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잊혀진 땅
피비린내 나고 잔혹한 로즈몬티스의 전투 방식을 목격한 박사는, 로즈몬티스와의 대화를 통해 그녀가 어떤 오퍼레이터인지 이해하게 된다. 한편, 와파린은 켈시에게 어떠한 예언을 언급하게 되는데…
피가 흐른다. 찌른다. 찢는다.
- 이건 아니야.
아군… 적… 사람…
울부짖고, 절규하며, 신음한다.
- 이건 아니야!
- ……!
- 이런 건 안 돼.
……
궁금한 게 있다면 질문해도 좋아.
박사님…… 로즈몬티스 씨의 전투는 처음 보시는군요?
납득하기 어렵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박사는 내게 맡겨. 넌 가서 전투불능의 적군 부상자들을 체크해라. 정보와 명령을 전달하는 전령병이 있는지도.
그 녀석들이 빠져나가면 우리의 작전에 큰 위협이 된다.
……알겠습니다.
- 로즈몬티스는 몇 살이야?
14살이다.
- 그런데 전투에 나가도록 허락했다고……?!
여러분…… 잠시만 지나갈게요!
……무슨 일 있었나요? 현장의 처리는 방금 끝났는데……
박사님?
……왜?
박사, 방금 나 불렀어?
- 누가 널 전장으로 향하게 했지?
……
- 누가 널 전장으로 내몰았느냐고!
박사님!
-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짓을!
- ……무서워……
- 이건 절대 네가 짊어져야 할 일이 아냐.
- ……왜 네게 이런 일을?
- 켈시!
- ……!
- 이건 아니야.
내가 원했던 거였어.
- 뭐라고?!
- ……
-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싸우겠다고 선택한 거야. 내가 원했어.
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어.
친구들과 가족들을 지킨 후에야 비로소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
……로도스 아일랜드는 날 필요로 해.
나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이 세상이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 그래도, 너는 아직……
- 이런 짓은……
……어린애는 안 죽어?
전쟁도 광석병도, 어린 아이라 그러면 넘어가 줘?
나랑 아미야가 전장에 있을 때…… 누가 우리를 '아이'로 봐줄까?
박사, 우린 '괴물'이잖아.
- 아니야!!
- ……
- 그건 너만의 생각일뿐이다.
아니야, 박사.
{@nickname} 박사, 그게 아니야.
나 자신이 무엇인지는 아무래도 좋아.
난 그저 가족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야.
박사, 스카우트를 알아?
- 스카우트……?
……에이스는?
- 알고 있다.
난…… 며칠 동안이나 그 사람들에 대한 걸 떠올리지 않았어.
많이 잊어버리기도 했어.
하지만 난 단순히 깜빡했을 뿐, 모든 것을 잊어버린 박사랑은 달라.
로즈몬티스 씨.
아니……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야. 아미야도 무슨 뜻인지 알잖아.
알아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응…… 알았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다 자질구레한 것들이야. 볼 수 있는 것들 말이야.
그 감정은, 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아미야만 이해할 수 있는 그 감정은……
단 한 순간도 날 떠난 적이 없어.
- ......
박사는…… 정말 복잡한 사람인 거 같아.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 이상으로.
어떤 사람은 날 알 수 없다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날 두려워해.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다들 내가 왜 이러는지,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는 몰라.
왜 갑자기 마음이 아플까? 왜 갑자기 울고 싶어질까?
분명 아무 일도 기억나지 않는데…… 왜 눈이 시큰거리고, 입술이 마르는 걸까?
복도의 그 얼룩은 누가 남겼고, 왜 닦지 않았을까? 왜 꽃병을 깨뜨리면 걱정되면서도 조금은 즐거워지는 걸까?
꽃은 싫어하지만, 곤충을 보면 신기한 건 왜일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왜 이런 감정이 솟구치는 걸까?
난 오퍼레이터들한테서 각양각색의 감각들을 느낄 수 있어.
그들을 잃으면, 그 감각도 모두 사라지게 돼.
하지만 왜…… 대체 왜 감정이라는 게 존재하는 걸까.
이제는 더는 느낄 수도 없는데, 왜 눈물이 흐를까? 왜 눈물을 멈출 수가 없는 거지?
이미 전부, 잊었을 텐데.
……
로즈몬티스 씨는 제가 그 감정들을 가져가길 바라지 않았어요.
이렇게 갑자기 터져 나오는 감정들은, 어떤 것이든, 전부 로즈몬티스 씨 거예요.
……오직 로즈몬티스 씨만 가질 수 있는 감정이죠.
전 간섭할 수 없어요. 로즈몬티스 씨의 기억 속에 아직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희망이 남아있는 한…… 전 그러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무엇을 할 지는 로즈몬티스 씨 스스로 결정할 일이고, 무언가를 잊는 것 역시 로즈몬티스 씨의 일이니까요.
정말로 잊어버리는 것 말이에요.
- 로즈몬티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
- 아직 로즈몬티스에 대해 잘 모르겠어.
{@nickname} 박사님……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는 모두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된 사람들이에요.
수많은 오퍼레이터들이 전장 파견을 신청하지만, 대부분 기각됩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여러 측면에서 이 오퍼레이터의 작전 수행 적합 여부를 판단하거든요.
전투 능력, 전술적 사고, 규율 준수와 신체 능력까지 모두 심사 요소에 포함됩니다만, 이것들은 그저 표면적인 조건에 불과해요.
막상 실제 임무에서는, 어떻게 서로를 어떻게 믿고 의지해야 하는지 모르는 오퍼레이터가 많죠.
로즈몬티스 씨가 여기에 있는 건, 로즈몬티스 씨가 저희의 지휘와 목표를 신뢰하며, 저희 역시 로즈몬티스 씨의 능력과 판단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절 믿어 주세요, 박사님. 아니, 저희를 믿어 주세요……
박사님도 조금씩…… 로즈몬티스 씨가 어떤 빛깔의 감정을 가진 사람인지 알게 되실 거예요.
……
박사. 블레이즈와 함께 싸워주셔서 고마워.
- 어째서?
- ……
- 감사할 것까지야.
블레이즈에겐 함께 싸워줄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거든. 나도 블레이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그리고 박사도 실제로 만나보고 싶었어요. 에이스와 스카우트가 항상 박사에 관해 얘기해서, 정말 궁금했거든.
여기에 있었나.
- 이번엔 네가 날 찾을 차례였군.
……육중한 대형 장비로 신속하고 강력하게 적을 해치울 뿐만 아니라, 경이로운 자제력과 임기응변까지.
로즈몬티스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가장 뛰어난 섬멸전 요원 중 한 명이야.
물론, 로즈몬티스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화법 때문에 염려가 되긴 하겠지. 그 아이가 싸우는 방식은, 아무래도 그 외모에 비해서는 많이 잔인하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는 전기톱을 사방에 휘둘러대는 블레이즈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군, 로즈몬티스가 싸울 때 튕겨 나오는 파편들은 보는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드니까.
만약 이걸로 널 조금이나마 안심시킬 수 있다면,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지. 네가 납득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로즈몬티스가 직접 적을 죽이는 일은 거의 없어. 꽤나 직접적인 공격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투 능력은 주로 적군의 전투 능력을 상실시키는 데에 있거든.
아까의 전투에서도 로즈몬티스는 적 전원을 무장해제 시켰지만, 그 과정에서 로즈몬티스의 공격으로 죽은 적은 없었다.
무기를 다루는 능력도 이전보다 훨씬 성장했지.
물론 붙잡아둔 적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지는, 우리가 리유니온의 핵심 세력을 격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야만 우리도 구조팀을 코어에 파견할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전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건 공격을 감행해야 할 때가 오면, 사상자의 발생은 불가피하다.
……아직도 미간을 찌푸리고 있군.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여전히 네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나?
- 받아들이기 힘들군.
- ……
- 이해할 수 없군.
현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법이지.
로즈몬티스는 소름 끼칠 정도의 아츠와 경이로운 감지 능력 덕분에 정예 오퍼레이터가 된 게 아니야.
……오히려 정예 오퍼레이터가 됐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발현할 수 있었던 거지.
우린 로즈몬티스를 '전장에 보내기 위해' 오퍼레이터로 만든 게 아냐. '전사로 만들지 못하면 끔찍한 결말만이 남을 것'이라고 판단한 거다.
- 어떤 결말?
진지하게 얘기하지. 로즈몬티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오리지늄 아츠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생명을 죽일 수 있어.
인간이 서로를 죽이는 일은 이미 일상이 됐지. 이 세상에서 이런 일이 이제 빈번하게 발생한다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스스로 병기와 아츠 스태프를 쥐고 있어.
자아를 잃은 사람도 여전히 사람인가에 대한 문제는 논하고 싶지 않지만,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바로 이 문제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한 인간 개체에게서 자아를 빼앗으면 무엇이 남는가? 또 무엇이 탄생하는가?"
"만약 그것이 살인을 저지르면, 그 죄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무기를 만든 사람인가? 무기를 잡은 사람인가? 아니면 무기로 쓰여진 사람인가?
- 또 수수께끼인가?
- ……
- 그 답은 스스로 찾아보지.
이후의 전투를 계속하다 보면, 나도 너에게 더 많은 얘기를 해줄 수 있게 되겠지.
말 나온 김에 나이에 대해서도 말인데……
아미야가 어른인 체 군다고 네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두려운 무기로 취급되는 어린 생명이, 하는 짓이 어린아이 같다고 평범한 아이로 보여질 수야 없겠지.
……하물며 그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은 일을 겪고 말았으니.
……슬슬 짐 챙겨. 곧 지상으로 출발한다.
- 그럼 아미야는? 아미야도 무기란 말인가?
……그건 네가 직접 물어봐.
아미야가 직접 답해야 할 질문이다.
켈시! 기다려!
와파린인가. 이제 곧 출발해야 하니까 할 말 있으면 짧게 해줘.
너도 그 예언에 대해 알고 있지? 아니, 네가 모르는 일 따위 없으니, 분명 알고 있겠지.
예언?
그 예언 때문에 아미야가 작전에 참여하는 걸 허락한 거 아니었나?
……아미야는 이번 작전의 제안자이자 총지휘자인데.
아미야는 아직 저렇게 어린데, 총지휘관이라니……
와파린, 우리가 카즈델을 떠난 지 얼마나 됐지?
……
대답 안 할 거면 간다.
……두 달 정도?
와파린…… 농담하지 마.
그래, 무슨 말 하려는지 안다. 아미야는 성장했지.
그래, 와파린. 세월 참 빠르지.
카우투스의 생리적 변화는 뱀파이어와는 차원이 달라. 우리가 카즈델을 떠난 지 벌써 삼 년이라고.
너의 시간은 조금밖에 흐르지 않았을지 몰라도, 아미야는 많이 성장했다.
일단은 내 질문부터 대답해라. 예언 말이야.
……"최후의 웬디고는 마왕의 손에 죽는다"?
그래, 그거. 난 그 유격대, 리더가 누군지 안다. 분명히 그자야.
예언의 원문은 "호르테크츠의 자식, 살카즈의 배반자와 마지막 핏줄의 불명예자는 살카즈의 군주에게 처형될 것이다"였어.
이건 예언이라 할 수도 없어. 그들이 소위 말하는 '핏줄'이 지금까지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많은 웬디고가 우르수스와 컬럼비아에 살고 있는걸.
……몇십 명도 '많은 것'으로 쳐준다면 말이지만.
게다가, 그 당시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그 예언은 하나의 협박 정도로 간주해야지. 많은 사람들이 웬디고가 카즈델을 떠나지 않길 바랐잖아.
이 문장을 처음에 말한 사람이 너나 내가 아닌데도, 네가 아직 기억하고 있는 건 이걸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지?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살카즈 주술 같은 '예언' 따위를 믿는 거지?
……나이? 네, 네놈이 할 말이냐?!
난 광석병에 감염됐다. 죽음이 항상 내 곁에서 때를 엿보는 중이지. 와파린, 내 목숨은 네 생각보다 훨씬 짧아.
뭬야!
꼭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해야겠어? 이 몸은 클로저 같은 계집애가 아니라서, 네 말을 가볍게 흘려넘길 수가 없단 말이다.
네가 먼저 진지하게 말을 꺼내니까 이런 거 아냐.
……어쨌든!
켈시, 잘 들어라. 다른 사람들은 네게 솔직히 말해주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분명히 말하겠다.
그는 우리 종족에서 마지막 남은 사람 중 하나다. 이 몸은 자선가도 아니고, 그다지 좋은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살카즈인이다.
나는 뱀파이어고, 그 늙은이는 웬디고라고 해도 말이야.
……살카즈는 이 세상에서 이미 충분히 힘겹게 살아왔어. 가능하다면, 그가 카즈델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우리 쪽으로 와도 좋고.
……
나는 아니야, 와파린. 난 살카즈가 아니잖아.
그래서 싫다는 뜻인가?
아니……
최선은 다해보지.
나도 그를 기억하고 있어…… 와파린.
네가 그렇게 대답해주니 그 무엇보다 든든하군.
순조롭게 풀릴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
하지만 이번엔 직접 움직여주잖아. 닥터 켈시가 하는 일이라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수 있어.
아직 소식 못 들었나 본데, 네 제안은 너무 늦었어. 불행한 일이 벌써 벌어지고 말았다.
얼마 전 체르노보그의 감염자 진료소 '아자젤'과 정보를 교환했다. 내가 알아낸 건 그가 리유니온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야.
잘 알아둬, 그와 전투를 벌이게 되면, 우르수스의 가장 포악한 칼날에서 짠맛이 나는지, 쇠맛이 나는지까지 알게 될 거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을 일부러 그런 위험에 빠뜨릴 사람은 없지.
몇몇 환자의 생명에는 한계는 있지만, 그 한계를 정하는 건 주치의다. 일의 성사 여부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게야.
사람에게 달려있다고……
그리고 전에도 말했는데…… 또 까먹은 모양이네.
이 일로 너를 질책하지야 않겠지만, 뒤탈이 생길만한 일은 미리 없애야하니까.
너무하다곤 하지 마라, 와파린. 이미 약속했잖아.
"언제 어디서도, 비록 그곳이 로도스 아일랜드일지라도, '마왕'이란 두 글자를 언급하지 마라."
절대로.
잠시만요.
모두, 멈추세요!
로즈몬티스 씨…… 제 착각일까요?
음, 아니. 나도 느꼈어.
{@nickname} 박사님, 돌발 상황입니다.
- 무슨 일이야?
확실하진 않지만……
코어의 이동속도가…… 느려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