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1오늘, 핏빛으로 만연한
체르노보그의 코어 중앙 구역. 살카즈 용병은 리유니온 감염자를 향해 도살용 칼을 들어 올리게 된다. 한편, 아미야와 로즈몬티스는 팀을 이끌고 꿋꿋이 전진하게 되는데……
법, 그중에서도 눈에는 눈으로 갚는 원시적인 법의 밑바탕에는 원시적 폭력의 그림자가 존재한다.
도시는 시민들에게 풍족한 생활과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겠노라 약속하며……
시민들에게 인위적인 목표에 복종하고, 타고난 정복 의지를 억누를 것을 강요했다. 그리곤 그들이 나약해지도록 그들을 끊임없이 안심시켰다.
하지만 우리들의 폐하께선 지혜로운 분이시다.
많은 도시에서는 힘을 가진 걸 죄악으로, 용기가 부족한 걸 미덕으로 여긴다. 또 죽음을 두려워하는 걸 진보라고 생각한다. 폐하께서 그들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 그들 스스로 반성하게 하실 것이다.
인간의 몸에는 갈망, 행동으로 자신의 생명력을 발산하려는 갈망이 흐른다.
공평함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지혜와 의지를 지닌 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폐하께서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도시가 빼앗아간 모든 것을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
새로운 목표가 만천하에 공표되면 일상과 지루함에 무뎌진 그들의 생각을 폐하께서 다시금 고르고, 경직된 윤리에 오랫동안 속박된 그들의 몸에 깃든 본능을 깨울 것이다.
폭력의 본능은 우리 몸 안에 잠들어 있다. 그 본능을 억지로 억누르면 우리는 원망과 무력함에 허덕이다가 스스로 멸망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늘 두려움에 떠는 사람은 비열하다.
살고 싶다면 폭력에 취해 수많은 도덕의 위선을 똑똑히 목격하고, 세상의 무자비함을 알아야 한다.
폭력만이 진실하다, 폭력만이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건 벌도, 통치도 아니다. 가치를 운운하거나 회유 섞인 거짓은 더더욱 아니다. 주먹과 무기만이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며, 또한 마땅히 살아있음을 알릴 것이다. 살아있는 자만이 살아있을 수 있다.
황제 폐하께서 나를 처벌하신 걸 원망하지 않는다. 그분은 자신의 사람들이 격변에 따른 고통에 신음하는 걸 무척 안타까워하셨다. 그래서 그들에게 건넨 인자한 그 말씀을 나는 제멋대로 모욕했었던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진리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속일 수는 없다. 폐하의 명철한 혜안을 끊임없이 찬양해야 하는 나는 침묵할 수 없다. 그러니 내 독실함을 외칠 뿐이다.
사실 우리는 정의도, 안녕도 바라지 않는다.
얄팍한 안목,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만이 안녕을 탐닉하는 법이다.
우리의 몸속에 흐르는 본능, 문명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본능, 그리고 발버둥 치고 승리하기 위한 원천을 우리는 원한다. 그것이 바로 폭력이다.
겉치레는 우리의 민낯을 가리기 위한 가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는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겉치레 따위는 역사학자와 도덕을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넘기자. 그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정당성보다는, 우리의 생존이 그 어떤 이론보다도 정당하다.
우리는 적들을 쓰러뜨리고 짓밟아 무너뜨려야 한다. 우르수스에게 이것이 재앙이라면 그 재앙을 마땅히 다른 사람에게, 우르수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선사해야 한다.
그들이 나약하다면 사라져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생존과 성취를 올리는 데 유독 뛰어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약함은 악이고, 강함은 숭고함이다. 우리의 법리는 건전한 시민의 목소리 위에서 세워져야 하며, 우리의 나라 또한 구더기들에게 봉사하거나 병든 자를 먹여 살려선 안 된다.
원컨대 내가 경멸하는, 편협함과 안일함에 취한 신민들이 심판 후에 피의 호수에서 영원히 거하길…… 또한 원컨대 폐하께서 우르수스를 영원한 번영으로 인도하시길……
……우르수스 황제에게 교수형을 선고받은 이단의 군주 전도사가 교수대에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이야기다.
체르노보그 코어, 중앙 구역
스파이다! 우르수스의 스파이다!
여기다! 놈들이 여기 있다고 가서 알려!
한 놈도 살려둬선 안 돼! 놈들을 연결층에 몰아 용문의 건물에서 밀어버리는 거다!
후퇴하죠, 로즈몬티스 씨. 적들이 건물 전체를 점거한 뒤 이 구역을 봉쇄해 버렸습니다.
로즈몬티스 씨……!
내가 처리하겠어, 먼 길을 돌아간다면 다른 지역의 리유니온에게 공격받을 수 있으니까.
……
살카즈……
이봐, 너! 저 캐스터가…… 아무 짓도 하지 못하게 잘 지켜봐!
저놈들을 해치워, 어서!
알겠다! 죽여, 저 녀석들을 죽여라!
(컬럼비아어) 날 죽이겠다고?
우르수스의 개 주제에!
로즈몬티스 씨, 이럴 가치가 없는 놈들입니다! 저놈들은 미쳤어요! 다른 곳에서 돌파구를 찾아보죠!
석궁 가져와! 석궁…… 머리통을 박살 내 버리겠어! 방금 왔었던 토끼, 너도……
아미야가 여기에 왔을 리 없어, 나처럼 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야.
그 눈빛은 뭐야? 너도 감염자잖아, 그런데 왜 날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건데?
협력? 생환? 그게 뭔데, 하하하! 헛소리하지 마, 우르수스는 우릴 이기지 못해. 우리가 이긴다, 우리가 승리한다고!
쏴! 절대로 살려둬선 안 돼!
소용없어.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날 공격하게 내버려 둘 생각 없으니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어, 어떻게 된 거야?! 쏴, 계속 쏘란 말이다! 모두 갈겨 버려!
벽? 저, 저건…… 대체 뭐지? 화살이 닿자마자 부서져 버리다니, 말도 안 돼!
쏘지 마! 척 봐도 견고해 보이잖아, 쏴도 소용없다고. 캐스터들을 호출해!
함부로 떠들지 마, 우린 놈의 얼굴을 겨눈 거다!
화살이 얼굴에 박히기도 전에 투명한 벽 같은 무언가에 부딪히면서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더럽게도 끈질기군…… 흥, 지금의 체력으로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어, 어째서…… 설마 저거 하나 못 맞추는 거냐? 발리스타는, 그 만능 화살은 어떻게 된 거야!
박살 내 버려, 흔적도 없이 날려버려! 망할 우르수스인처럼 뼈도 추리지 못할 만큼 박살 내 버리란 말이다!
여긴 로즈몬티스, 아미야 씨? 아미야 씨! 드디어 연결됐군요…… 제발, 로즈몬티스 씨를 좀 말려주십시오!
로즈몬티스 씨,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받아주세요!
제복…… 그래, 제복을 입었군. 네놈들을 전깃줄에 매달아 새 모이로 만들어 주마!
우릴 무시한 결과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겠어!
우릴 깔보고 짓밟던 놈들, 우릴 괴롭히던 놈들 모두 죽여버렸다, 크크크……
몽땅 엔진에 때려 넣었더니 파바박 하며 육즙이 터져 나오더군, 크하핫……!
무슨 짓이냐? 여기서 왜 소란을 피우는 거냐, 위치를 노출하면 안 돼!
닥쳐…… 마족의 허수아비, 더러운 짐승 주제에 누구한테 명령이야?!
네가 탈룰라라도 되는 거냐, 아니면 그 죽지도 않은 늙은이라도 돼? 흥, 그 늙은이는 끝났어! 펑 하고 말이야!
너희 몽땅 사라져 버려야 해! 우르수스의 감염자들을…… 죽어, 네놈들은 전부 죽어야 해! 너흰 모두……
살카즈가 감염자를 창밖으로 걷어찼다.
감염자가 울부짖었다. 어쩌면 웃은 걸지도…… 7층에서 떨어진 그는 발리스타를 맞고 산산이 조각났다.
쳇.
놈들을 친다, 중화기를 가져와!
아미야, 들려? 약속한 노선대로 간다, 오버.
로즈몬티스 씨……
유격대의 동향은 어떻죠?
정찰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따르면, 소집된 유격대가 중앙 대로에서 다른 리유니온 수비군을 정면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부 유격대는 후퇴하며 도시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다고……
……그랬군요, 유격대에게는 다른 역할이 있었네요.
하지만 우리에겐 코어의 다른 상황을 신경 쓸 여유 같은 건 없어요.
봉쇄를 뚫는 데 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줄어들 테니까요.
유격대에 맞서는 다른 감염자들이 유격대에 발목 잡힌다면 우린 사령탑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죠.
전체 상황에 대한 건 라이디언과 만트라의 판단에 맡길게요. 전장 쪽은……
……저와 로즈몬티스에게는 좀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로즈몬티스 씨가……
매복을 제거하고 다른 우회로를 확보했어요. 하지만 로즈몬티스 씨는…… 로즈몬티스 씨는 눈앞의 장애물만 제거하는 쪽을 선택할 것 같네요.
로즈몬티스 씨라면 이미 그렇게 했을 거예요.
하아……
켈시 선생님 말이 맞았네요, 모두 엉망진창이군요.
리유니온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유격대가 공격해오기도 전에 분열하며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말겁니다.
평소에도 사이가 좋진 않았는데, 패트리어트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지면 모든 게 뒤죽박죽 변하고 말겠죠.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들이 힘을 합칠 거라는 생각이 들진 않군요……
……
팀원들에게 모여달라고 전해 주세요. 캐스터들은 드론을 회수하고요, 우린 로즈몬티스 씨와 합류할게요.
아, 아미야.
여긴 다 처리했어.
……우린……
미안하다, 아미야. 더 나은 방식을 선택했어야 하는데……
내가 그러라고 했어.
교섭에 실패해도 어쩔 수 없어, 지금 저 녀석들의 상태로는 교섭 자체가 불가능할 테니까.
하지만 놈들은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어. 그대로 두면 더 나쁜 일만 일어날 뿐이야.
그, 그렇다고 건물…… 건물 전체를……
내가 너무 심했나?
아, 아뇨, 아닙니다. 당신과 임무에 함께 나선 게 처음이라…… 막상 직접 보니 놀라울 뿐이네요.
역시 로도스 아일랜드 비장의 카드, 최강의 전쟁기계……
……
헉……
(아미야 씨, 저 지금 말실수 한 겁니까?)
……
코어 작전팀 출항 전날 밤
허락할 수 없어.
켈시 선생님.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이 문제라면 이미 여러 번 얘기했을 텐데, 아미야.
네 오리지늄 아츠는 체력 소비를 통해 작동한다, 심지어 그건 네 신진대사에 필요한 활성 물질이라고.
네 목숨이…… 줄어들고 있다. 넌 기계나 함포가 아냐. 부품을 바꾸거나 계속 가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저도 알아요.
아니, 넌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해.
……기나긴 기억, 그것이 네게 얼마나 큰 부담을 줄지 난 확신할 수 없어.
시뮬레이션 결과는 항상 기대 이하였어, 옵션을 제거해 버릴 거다.
켈시 선생님, 제 생각은 확고해요.
이번에는 저도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반지를 하나 더 풀겠어요.
아미야, 네가 그랬지. 우리는 폭력을 다루고 있다고. 지금 널 막는 게 싫다면 그때 날 끌어들여서는 안 됐다.
의장과 함께 이 반지를 만든 건, 다음의 누군가가 이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켈시 선생님, 제가 반지를 사용하곤 있지만 무기를 옹호하거나 사람들을 쉽게 해칠 수 있는 무기를 치켜들 생각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테레시아 씨가 제게 남겨주신 건 전혀 달라요.
처음부터 무기로 설계된 것이 아닐지도 몰라요.
누군가를 해치는데 그걸 사용해선 안 돼요…… 여태껏 그래왔고요. 이걸 쓸 때면 제가 구해야 할 사람을 떠올리곤 해요.
지난 몇 년 동안 반지들과 함께하면서 내린 결론이에요.
……무기를 신뢰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반지를 흉기가 아니라 수술 도구로 여긴다면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하겠지.
하지만 적에게 칼날은 칼날일 뿐이야. 네가 그것을 어떻게 쓰든 원래의 성질은 변하지 않아.
아미야…… 그건 널 다치게 할 거다.
켈시 선생님, 전 무섭지 않아요.
상처는 아무니까요.
하지만 흉터를 남기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흉터를……
흐흑……
그, 그래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오리지늄 때문에 제 몸은 이렇게 변했어요. 상처가 는다고 해도…… 한두 개 더 생기는 것뿐이겠죠.
전 무기가 아니에요.
그게 사람을 해친다는 예시를 또 들어줘야 하는 건가?
……예시라뇨?
너와 내가 무기가 아니란 걸 누가 증명하지?
우리가 무기인지 아닌지를 또 누가 정의할 수 있지?
무기가 생각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는 무기라니 더 무섭지 않을까? 자아의식을 가지고도 계속 무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 아미야. 난 동의하지 않아.
나도 알고 있다,
넌 이미 다 컸다.
난 널 막을 수 없어.
네가 결정하는 거다.
……
네, 방금 건 말실수하셨네요.
보신 적 있나요, 흠…… 저렇게……
……귀여운……
병기를……요?
아으으…… 아니, 제 말은……
아미야가…… 더 귀여워.
죄, 죄송해요! 뭐라고……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우린 사람이에요, 감정이 있는……
나중에 따로 사과하세요.
그럴 필요 없어, 아미야. 난 괜찮으니까.
가자, 우리 같이.
아, 잠깐만요, 로즈몬티스 씨…… 저 넘어질 것 같아요!
내가 잡아줄게. 그 녀석들 때문에, 감염자들 때문에 네가 다치게 할 수는 없지.
천천히…… 천천히 가요.
……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하지만……)
(흠……)
중앙 구역
- 보여? 켈시?
으윽.
저, 저리 가.
그래, 시력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이런 광경을 놓칠 순 없지.
……용문에서 만난 특수 감염자 기억하나?
다른 감염자의 기관에 변이를 일으키는 리유니온의 꼬맹이.
- 그게 누구지?
- ……
- 그래, 기억한다.
아……
메피스토의 무리인가?!
어째서 살카즈가……
안 돼, 앞으로 가지 마! 안으로 다시 들어가.
뭐 하는 거야…… 전방에 방어진을 칠 거다! 반역자가 곧 여기로 올 거다!
메피스토 녀석, 또 무슨 생각인 거지? 조금만 돌아가면, 녀석들도 우릴 공격하지 않을 텐데……
고통만, 있을 뿐.
잠깐, 잠깐! 무슨 짓이야!!
고통을.
이거 놔!! 이거 놔!!
……
팀원들은 들어라, 우린 이동한다. 위치를 노출해선 안 된다.
입구를 바꿀 생각이다, 나쁜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