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뼛속에 각인
아미야는 박사에게 잠재된 미지의 위험에 맞서기 위한 과감한 방법을 제시한다. 비록 켈시는 그 방법에 동의하지 않지만, 아미야와 박사의 계획을 존중하고, 그들을 지켜주기로 한다.
박사님, 만트라 씨 일행도 본함으로 복귀했어요.
박사님의 추측이 맞았어요. 누군가 저희의 임무를 노리고 있었어요.
……이 기기는…… 에기르에서 온 건가요?
……
켈시 선생님, 남은 부품에서 뭔가 알아낼 수 있을까요?
아니. 에기르 기술원은 아마 이 정교한 기기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였을 거야. 자부심 강한 그들은 절대 다른 연구자가 조력자를 해독하도록 두지 않았을 거고.
하지만 조력자의 등장은 충분히 많은 걸 설명해.
박사, 해륙 연합 방어선을 기억해?
- 당연하지.
- 네가 협력의 성사를 위해 에기르의 집정관을 만났잖아.
이베리아와 림 빌리턴은 공식적으로 우리의 요청에 응했어. 문제는 협력이 성사되면 이후에 벌어질 사태의 양상이 우리의 예상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최근 에기르의 함대는 이베리아에 항구를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림 빌리턴의 남쪽 해안선에도 상륙 항구를 만들었어.
심해에서 온 에기르인들은 서둘러 육지로 올라오지 않았고, 기술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단시간 내에 수문 측량 제도를 포함한 여러 활동을 진행했지.
게다가 용병 고용과 공식 협력을 통해서 '육지 순찰대'를 빠르게 조직했고, 더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대리인을 통해 육지와의 협력을 더 수월하게 했어.
- 그 말은 '육지 순찰대'가 습격자라는 거네.
추측과 가설일 뿐이지만, 현재까지의 단서들을 봤을 때 '육지 순찰대'만이 유일하게 이 많은 조건에 부합해.
켈시 선생님, 일부 집정관들이 클레멘티아의 이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한 사고까지 전부 에기르의 소행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요?
아니, 나는 오히려 누군가 에기르 내부의 갈등을 이용했다고 생각해.
이베리아 국경의 '육지 순찰대', 림 빌리턴에서 인수인계한 채굴선, 카즈델 국경의 용병들……
상대의 작전 범위가 넓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기밀 임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 이건 주모자는 절대 에기르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 내부에 배신자가 있을 리 없어요.
- 나도 믿지 않아.
박사, 우리 말고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 ……
- 없지.
그래, 없어.
켈시 선생님, 지금 로도스 아일랜드가 직면한 위협은 예측할 수 없어요.
와파린 선생님도 우리가 돌보고 있는 특수 환자들의 병세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여러 번 경고했고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든, 잠재적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든, 더 적극적인 대비책이 필요해요.
테레시아 씨가 검은 왕관에 남긴 자료를 읽어봤어요. 테레시아 씨 역시 '문명의 존속'을 통해서 눈부신 업적을 이뤘죠.
전 '문명의 존속'에 들어가 잠재적인 지원 요소를 찾을 수 있어요. 예전에 테레시아 씨가 그랬던 것처럼요.
아미야, 거기에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평가해야 해.
- 아미야, 확신이 있어?
- 켈시,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어?
박사님, 확실하게 대답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시도할 가능성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얻어낼 수 있는 아주 작은 우세라도 로도스 아일랜드가 더 멀리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전 해보고 싶어요.
……상황이 불명확한 지금, 나도 더 좋은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어.
하지만 무턱대고 '문명의 존속'에 들어간다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어, 박사.
- 내가 아미야랑 함께 들어갈게.
……?!
박사, 그렇게 위험한 행동에는 동의할 수 없어.
- '문명의 존속'에 내 사고를 연결할 수 있어?
……박사님, 이건 너무 위험해요. 누구도 시도한 적 없다고요! 저도 켈시 선생님과 같은 의견이에요. 위험을 무릅쓰지 마세요.
켈시는 갑자기 소중한 친구가 겪었던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문명의 존속'이라면 할 수 있어.
그녀가 한 적 있으니까.
……?!
- ……
- 테레시아.
박사, 네 사고는 아주 복잡해. 그 안에서의 위험은 너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미야도 똑같이 예측할 수 없는 충격에 노출될 수 있어.
나는 이 황당한 결정에 찬성할 수 없어.
켈시 선생님……
아미야, 이건 내 의견일 뿐이야. 너와 박사가 이 일에 내리는 최종 결정에 내가 간섭할 수는 없겠지만, 내 입장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 아미야, 나는 너에게 내 사고를 다 보여줄 수 있어.
- 한 번에 성공할 필요 없어. 여러 번 시도하면 되니까.
하지만 켈시 선생님은……
- 다 끝나고 함께 사과하러 가자.
- 켈시는 이 계획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야.
박사님 말씀을 따를게요.
- 언제 중단할지는 네가 판단해.
- 방어 임무 배치가 끝나면 바로 시작하자.
(나지막하게) 크르르르르……
날 걱정해 주는 거야? 나 화 안 났어.
우린 결국 또 새로운 전환점에 도착했어. 하지만 바벨은 내가 가장 원치 않았던 결말로 향했지.
내가 모든 일을 이상적으로만 흘러가게끔 할 수 없다는 게 사실로 증명된 거야, Mon3tr.
(발을 들어 올린다)
(부드럽게 비빈다)
우리 스스로가 가진 한계는 이미 더 중요한 일에서 있을 우리의 역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어.
아무리 우리가 은하의 변천을 목격할 수 있을지라도, 진정한 위기가 닥치게 되면 우리도 이 대지의 다른 생명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불만인 듯) 크르르르르……
위로해 줘서 고마워, 네 마음이 느껴져.
(초조한 듯) 크르르르르……
맞아, 분명 아미야와 박사는 '문명의 존속'에 들어갈 준비를 시작했을 거야.
아미야의 결정에 간섭할 생각은 없어. 아미야도 이제 가장 올바른 판단을 내릴 정도로 충분히 성장했으니까.
박사…… 박사도 이젠 많이 달라졌지.
어쩌면 내 마음속엔 여전히 일말의 희망이 남아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이번 결말은 정말 다를지도 모르고.
(풀이 죽은 듯 몸을 웅크린다)
……확실히, 이성은 여전히 경고를 보내고 있어.
'문명의 존속'을 이용해 박사의 사고를 다시 건드리는 건 결코 안전하지 않아. 하지만 아미야의 말도 맞아,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아.
(격양된 듯) 크르르르르……
내가 박사와 아미야를 지킬게, Mon3tr.
Mon3tr는 지금 이 순간 켈시의 아주 미세한 감정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켈시가 다시 깨어난 후로, Mon3tr는 그녀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Mon3tr는 켈시의 동행자이자, 그녀가 직접 이끄는 공생체이며…… 그녀 자신이기도 했다.
(다정하게) 크르르르르……
틀렸어. 나는 절망을 느낀 게 아니야, Mon3tr.
나는 에인션츠가 엘더즈의 통치를 무너뜨려서 기뻤고, 루갈샤르거스가 신생 문명에 시간의 기점을 세워준 것에 감격하기도 했어.
나 역시 오만함 때문에 실수한 적도 있고, 친구를 만나 다시 믿음을 되찾기도 했어.
어쩌면 너와 난 이 대지의 다른 생물들과 구조적으로 다를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그게 혼자 쓸쓸히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뜻하진 않아.
나는 내가 속할 곳을 찾았어.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이 대지에서.
나는 그 사람의 바람을 이루었어. Mon3tr, 난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나 자신을 찾았지.
(혼란스러운 듯 움직인다)
(꼬리로 켈시를 휘감는다)
난 아미야와 박사를 지켜야만 해.
진정한 변수를 지키는 것…… 그건 나조차도 완벽히 볼 수 없는 미래니까.
나도 '문명의 존속'과 소통한 적이 있지만, 결국 나의 한계를 깨진 못했어.
하지만 아미야는 할 수 있어. 나와 테레시아 모두 잘 알고 있어.
아미야가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 속에서 핵심을 찾아낼 거라고 확신해. 테레시아의 축복이 있으니까…… 해낼 수 있을 거야.
아미야잖아, 성장 과정을 내가 직접 지켜본 리더니까.
내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면, 아미야는 아마 그 사람이 남긴 한마디 말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오리지늄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과거, 수많은 천재가 앞다투어 시대와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던 시절, 생명을 칭송하고 구원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기발한 생각은 여태까지 사라진 적 없어……
희망은 사라진 적 없어, Mon3tr. 테라엔 아직 그 희박한 가능성을 이어갈 기회가 있어……
(흥분한 듯) 크르르르르……
나? 아니, Mon3tr. 내가 잘하는 건 기억이야. 내가 목격했지만, 시간에 의해 사라진 역사를 기억하는 것 말이지.
난 특별하지 않아.
켈시는 침착하게 중요한 정보들을 끊임없이 Mon3tr의 척수에 새겨 넣었다.
내가 가장 바라지 않는 상황이 정말 발생한다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박사를 지키고, 아미야를 지켜줘.
나는 이 명령만 너의 기본 행동 원칙에 각인할 거야.
(흥분한 듯) 크르르르르……
자, Mon3tr, 우리에겐 아직 할 일이 많아.
위험이 정말로 닥쳐오면,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를 테라가 위기에 맞서는 전초 기지로 만들 거야.
……그리고 난 모두의 마지막 보험이 될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