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임계치
연회에 참석할 준비를 하던 더블린의 리더 만드라고라는 연회 장소가 유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연회에 잠입하여 시인과 교류하던 백파이프와 혼은, 병사를 데리고 나타난 대령에게 포위당한다.
여사님, 연회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려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정말 느려터졌어. 너희 귀족들은 무슨 일을 하든 꾸물거려서 진짜 짜증 나.
……제 잘못입니다. 여사님께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만, 됐어. 오늘 대체 몇 명이나 오는 거야?
힐록 카운티의 식견 있는 모든 인사가 초대되었습니다.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시인 셰이머스 윌리엄스도……
시인? 듣기만 해도 재미없네. 네가 찾기로 약속한 귀족과 상인은?
물…… 물론, 그들도 옵니다.
예를 들면, 남부 지역에서 방직 산업의 선두주자인 폴렛 경, 맥코이 어워드를 수상한 닥터 바시르, 그리고 열몇 개의 강철 공장을 보유한 에반스 씨……
어? 네가 말한 그 사람들, 특히 마지막에 말한 그 사람, 다들 참석하는 게 확실해?
네, 그렇습니다. 일부는 이미 도착했습니다.
가장 귀한 손님도 오실 거고, 또 여러 명의 유명 인사들도 다른 도시에서 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여사님과 여사님 동료들을 한번 뵙기 위해 오는 겁니다.
참, 여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여기 명단을 제작해 두었으니, 수시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말이 좀 많지만 일은 꽤 잘하네. 됐어, 이제 가 봐.
아낌없는 칭찬 감사합니다. 준비가 다 되면 절 불러주십시오. 저는 저 보잘 것 없는 작은 홀이 여사님의 등장으로 밝게 빛이 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아직 거기 서서 뭐해? 할 말이 남은 거야?
콜록,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질문할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그 가장 존귀하신 분께서는, 혹시 현장에 오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까요?
……이건 네가 질문할 문제가 아니야. 빨리 꺼져.
만드라고라, 심기가 불편한 건가?
수작 좀 작작 부려, 가식적인 것. 듣고 있으면 구역질이 나. 아르모니 네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걱정할 리 없다는 건 모두가 다 알고 있다고.
하아, 그럼 화법을 바꾸어서 말하는 수밖에 없겠군…… 네가 이렇게 멍청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빛을 막고 있다고. 난 이 귀여운 소설을 마저 다 읽고 싶거든.
쳇.
너희 같이 돈 많은 사람들은 다 이 모양이야?
악기를 많이 설치해 놓고 책 몇 권을 사다 놓는다고, 실제로는 텅 빈 네 머릿속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 같지?
그나마 외관이라도 꾸며놓는 게 텅 비어 보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너……!
그래, 그래. 아무래도 너 당분간은 안정될 것 같지 않구나.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만약 네가 무도회에서 어느 발을 먼저 내디뎌야 할지 몰라 걱정된다면, 내가 널 리드해 줄게.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난 지금 큰일을 구상하고 있어. 이번에 이렇게 많은 귀족과 재력가들이 오는데 우리가 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이 작은 힐록 카운티뿐이겠어? 어쩌면 런디니움마저도 차지할 수 있을 거야……
만드라고라, 그만할 때도 됐잖아.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네 손에 그 빌어먹을 책 좀 내려놓으면 안 돼? 너 도대체 리더와 우리의 큰일을 생각하고 있기나 한 거야?
나는 지금 네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야. 너의 이런 막말과 너의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황당한 일을 멈춰야 한다는 걸 말하는 거지.
나보고 지금 멈추라고? 그럴 수는 없어! 이번 계획을 위해 사람을 심는 것부터 역겨움을 참아가며 이번 연회를 주선하기까지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데.
나는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어. 더블린의 불이 이 도시를 가로질러 우리 발밑의 거대한 물체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모습을!
하지만 너는? 너와 그 염치없이 원래는 리더에게 속해야 할 그 영광을 차지한 짝퉁은……
너 정말, 정말, 그 입을 다물어야겠다.
언제부터…… 리더를 대신해 네가 결정을 내리게 되었지?
……
쳇……
그래, 나다. 맞아, 우린 아직 여기에 있어.
어?
드디어 좀 재미있어졌네.
아무래도 여기서 너의 그 무모한 계획이 실행 가능한지를 논쟁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
그 녀석이 보내온 소식이야?
이곳을 알아낸 자가 있어. 오늘 저녁 연회에는 네가 초대한 친구들만 오는 게 아닐 수도 있어.
……군의 사람이야?
아마도. 아, 내가 아는 사람이 올 수도 있겠다.
쳇, 저걸 확……
무기는 넣어둬. 언젠가는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이제 가자. 아직 다른 할 일이 남았어. 여긴 그녀에게 맡기고. 곧 훌륭한 볼거리가 있을지도 몰라.
허허…… 난 이 꼴 보기 싫은 저택이 산산이 부서지는 광경을 상상하기 시작했어.
대빵, 난 우리가 이러 쉽게 들어올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니. 난 또……
잠입이라도 할 줄 알았어? 물론 안 되는 건 아니야. 다만 정문으로 들어오면 사람들한테 말을 걸기가 편하지.
이번 연회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진 않은 걸 보니, 내 주둔군 친구가 갖고 온 정보가 아주 소중한 거였아.
많은 귀족 연회가 모두 이런 식으로 은밀하게 진행돼…… 그들은 초청장을 보내는 방식은 너무 상투적이라고 생각하지.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루트와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만 있으면 이 문턱을 넘을 자격을 획득하는 거야.
대빵, 대빵은 나한테 집안이 그러 유명한 귀족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잖아.
뭐가 달라질 게 있어?
학교 댕길 때 귀족 출신 친구들은 항상 가들끼리 댕기고 했아. 물론 공부할 때는 마카 같이 모예서 했지만, 수업이 끝나고는 밸로 우리하고는 어울려 댕기질 않았거든.
한번 밖에 입을 수 없는 드레스, 매주 바뀌는 유행 메이크업,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똑같은 인사말, 너 설마 그런 허례허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대빵, 고만해. 사실 난 친한 친구를 따라 이런 장소에 한두 번 가봤었아. 근데 식사할 때 먼저 어떤 포크를 써야 하는지만 생각해도 와~ 대가리가 히딱 갈 것 같다고.
다행히 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다만 아무리 내키지 않는다 해도, 태어날 때부터 가진 이 성씨가 가끔은 편의를 가져다줄 때도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군.
대빵, 오늘 여 모인 사람들은 마카 귀혼대 편이나?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
어머, 윌리엄스 선생님, 드디어 뵙게 되었네요! 선생님도 오신다는 말을 듣고, 제가 소장한 이 시집에 사인받고 싶어 일부러 페닌슐라 카운티에서 왔답니다.
이건 저의 영광입니다. 당연히 사인해 드려야죠.
셰이머스, 친애하는 나의 대시인이여! 여기에 있었는가.
셰이머스 자네가 새로 출간한 역사 이야기책을 최근에 다 읽었어. 글이 너무 재미있더군. 우리 타라인에게 이렇게 많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과거가 있었다는 걸 나는 처음 알게 됐어.
감사합니다. 민간 전설을 바탕으로 각색한 판타지 작품 몇 편에 불과합니다. 제가 하는 일의 가장 큰 가치는 모래바람에 묻힌 진귀한 보물을 한 조각씩 발굴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겸손하세요. 당신이 묘사한 가장 빛나는 타라 문명을 이룩한 드라코 왕 게일은 너무나도 영명하고 위용이 있었어요. 제 가슴속 벅찬 꿈의 세계에 들어서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래, 맞아. 내가 봤을 때 자네에게도 라이타니엔의 가장 위대한 음악가처럼 이 시대를 바꿀 기회가 있어!
하하…… 너무 과찬이십니다.
자네만 원한다면 빅토리아의 모든 출판 업체의 대문이 당신을 향해 열리게 될 거야. 다들 자네의 작품이 여러 문자로 번역되기를 기다리고 있어.
그때가 되면 이 대지 위의 모든 국가는 우리 타라 문화가 우리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고, 빅토리아의 변함없는 기계 굉음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날로 더 많은 국제 인사들이 우리를 지지하게 된다면, 우리의 목소리가 공작들과 의회에서 더 쉽게 들리겠지요.
그러게 말이야! 같은 빅토리아 국민이지만, 나의 증, 증, 증조할아버지가 게일 왕의 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더 많은 상속세를 내야 한다니 얼마나 황당한지 모르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반스 씨는 동포들을 많이 고용하여 그들에게 이 우아한 도시에서 발붙일 기회를 제공하셨죠.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역시 우리 타라인들의 자랑입니다.
아하, 그러게 말이야. 우리의 동포들이 번듯한 일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 나도 그들이 공장에서 일주일 내내 힘들게 일하고도 겨우 요만큼의 주화밖에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네.
……하지만 다른 빅토리아 출신의 노동자들은 당신의 공장에서 2배의 보수를 받을 수 있죠.
콜록콜록……
적절한 때는 아니지만 굳이 한마디 덧붙이자면…… 강대한 이웃 나라의 인정을 받는 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다들, 생각해봐. 음악과 시가만으로 라이타니엔이 과연 오늘날의 라이타니엔이 될 수 있었을까?
마치 라이타니엔에 무시무시한 캐스터가 있듯이……
우리 타라인들도 더 많은 국가의 인정을 받고 싶으면 더 실질적인 힘에 의존해야 해. 예를 들면, 먼 곳에서 온 친구의…… 기술 지원이라던가.
내가 마침 약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루트가 있어. 나는 이 기회를 빌려, 남작 각하의 친구들과 기꺼이 공유하려고 해.
하하, 자네의 말이 맞아! 그 어떤 지원도 모두 중요하지. 만약 빈손이라면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해도 갈증을 느끼고, 표현하지 못하는 날이 있기 마련이지.
그렇다면 여기에 계신 여러분은 모두 나처럼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고 있겠군…… 그럼, 우리 같이 공통의 꿈을 위하여 건배하는 게 어때?
정말 기분 좋은 밤이군요…… 어라, 윌리엄스 선생님은 어디 가셨지?
안녕하세요, 윌리엄스 씨.
안녕하세요.
제가 방해가 안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창작 중이신가요?
하하, 그냥 간단한 시 한 수일 뿐입니다. 이미 며칠이나 됐는데도 아직 완성하지 못했네요.
원래는 이번 연회에서 영감을 좀 얻을까 했는데, 지금 보니 창작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닌가 봐요.
이런 장소에서는 늘 에너지 소모가 빠르죠. 윌리엄스 씨, 피곤하지 않으세요?
하하…… 들켰군요. 만약 찰스가…… 제 말은 남작님의 열정적인 초대가 아니었다면, 아마 집에서 저는 벽난로 옆에 앉아 독서의 밤을 즐겼을지도 모릅니다.
누군들 안 그렇겠습니까? 이런 행사에 참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생계가 궁핍해서일 겁니다.
저는 그 말이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당신은 타라인이 아니죠?
제대로 보셨군요. 여기 주민 중에 루포 족은 별로 많지 않을 겁니다.
하하, 제가 무심결에 종족으로 출신을 판단했네요.
당신은 일부러 우리가 익숙한 단어를 선택하여 사용했지만, 억양에서 티가 났어요…… 그건 런디니움의 표준 교육을 받은 빅토리아 귀족이나 사용할 법한 억양입니다.
역시 대시인이십니다. 아주 예리하세요.
창작의 첫걸음은 관찰입니다. 저는 심지어 당신은 저 사람들과 여기에 온 목적도 다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를 의심하는 건가요?
의심할 게 뭐 있나요? 제가 이곳에 온 건 아이디어를 교류하기 위함인데, 당신은 지금 저랑 교류하고 있잖아요.
전 타라인이 아닌데도요?
바로 당신이 타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기, 식혜주 한 잔 주세요, 감사합니다…… 당신은 뭘 마실래요?
저는 괜찮습니다. 창가에서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우리의 즐거운 담소, 계속해볼까요? 방금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아, 맞다. 언어와 문자는 교류하기 위해 생겨났죠. 과거와 미래의 대화도 포함하고, 지금 여기서 저와 당신이 나누는 잡담도 포함되죠.
윌리엄스 씨가 저를 배려한 거죠. 만약 윌리엄스 씨가 타라어를 사용했다면 저는 귀머거리나 다름없었을 겁니다.
하하, 이번 연회에서는 타라어를 듣기 어려울 겁니다.
앗, 이제 막 생각났는데요. 제가 읽은 윌리엄스 씨의 작품들도 모두 빅토리아어로 쓰여 있더군요.
라임은 시인의 상상력을 제한하죠. 빅토리아의 시를 읽어보면 라이타니엔과는 정취가 많이 다릅니다.
저는 옛 타라어로 쓴 시를 읽기 좋아해요. 이런 문자를 읽으면 역사의 이면을 만지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나 자신을 위장하고 싶진 않아요.
어렸을 적부터 빅토리아어를 말하며 자라 저의 사상도 이미 언어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그런 제가 만약 타라어로 글을 쓰게 된다면 사이즈가 맞지 않은 신발을 신고 춤을 추는 광대랑 뭐가 다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타라 문화가 부흥하길 바라고 있다고 들었어요……
당연하죠. 저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인걸요.
우리의 도시는 대지 위를 떠돌고 있어요. 이 땅은 변하지 않지만, 또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요.
언젠가 타라어가 우리 아이들의 정신을 구축하는 언어가 될지도 모르죠. 그러면 저는 그런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거예요.
그럼 만약…… 이런 변화가 빠르게, 심지어는 자연스러운 추세를 역전시키면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요?
……
“사상이 무슨 소용 있으리? 땅속에 깃털을 심고, 그게 파울비스트로 자라기를 상상하는 거나 다름없지.”
……아, 당신의 첫 시집에 나오죠.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이게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저는 이 땅을 바꾸고 싶은 생각도, 그럴 능력도 없는, 그저 열심히 깃털을 심는 사람일 뿐이지요.
하지만 사상이란 원래 자유로운 것으로, 아무도 간섭할 수 없죠…… 사람들 마음속에 자라난 새는 모두 달라요. 마치 이 대지의 미래에 대한 바람이 저마다 다르듯이 말이죠.
알겠어요, 윌리엄스 씨.
당신과의 대화는 너무 즐겁네요. 진심이에요.
대빵, 뭐이 이상하다야.
왜 그래?
첼로가 40분 넘게 뭐이 어떠 됐는지 아무 소식이 없아.
캠프서 주둔군을 상대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대빵이 반 시간에 한 번씩 소식을 보내라고 했잖아. 우리가 막 출발했을 때만 해도 첼로가 나한테, “와 이런 일은 너무 무료하다니” 라고 불평을 늘어 놓던데.
……
그리고…… 주변이 뭐이 이리 조용하나야?
내가 창가서 망을 볼 때 광장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아. 근데 갑자기 뭔 일이 생긴 것처럼 사람들이 마카 달아났아.
설마, 전에 우리를 미행했던 사람이 주둔군이었다는 건가……
연회장의 대문이 갑자기 걷어차여 열렸다.
그리고 수십 명의 완전 무장한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세상에, 무슨 일이에요?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 나타난 거죠?
감히 나에게 무기를 겨누다니?…… 너희들 우리가 누군지 알기나 하고 이러는 거야?
누구야, 비밀을 누설한 자식이?!
젠장…… 어서 여기를 떠나!
(어, 어서 만드라고라 님께 전해, 우리에게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고……)
(뭐?! 모두 떠났다고? 언제? 한 시간 전에?!)
(너 이 쓸모없는 놈……!)
모두 꼼짝 마라!
……
신사 숙녀 여러분, 그래, 맞아. 당신들은…… 모두 체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