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통신 방해 해제
고도딘 공작은 시즈를 필두로 한 파라곤 부대가 의회 이름으로 행동하길 원했지만, 그를 믿지 않는 시즈는 이를 거절한다. 한편, 클로저는 전장에 나흐체러르 대군이 나타난 것을 발견한다.
……
……아, 다, 당신은……?
후우…… 하아…… 이제 괜찮아졌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밝고 따뜻한 곳을 선호하게 되는 법이지요.
이 냄새는…… 콩인가요?
아, 맞다. 방금 저녁으로 먹으려고 콩을 좀 삶았거든. 통조림이기는 하지만……
쪼매 줄까?
그럼 사양하지 않도록 하죠.
음…… 고향의 조미료가 조금 부족하군요. 여기에다가 염장 고기를 추가하면 더 맛있어지겠어요.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도딘 사람이라면 응당……
윽……
왜 그러십니까, 아가씨?
아무것도 아이야. 그나저나 신문에서 보던 꼬라지랑은 마이 다르네.
후훗, 그쪽 대장한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어렸을 때 제가 업어 키웠거든요.
리타가 어렸을 때 제게 그랬죠. 공작님은 매끈한 뿔이 나있는데, 왜 아빠한테는 없냐고 말이죠.
……무례를 용서하시길, 공작님.
감히 내 뿔을 건드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스카만드로스 중위, 자네는 어렸을 적부터 타고난 용맹함을 증명한 겁니다.
……
뭐랄까…… 여기 있는 모두가 우리 빅토리아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체틀리 카운티 방어전에서 감탄이 나올 만큼 훌륭한 활약을 펼쳐줬습니다. 그 후 브렌트우드 마을에서도 마찬가지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고 말이죠.
파라곤 부대…… 라고 했지요?
진작부터 우리의 영웅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들의 리더는 저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지만요.
……
공작님, 제가 생각하기에 공작께서 갑자기 이곳을 방문한 걸…… 선의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군요.
윈더미어 양, 물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특별한 시기에는…… 특히나 더 그렇지요.
이미 사람을 '갈라바에 철 방패'에 보내 놓았습니다. 주행속도는 훌륭했지만, 시간이 걸려서 겨우 암펠리스에 꽃 한 송이를 바칠 수 있었죠.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공작님께선 우리에게 훈장이나 주려고 직접 이곳에 온 게 아닐 텐데.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해 주겠어? 우리 대부분은 귀족이 아닌 데다가, 고등 교육을 받은 적도 없어서 말속에 숨은 뜻을 찾는 데엔 익숙지 않거든.
알렉산드리나 전하, 듣던 대로…… 솔직 담백하시군요.
아니면 동료들이 부르듯이 시즈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요? 그게 전하께서도 좀 더 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시즈 씨, 사실 저는 '파라곤 부대'가 공작 부대를 피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파라곤 부대가 공작들 간의 정치 싸움에 말려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겠죠.
파라곤 부대가 그 전설의 부대처럼, 오직 빅토리아와 빅토리아의 백성들을 위해 싸우기를 원하는 것일 테죠.
그렇기에 저는 지금, 고도딘 공작으로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저, 빅토리아 의회의 일원인 숀 고도딘이, 의회 직속 부대 폭풍돌격대 및 파라곤 부대 여러분을 초대하겠습니다.
과거의 식별코드 상자는 내려놓으시죠. 저는 여러분께서 의회의 이름으로 이 전쟁에 개입하기를 원합니다.
……광부들의 캠프가 완전히 파괴됐다.
살카즈 병사의 흔적은 찾지 못했어.
미저리는 조금 추위를 느꼈다. 불에 타 재만 남은 캠프에서 열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미저리는 무너진 목재를 헤치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들을 발견했다.
광부군. 감염자의 시체다.
……저기도 마찬가지야.
무슨 소리지……?
땅속에 '영장'이 숨어있었나.
깁스넘 서북쪽 외곽에서 나흐체러르를 발견했다.
……통신 범위를 벗어났나.
죽음이, 너를 붙잡으리라.
각인이 새겨진 여러 개의 검이 미저리의 발밑에서 튀어나왔지만, 미저리는 이미 자리를 이탈한 뒤였다.
비수가 공간을 베었지만, 미저리는 이미 공격 범위 밖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무너져 쓰러진 폐허는 순식간에 그들을 옥죄는 감옥이 되었고, 나흐체러르의 메마른 신체를 가두었다.
시끄럽기는……
나도 너희를 붙잡았다고.
……공작님.
빅토리아 의회는, 아주 오랫동안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런디니움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말하길, 이 기간 동안 성왕궁 서쪽 회당에서 명령을 내린 것은 살카즈라고 하더군.
물론, 현 상태를 부인할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후의 미래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흥, 미래? 그게 협박이든 달콤한 유혹이든, '거래'를 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지 않아?
제 의도를 오해하셨군요. 고도딘은 캐스터와 다릅니다. 협상보다는 난롯가에 앉아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카드놀이를 하는 걸 좋아하지요.
정말이지, 여름이 지나니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군요. 부하에게 장작을 더 넣게 해도 되겠습니까?
벌써 문밖에 대기하고 있겠지. 들어오게 해.
감사합니다.
휴우…… 이제 좀 편해지는군요.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아, '미래'였죠.
저희 모두 전쟁이 빅토리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전쟁은 틀림없이…… 아니, 이미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쳤죠. 이십 년 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국면이 마침내 변화를 맞이한 것입니다.
이 방 안에 성안의 빈 왕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난 아닐 거야.
하하, 좋습니다. 적어도 공감대가 하나는 생겨났군요.
솔직히 말씀드리죠. 얼마 전에 자그마한 연회 자리를 마련해 철의 공작을 만나 보았습니다.
철의 공작을 만날 때마다 '가스트렐'호를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나더군요.
저는 '제국의 조종' 전설을 듣고 자란 많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링고네스에서 유해의 그림자를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만…… 결국 그 그림자에서 가울을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제가 본 것은 그저 이 시대의 가장 강성한 나라의 빛이었습니다. 마치 제 눈이 멀어버릴 듯한 그런 빛이었죠.
그러니까 당신은 고도딘 영지의 이익보다…… 빅토리아 전체의 이익을 생각한다고 우리가 믿게 만들려는 건가?
일종의 '고상한' 애국심 같은 것을 말하는 거라면, 솔직히 말하죠. 제게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저는 공작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영지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이익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책임이기도 하죠. 그러니 부디 절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고도딘과 웰링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빅토리아가 없어도 웰링턴은 여전히 웰링턴이죠. 하지만 빛이 어두워지거나 꺼진다면 고도딘은…… 어떻게 될까요?
최악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더 좋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하지요.
진심으로 대공작들이 분열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건가.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당신께서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빅토리아는 강력하지만 적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르수스, 라이타니엔, 컬럼비아, 심지어 사르곤까지, 야심을 품은 모든 나라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죠.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빅토리아를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해 통일된 하나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의회가 존재하는 이유죠. 윈더미어령을 포함한…… 모든 공작령이 가장 적합한 대리인을 선출할 겁니다.
……
이것이 전쟁 영웅인 당신들 '파라곤 부대'가 가지는 의미입니다. 빅토리아를 위해 기꺼이 분투한 병사들은 두 번 다시 배신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
알렉산드리나 전하, 빅토리아 의회가 설립된 이래로 의장은 항상 국왕이 담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장이 반드시 왕좌에 앉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만약 당신께서 원하시기만 한다면, 그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
삽시간에 정적이 흘렀다.
오직 고도딘이 피운 불이 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공작님, 하나만 묻지.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은 전부, 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 들려줘도 상관없는 내용뿐이야……
그렇다면 내가 지금 “아니요”라고 말한다면, 나와 동료들은 왕의 숨결을 가진 채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
하하.
시즈 씨, 조심하세요.
대빵, 석궁병이 나타났사!
포위됐어. 아니, 애초에 공작이 나타났을 때부터 이미……
……훌륭하군. 캐스터의 '약속'뿐만 아니라, 고도딘의 '우정'도 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친구라면 서로 평등해야죠. 아닙니까?
제 권유는 여전히 공평합니다.
적어도…… 거기 동향 출신 아가씨에게, 캐슬브레이커로 절 겨눌 기회는 주었으니까요.
6번 드론의 신호가 끊겼어…… 하아, 진짜 최악의 환경이야!
발린, 이브레스, 빅터, 어쩔 수 없이 관측 포인트를 수동으로 제어해야 할 것 같아.
다들 상황은 어때?
문제없어. 비컨은 설치했고, 센서도 작동하기 시작했어. 모래 바람의 간섭이 여전히 조금 심해서, 잡음을 걸러내고 있는 중이야.
빅터! 너도 좀 서둘러!
5분만. 땅이 생각보다 물러.
유사에 조심해!
이 지역의 지질은 전에 했던 샘플 채취 결과랑 차이가 심해요. 해당 데이터를 대장님한테 보냈는데, 받았나요?
고생했어, 이브레스. 역시 널 데려오는 게 정답이었다니까. 콜록, 콜록…… 어스스피릿한테 눈총을 받은 보람이 있어.
클로저 씨, 좀 더 나은 작업 환경을 찾아보는 게 어때요? 모래를 너무 많이 먹고 있다고요……
발린, 아미야 말투를 따라 하지 말아 줄래?!
내 피에는 자기 정화 기능이 있으니까……
콜록, 콜록……
……하하.
너도 웃지만 말고 빨리 일해! 통신탑 설치가 빨리 될수록 안전 구역의 위치를 더 빨리 알릴 수 있고, 너희들도 그만큼 빨리 마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열심히 하는 중이야! 로도스 아일랜드의 설비는 특수하단 말이야. 나 정도면 엄청 빠르게 배우는 거라고.
나는 지금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거야. 애초부터 너랑 락락은 여기에 있으면 안 됐어.
너한테 드론을 빌려줬으니, 당연히 나도 따라와야지.
봐봐, 락락도 저렇게 말하잖아.
그래, 이해해. 너희들은 내 안전을 신경 써주는…… 음, 후예들을 한 방에 못 죽인다고 부끄러워할 것 없지? 각 뱀파이어들 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야!
어쨌든 너희들 둘은 헬멧을 쓰는 게 좋을 거야.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감염자가 되어버릴 테니까.
알겠어. 신경 써줘서 고마워. 나는 오히려…… 너희들이 전장을 왔다 갔다 하는 게 더 위험해 보이는걸.
우리?
로도스 아일랜드 모두가 말이야, 아무리 위험해도 신경 쓰지 않고 전장 곳곳을 뛰어다니고 있잖아.
게다가 발린 씨는 빅토리아 출신의 감염자고, 이브레스 씨는 감염자지만 빅토리아인이 아니고, 빅터 씨는 감염자도, 빅토리아인도 아니잖아.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온갖 출신의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요즘 자꾸 할머니랑 클로비시아, 그리고 토미 녀석들이 자꾸 생각나……
나는 자경단도 내가 만난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처럼 한마음으로 뭉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사실, 음…… 태어나면서부터 착한 사람이랑 나쁜 사람으로 나뉘어 있는 건 아니야.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거지. 언젠가……
언젠가 자경단도 긴밀한 연결과 통일된 행동을 하는 조직으로 변할 수 있을 거야.
우리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파라곤 부대'처럼 말이야. 우리는 재앙 속에서도 용감하게 나아가며 패배와 배신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어.
하지만 우리를 뭉치게 만드는 것은 같은 종족이나 출신, 혹은 처지가 아닐지도 몰라…… 로도스 아일랜드처럼 말이야.
됐어, 그렇게 띄워줄 필요 없어. 네가 우리 장비를 가지고 싶어 하는 건 잘 알고 있거든. 아니면 계약서나 한 장 쓸까?
클로저 씨,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가 부러운 게 아니야.
로도스 아일랜드가 주는 느낌은, 네 손에 있는 그 신기한 통신 장치와 비슷한 느낌이야.
일종의 가능성을…… 내가 미래에 대한 허황된 망상을 품은, 유치한 녀석이 아니란 걸 너희가 가르쳐 줬어.
……잠깐만.
피스트, 너 말이 너무 많아. 클로저 씨의 일에 방해……
이게 무슨 소리지?
록 18호가 전송해 준 화면을 보면……
노이즈가 가득한 모니터에서는 연기가 가득 피어오르는 화면이 출력되고 있었다.
재앙? 하지만 데이터 상으로는……
연기 사이로 망가진 깃발과 전쟁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나흐체러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서둘러.
너희들은 당장 이곳을 떠나…… 다른 자경단 대원들과 함께 깁스넘으로 후퇴해! 지금 당장!
이건……
사, 살카즈다! 살카즈가 여기까지 왔어!
요격한다! 전투 준비!
폭발음?
공작님, 지금 살카즈가 마을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저희와 함께 떠나셔야 합니다!
저희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노출된 것 같군요.
살카즈가 암펠리스로부터 제법 재미를 본 걸까요?
누가 오고 있는 거죠?
나흐체러르의 정예 군단입니다.
알렉산드리나 전하, 전하의 사람들을 데리고 저희와 함께 피하시죠. 이 마을은 방어할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존재는 미래에 무척이나 중요하죠.
저희의 고속 전함을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3시간 내에 실버록 블러프스 전선으로 복귀할 수 있으며, 그곳이야말로 전하께서 가장 빛이 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검을 들고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으라는 말인가?
공작님, 이제 시간이……
당신들은 시간이 없기에, 여기에 수많은 일반인들이 있는 걸 알면서도 맞서 싸우려 하지 않는 걸 알아.
당연히 이 사람들을 못 본 척하겠지. 아무리 의회의 이름을 내세워봤자, 이런 가난한 동네에서는 3대가 지나도 의원 하나 탄생시키지 못할 테니까.
당신의 협상 테이블에 이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지.
알렉산드리나 전하, 저는 그저 현실을 더 직시할 뿐입니다.
현실이라고? 당신이 이상으로 삼은 빅토리아의 미래는, 그 깃발로 가득 찬 전당 안에 있겠지. 그것이 현실이야.
하지만 이 사람들이…… 바로 나의 빅토리아다.
공작님……
알겠습니다, 알렉산드리나 전하.
가끔씩 당신에게는 아버님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군요. 그 순진함과 무모함 말이죠……
그런가? 아버지에 대해선 잊은 지 오래야.
하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행운을 빌지요.
혼 씨, 지금 당장 전 구역의 전투원들을 집결시켜.
알겠습니다
델핀, 시어러 소위에게 후방지원 부대와 의료 부대에게 대기하고 있으라고 해 줘.
이미 전달했어.
모두 계획에 따라서 작전을 시작한다! 일반인을 보호하면서 전투를 준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