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날의 끝
남의 눈을 피해 즈보넥으로 이사 온 셰브치크는, 아들을 데리러 가던 중 폭발에 휘말리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무에나
11월 30일 8:00 P.M.
즈보넥 시가지
……라이타니엔 방문단은 오늘의 유람을 통해, 우리 도시의 번영된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으며, 양측은 신속하게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협의 내용에 따라, 저희 도시는 라이타니엔의 그라우펠드와 안정적인 무역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 협력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라이타니엔의 특색을 메인으로 하는 오피스 거리가 이미 신시가지에서 착공했으며, 1기 공사는 음악과 예술이 메인 테마입니다.
건축 공사를 수주한 게일 공업 책임자는 기자에게 “국제적인 일류 디자이너의 지휘 아래 건설된 오피스 거리는 카시미어에서 유일무이한 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도시의 관광 수익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며……
(음, 이래서는 조금 얕은가……)
여보?
……작업은 나중에 하고. 애 데리러 좀 갔다 와.
알아서 돌아올 수 있지 않아?
정말, 걔는 말로만 쓸데없는 참견하지 말라고 하는 것뿐이라니까?
참견이라니? 흥, 나 같은 훌륭한 귀족 기사가 데리러 가는데…… 그 녀석은 오히려 평범한 아이들이랑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하잖아.
참아, 이러는 것도 지금뿐이야. 전에 그랬잖아? 이제 곧 다들 '플라스틱' 셰브치크를 잊어버릴 거고, 아무도 우리를 해치려고 하지 않을 거라고.
……다음으로 뉴스입니다. 구시가지에서 또다시 감염자 폭동 사건이 일어나 국민원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앞서 자수한 폭동 주모자 제논 셸빈이 도주한 상태이며, 담당자는 문책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단서를 발견하신다면……
뉴스 들었어? 빨리 갔다와, 에휴.
설마 즈보넥 같은 외곽 도시까지 와서 일반 시민들이랑 섞여 살면서 얌전히 사는데도 평온한 삶은 얻을 수 없다니.
전에는 당신이 경기장에서 다쳐서 올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은 아들이 길에서 무슨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꼴이네……
무서워할 거 없어. 원래 뉴스는 일부러 과장해서 불안을 부추기는 것뿐이야.
정말로 대단한 세력이라면 국민원이 공개적으로 조사에 나설 수 있었겠어?
하긴 감염자들은 제대로 된 신분 식별 코드가 없으니, 무능한 경찰들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모르는 거겠지. 감염자들은 결국……
……
……저 스토리를 거쳐 감염자는 사람들에게 보호구나 보험을 사게끔 만드는 편리한 도구가 되었을 뿐이겠지. 결국은 다 상인들의 술수였던 거야.
후후…… 당신 말대로 그저 불안을 부추기는 말일 뿐이라면, 왜 완전 무장을 하고 나가려는 거야?
……
난 걱정 안 해. 난 우리 '기사님'을 믿으니까 말이야.
……이 기념 조각상의 발밑까지 오면, 이곳이 바로 도심의 경계 지역입니다.
이런 변두리 땅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소개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저쪽에 산처럼 쌓여 있는 건 컨테이너인가요?
아,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곳은 폐기된 거리입니다.
원래 지하층으로 가는 운송 통로가 있었는데, 통로를 폐쇄하였음에도 어찌 된 일인지 도태된 운송 도구에 옛 컨테이너가 계속해서 쌓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무, 물론, 지금 즈보넥은 대규모 확장 공사를 하고 있기에, 이런 폐기된 거리는 일류 공업사를 통해 다시 지어질 예정이라 다음번에 보실 때는 이런 광경이 아닐 겁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형형색색의 낡은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풍경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네? 하하…… 라이타니엔 분들은 역시 예술 방면에서 탁월한 안목을 지니고 계시는군요.
하하, 과찬이십니다.
벌써 시간이 늦어 여러분을 계속 붙잡아 두고 있기가 죄송하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도시의 야경을 소개해 드릴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영광입니다.
그런데 내일 오픈식을 앞두고 있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 음악을 좋아하시죠? 제가 지금 도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레코드판을 몇 개 준비해 두었으니, 괜찮으시다면 호텔에서 한번 감상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일부러 준비해 주신 건 감사드리지만, 아쉽게도 오늘 밤엔 마음에 드는 곡을 선곡해 둔 터라,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아, 물론입니다……
그럼 저는 먼저 물러나 보겠습니다. 내일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주인님, 이곳 시민들에게 탐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은데, 그래도 가시겠습니까?
아직도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제 판단으로는 일단 없습니다.
그럼 갑시다. 이번 여행에 더욱 알찬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어때?
어떻냐니, 네가 보기엔 내 다리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냐?
이 약은 우리 둘이 돈을 모아서 제대로 된 약국에서 산 약이잖아. 정말로 아무런 효과도 없는 거야?
에휴, 제대로 된 루트로 구한 물건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던 적이 한두 번이냐……
그, 그럼 네가 아직 걷지 못하겠다는 거면 우리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건데?
쉿……
누군가 오고 있어.
……
켁, 귀족 나리께서 어찌 이 누추한 곳까지 오셨는지요?
저희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습격 사건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입니다. 당신과 함께 온 이 사람도 누군지 모르고요.
경찰들도 이미 몇 번이나 여길 들쑤시고 갔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결백하다고요.
……'위버'를 찾고 있다.
이런, 녀석들 친구셨군요? 하하하, 그거 몰랐네요.
저쪽 진홍색 컨테이너 뒤, 문 닫은 재단점이 있는데, 그 가게의 뒤쪽 벽이 비어 있습니다. 지하엔 아주 긴 샛길이 있고요. 녀석들의 창고에 도착한 다음에 근처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잠깐, 고맙다는 말도 없이 가는 건가요?
하, 귀족 나리께서 우리 같은 놈들한테 예의를 차리겠어?
다시 계획 얘기로 돌아가자고. 방금 형님의 통신 받았어?
그래, 긴급 임무라면서 오늘 밤 실행이라고 했어. 무섭지 않아?
조금. 하지만 글룸핀서한테 도전하는 것과 똑같아, 무서워해 봤자 도망갈 길은 없지.
……그 잘난 척하는 녀석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들의 도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거야.
거리 건너편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드디어 치우는 모양이야. 앞으로는 이 오피스 거리가 동쪽으로 확장된다고 하던데.
이야, 그거 좋은데요.
그러게, 진작 폭파시켰어야 했어. 근처 학교 아이들이 저기서 항상 겁도 없이 숨바꼭질을 하더라고.
게다가 비어 있는 건물이랑 컨테이너에 부랑자나 감염자 같은 온갖 사람들이 숨어들어서 살고 있다잖아……
정말 이해가 안 가. 제대로 살 수도 없는 거면 차라리 황야에 있는 마을에서 편하게 살면 될 텐데 말이야.
파란불이다, 가자……
거대한 소리와 함께, 어두컴컴한 폐기된 거리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포, 폭발? 진짜 폭발이야?
……도망쳐!
길 막지 말고 비켜!
……방금 근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폐기된 거리에서 논다고 했나?
콜, 콜록콜록…… 알로이시아!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정말로 죄송합니다.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제 실책입니다……
전 괜찮으니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게다가 원래 빈민가를 보러 가겠다고 고집한 것은 저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무너진 벽 때문에 분열된 것 같군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길을 찾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폭발은 저희와 상당히 가까운 위치였습니다, 주인님.
이 폭발은 저희를 표적으로 삼은 습격일지도 모릅니다. 주인님도 부디 조심하십시오.
……네.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죠.
……
근처에서 소리가 들리는군요……
아파아…… 흐으윽……
좀 어때!? 이 철판을 치울 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피를 흘리고 있잖아!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 중이야…… 근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내가 억지로 힘을 줬다가…… 상처가 더 벌어져 버리면 어떡해……
(누군가 저를 감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아츠로 아이들을 조급 돕는 정도라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거예요.)
(……이 습격의 표적이 정말 제가 맞기는 할까요? 폐기된 거리를 방문하는 건 원래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말이죠.)
(만약 정말로 누군가가 절 미행하고 있었다면, 알로이시아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가 없을 텐데요?)
어두워…… 집에 가고 싶어……
너희들…… 날 두고 가진 않을 거지?
……
잠깐만, 돌을 들어…… 누가 오고 있어!
(……상인? 아니면 공무원인가요?)
(……아니, 저 사람은 어제 조각상 아래에서 마주친 남자분인데요, 그 옆에는…… 감염자라.)
(그 사람은 라이타니엔에 대한 편견이 깊은 남자였죠. 게다가 옆에 있는 감염자도 착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네요. 일단 혹시 모르니 이곳에 숨어서 지켜봐야겠어요.)
……너희들 이 구역에서 팔에 흰 흉터가 있는 감염자를 본 적 있나?
(고개를 젓는다)
네가 누구든, 우린 무섭지 않아……
……너희들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저기, 혹시 제 친구를 구해 주실 수 있나요? 다리가 깔린 건 아니지만, 날카로운 철판 모서리에 끼여버려서…… 움직이면 피가 흘러요.
……
(저 남자…… 제가 있는 곳을 본 것 같은데요?)
윽, 도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만약 우리 노동자 중 누군가가 이 상황에 처했다면 억지로라도 끌어냈을 텐데요……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군.
으아아아아아!
피, 피가…… 상처가 심해……
……괜찮으니까, 울지 마. 일단 내 옷으로 상처를 묶어 놓을게.
걱정 마. 우리 아빠도 자주 다쳐서 왔었는데, 이틀만 쉬면 괜찮아진다고 했었어.
……그저 찰과상이다.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도록.
네…… 가자. 내가 부축해 줄게.
……
그리고, 라이타니엔인.
언제까지 거기 숨어서 보고 계실 겁니까?
폐기된 거리라는 곳은 그랜드 나이트 영지의 감염자 구역보다 더 엉망이군…… 녀석을 잡으면 귀족의 아이로서 지녀야 할 몸가짐이 뭔지 똑똑히 교육해 줘야겠어.
……제길,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거기 너 이 근처에서 애들 노는 거 못 봤나?
어떤 애들을 말하는 거야? 이 넓은 구역에서 애들을 봤다 해도 어떻게 기억하겠어……
그럼 잠자코 듣기나 해.
……서둘러 도망가려는 건가. 어차피 너희들은 도시 안에서도 도망갈 곳은 없을 거다.
돈을 줄 테니 돌아가서 보이는 아이들을 전부 구출하도록.
도중에 다른 놈을 보면, 방금 내가 한 말을 전해도 좋아. 아이들을 데려오면 인원수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겠다고.
너, 너 뭐 하는 사람이야? ……그런 거에 속지 않는다고!
돈은 여기에 있다. 이 돈을 가져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너에게 달렸지.
이, 이 돈은…… 물론입니다. 무, 물론입죠, 선생님! 바로 가겠습니다!
화재 현장에 사람을 밀어 넣는다? 돈이란 건 이렇게 좋은 거구나……
……'플라스틱' 셰브치크 씨.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뭐 신경 쓰지 마. 내가 알고 있는 건 꽤 많고, 넌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라서.
도와주러 온 게 아니라면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너 같이 도태된 상품은 원래 아무 가치도 없어. 이 사태를 일으킨 건 더 큰 목표를 위해서고.
……무슨 뜻이지? 너, 이 폭발을 일으킨 놈을 알고 있다는 건가?
……감히 누가 내 아들을 해치려는 거냐?
아무리 소리 지르더라도 나는 말하지 않아.
너 같은 부자들도 허겁지겁 도망 다니고, 우리처럼 소중한 것을 잃는 걸 보니까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
……시간 낭비군. 그딴 헛소리를 내가 신경 쓸 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래? 그래도 저길 봐, 저쪽 간판이 곧 떨어질 거야.
저렇게 큰 간판이 떨어진다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중에 과연 몇 명이나 깔려 죽을까? 그중 네 아들이 있을지 없을지…… 내기해 볼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살 하나가 그의 눈앞을 스쳐 갔다.
쳇.
없는 쪽에 걸지.
지상에서 2층 높이에서 떨어지던 간판은 날아온 화살에 의해 벽에 꽂히고 말았다.
……
……자 그럼 협조라는 걸 받아볼까.
이 근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길 안내를 해라.
직접 들어갈 건가?
아들을 찾아내 여기서 데리고 나와야지. 아니면 다음에 벽에 꽂히는 건 바로 네가 될 거야.
제 목숨을 위협한다면, 카시미어는 라이타니엔과 외교상 마찰을 빚게 될 것입니다.
외교상 마찰? ……먼저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슬럼가가 언제부터 카시미어의 관광 명소가 되었을까요?
게다가 전 당신을 위협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저 따라오라는 것뿐입니다.
당신은 내게…… 라이타니엔에게 강한 적의를 품고 있군요.
당신의 능숙한 언변과 투박한 행동이 라이타니엔의 품행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신다면 말이죠.
……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아마 이 폭발을 일으킨 건 다른 인물일 겁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 없어요. 손은 이대로 제 아츠 유닛에 올려놓도록 하죠.
마음대로 하시지요.
저, 저기…… 저쪽에서 누군가 도움을 청하는 것 같은데, 들리시나요……
저희가 가서 도와줄까요…… 어, 사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저랑 다니다가 체포되는 게 무섭지 않나요?
그들이 나를 체포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감염되는 것도 무섭지 않으세요……?
……가지.
……만약 당신들이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자 한다면, 저 역시 기꺼이 선의를 보여 드리도록 하죠.
당신의 그 방관하는 선의로 말입니까?
……방금 전에는 저의 신변상 안전을 위해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해 무고한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아이가 상처 입게 된 일에 대해서는 저도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라이타니엔에서 온 손님께서…… 도대체 이런 곳까지는 무엇을 하러 온 것입니까?
……부디 제 호의를 의심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카시미어인, 당신들의 도시가 부럽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카시미어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귀족, 기업가, 그리고 일반인들이 하나의 번화가를 걷고, 누군가를 위해 길을 비켜야 할 의무도 없죠.
훌륭한 제품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오리지늄 아츠를 쓸 수 없는 사람을 배척하지도,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웃는 사람도 없죠.
재산만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으며, 일상 곳곳에는 재산을 축적할 기회가 도처에 있지요.
나는 나의 영지민들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활력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멋진 날들을 보낼 능력이 있기를 바라고요……
기회? 멋진 날들? 하, 당신과 같은 신분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뇨, 저 또한 지금 외부에 보이는 것들이 이 도시의 가장 화려한 모습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이미 충분할 만큼 많은 황금과 보석들을 감상했지요.
그렇기에 저는 빈민가에 온 것입니다.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 어떤 사람들을 바깥으로 내쫓는지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요.
저는 그것을 배운 다음, 개선할 것입니다.
……
싫어! 죽기 싫어! ……다리가 낫지 않아서 아직 움직일 수가…… 도와줘, 제발……
두 번째 폭발……
고온으로 인한 것 같군요.
이 근처는 위험합니다…… 정말 이대로, 음, 당신이 말씀하신 사람을 찾으러 갈 건가요? 만약 그 사람이 이미 도망친 거라면요?
절 돕다가 다치실까 봐 그래요……
……난 내 할 일이 있다.
라이타니엔에서 온 당신, 스스로가 말한 '진심 어린 선의'라는 걸 가지고 있다면, 이 길을 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간다면 아직 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벽 너머 방에서 들리는 소리 같군요…… 희미하게 들립니다.
문이…… 뒤틀렸군요. 제 오리지늄 아츠로 입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부탁드리죠. 제게 당신을 공격할 의도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콜록콜록…… 불이 곧 번져올 것 같군요.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저도 화재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위치킹의 위광이 라이타니엔의 땅에서 사라진 그날, 누군가 백작의 고탑에 불을 지르려고 했죠.
불을 지른 사람이 도대체 누구였는지는 끝까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이 다시금 숨을 들이쉬려던 바로 그 순간 각자의 불 속에 장작을 던져 넣었을지도 모르죠.
그 화재로 인해 크게 손해를 입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부하들은 매우 우수한 캐스터였고, 그들에게 있어 화재를 제압하는 일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거든요.
불에 탄 진귀한 보물들은 사람을 시켜 다시 모으면 될 일이고, 사망한 고용인들은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으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그날부터였습니다. 제가 편안한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화를 내는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당신은 어떻죠? 왜…… 아무렇지도 않게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겁니까? 설사 전처럼 부정한다고 해도, 지금의 모습으로 봤을 때 당신은 전쟁의 화마 속으로 거리낌 없이 달려들었을 것 같습니다……
……
……끝났습니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오리지늄 아츠의 희미한 빛이, 활짝 열린 문을 통해 어두컴컴한 작은 방을 밝혔다. 난장판이 된 방의 안쪽엔 책상과 의자가 널브러져 있었고, 잔해 속에 파묻힌 사람은 이미 죽은 것처럼 미동조차 없었다.
그곳에는 통신 장비만이 희미하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음은 신형 장비의 테스트 훈련 중인 즈보넥 근처의 소대 배치 상황이다.
이번에 체포한 라이타니엔 스파이가 실토한 정보에 따르면, 라이타니엔은 카시미어 기사의 갑옷을 뚫는 것을 목표로 한 아츠 유닛을 이미 개발했다고 한다.
다가올 라이타니엔과의 전쟁에 대비해……
통신 장비는 누군가에 의해 땅에 내동댕이쳐져 산산조각이 났다.
소음이 울리는 가운데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 깨달은 라이타니엔 귀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군사적 요충지 즈보넥, “도시의 구석에는 아직도 과거의 초소와 포탑의 잔해가 남아 있죠.”
전날, 그는 눈앞의 카시미어 기사에게 자신의 입으로 직접 이런 말을 했었다.
이 강철의 거대한 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라이타니엔을, 그리고 그를 응시하고 있던 것이었다.
저…… 전 아무것도…… 들을 생각이 없……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의 시선은 상대방의 등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캐스터에게 다다랐다.
……알로이시아! 저 사람을 죽이세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돌아가야 해, 아니면 우리까지 불길 속에 갇히게 될 거야.
여기까지 오면서 구할 수 있었던 사람은 전부 다 구했어. 이제 더 이상의 생존자는 없다니까.
우리가 각자 찾고 있던 녀석들은 찾지 못했지만…… 정보 하나가 부족하다고 해도 뭐 크게 상관은 없지.
너도 걱정 말라고, 거리에 네 입양만을 기다리는 아들이 수십 명이 더 되니까 말이야.
누군가 서로 싸우기 시작했군…… 이런 때에 싸운다고?
당신…… 감염자! 당장 비키세요! 제 아츠 유닛을 놓으라고요!
싫어.
내 생명의 은인에게 손을 대려면, 먼저 이 감염자의 피를 봐야만 할 거야.
……물러서라, 제노.
네……?
젊은 감염자가 밀쳐진 바로 그 순간, 화살 하나가 그의 뺨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너, 이 빌어먹을 감염자 자식! 네가 누군지 기억나는군! 폭동을 일으킨 장본인이잖아!
……그리고 너는 무에나 니어군. 역시 감염자들 배후에 누군가가 있을 거라곤 생각했었지.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이런 장소까지 온 이유는 뭐고? 너희 니어 가문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감염자들을 감싸려 드는 거냐?
니어 가문은 네가 평가할 게……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왔는데, 너는 왜 우릴 이 사달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거냐?
……
……알로이시아! 이 틈에 갑시다!
……너 때문에 저 라이타니엔 사람 두 명이 도망갔다.
대답해. 뭘 꾸미고 있는 거냐고? 내 아들은 어디에 있지?
그쯤 하지. 설마 뉴스에서 공표한 조사 결과를 믿는다고 말할 생각인가? 지금도 여전히 그 형편없는 경기에서 처음으로 패배하곤, 술에 진탕 취했을 때처럼 우둔한 건가.
당신……
……보라색 머리의 남자아이라면 한 명 본 적 있다.
만약 그 아이가 기본적인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지금쯤 친구를 데리고 병원에 가 있겠지.
……
……좋아, 지금은 널 믿도록 하지.
내 아들이 병원에 없다면 각오해야 할 거야.
……그리고, 그쪽이 '위버'겠군.
어, 당신은 그……
볼일이 있는 건가?
나랑 이 감염자는 지금 바로 바운티 헌터를 만나야 한다.
도망친 건가요…… 휴우. 우리를 쫓지 않는 걸 보니, 그 사람한테 막힌 모양이네요.
……알로이시아, 상처는 괜찮나요?
반격할 때 약간 스쳤을 뿐입니다……
안심하세요. 라이타니엔에 돌아가면 더 이상 이런 위험한 임무를 맡지 않아도 될 테니까, 아무 걱정 말고 천천히 치료하세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이 근처에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있나요?
없습니다.
구획의 출구 쪽에서 기자들이 누군가를 둘러싼 채로 취재를 하고 있으니, 저희에게 신경 쓸 틈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 여기를 떠나죠.
……지금 바로 카시미어를 떠나는 겁니다.
그럼 내일 있을 오픈식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그건 유감이네요.
이번 사고에서 아이들을 스물두 명이나 구하셨다면서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직업은요? 이전에도 사고 현장에서 구조 활동하신 경험이 있으셨나요?
구한 아이 중 아는 아이가 있었나요? 어떤 심정으로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신 건가요?
어떤 장소에서 아이들을 발견하신 건가요? 아까 심한 부상을 입은 아이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걸 보았는데, 그 아이를 구했을 때 어떤 심정이셨나요?
비켜, 비키란 말이야.
난 내 아들을 데리러 가야 한다고.
지금까지 실종됐던 '플라스틱의 기사'의 모습과 굉장히 비슷하군요! 혹시 그의 팬인가요? 혹시 그가 사고 현장의 영웅이 될 용기를 준 걸까요?
……
괜찮아, 플라스틱 갑옷으로도 충분해. 나는 궁수야. 애초에 상대방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거라고.
지금까지의 싸움은 그냥 서로 치고받고 노는 수준이었다는 걸 나도 알아. 하지만 아직까지 강적을 만난 적이 없던 것도 사실이지.
게다가 좋은 쪽으로 생각해 봐, 이 갑옷 위에 기업 광고가 실리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이 갑옷을 입고 승리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 도시 전체에 이 갑옷을 내가 만들었다는 걸 선포할 거야.
이게 내가 대기업들과 맞서 싸우는 방식이야. 그들의 저열한 상품들로 우리 수공업자들의 자리를 빼앗아 가게 둘 수는 없지.
에이, 울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항복할 거고.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올게, 알았지?
......
……너무 늦은 인터뷰군.
다시 한번 말하지. 나는 내 아들을 데리러 갈 거다.
……계획대로 정보원 한 명이 작전 중 희생된 것 외 사상자는 없습니다.
목표는 호위와 함께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안타깝군. 그가 폐기된 거리에서 일어난 사고에 휘말렸더라면, 그의 사적인 행동을 꼬투리 삼아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즉석 계획이니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럼 니어 쪽은 어떻게 되었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아마 샛길에 익숙한 사람과 함께 떠났겠지.
그리고 조금 전에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음, 이렇게 늦은 시간에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고?
네. 전달자가 당신 앞으로 온 개인적인 편지라고 했습니다.
바운티 헌터의 편지인가…… 그래, 넌 계속해서 경계를 서도록 해.
하아, 톨런드. 내가 약속을 어길 놈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누군가 “최근 꿈에서 우리를 봤다.”라고 했던가? 뭐, 요즘 걱정거리로 잠을 통 못 자고 있긴 하겠네.
츠시보르, 네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알았어. 이쯤에서 그만둬.
우리들 중에서 가장 냉정하고 이성적이던 사람이 어쩌다 그렇게 된 거지?
덧붙여서 말하자면 난 무력을 쓴 것도 아니고, 소란을 벌이지도 않았어. 그저 누군가 게일 공업과 너희 기사단의 협조 기록을 줬을 뿐이야.
……
……하.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다른 길이 있다고 말하려는 건가?
……폐기된 거리의 건축 자재 자연 발화 사건에서, 신분을 밝히길 꺼리는 한 명의 의인이 약 스무 명에 가까운 어린아이들을 구출했습니다.
그 남성은 구출 경위를 밝히지 않고 카메라 촬영 역시 피하고 있었습니다만, 현장의 기자에 의하면, 남성이 입고 있던 망토에는 많은 먼지가 묻어 있었다고 합니다……
아빠, 이제 보니 아빠 같은 기사도 멋있는 것 같아.
흥, 이제야 깨달은 거냐?
나도 기사가 되고 싶어.
안 돼.
왜 아빠는 되고 나는 하면 안 돼?
나도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아빠처럼 친구들을 구하고 싶다고.
아니. 그건 애초에 내가 한 게……
매일 집에서 놀면서 이런 물건이나 만들 바엔, 나한테도 플라스틱 갑옷을 만들어 줘.
엄마한테 다 들었어. 예전엔 지금처럼 돈도 많지 않았던 데다가, 기업의 후원도 못 받아서 아빠가 직접 갑옷을 만들었다면서, 그게 사실이야?
엄마가 너한테 그런 말까지 했다고?
……뭐 알았다. 내일부터는 학교에 갈 필요 없어. 당분간은 집에서 나가는 것도 안 돼.
에, 하지만 병원에 가서 친구들을 봐야 하는데……
안 돼. 오늘 있었던 사고에서 배운 게 하나도 없는 거냐? 너도 입원하고 싶어?
나 무섭지 않아! 기사는 이런 사소한 일로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내가 말했지. 기사 같은 건 꿈도 꾸지 말라고…… 그리고 기사가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마.
꿈이 아름다울수록, 너는 실망하게 될 거야.
자, 이제 방으로 돌아가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