중 감염자와 충돌 발생 시 우선 기본적으로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
지금 업무 매뉴얼을 읊을 때가 아니잖아!
두 분!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
……이쯤 왔으면 괜찮을 거예요, 여기에 아직 미완공된 길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후…… 고, 고마워.
저기, 왜 우리를……
회색 붓꼬리의 기사와 불꽃 꼬리의 기사, 맞으시죠?!
엥?
응?
회색 붓꼬리의 기사님! 저 엄청 팬이에요! 당신 경기는 다 챙겨 봤다고요!
아앗, 손에 들고 계신 건 그때 녹슨 구리의 기사를 쓰러뜨릴 때 썼던 화포 맞죠?!
그 경기 기억나요! 마지막에 '녹슨 구리' 잉그라에게 관용을 베풀어 목숨을 살려준 다음 하늘에 포를 한 방 쐈었잖아요, 맞죠?
정말 최고였다고요! TV에서 보던 거랑 똑같네요, 아니지, 실물이 조금 더 커 보이는데. 저, 저기 혹시 한번 만져봐도 괜찮을까요?
우와, 우리 회색이.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곳인데도 팬이랑 마주치다니!
맞다! 불꽃 꼬리의 기사님도 좋아해요!
하하…… 일부러 날 신경 쓰진 않아도 돼, 별로 질투는 안 하거든.
저기, 넌 그럼……?
죄송해요. 너무 흥분해서 미처 자기 소개를 못했네요.
제노 셸빈이라고 해요. 즈보넥에 일을 하러 온 감염자죠. 정확히 말하자면 작업반장이라고 할 수 있기는 한데……
즈보넥에서 감염자들이 조합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는데, 당신도 그쪽 소속인 거야?
뭐라고 설명을 드려야 할지…… 사실 여기 감염자들은 원래 도시 밖에서만 생활할 수 있었어요.
얼마 전에 게일 공업이 여기에 신시가지 건설을 시작하면서 많은 인력이 필요해졌고, 그래서 감염자들 일부를 도시로 들인 거죠.
처음엔 정말 흔치 않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들 했었어요.
하지만 점차 불만의 목소리가 늘어갔죠. 많은 사람들이, 감염자와 일반인 간의 대우 차이가 너무 크다고 여기고 있어요.
물론 애초에 저희는 일반인과 비교할 수는 없는 처지긴 하지만, 그래도 피의 기사가 감염자 기사에게 활로를 열어준 것처럼 한 번쯤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 저는 다 함께 조합을 꾸려 게일 공업에 항의하는 방향을 지지했었죠.
하지만 그 후…… 결국엔 여러분들이 방금 보신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폭동을 일으킨 건 전부 게일 공업 측에서 고용한 감염자라는 거야?
아뇨,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심지어…… 저들이 저런 무기들을 어떻게 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 오히려 감염자의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라고.
회색아, 왠지 누군가 고의로 선동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
하아, 그래도 금방 끝날 거예요. 두 분은 며칠만 조심하시면 될 것 같아요.
(……'금방 끝난다'?)
맞다, 두 분은 왜 즈보넥에 오셨나요? 여행인가요? 아니면 시범 경기라던가?
사실, 우리는 스포츠 기사 일을 그만뒀어……
지금은 광석병 치료에 힘쓰는 제약기업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 비록 직업은 바뀌었지만, 더 많은 감염자를 돕는다는 이상도 변하지 않았고!
이번에 온 것도 이곳 감염자의 생활과 상황을 알고 싶어서야.
뭐 이번 건은 확실히 우리들의 예상을 넘어서긴 했지만……
만약 기사 스포츠의 팬이라면, 우리가 하려는 일이 제노 널 실망시킬지도 모르겠네.
무슨 소리세요? 그런 돈을 치덕치덕 바른 기사 나리들의 겉멋만 든 쇼를 누가 좋아한다고요.
제가 좋아하는 건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이에요. 저희 감염자 대신 그 오만한 귀족들을 실컷 패 주는 걸 좋아하는 거라고요!
감염자의 힘을 이미 보여 주셨으니, 굳이 경기장에 남아서 서로 죽일 필요는 없으시겠죠.
다른 방면으로 감염자를 도우신다니, 오히려 전 기뻐 죽을 것 같아요.
정말 감염자 치료를 위해 힘쓰는 의료 기업이 있다니, 정말, 정말이지…… 하아! 상상이 안 가요.
그런데 조금 죄송한 부탁이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기회가 없을 테니…… 회색 붓꼬리의 기사님, 사인 부탁드리겠습니다!
무…… 물론! 자, 잠깐만 기다려줘. 어…… 미안한데 수중에 종이도 펜도 없네.
맞다, 빛의 기사 사인이라면 있는데 이걸 줄게, 이쪽을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사양하지 않아도 돼, 빛의 기사랑은 만날 기회가 또 있어서……
이것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회색 붓꼬리의 기사님 사인을 받고 싶어요.
어…… 어째서?
빛의 기사님은 분명 위대한 기사님이시죠, 강하고, 정직하시고……
하지만 저희 감염자들에겐, 당신과 같은 기사분이 경기에 나서는 쪽이 더 격려가 돼요.
소나, 검 좀 빌려줘.
야, 뭘 하려고……
……투구에 검으로 이름을 새긴 거야? 역시 회색이네.
볼품없는 사인이긴 하지만 알아볼 수는 있겠지…… 싫지 않은 거라면 받아줘.
이건……!
(슬픈 표정)
정말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너무 귀한 선물이라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오늘 회색 붓꼬리의 기사와 불꽃 꼬리의 기사, 두 분을 직접 만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쁘니까요!
죄송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먼저 가 볼게요…… 그리고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가능하다면 저와 만났다는 얘기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잠시만……
슬슬 갈 때가 됐네요,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랄게요!
폭동이 일어났을 때, 제노는 우리와 함께 있었어. 그가 범인일 리는 없어. 하지만……
제노 씨가 정말로 이번 폭동을 기획했을까 봐 사실은 조금 두려운 거지?
대기업들은 언제나 언론을 꽉 붙잡고 있어. 한 개인의 목소리를 덮는 건 놈들에게 있어선 엄청나게 쉬운 일일 거라고…… 수상한 점이 너무 많아.
하지만, 많은 일을 겪은 지금은, 감염자가 어떤 극단적인 과격한 수단을 쓰더라도 '말도 안 된다'라고 단언하기는 그렇네……
그저, 제노가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바랄 뿐……
응…… 내 직감도 그래, 제노 씨는 그런 일을 할 것 같지 않아.
그렇게 궁금한 거면, 우선 로도스 아일랜드 직무 규칙은 잊고 피누스 실베스트리스의 방식대로 알아내 보자고!
재빨리 움직인다면 들킬 일 없을 거야, 박사도 이해해 줄 거고!
……그렇다면, 어떻게 조사하지?
만약 제노 씨가 정말로 이번 습격의 주모자라면, 그는 지금쯤 어떤 처지일까?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이라면 아마 이미 그랜드 나이트 영지 쪽으로 보내져, 국민원의 판결대로 처리되겠지.
그렇다면, 만약 제노 씨가 그랜드 나이트 영지가 아닌 다른 곳에 숨어 있다면 이 사건에는 숨겨진 내막이 있다는 뜻이겠지?
즈보넥을 그랜드 나이트 영지와 비할 바가 아니지만, 숨은 사람을 찾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어렵지 않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더듬어 가보면 돼…… 만약 톨런드 씨가 전에 했던 말이 아직 유효하다면, 바운티 헌터 쪽에서 정보를 물어봐도 되겠지.
그다음엔……
소나?
……아냐, 잘못 봤나 봐. 낯익은 사람을 본 것 같아서.
……일단 움직이자고!
카시미어와 라이타니엔의 우호를 상징하는 건물 '기사의 소리'의 건설이 곧 완공됨에 따라 오픈식은 12월 1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라이타니엔의 방문단 대표인 디롤프 백작은 이번 오픈식에서 직접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라이타니엔 출신 스타 기사, '양초의 기사' 비비아나 드로스테는 오픈식 당일 현장에 참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무선 연결을 통해 양국의 우호 관계를 축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이 조각상이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당신은......?
무례에 사과드리죠. 전 그저 관광객이랍니다. 조각상 앞에서 혼자 오랫동안 서 계시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라이타니엔의 훌륭한 조각가가 만든 작품이라더군요.
방패는 악보로, 총검과 스태프는 음표로…… 절묘한 디자인 속에 아름다운 메시지를 훌륭히 녹여 낸 작품인 것 같은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기사의 무기와 갑옷을 장식용으로써 소비할 뿐만 아니라, 덧없는 평화를 위해 리듬을 새겨 넣는다라, 확실히 편리한 것 같군요.
기사의 검과 방패는 이러한 평화의 아리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시는군요.
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들이니, 노래는 더더욱 부를 수 없겠지요.
하지만, 평화와 교류는 언제나 전쟁과 대립보다는 좋은 일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눈앞에 있는 평화의 대가와 가치를 이해하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시 한번 실례를 무릅쓰고 묻겠습니다. 전에 군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신지요? 카시미어 식으로는 출정 기사라고 하던가요?
……왜 그런 것을 물어보시는 겁니까?
……라이타니엔 사람들은 이 도시에 특별한 인식을 가지고 있죠.
즈보넥, '카라반의 종소리가 멈추는 곳', 카시미어 남부 국경의 요새.
이토록 오랜 평화 이후에도, 도시의 구석에는 아직도 과거의 초소와 포탑의 잔해가 남아 있죠.
그리고 당시…… 라이타니엔이 가장 강대하고 호전적이었던 때에도, 감히 이 군사적 요충지를 정면으로 공격할 수는 없었다지요.
그 당시의 고탑 캐스터들조차도 먼 길을 우회해 잠입할 수밖에 없었고, 열이 가면 겨우 하나가 살아 돌아올까 말까였어요.
……벌써 삼십 년도 더 넘게 지난 옛이야기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절의 상처를 모르겠지만요.
……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 말입니까?
……만약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이 모두 당신처럼 예리한 분이었다면, 즈보넥 정부는 이곳 외관에 더 많은 공을 들일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당신은 틀렸습니다.
저 역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그냥 지나가는 관광객일 뿐입니다.
조각상에 대한 제 생각이라면…… 카시미어에 있기엔 우스꽝스러움이 부족하지 않나 싶군요.
불꽃 꼬리의 기사님? 그리고 회색 붓꼬리의 기사님까지? 당신들이 여기엔 왜 오신 겁니까?
역시 우리의 예상이 맞았네!
게일 공업이 담당 중인 시가지 안에서 사복 차림의 전투원 몇 명이 완공되지 않은 건물을 지키고 있다니,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게 티 난다고!
그리고 겨우 저 정도의 인원이라면 당연히 우리의 상대가 안 되지!
여긴 위험해요…… 오면서 본 사람들은 아마 일부일 거예요.
보충병이 언제 올지 몰라요, 빨리 도망가세요!
우린 제노 씨를 데려가려고 온 거야!
게일 공업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정말로 폭동의 배후를 잡고 싶은 거라면 법적 절차를 따라야지.
이런 식으로 사적 제재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어.
게다가 그 폭동, 네가 지시한 게 아니잖아, 그렇지?
……
회색 붓꼬리의 기사님, 그리고 불꽃 꼬리의 기사님. 처음 본 저 같은 놈을 위해 이렇게 힘써 주시려는 건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저는, 갈 수 없어요.
왜 그러는데?!
쉿…… 회색아, 발소리가 들려.
……어쨌든, 우선 이자들의 손에서 벗어나야 해. 제노, 우리랑 같이 가자.
도시가 감염자를 어떤 식으로 사라지게 하는지는 우리도 잘 알아, 그들의 손에 제노 널 넘길 수는 없어.
이건 그저 시작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고……
회색 붓꼬리의 기사님과 불꽃 꼬리의 기사님, 전 두 기사분을 정말로 존경해요. 지금껏 감염자들을 위해 해준 모든 것에 감사드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죄송해요. 저는 평생 두 분처럼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감염자를 위해 싸우는 그런 기사는 될 수 없어요……
제 생명의 가장 큰 가치는, 제 가족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더 좋게 해주는 거예요……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회색아, 시간이 없어!
……반드시 다시 만나러 올게.
후, 아직도 쫓아오나? ……일단은 안전하겠지.
미안, 방금은 좀 감정이 격해져서.
탓하려는 건 아냐…… 그냥 일단 진정하고, 상황을 처음부터 정리해 보자.
……누구야?!
플레임테일의 검은 재빨랐다. 발소리가 들린 그 순간 마치 혜성처럼 등 뒤를 찔렀지만, 정작 깊숙이 찔러나갈 수는 없었다.
칼날은 건틀릿에 단단히 잡혀 있었고, 플레임테일은 칼을 되돌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림자 속의 남자가 손에 힘을 푸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경기장의 촌극을 위해 키워낸 '기사'란 고작 이 정도인가?
판단조차 하지 않고 경솔하게 검을 휘두르다니, 죽기에 딱 좋군.
하하하…… 역시 광장 근처에서 잘못 본 게 아니었구나.
당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요. 니어 가문의 수장, 빛의 기사의 삼촌이시죠?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지만, 나중에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분한테 당시 감염자를 돕는 데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빛의 기사로부터 당신의 검술은 자신에게도 뒤지지 않는 솜씨라도 들었어요. 하지만 굉장히 화가 났을 때만 검을 든다고 들어서, 저희가 가르침을 청할 기회는 없을 것 같네요……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에…… 네?
어째서 너희가 건설 중인 신시가지에 있지?
아, 저희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의뢰를 받아 이곳의 감염자를 도우러 왔어요.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을 만든 목적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여기 도착한 뒤에야 알았죠, 상황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는걸……
……이렇게 된 일이에요.
……게일 공업?
혹시 알고 계시나요?
약간의 친분이 있을 뿐, 특별한 건 없다.
하하, 감염자들을 핍박한다는 점에 있어선, 확실히 달라지지 않았나 보군요……
맞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그저 이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러 왔을 뿐이다.
어라, 혹시 무에나 씨도 감염자 폭동 건 때문에 오신 건가요? 그럼 혹시 도움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물론 저희 계획도 게일 공업이 고용한 보안 부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건 아니에요.
제노 씨 구출이 목표이긴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제노 씨가 도망칠 수 없는 사정이야말로 감염자 폭동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 있는 감염자 중 우리와 거리낌 없이 소통해 준 사람은 제노 씨 정도고요.
……감염자를 지지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만.
하지만 감염자와 관련이 있든 없든, 이게 함정인 건 분명해요.
더 이상 정치와 기업의 수작에 희생되는 사람이 생겨선 안 돼요!
……
무에나는 갑작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피누스 실베스트리스의 두 기사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지만, 골목의 끝은 그저 텅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멀리 돔형 지붕, 네온사인 경치 속 낭만적인 붉은빛이 반짝이고 있을 뿐.
플레임테일은 눈앞에 있는 이 니어가의 사람은 왜 여기에 무기도 하나 지니지 않은 채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가 필요하다면 자신의 검을 빌려줄 수야 있겠지만.
'희생양'들은 언제나 있는 법이지…… 어쩌면, 너와 나 또한 이미 희생양 신세일 수도 있고.
……몇 가지 확인하고 오겠다. 그리고 나선,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너희들에게도 물어볼 것이 있으니 기다리도록.
당신들……
말했잖아, 다시 만나러 올 거라고.
죄송합니다…… 아니, 감사드립니다……
이번엔 우리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 감사의 말은 이쪽 무에나 씨에게 하라고, 그가 게일 공업을 설득해 기소를 취하하도록 한 거니까.
감사합니다…… 혹시, 어느 기업의 회장님이신지요? 아니면 귀족분이시라던가?
……아니,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다.
단지 최근에 우연히 게일 공업 사람과 만났고, 그들의 비즈니스 방향에 대해서 조금 들었었지.
(니어 가문은…… 이런 쪽으로 뛰어난 인재도 있었던 거야?)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아요. 저 같은 평범한 감염자에게 이렇게까지 해 주실 가치가 있는지……
정의 앞에선 무가치한 것은 없어.
능력이 미치는 범위까지라면, 그 어떤 불공평에도 우리는 맞설 거야! 그것이 우리 피누스 실베스트리스의 강령이라고!
언제 그런 강령이 생긴 거지?
방금!
……그래, 틀린 말은 아니야.
제노, 저번에 말했던 '날 희생함으로써, 가족의 생활을 더 좋게 해준다'라는 게 무슨 뜻이야? 그리고 전에 왜 우리한테 너를 만난 걸 비밀로 해 달라고 했어?
혹시 게일 공업에게 협박 받는거야? 폭동의 주모자라는 누명을 쓰게 된 거냐고?
그건 말할 수 없어요......
무에나 씨가 이미 게일 공업과 협상을 마쳤어. 즉 그쪽에서 더 이상 제노 씨를 곤란하게 할 일은 없을 거라는 거지. 걱정 마.
……그, 그럼 말씀드릴게요.
……상상하시는 것처럼, 최근의 감염자 폭동 사건으로 인해, 게일 공업은 다방면으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놈들은 가장 간편하면서도 적절한 설명을 필요로 했죠…… 그리고 마침 저는 가족을 위한 돈이 필요했어요.
왜 노동자 중에 숨어 있을 주모자를 조사하여 색출해 내려 하지 않는지에 대해선, 저도 잘 모르겠군요……
……게일 공업의 자회사 중, 광석병 방호 솔루션 사업을 하는 곳이 있었지.
로도스 아일랜드에 합류하고 나서 그 회사 광고를 보니까 꽤 웃기긴 하더라.
누가 너한테 이런 얘기를 꺼냈지? 얼굴은 기억나?
……
실은, 이야기를 걸어온 사람은 어느 출정 기사였어요……
뭐라고?
그게……
너, 따라오도록.
에, 예…… 혹시 어디로 가시려는지……
몸을 숨길 만한 곳.
……그렇습니다. 즈보넥의 치안 유지 협력을 위한 소대 파견 건은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마 자신의 행적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교섭에 나선 뒤, 게일 공업은 자체적 판단을 거쳐 감염자 제노 셸빈을 풀어주었습니다.
게일 공업으로부터 현재 여론이 가하는 압력에는 대응할 수 있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다음은 대중의 시선을 도시에 몰래 들어온 감염자에게 옮긴다고 하더군요.
상관없다. 이 건에 대해서는 알아서 처리하도록 놔둬. 우리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으니.
그리고, 그 '니어'는……
……아직도 정의를 믿고 맞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모양인데, 그럼 그땐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