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갑 대 발리스타
싸울 수 있는 폐허가 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잔뜩 신이 나 휴대용 공성 발리스타를 들고 참가하게 된 토디폰스. 하지만 임무 지점에 도착한 그녀는 상황이 생각과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하아…… 하아……
후우…… 후우……
왼쪽!
핫!
어이, 피디아……
나랑 레이지 아이언하이드는 이미 왼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내 말은 포트크래커 애로우가 떨어지는 지점이 왼쪽이라는 말이었어……
……내 공격 위치를 막으면 어떡해.
피디아, 아직 살아 있어?
……콜록콜록……
솔직히 이렇게 힘든 싸움은 처음이야.
너 이 자식, 꽤 튼튼하잖아. 음, 아무래도 폭발의 영향을 받았을 뿐인 것 같아. 별다른 피해는 없이 보이네.
포트크래커 애로우의 탄약량을 20% 정도 더 늘려도 될 것 같은데?
그럼 난 절대 너랑 임무 안 나갈 거야.
으…… 3호 관절의 유압 시스템이 불안정해졌어. 수리비는 네게 청구할게.
내 탓 하지 마. 네 로봇이 시야를 엄청 가린단 말이야. 공성 발리스타에 맞기도 딱 좋고.
언제 한번 진짜 해볼까. 관통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티아카우의 명예를 걸고 너희 부서가 다음 무기 예산을 신청할 때 무조건 반대할 거야.
무슨 소리야, 공성 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스승님이 로도스 아일랜드는 그 어떠한 공성 무기도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그랬어. 그건 우리의 중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이야.
하지만 네 그 거대한 활은, 공성 무기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뭐……?! 휴대용 공성 발리스타도 공성 무기거든!
그 활에는 엔진도 없잖아.
활에는 원래 엔진 같은 거 없어! 그리고 이건 발리스타라고!
우리 부족의 활에는 엔진이 있는걸.
……피디아, 나랑 싸우자는 거야?
내 이름은 주마마야.
어이, 우리는 보이지도 않는 거냐?!
닥쳐!
으악!
그럼 네 고철 덩어리가 포트크래커 애로우를 한 발이라도 버틸 수 있을지 보자고!
바라던 바야!
저기…… 잠깐 괜찮을까?
죽고 싶어? 바쁜 거 안 보여?
두 사람,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온 거 맞지?
당신은……?
아, 내친김에 말해주자면, 저 발리스타의 우측 토크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마모됐을 거야. 계속 사용하다가는 정확도에 영향이 있을지도 몰라.
쳇!
저건…… 음…… 노란색 트랙터?
레이지 아이언하이드라고 불러 줘.
냉각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는 편이 좋을 거야. 이대로 가다간 엔진에 문제가 생길 테니까.
……정말이잖아! 고마워. 그……
리키티 조라고 부르면 돼. 로도스 아일랜드의 두 분, 반가워.
내가 바로 이번 임무의 의뢰인이야.
작전 편대는…… 두 사람뿐인가?
우리 실력이 못 미더운 거야?
그럴 리가. 세사가 추천한 분들인걸. 로도스 아일랜드는…… 황야에서도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니야.
다만,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으로는……
하하…… 사실 문제가 좀 있었어……
한 시간 정도만 더 가면 정보에 나왔던 버려진 땅에 도착할 수 있어요.
토디폰스, 유넥티스. 장비 점검은 끝났어?
휴, 막 차에 다 실었어.
레이지 아이언하이드의 상태도 괜찮아. 저번에 스승님이랑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했더니 훨씬 타기 편해졌어.
아, 확실히 이번 작전에서는 그 이상한 리베리를 못 본 것 같네……
운전을 대제사장 할아버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들었어. 아무튼 이건 내 로봇이니 말이야.
네가 운전하는 게 더 안심되기는 해…… 토디폰스, 공성 발리스타의 상태는 어때?
그러니까 나는 박사가 버려진 땅에서 싸울 수 있다 해서 온 거라니까.
그런데 뭐? 구조 임무?!
……이제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하…… 나는 이번 임무를 위해 특별히 삼일 밤을 새워서 엄청 큰 포트크래커 애로우를 만들었어! 그런데 버려진 땅에 있는 황무지 유랑민을 구조하는 것뿐이라고?!
토디폰스…… 다음부터는 작전 전에 작전 브리핑부터 잘 확인하지 그래?
그곳을 점령하고 있는 적이 있는 데다 바리케이드 뒤에서 반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만일을 위해 박사에게 공격력이 좋은 오퍼레이터를 요청한 거야.
버려진 땅이라 해도 원래 이동도시의 일부였으니까, 중화기를 준비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야.
휴, 미리 알았으면 쇼핑이나 하러 갔을 텐데, 정말 힘 빠지네……
그 황무지 유랑민들은 이동도시를 따라 오랜 세월 이주하며 살았다고 들었어. 그리고 모처럼 버려진 땅이 생겨서 며칠 푹 쉬려고 했었던 거지. 겸사겸사 보급품도 좀 찾고 말이야.
그런데 이곳의 파디샤와 '마마존스'가 이미 회수 계약을 채결한 상태였던 거지.
하, 그 녀석들은 거래 방식이 항상 즉흥적이네.
우리는 저 앞에 캐니언 교차로에 모여서 서남쪽으로……
잠시만요. 블레이즈 씨, 가시거리가 좀 줄어든 것 같지 않나요?
바람 소리……
앞쪽의 날씨가 이상해요!
우리 차에서도 먼지구름이 보여!
저…… 저 속도는! 어서 차에 타!
본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앞쪽에 번개를 동반한 모래 폭풍이 급속도로 형성되고 있다고 합니다! 본함이 길을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밟아! 더 밟으라고! 이곳을 벗어나야 해! 토디폰스, 어서 따라붙어!
이미 최대한 밟고 있는 중이야!
안 되겠어. 속도가 너무 느려! 장비를 다 버려!
……
……
시간 없어! 장비를 다 버려!
솔직히 클로저에게 다시 공성 발리스타를 구매할 예산을 승인받을 자신이 없어.
……레이지 아이언하이드는 저번 주에 막 정비했는데……
대답…… (치직) 대답을…… (치지직)…… 버려…… 본함(치직)……
유도 시스템은 길들이기 성가시다고.
엔지니어링부의 오퍼레이터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개량한 모델이란 말이야.
…… 함……
칫, 통신이 끊겼네.
왼쪽 전방의 산에 바위 굴이 있어!
피디아, 도박 한 번 해볼까?
괜찮을까?
차체 넓이는 충분해 보이네.
다른 건?
그러니까 도박이지……
꽉 잡아!
그래서 운이 좋았나 보네?
폭풍 규모가 작아서 다행이었어.
나오자마자 사막 이구아나파라는 녀석들이랑 마주쳐서 두들겨주느라 짜증 났다고. 나 혼자였으면 차라리 더 편했을 텐데 말이야.
잠깐! 네가 화살을 잘못 날려서 그런 거잖아!
낙하지점은 알려줬잖아. 네가 못 피해서 그런 거지.
너……
다들, 도착했어.
조금 늦게 도착했나 보네.
잘 들어. 너희는 마마존스 산하 자원 회수 회사의 고유 재산을 불법으로 점유했다. 마마존스의 사용자 조약에 따라 우리는 당신들을 쫓아내거나 공격할 수 있지.
대장님! 저희는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으악!
사…… 살려주세요! 제 아이가 아직 안에 있어요!
이 나쁜 놈들……!
오리지늄 결정이 붙어있네. 기본적으로 다들 감염자야. 조심해, 적들도 중화기 종류로 무장하고 있어.
나는 레이지 아이언하이드와 왼쪽으로 들어갈게. 황무지 유랑민의 수는 적은 편이니까 다치게 할 확률도 높지 않겠지.
좋아. 공성 발리스타도 사격 준비가 끝났어……
첫발은 무효타야. 탄착 지점을 바탕으로 위치 조정, 사격 각도 3.2도 상승, 두 번째 발은 폭발 화살 사용 예정!
본부에서 말했던 그 엄청난 녀석이잖아! 반격해라, 반격! 저 트랙터가 접근하지 못하게 해라!
뭐라고? 이건 레이지 아이언하이드야……
탄약을 아끼지 마라! 전부 쏟아부어!
꼬마 아가씨! 조심해!
주마마, 멈춰!
겨우 그 정도로? 우리 엔지니어링부 로봇 팀의 정수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
아.
왜 멈춘 거야?
주마마, 물러서. 내가 엄호할게!
지금 시동을 다시 걸고 있어!
엔진의 세 번째 흡기 밸브가 타버렸어. 나한테 예비 부품이 있으니 엄호해 줘!
마지막 경고다. 너희는 마마존스의 계약 집행을 방해하고 있다!
쯧, 대장님! 포가 전부 터져버렸습니다. 저 붉은 머리 여자, 명중률이 엄청난데요!
입 다물고 저 바리스타나 없애버려. 우리는 저 뱀을 처리한다.
네 번째 폭발 화살 준비!
꿈도 꾸지 마!
하! 거기 붉은 머리 아가씨. 네 그 커다란 활은 너무 위험하니 이 몸이 보관해 주마! 거기서 꼼짝 마라!
……성가시네……
똑똑히 들어라. 너희가 누구든, 저 황야의 쓰레기들이 어떻게 너희에게 연락했든 간에 …… 우리가 저 쓰레기 녀석들을 정리하는 건 정당한 일이다!
그럼 계약서를 보여 주지 그래?
……하, 우리는 황야의 폭도 같은 게 아니라 자원 회수 업자다. 자원은 가치 있는 거야. 바로 여기 있는 부품이나 고철 더미처럼 말이다.
자원이 될 수 없는 부분은 아쉽지만 적당히 처리해야 하는 법이지. 이 황야의 잡종들에게 개인적인 유감은 없지만 이게 바로 규칙이다.
“회수해서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문명의 본질이다.” 바로 우리 회사 사무실에 붙어 있는 슬로건이지.
너희들이 더 강하고 대단한 쪽을 따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이라도 높게 평가해 줄 텐데 말이지.
누가 입을 열어도 된댔지? 가르치고 있는 건 바로 나다!
헉!
똑똑히 들어. 도살을 '문명'이라고 하나? 숨통을 끊어놓는 걸 '회수'라고 하나?
이 계집이! 분명 포병이었을 텐데, 어째서…… 끄악!
저 할아버지는 가방을 안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너희는 추격하며 즐거워했지. 저 여자는 아이를 구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머리카락을 잡아서 끌어냈어.
너희는 운 좋게 무기를 가지게 된 비겁한 녀석들일 뿐이야. 약자들 앞에서 위세나 떨고 싶을 뿐이지.
날 얕보지 마라……
좋아. 드디어 좀 볼만해졌네. 누가 더 강한지 겨뤄보고 싶어?
그럼 알려줄 수밖에 없겠네. 내가 더 강해.
토디폰스,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조심해! 그냥 임시방편으로 움직이게만 해뒀을 뿐이야!
이 조무래기들이 전부야? 흥, 기분도 안 좋은데 몸 좀 풀어 볼까!
망할, 큰일이군. 다들 후퇴해라!
와, 간신히 길을 찾아왔는데 벌써 끝이라고? 나랑도 좀 놀아줘.
으윽…… 어서, 도망가라!
이걸로 끝이야?
응. 일부는 도망갔어. 하지만, 놈들이 말한 파디샤와 마마존스의 협의가 뭐야……?
마마존스는 인정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여기 있는 황무지 유랑민들도 어서 이곳을 떠나는 게 좋을 거야. 감염자 몇몇은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이거든……
토디폰스, 방금은 꽤 위험했어. 다행히……
무슨 짓이야!
아, 여기 공성 발리스타의 현 고정 장치가 끊어졌어. 아마 트랙터가 이쪽에 들어올 때……
……어?
순순히 한 대 맞아!
너도 저번에 내 유압 시스템 망가뜨렸잖아!
그건 그거고!
말리지 않아도 괜찮아?
……하아.
그…… 토디폰스 씨? 내가 가진 재료로는 이 정도가 한계야. 제대로 조절하는 건 직접 해야 할 것 같아.
충분해.
유넥티스 씨, 엔진 상태는 괜찮아?
부품 고마워. 거의 제대로 고쳐진 것 같아.
블레이즈 씨는 마무리 작업을 끝내야 해서 본함에서 만나자고 했어.
그래.
알았어.
……
이런 분위기, 정말 불편하네.
……당신네 황무지 유랑민들은 정말 근처 로도스 아일랜드의 의료 거점에 안 가는 거야? 많이 아파 보이는 사람도 있던데.
이게 우리의 생활 방식이야. 먼지는 먼지로, 흙은 흙으로, 황야에 왔으니 황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정해진 결말이지.
광석병에 죽나 도적에게 죽나 다를 건 없어.
당신들은 이동 도시 위의 문명을…… 꿈꿔본 적 없어?
……하, 문명이라.
우리 같은 황무지의 사람들은 애초에 그 문명에서 버려진 사람들이야. 돌아갈 수가 없어.
당신의 그 기술은, 대체……
물어보지 말아 줘. 황야인의 과거를 알려고 하지 마.
이 촌락은 나를 도와줬었어. 나는 규칙대로 그들을 한 번 도와줬고. 단지 그것뿐이야.
모래 언덕을 두 개만 넘으면 본함이야.
나도 이만 가봐야겠어. 태워다 줘서 고마워.
아, 거기 붉은 머리 아가씨.
……
멋진 실력이었어.
돌아왔네.
……그래, 돌아왔네.
로도스 아일랜드에 올라가면 별 느낌 없는데, 이 각도에서 보니까……
……진짜 기적 같아.
나는 사르곤의 숲에서 자랐어. 기계 같은 건 전혀 접해본 적이 없었지. 주먹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거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동도시가 지나가는 걸 보게 됐어.
그날 아침, 그 흐릿한 그림자와 멀리서 들려오던 굉음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그건 문명과 발전의 소리였거든.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중 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야!
로도스 아일랜드는 이동도시가 아니야.
이동도시에도 말하는 기계는 없어.
저기, 주마마.
응?
내가 이 거리에서 한 방 날리면 중형 포트크래커 애로우가 로도스 아일랜드의 외부 장갑을 뚫을 수 있을까?
……
토디폰스, 앞으로도 스승님이 주는 경비를 받고 싶다면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시시하네.
……나는 빅토리아에서 태어났어. 사르곤의 와이번 이민 가정이었지. 그러고 보니 우리는 동향인 셈이네. 우리 엄마는 가끔 사르곤 요리를 해주기도 했어. 비슷하면서도 달랐지.
바나나 린수 구이 같은 거?
그런 정식 요리는 아니었고 레드 페퍼 티 같은 거였어……
와이번이 빅토리아에 발붙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어. 입대하거나 현지에 녹아들 방법을 생각해야 했으니까. 우리 집은 공장을 세우고…… 도르래를 만들었어.
딱히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 고철을 구해서 다시 녹이고, 온도를 잘 유지하면서 동그랗게 붓기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누구나 할 수 있었어.
우리 할아버지가 절삭 기계 하나를 사 오기 전까지는 말이야. 대체 어디서 구해왔는지도 알 수 없는 구형 중고 기계였지. 엄청 크고 무거웠어. 얼마나 오래 썼는지도 알 수 없었고.
처음 가동했을 때 어땠을지 상상돼?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만큼 처참했어. 하지만 그 거대한 소음과 진동, 케케묵은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심장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였어.
싸움보다 신났겠지?
당연하지.
방금 말한 문명과 발전이라고 했지…… 우린 절삭 기계 따위를 '문명'이라고 부르진 않아.
그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들어줄 뿐이니까.
그래서 이게 너희의 이번 외근 임무였다고?
그래.
멋지네! 꽤 짜릿했을 것 같아! 그 붉은 머리의 와이번, 토디폰스라고 했던가? 엄청 멋진 녀석일 것 같아!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 같네?
으악! 누구야!
주마마, 내 공성 발리스타 MK30의 성능 시험이 끝났어. 훈련장으로 와!
네가 토디폰스구나!
아, 그쪽이 가비알이야? 유넥티스랑 싸우러 왔어.
그 녀석도 방금 레이지 아이언하이드를 크레이지 아이언하이드로 업그레이드해야겠다고 가버렸어. 자, 어서 가자! 오늘은 쉬어야겠어! 최선을 다해 싸워봐! 내가 있으니까 다치는 건 걱정 말고!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