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곧 깨어날 꿈
Friston-3는 꿈을 꾸지만, 이상하게도 클로저는 그에게 꿈을 설계하는 모듈을 설치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갓 일어난 포푸카도 함선 창문에서 처음 보는 실루엣을 보게 된다. 로도스 아일랜드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프리스턴은 딸이 왜 이곳에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
여긴 휴양지로 올 만한 곳은 아니군. 신발에 자꾸 모래가 들어가잖아.
음, 좀 쉬어야겠어.
프리스턴은 모래언덕에 앉아 구두를 벗었다. 그러나 흘러나온 모래가 바람을 타고 얼굴에 날아오는 바람에 인상을 잔뜩 구겼다.
켁, 쿨럭……
이거 너무 체면 떨어지는군…… 정장? 내가 왜 정장을 입었지?
……
왜 나를 여기로 부른 거지?
통신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는 그저 모래밭에서 딸의 이름을 외치며 막연하게 걸을 수밖에 없었다.
밤이 오기까지 그에게 응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티?
소리를 따라가던 중 먼 모래언덕 위에 화려하게 꾸며진 캠프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딸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그는 반가워하며 뛰어갔다.
그래도 내 결혼식에 맞춰서 왔네, 아빠!
그 금빛 머리카락을 보자 프리스턴은 눈물이 차올랐다.
……한참이나 찾았어, 나의 아침햇살.
이게 네 결혼식이야?
당연하지. 곧 예식이 시작되니까, 얼른 가자.
우린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걸을 거야. 축복해 줘, 아빠.
프리스턴은 딸의 손을 잡고 싶었으나 어떻게든 손이 닿지 않았다.
……축복해 주기 싫은 거야?
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 나는……
(미지의 언어) ……나는……
……축복해 주기 싫은 거야?
(미지의 언어) ……나의 아침햇살?
너도 우리가 그 진정한 별하늘을 보게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건가?
(미지의 언어) ……자네는, 내 아침햇살이 아니군.
(미지의 언어) 내가 집을 떠났던가? 이 지하 벙커, 내 기억으로는……
(미지의 언어) '저장소'였어.
……이제 내 질문에 대답도 안 해주는 건가?
(미지의 언어) 크리스틴. 자네는 크리스틴이군……
(미지의 언어) 자네에 대해 들은 적이 있지. 아니, 본 적이 있어…… 아니야,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지?
(미지의 언어) 난 자네를 알지 못하는데……
(미지의 언어) 어떤 망할 놈이 내 불을 껐나?!
(미지의 언어) 젠장!
왜 나를 이곳에 가둔 겐가?
이건 또 무슨 유치한 장난인가? 클로저!
프리스턴은 방에 가득 쌓인 '사진'에 파묻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렌즈 모듈 위에는 《테라 모든 종에 대한 상세 고찰》이 덮여 있었다.
어쩌면 그건 사진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사진 속 그 어떤 곳에도 가본 적 없었고, 갈 수도 없었으니까.
수많은 사진 속에는 단편적인 이미지들만 인쇄되어 있었다.
모래언덕, 모닥불, 캠프, 금빛 머리카락, 그리고 캄캄한 저장소까지.
……꿈인가?
프리스턴은 꿈을 꿨다. Friston-3는 꿈을 꿨다.
게다가 자신이 꾼 꿈을 인쇄했다.
……내겐 꿈꾸는 기능이 없을 텐데. 클로저가 몰래 새로운 펌웨어를 업로드한 건가?
프리스턴, 지금 너랑 실랑이할 시간 없어!
분명히 얘기하지만, 나는 너에게 꿈꾸는 펌웨어 같은 거 절대, 맹세코 업로드하지 않았어.
PRTS의 이상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예비용 지휘 시스템을 작동시키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해.
……지금 수동으로 작업 항목을 배분해야 하니까, 눈이 따라가지 못할 지경이야! 게다가 일부 구역은 연락이 완전히 끊겨서 상황 파악도 안 되고……
진정하게나, 클로저.
자네랑 다투려는 게 아니야. 그저 내 몸에서 드물게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뿐이라네.
펌웨어 오류와 하드웨어 고장의 가능성을 배제했으니, 그렇다면……
왜 그래?
클로저, 중요한 질문을 하지……
내 코어를 작동시키는 에너지는 무엇이지?
에이, 당연히 오리지늄이지.
개량형 작업 플랫폼이 대부분 오리지늄으로 작동하는 건가?
……프리스턴, 말투가 너무 무서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클로저, 자네는 천재야.
어?
모든 개량형 작업 플랫폼의 PRTS 연결을 미리 끊을 생각을 다 하다니. 하지만 그 정도로는 한참 부족할걸.
응? 뭐지? 왜 갑자기 흔들리는 거야?
포푸카는 깜빡이는 불빛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봤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진 못했다.
……오늘 날씨가 좋네, 비가 오진 않겠어.
바, 밖에서 훈련 중인 사람들 때문인가?
엥…… PRTS의 통신이 아직도 복구되지 않았잖아?
음, 오늘은 함선 밖에 있는 격리 구역으로 외근 나가는 날이지. 먼저 오키드 언니한테 가봐야겠다.
하암~ 다들 어디 간 거야?
조용하네…… 오키드 언니는 어디 간 거지? 연락도 안 되고……
식당부터 가보자.
식당, 식당은, 이쪽이지……
비몽사몽인 포푸카는 눈을 감고도 갑판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로도스 아일랜드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어, 어, 으아아악!
아, 아파…… 포푸카, 너무 아파……
포푸카는 복도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엔지니어링부의 상자에 걸려 넘어졌다는 걸 발견했다.
엔지니어링부가…… 요즘 개조 작업을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 이 구역은 이미 끝났을 건데……
후, 조심 좀 하지!
포푸카는 쪼그려 앉아 이제는 별로 아프지 않은 무릎을 문지르고는, 바닥에 널브러진 도구와 상자들을 정리해 복도의 가장자리에 두었다.
어, 또 그 빛이잖아…… 도대체……
몸을 일으킨 포푸카는 무심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포푸카의 눈에 이상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보였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
……새로 온 손님인가?
포푸카의 기억대로라면 창문 쪽은 갑판일 텐데. 저 사람들, 길을 잃었나?
그녀는 빠르게 복도를 걸어갔지만, 왠지 걸을수록 점점 미심쩍게 느껴져 속도를 늦췄다……
왜 모든 창문에서 저 사람들이 보이는 거지?
……
오, 오키드 언니, 여긴 포푸카야.
통신 시스템이 아직도 이상한 거 같아서, 언니가 포푸카의 연락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이상한 일 발견한 거 없어?
통신기에서는 여전히 오키드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
(미지의 언어) 진정한 파멸…… 앞에선…… 무력해진다……
(미지의 언어) ……평등한 결말……
에, 설마, 대화도 하고 있어? 잘 안 들리는데……
……좋아, 임무가 먼저야. 오키드 언니랑 다른 사람들은 이미 함선 밖의 격리 구역에서 포푸카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먼저 왼쪽으로 돌고……
여기서 직진, 그리고 문을 열면……
바로 이함 통로지……
먼저 땅으로 내려가서……
엥?
도착한 거 같은데……
포푸카는 고개를 돌려 방금 걸어 나온 이함 통로를 바라봤지만, 통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포푸카, 마침 찾고 있었어. 다들 모였어……
……무슨 일이 있었어?
오, 오키드 언니, 이함 통로가…… 여기 있었던가?
이함 통로?
……치지직…… 통신이 들리는 모든…… 오퍼레이터들은 잘 듣길 바란다……
……믿지 마라…… 치지직……
통신이 먹통…… 치지직…… 로도스 아일랜드…… 깨어나……
……경고…… 치지직…… 다시……
……클로저 씨?
(멍하니 걷는다)
(경계 태세를 취한다)
미안해, 꼬맹아. 하지만 더 이상 다른 사람을 해치게 둘 수 없어.
(화를 내며 빙글빙글 돈다)
왜 갑자기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본함에 뭔가 이상한 일이 생긴 것 같아.
꼬맹이 너, 한동안 사라졌다가 이 모양이 돼서 돌아왔잖아.
게다가 본함의 구조가 계속 바뀌는 것 같아. 이러다 길을 잃겠어.
느낌이 너무 이상해. 마치…… 마치 이 함선이……
살아난 것 같아.
- 기습 경보?
어떻게 이럴 수가…… 분명 로도스 아일랜드 주변에 격리 구역을 설치했는데. 적이 기습했다면, 미리 경고를 받았을 거예요.
- 적이…… 내부에서 온 게 아니라면 말이지.
모르겠어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총지휘실이에요,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의 그 어떤 상태도 확인할 수 없어요!
켈시 선생님과 다른 정예 오퍼레이터들한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어요……
- 찾으러 가자.
- 우선 다들 모아놓고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
네, 박사님은 제가 지켜 드릴게요.
(조용히 다가온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