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이런' 일
민간인 아이를 지키려 했던 그레이스롯은 리유니온의 공격을 받게 되지만, 블레이즈가 구하러 와준 덕분에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블레이즈와 그레이스롯은 그간의 오해를 풀고,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흐, 흑……
배고파!
아빠는? 아빠는 어디에 간 거야?
아빠가 없으면 안 되는데… 아빠! 아빠!
아빠가 날 데리러 올 거야!
……!
아이?
블레이즈-4, 아미야-1 팀에게 알린다, 슬럼가 4번 거리 10번지 건물 폐허에서 살아남은 감염자 아이를 발견했다.
흐, 흑…
……안녕.
누, 누구세요?
용문 사람이에요?
……널 해칠 사람은 아니야. 난 우르수스 말이 서툴러. 나쁜 뜻은 없어.
무슨 말이에요?
나와 같이 가자, 여긴 너무 위험해.
아저씨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내가 아빠를 찾아줄게.
정말요?
정말로.
내 뒤에 숨어있는 녀석, 어서 나와.
너……
넌 그 녀석들이 아니군.
너… 로도스 아일랜드 소속인가?
아이야, 물러나있으렴. 가까이 오면 안 돼.
무기를 내려놓고 얌전히 항복해라.
어?
우릴 도우려고 온 게 아닌가?
로도스 아일랜드! 여기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 알고 그러는 거냐?
힘들게 한 매복이다… 그 녀석들을 유인해내서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죽는다고!
아이를 미끼로 삼는 네놈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우리가 죽으면 그걸로 끝인 줄 알아?
우리가 죽어도 녀석들은 아이를 놓아주지 않을걸, 한 명도 놓아주지 않을 거다!
그렇게 간단히 끝날 일이었다면, 아이를 미끼로 쓰는 일 따위 없이 기꺼이 우리가 죽고 끝냈을 거다!
우린 심지어 널 공격하지도 않았는데!
대체 누가 그런 짓을…… 검은 삿갓을 쓴 녀석들을 말하는 건가?
너도 녀석들을 봤군, 그런데 왜 모르는 거냐! 녀석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다 죽일 거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너희를 제압한 후, 너희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하겠다.
널 믿으라고?! 다들 네 화살에 죽었는데, 누가 누굴 보호해 주겠다고?
잠시동안은 너희를 보호해주겠다.
신경 쓸 것 없다, 우선 저 여자를 처리한 후 다시 매복하면 돼!
집결 명령과 후퇴 지점은 확실히 들었다, 여기서 이렇게 죽는다면 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죽은 동료들의 부모를 무슨 낯으로 볼 수 있겠어? 그놈들은 내 동료였다고!
…얘들아, 멀리 피해!
윽……
난 아직 살아 있는 건가?
안 그러면 뭐? 죽는 편이 더 좋았을려고?
오퍼레이터 블레이즈?
네가 죽는다 해도 이 일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그럴 거면 살아있는 게 낫지.
그… 리유니온은? 그 아이들은?
……
오퍼레이터 그레이스롯, 예전에는 널 오해했었다. 미안해.
아이들은!
리유니온은 내가 쓰러뜨렸어! 아이들은 내가 숨겼고! 내 말 좀 끝까지 들어주면 어디 덧나?!
그럴 필요 없어… 아이들이 무사하면 그걸로 된 거야.
…사람 성질을 꼭 그렇게 긁어야 속이 시원하겠어?
나에 대해 뭘 오해했다는 거야?
네가 감염자 아이들을 위해 용기 있게 싸우는 모습을 보았지. 와… 정말 멋졌어.
용문말이 정말 서툴구나.
보고 느낀 그대로 말하는 거야! 예전에 난 네가 피도 눈물도 없는 비감염자라 생각했고,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온 것도 어쩌면 정보를 염탐하기 위한 게 아닐까 하고 오해했거든.
만일 내가 스파이라면 바로 이런 방법으로 너의 신뢰를 얻으려 하겠지. 그런데 내가 피를 흘려가며 죽게 내버려둘 정도로 네가 바보가 아니라면……
붕대 감는 거 좀 도와줄래?
이래봬도 난 정예 오퍼레이터라고, 당연히 해야지.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진짜로 스파이라 해도… 네가 옳은 일을 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만약 네가 스파이라면, 난 일단 널 구해주고, 그다음에 처벌을 받게 할 거야.
내가 도망칠 수도 있는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네가 나보다 빠를 것 같아?
신뢰라는 말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야. 신뢰라는 건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뭘 할 수 없는지를 안다는 거지.
네가 옳은 행동을 한다면, 난 최선을 다해 도와줄 거야. 네가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널 바로잡아주고, 심지어 널 막을 수도 있겠지. 신뢰란 이런 거라고.
고마워, 그레이스롯. 넌 날 믿어줬고, 직접 행동으로 내 생각을 바로잡아줬어.
전에 그렇게 대해서 미안해.
……
근데 아까는 설득을 그렇게 하면 안 됐지. 그 리유니온은 아이를 미끼로 쓸라고 한 게 아니라, 살아남으려고 그런 거니까.
만약 뜻밖의 사태가 벌어지기라도 했다면, 넌 빼도 박도 못하고 감옥에 갔을 거야.
마음대로 하던가.
- 제법 괜찮은데!
- ……
- 두 사람, 사이가 조금은 나아졌다고 봐야 하나?
그렇다고 봐야겠죠…… 적어도 블레이즈 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네요. 블레이즈 씨는 원래 타인을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거든요.
로도스 아일랜드의 정예 오퍼레이터는 특출난 전투 능력만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니에요. 블레이즈 씨는 집단에 녹아드는 적응력도, 다른 사람과의 교류 능력도 뛰어나요. 블레이즈 씨 본인의 주장이 조금 강해서 그렇지……
블레이즈 씨를 지휘하려면, 블레이즈 씨의 지지를 얻어야 해요.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리고 어떻게 신뢰해야 하는지를 배우기 위해 더더욱 노력해야 하죠.
저와 블레이즈 씨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싸워왔어요. 저는… 박사님께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 나도 나름 괜찮지 않았나?
- ……
- 그러려면, 블레이즈도 내게 협조해줘야 해.
으음…… 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블레이즈 씨의 내면은 굉장히 복잡할 거예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여러가지 일을 경험하게 된다면, {@nickname} 박사님께서도 잘 해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좀 더 노력하시라구요!
서로를 믿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거니까요.
저희는 박사님의 힘이 필요해요. 그리고 박사님께서 전술을 운용하고자 하신다면, 우선 반드시 오퍼레이터들의 인정을 받아야 해요.
길고 긴 과정이겠지만, 박사님께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죠.
블레이즈 씨는 정예 오퍼레이터 중에서도 전투 쪽으로 가장 뛰어나지만, 전술적인 면에서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기대할 수 없어요.
그래서 블레이즈 씨에겐 박사님의 지원이 꼭 필요해요. 만약 박사님께서 지시하신다면, 블레이즈 씨는 박사님의 지휘에 따라 움직여줄 거예요. 그건 오퍼레이터의 본분이니까요.
그러니까 만약 협조하길 지시하신다면, 블레이즈 씨는 기꺼이 협조해줄 거예요.
바로 지금처럼 말이죠…
오퍼레이터들이 로도스 아일랜드의 합리적인 명령에 따르는 건, 대부분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지 신뢰 관계 때문이 아니에요.
지금 블레이즈 씨가 그레이스롯 씨를 믿기 시작한 것처럼, 진정한 신뢰는 서로 간의 이해를 기반으로 쌓여가는 거란 걸 꼭 기억해주세요.
아……
이쪽으로 접근하는 리유니온이 있는 것 같아요.
블레이즈 씨가 사과할 자리를 마련해주도록 하죠. 블레이즈 씨는 이런 일에 서툴거든요.
- 그러면 저 둘에게 좀 더 시간을 벌어줘야겠군!
- ……
- 블레이즈는 원래 말주변이 없나?
예.
말을 잘 한다는 게 꼭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건 아니잖아요.
사실 블레이즈 씨는 그레이스롯 씨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기 보단, 타인에 대한 오해와 뿌리 깊은 편견을 가졌던 과거의 자신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거예요.
비감염자만이 감염자에게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감염자 역시 비감염자에게 편견을 갖고 있는걸요.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 우리에겐 둘 다 적이죠.
- 우린 모든 적들을 이겨야겠지.
……네.
맞아요.
아까 그 리유니온의 눈빛에는 공포가 가득했어요.
우리와 근위국이 저들을 그 정도로 두렵게 할 순 없어요. 자신이 원래 지키던 것을 거리낌 없이 스스로 파괴하도록 하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고요.
대체 어떤 적을 만났던 걸까요… 대체 무엇이 저들을 저런 모습으로 변하게 한 걸까요?
우리도…… 그것들을 적으로 맞서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