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2사도
나이팅게일은 영혼을 찢는 대가로 샤이닝과 마가렛을 도와 고해신부를 물리쳤지만, 고해신부의 하수인 칼리초아가 고해신부를 데리고 도망친다. 동시에, 살루스는 자신의 피를 이용해 '티카즈의 피'를 완전히 끓어오르게 한다.
……
여기 있었나.
……니어 씨.
모처럼 본함에 돌아왔으니 리즈 씨에게 가 보는 게 어때요? 그동안 많이 보고 싶어 했거든요.
방금 잠들었어.
오히려 네가 전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군.
리즈 씨가 걱정되는 거야? 켈시 선생님한테 물어보니까, 리즈의 상태는 아직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했어.
혹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는 건가?
……리즈 씨를 완전히 '치료'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오랫동안 방법을 찾아왔잖아.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가 없지.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어.
만약에…… 방법은 늘 그곳에 있었는데, 단지 제가 손대지 못하는 것뿐이라면요?
……샤이닝.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 설마 나한테까지 말 못 할 비밀이야?
……
니어 씨, 이건 제가 해결해야 하는 사명이에요.
……나와 리즈가 너를 떠날 것 같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제가 걱정하고 있는 건…… 당신들이 받을 상처예요.
저는 리즈 씨와 함께 기억을 찾기로 결정했어요.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저는 리즈 씨와 함께할 겁니다. 하지만 만약……
니어 씨……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저를 대신해서 리즈 씨를 지켜주세요.
알았다.
지키겠지만, 함께 싸우기도 할 거다…… 그리고 그건 리즈뿐만이 아니야.
샤이닝, 나도 너를 위해서 싸우겠어.
네……
우리는 항상 동료였어. 사도는 일심동체야.
내 맹세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필요로 한다면, 이 마가렛 니어는 소드스피어를 들고 언제든지 달려갈 거다.
소드스피어가 허공을 갈랐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적들을 밀어냈다.
이곳에 있는 고해신부들…… 전부 강적들이야.
샤이닝, 나와 대련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있었군.
덕분에 로도스 아일랜드의 돈을 꽤나 절약했어.
가장 큰 적이…… 아직 앞에 있습니다.
알겠다.
그럼 속전속결로 끝내볼까.
……어린아이 같은 짓을!
조심하세요!
윽…… 하아……
버틸만해.
샤이닝, 방패로 널 엄호하겠다.
너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
주술의 홍수가 그녀들을 향해 날아왔다.
마가렛의 빛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계단 끝에 서 있던 키사르투슈타지의 손바닥에서 낮과 밤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게 당신이 부른 조력자인가요? 키사르시나그, 당신은 우리의 의식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경마를 즐길 수 있는…… 초원이라고 생각하나요?
……
하, 이 오리지늄 아츠는 내가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잠시 막을 수 있나 보군요.
그래서요? 당신의 검술도, 오리지늄 아츠도, 전부 내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내 허락 없이 이 몸에 상처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
쿨럭…… 윽!
느려졌어……?
저 아츠…… 시간 감각에 작용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영향이……
샤이닝!
……괜찮습니다.
당신, 방패가……
……이 새 방패에 금이 간 건 처음이군.
괜찮아. 오리지늄 아츠로 메꾸면 그만이니까.
지켜야 할 사람 앞에서, 기사의 방패가 이렇게 약해져선 안 되지.
……역겨운 빛이군요.
당신 같은 페가수스를…… 과거에 내가 얼마나 많이 죽여왔는지 모릅니다.
페가수스의 금빛 피를 카즈델의 성벽에 발라, 나의 도시가 언제나 여명의 빛으로 뒤덮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지요.
그렇게 해서 페가수스의 후예들에게, 카즈델은 멋대로 침범해 올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것입니다.
……여기는 카즈델이 아니다.
그리고 너 역시 나라를 구한 영웅 같은 것도 아니고.
영웅은 자신의 피를 흘려서 다른 사람을 위한 길을 터준다.
하지만 네게서 보이는 건 왕좌에 오르는 길에 널브러진 사람들의 피눈물과 시체들뿐이야.
영웅? 나는 애초부터 영웅이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노래하고 추앙해도…… 그것은 언젠가 먼지처럼 사라지겠죠. 내가 아무리 시간을 가지고 놀아도, 시간은 결코 나를 위해서 멈추지 않습니다.
나는 결국 죽을 것이며, 내가 세운 도시도 무너질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백성들도 계속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겠죠.
이 절망적인 순환이…… 모든 살카즈를, 나를 계속해서 괴롭혀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군주로서 책임과 능력이 있었습니다. 마땅히 살카즈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합니다.
살카즈가 당신들 같은 들짐승 발밑에서 기어 다니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나의 카즈델이 무수한 밤낮 속에서 영원할 수만 있다면……
키사르투슈타지의 말과 함께, 주변의 모든 빛이 그의 손바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가렛의 오리지늄 아츠와 다른 고해신부의 오리지늄 아츠의 빛, 그리고…… 짙은 구름을 뚫고 들어온 햇빛마저도.
손바닥에 생성된 작은 가시덤불 왕관은 마치 그 어떤 빛도 용납하지 않는 어둠과 같았다.
돌침대 위의 나이팅게일도 함께 허공에 떠올랐다.
굳게 닫힌 눈, 힘없이 늘어진 사지……
마지막 빛이 갇히는 순간, 왕관은 키사르투슈타지의 머리 위에 떨어질 것이다.
……
리즈 씨……!
샤이닝, 내 빛을 따라가! 리즈를 구한다……
……
마지막 빛줄기가 예리한 표창이 되어 앞을 가로막은 주술 장벽을 갈라버렸다.
샤이닝은 키사르투슈타지에게 다가갔다.
칠흑 같은 어둠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고, 유일한 빛이 그녀의 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검날에서 아른거리는 영혼 불꽃의 흔적이었다.
……리즈 씨.
제게 빼앗겼던, 가장 진실한 기억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들판도, 숲도, 개울도…… 화환도 없었다.
한 소녀만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방 전체가 그녀의 감옥이었으며,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단지 만들어진 빈 껍데기였기 때문이었다.
의식과 고통, 두려움도 모른다. 어떤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영혼 탐구에 대한 집착 때문에…… 저는 당신을 조각할 때 남아 있던, 불필요한 흔적을 지우지 않았어요.
그렇게 당신은…… 눈을 떴습니다.
당신은 감정을 가지기 시작했고, 응답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은 계속되었고, 저는 어쩔 수 없이……
허상을 만들어 냈다. 아츠로 날조한 기억을 새로 태어난 영혼 속에 채워넣었다.
가장 두렵고 진실한 부분만 가리고.
그러면 적어도 당신은 조금이나마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죠.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약간의 온기를 품은 적이 있었다는 걸 느끼길 바라면서요.
아니.
어쩌면 그저 도망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완전히 신뢰하는 그 두 눈에 익숙해진다면, 그녀에게 한 짓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인정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미안해요.
진작에 기억해냈어야 하는 건데…… 리즈 씨.
우리가 한 모든 약속은 기억하시겠죠.
파란 파울비스트가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샤이닝을 바라보던 거대한 회백색 눈동자에서 눈물 한 방울이 서서히 흘러내렸다.
……
……네.
허공에 떠 있던 사람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샤이닝과 마가렛은 동시에 나이팅게일의 목소리를 들었다.
기억하고 있어요, 샤이닝 씨.
저를 업고 캄캄한 방에서 뛰쳐나가…… 의사를 찾으러 돌아다녔죠……
그 후에 니어 씨를 만나고, 셋이서 함께 다녔죠.
우리는 많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어요.
당신은 항상 늦은 밤에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곤 했죠…… 그러나 제가 눈을 뜰 때면 세상 부드러운 말투로 제가 놓쳤던 아름다운 일들을 들려주었죠.
니어 씨는 제게 몇 번이고 춤을 가르쳐 주었어요…… 제가 더 이상 춤을 추지 못하면 두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저를 부축해 주었죠.
두 사람의 곁에 있으면……
정말로…… 날아가 다니는 것만 같았어요.
당신들과 함께 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어요.
저는 사도의 멤버이자…… 한 명의 의사입니다.
저도 당신들을 지킬 거예요.
저도 당신들과 함께 싸우며, 가장 깊은 죄악을 끊고…… 영원한 어둠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겠어요.
이건 우리 세 사람의……
……약속이니까요.
나이팅게일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강렬한 빛이 나이팅게일의 지팡이에서,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거대한 감옥이 나타나 반대로 키사르투슈타지의 몸을 구속했다.
윽……!
영혼은 완전히 내 손안에 있을 터, 한데 어째서 감옥이……
제게는 이름이 있습니다.
제 이름은 리즈, 당신의 적입니다.
키사르투슈타지, 당신을 막겠습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샤이닝 씨, 니어 씨……
샤이닝은 검을 움켜쥐었다.
마가렛은 소드스피어를 던졌고, 스피어의 끝은 키사르투슈타지 손에서 회전하고 있는 가시덤불의 왕관을 꿰뚫었다.
세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
밤과 낮이 다시 지배되기 전에, 흔들리는 영혼의 희미한 불빛을 붙잡아야 한다.
붉고 긴 한 갈래의 균열은, 마치 바로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찾았어요. 당신의 영혼의 본질을.
……
……
키사르시나그…… 당신……
이 몸이 어떻게 된다 해도…… 저는 걱정되지 않습니다.
제 의지가 핏줄에 의해 지배된다면, 리즈 씨와 니어 씨가 저를 대신하여 판결을 내려주겠죠.
저는 절대로 당신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을 대신하여 정복하지도 통치하지도 않을 겁니다.
죽음이 저를 찾아올 때까지…… 저는 자유로울 것입니다.
자유라고요?
그렇다면 어디 한 번 해보시죠.
키사르시나그, 당신은 그리 쉽게 내게서 도망칠 수 없습니다.
어디 한번…… 도망쳐 보세요. 얼마나 오래…… 도망칠 수 있을지.
이젠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저는 당신에게…… 유일하고 영원한 죽음을 줄 것입니다.
샤이닝! 물러나!
나뭇가지에 걸린 달이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자 마치 천지가 뒤집힌 것처럼 바닥이 심하게 요동쳤다.
제단이 붕괴하고, 솟아난 금빛 오리지늄 액체가 그 틈을 메꾸었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한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빠르게 움직이진 않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키사르투슈타지와 사도 사이에 끼어들었다.
가시죠……
……전하.
하…… 당신일 줄이야.
누구……
사도…… 인가.
이 용기가 부족한 시대에, 너희들이 뿜어내는 빛은 정말로 눈이 부시구나.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다.
……
칼리초아와 키사르투슈타지는 제단의 잔해 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고해신부들도 그 뒤를 따랐다.
빛의 창에 맞아떨어진 가시덤불의 왕관이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새까만 그림자가 되어서 하늘로 날아갔다.
……더 샤드 빌딩.
저 폭풍의 중앙에…… 통신에서 들었던 '암나남'이 있는 건가?
켈시 선생님과 박사님 일행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샤이닝, 너…… 어디 불편한 곳은 없나?
저는 괜찮습니다.
그 핏줄의 저주는, 확실히 복잡하군.
잠깐, 리즈…… 리즈?!
……
리즈 씨……
……아니.
영혼이…… 왜 불완전한 거죠?!
설마 방금 전에 키사르투슈타지와 맞서는 대가로…… 영혼을 찢어낸 건가요?
샤이닝 씨…… 니어 씨……
난 여기 있다.
계속 여기 있을 거야, 리즈.
네……
저는 괜찮아요……
저를 오랫동안 지켜주셨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여러분을 지킬 차례예요……
저는…… 여러분들과……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리즈!
치료한다, 샤이닝! 같이 치료하자!
……
샤이닝?
소용없어요.
저희의 오리지늄 아츠로는 이런 환경에서 이 영혼의 심각한 상처를 치료할 방법이 없어요.
리즈 씨는 몸과 영혼 모두 특별해요. 그녀가 태어난 것은 어떤 우연이…… 아니, 저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그럼 우리는……
일단 이곳을 벗어난 다음에 다시 계획을 세우도록 하죠.
키사르투슈타지는 놓아줄 건가?
리즈 씨의 안위에 비하면, 키사르투슈타지의 생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돌아가도록 하죠.
그래, 가자.
……대장.
(분노한 듯) 크르르르르……
키사르투슈타지를 검은 왕관에 가두려는 계획이 실패했군.
제단의 힘이 약해졌어요…… 이제 제단의 영향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겠어요……
제단의 상층부가 무너지기 시작했어. 아미야, '티카즈의 피'를 집중 공격해.
네.
……
으음……
당신은……
마왕은 이미 내게 죽음을 선고했어.
그저, 다시 한번 내려졌을 뿐이지.
당신은…… 고통스러워하고 있군요.
당신은 키사르투슈타지를 경애하지만, 키사르투슈타지는 당신을 헌신짝 버리듯 버렸죠. 그 사람이 당신을 보는 시선은 당신이 만들어낸 키메라를 보는 것과…… 똑같아요.
신경 쓸 필요 없어, '마왕'.
내 감정은 그리 특별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고해신부는 원래 모두 대장의 핏줄이지만, 키사르시나그처럼 완벽한 육체를 타고나는 경우도 있지…… 그리고 나처럼 단 한 번도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나는 키사르시나그를 질투한 적 없어.
우리는 그저 각자에 맞는 위치에 있는 것뿐이야.
우리는 원래 서로 아끼며 사랑할 수 있었어. 마치 형제자매처럼…… 하나가 되어.
고해신부처럼 전대미문의 기적을 만들어 낸 단체도 없어.
- 집착이 심하구나.
- ……고집불통이네.
나도 궁금한 것 정도는 있어.
너도 그렇잖아?
……'박사', 너는 자신이 평생 헌신해 온 일을 위해서…… 사랑하고, 함께 싸워온 이들을 위해서라면…… 과연 나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배당하든…… 영향을 받든, 더는 중요하지 않아.
원점에 도달해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쌓아올리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야.
당신을…… '티카즈의 피'에 접근하게 둘 수는 없어요.
하아……
검은 선이 살루스의 몸과 제단의 중심을 동시에 꿰뚫었다.
그러자 '티카즈의 피'가 움직임을 멈췄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아미야, 녀석을 막아!
녀석이 기폭을……
……!
괜찮아…… 괜찮아.
내 몸은…… 괴물이나 마찬가지니까……
살루스는 핏방울을 향해 엉망진창이 된 팔을 뻗었다.
오직 고해신부만이 아는 주문을, 영혼을 바탕으로 한, 피와 살의 모든 것을 바탕으로 한……
이번에는 아마 완전히 죽게 되겠지.
대장보다 먼저, 키사르시나그보다 먼저, 우리 가족들보다 먼저……
내가 동경하는…… 미래 속으로.
살루스는 미소를 지으며 멈춰버린 심장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티카즈의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제단의 중심에서 거대한 붉은 소용돌이가 떠올랐다……
……
그 순간, 아미야는 문득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키사르투슈타지의, 이름 없는 왕관을 쓴 자의, 포효하는 영혼들의…… 그리고 그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의 시선을.
테레시아 씨……?
'암나남'.
살루스가 자신의 피로 고해신부의 의식을 완성했어
서둘러! 당장 제단에서 벗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