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나쁘지 않은 추억
먼저 구출된 프로스트노바는 박사를 죽이는 대신, 다시 만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늘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
(블레이즈 씨가 부대를 이끌고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세요.)
(기습할 셈이야?)
(지금 상황이 걱정스러워서요.)
(지금 우리와 눈의 악마 소대는, 각자의 방법으로 박사님과 프로스트노바의 위치를 확인했어요. 블레이즈 씨의 아츠가 성공해서 저 둘은 지금 안전한 상태고요.)
(그런데… 두 사람의 위치가 매우 가까워요.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다른 한 사람도 같이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우리에겐, 불확실한 사항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누가 먼저 박사님과 프로스트노바를 구하는 것인가……)
(다른 하나는 프로스트노바의 태도겠지.)
(맞아요.)
(만약 우리가 먼저 구출하게 된다면 즉시 프로스트노바를 제압해야겠지만, 동시에 프로스트노바를 이용해 눈의 악마 소대를 설득해야 해요.)
(이렇게 하면 우린 전투도 피할 수 있고, 더 깊은 교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에 눈의 악마 소대가 먼저 프로스트노바를 구출한다면……)
아, 아미야 씨, 심박 탐지기에 반응이 있어요. 정확한 위치는 알아냈지만, 아직 얼마나 깊은지는 알 수 없어요.
알겠어요!
이봐… 잠깐!
어이구, 왜 저렇게 급하게 뛰어다니는지……
박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평소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허둥댄단 말이지……
정말 이걸 아미야의 단점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장점이라 해야 할지……
생각해 봐, 방금 아미야의 판단은 평소보다 훨씬 빨랐어. 정확하고 단호하기까지 했지.
저놈들은 다행히도 기습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럼 우리가 기습해야 하는 거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아. 지금 눈의 악마 소대를 기습하면, 녀석들은 분명 죽기 살기로 저항할 거야.
내 목표는 모두를 구하는 거지, 우리에게 더 많은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니야. 아미야는 아직 최선책을 포기하지 않았어.
……사과해야 할 쪽은 내 쪽인 것 같군. 내가 너무 용병처럼 생각했어.
너도 말만 그렇게 했지, 실제로 뭐 한 건 없잖아?
눈앞의 승리에 흔들리지 않고 전술 목표를 끝까지 완수하는 모습, 그게 바로 내가 믿는 아미야의 야전 지휘관으로서의 모습이야.
난 눈의 악마들을 좀 보고 올게.
어?
구조가… 너무 복잡해,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한 번 묘사해봐, 내가 지도를 그려볼게.
뭐? 중학교 교과서도 다 못 뗀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 좀 봐주라.
너 수업 시간 땐 뭐 했냐?
훈련받았지.
네스티한테 시키는 건 어때? 아츠를 이런 데 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안 돼, 걘 문과라서 이런 구조 분석 같은 거 못 해.
이렇게 하지, 네가 수식으로 표현해봐, 할 수 있겠어?
오, 괜찮네. 내가 수학은 좀 하지. 그게 좋겠다.
좀 더운 거 같지 않아?
그럴 리가. 이렇게 두껍게 입어도 누님의 오리지늄 때문에 피부가 얼어붙는 것 같은데…
아.
안녕, 로도스 아일랜드의 고양이.
미안, 한 번 땀나기 시작하면 주변이 더워져서 계속 땀이 나다 보니.
너희 덕분에 평소보다 시원한 것 같아.
많이 긴장되나?
조금은. 적과 협력할 줄은 몰랐으니까.
……적어도 지금은 적이 아니지. 누님을 구출한 후에는 누님이 말씀하는 대로 움직이겠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너희는 다른 리유니온이랑 다르구나.
똑같은 리유니온 멤버가 어디 있겠어? 너는 네가 그 꼬마 토끼랑 똑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나?
그러게, 그 말이 맞네. 우리 쪽에도 온갖 녀석들이 다 있거든.
사람 사는 데는 어디든 다 똑같은 거야.
적어도 너희는 우리 말을 들어주잖아. 전에 만난 우르수스 병사들은 아무 말도 없이 사격부터 하더라니까.
화살이 빗발치는데 뭘 어쩌겠어? 결국 전투를 시작해 한쪽이 전멸한 뒤에야 끝낼 수 있었지.
우리는 우르수스 병사가 아닌 제약회사니까.
약 만드는 회사에 그런 장비가 있다고?
이런 흉흉한 때에, 다들 제 몸 하나 보호할 수단 정도는 있어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이렇게 서로 싸우는 시간을 농사짓는데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한 계절 동안 붉은 보리를 심으면, 적어도 마을 사람 절반 정도의 감염자가 먹고살 수 있어.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사람들도 도시로 갈 필요가 없을 테고, 사살당할 일은 더더욱 없어지겠지.
만약에…… 크흡……
그만 말하자.
굉장히 감상적이네. 우르수스인은 다들 감수성이 풍부한 거 같아.
여기서 무슨 농땡이를 피우는 거야!
아, 미안. 돌아가서 일해야겠어.
괜찮아, 수고해.
그런데 네가 갖고 있는 그거, 향이 정말 좋은데?
어? 이건… 내……
저 여자가 뭐라고 했어?
아냐, 아무것도.
아아~ 부럽다.
어…? 너 설마……
뭐, 뭔데? 왜 쳐다보는데?
15:22 P.M.
버려진 도시 '제14구역' 폐허
구역 블록 지면
탐색 작업 3시간 후
아미야, 그만!
손가락에서 피나잖아…! 손으로 땅 파지 마!
하지만… 감정이 느껴져요, 여기 아래… 바로 여기 아래인걸요!
도구를 쓰면 느낄 수 없어요… 손가락을 써야만 그 미약한 감정이 느껴진다고요……
아미야!
얼마 남지 않았어요!
(메테오라이트…)
(하지만…)
(내버려 둬.)
그래도 만약에…… 저 사람들이 먼저 찾아내면……!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아츠를 쓰라고? 이건 미친 짓이야, 난 못해!
누님 말고 우리 중에 그런 아츠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 빨리해 봐! 여기 양쪽의 온도를 다르게 변화시키면 돼, 온도차가 클수록 좋고!
알았어, 해보긴 하겠는데…… 실패해도 내 탓하지 마라!
그럼 너 말고 누굴 탓하라는 거야……
그만 들볶고 집중하게 내버려 둬.
여기, 바로 여기예요!
……벽? 내가 잘못 판 건가?
아니야, 이걸 부수면, 이것만 부수면…!
하지만 여기가 무너지면… 난…
내가… 잘못 판 건가?
뚫렸다!
……!
블레이즈 씨! 메테오라이트 씨!
……알았어.
준비는 끝났어.
- 당신이 이겼군.
내가 질 리 없잖아?
- 애초에 내가 이길 수 있는 선택지 따윈 없었다.
누님!
이 사람은……
이 자가 바로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겠지.
-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라!
- ……
- 안녕.
로도스 아일랜드의 리더.
네. 아미야라 불러주세요.
(반지가… 아미야의 반지가 붉게 변하다니?)
……
(안 막을 거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막을 이유가 있나.)
블레이즈!
난 아미야의 선택을 존중할 거야.
- 아미야, 안 돼.
박사님!
네스티, 로도스 아일랜드와 교전했었나?
안 했습니다.
그러면…… 이 전장에서 우린 적이 아니군.
프로스트노바 씨…
적이 아니라면 싸울 이유가 없지.
돌아가도록, 박사. 네 부대로 돌아가라.
……역시 누님이셔.
칭찬은 안 해 주셔도 됩니다만?
조용히 해라.
꼬마 토끼.
으으… 전 아미야예요…
너희도 용문으로 가겠지, 맞나?
……네.
그러면 우린 조만간 적이 되겠군, 꼬마 토끼.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프로스트노바 씨, 당신과 당신의 소대는 다른 리유니온과는 달리, 무질서한 모습을 보이거나 살육을 저지르지 않는군요.
다른 리유니온이라…… 우리 동포를 비난하지 마라. 넌 그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당신 역시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원치 않잖아요!
……흐음?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건가?
아뇨. 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당신이 불안해한다는 걸 느낄 수는 있어요.
그런 감정은 용문이 함락되면 전부 사라질 거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사실… 당신과 당신 소대를 이해할 수 있어요.
어쩌면 당신은 제가 당신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할지도 모르지만……
……프로스트노바 씨, 그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저는 잘 알고 있어요.
……유치하군.
- 프로스트노바, 네가 입은 그 옷, 원래 네 옷이 아니지?
……
그래. 이건 원래 '패트리어트'의 망토였지. 내가 코트로 바꿨다.
아……
어떻게 알았지?
됐어……
……
다들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법이니.
프로스트노바 씨, 로도스 아일랜드는 어느 누구와도 불필요한 충돌은 원하지 않아요.
필요해서 충돌하는 경우도 있었던가?
적어도 우린, 당신의 소대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당신들은 모두 정직하고 선량한 사람들이에요. 우린 당신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도, 당신들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게 놔두고 싶지도 않아요!
……그러면 우리가 다시 만나지 않기를 기도해라.
프로스트노바 씨!
나 역시 너희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너희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
- 네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다면 우린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
그러면 날 이겨보도록.
날 이긴다면 고려해보지.
하지만 만약 전장에서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적이다. 적으로서 서로 죽이려 할 테고,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지.
……
아참, 이걸 저기 꼬마 여우에게 주도록.
……뭐지?
동상 치료에 잘 듣는 특효약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방이지. 적어도 타는 듯한 통증은 완화시켜 줄 거다.
내가 오랫동안 연구해서 만든 거라고. 그리고 방금 그 싸움, 제법이었다.
내 눈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 전사가 가장 강해 보이거든.
……
고마워.
프로스트노바 씨……
아, 잠깐만. 나도 할 말 있어.
눈의 악마 1호!
어… 어?
……?
왜 그러지?
다음에 같이 한잔하자고! 보드카 향이 끝내주더라!
그걸 말하면 어떡해!
……
음.
하하……
잘 가라, 로도스 아일랜드.
다시 만나지 않길 바라지.
용문 하층 구조물
……
역시 여기에 있었군요.
- 여어, 프로스트노바.
……
로도스 아일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