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망치와 모루 전술 타파
로도스 아일랜드 일행은 '암나남'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 요소인 '티카즈의 피'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전에 만났던 살카즈와 재회하고, '영장'에게도 쫓기게 된다.
작전 시작 13시간 후
상황은 점점 나빠질 거다.
새로 생겨난 협곡, 흐름이 바뀐 강물…… 한 때 거대 도시가 다니던 항로는 완전히 파괴되고 재조립되어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어.
기존의 지도는 휴짓조각이 되어버렸군. 길을 다시 찾아야 하겠어.
하지만 '티카즈의 피'가 이 방향에 있는 건 확실하다. 나와 피 사이의 연결이 진동하고 있으니.
전장의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모든 '정보'와 오리지늄의 결합률은 높아질 거다.
암석, 진흙, 수원과 생명들…… 테라에서 오리지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존재란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오리지늄의 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 켈시, 방금 '정보'라고 했어?
……
너도 곧 알게 될 거다. 박사.
어쩌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오리지늄으로 인한 침식이 만연한 이 대지는, 객관적으로 테레시스의 군사 작전에 유리했으며 빅토리아인의 전선을 대부분 괴멸시켰지.
하지만 지금 이 오리지늄의 활성화 정도는 '재앙 공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야.
테레시스는 약간의 전술적 우세를 점하기 위해서 이렇게나 무모하게 오리지늄을 이용하지는 않았을 거야.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알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야.
- 힘든 여정이 될 거라는 말처럼 들리네.
저기에서 차량이 오는데요?
“멈춰라”.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며 멈춰 선 화물차에서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내렸다.
밴시님과…… '마왕'님이 계시는군.
내가 이 길로 가지 말자고 했지! 이러면 못 도망치잖아!
하지만 나쁜 사람들은 아니니까……
당신들…… '라이프 스파인'에 남아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으…… 전부 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밴시님, 마왕 전하…… 저희는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그 뼈다귀에 남아있었다가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도망쳐 나오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게 큰 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거기에 있어봤자 무슨 쓸모가 있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부디 저희를 처분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채찍을 맞으라고 하신다면 얼마든지 맞겠습니다!
……당신들을 처분하는 일도, 저를 위해 싸우라고 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떠나시길 원하신다면 떠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마왕 전하께서는 지혜롭고 자비로우십니다……
우리도 동행해도 괜찮을까?
쉿…… 뭐라는 거야?! 마왕 전하께서 우리를 살려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입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또 뭘 하려고?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마. 우리 셋이서 이 똥차를 타고 가다가 눈먼 폭탄에 맞아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마왕 전하, 제발 우리를 이 전장에서 빠져나가게 해 줘. 뭐든 다 바칠 테니, 이 두 녀석을 살려만 준다면…… 당신에게 충성을 바칠게.
당신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저희를 따라온다고 해도 위험한 건 똑같을 거예요.
박사님, 어떻게 할까요?
- 저 사람들만으로 전장을 벗어나기는 힘들 거야.
- 군사위원회에 우리의 종적을 알릴지도 몰라.
- 괜찮은 차네. 우리가 접수할까?
음……
아니! 저희가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맹세컨데, 다시는 용병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그렇다면 우리와 같이 가는 게 안전한 거겠죠.
박사님…… 정말로 빼앗으시게요……?
아니…… 박사님, 또 농담하시는 거죠?
그럼 당분간 같이 다니도록 하죠.
이 구역을 벗어나면 빅토리아를 완전히 떠나도록 하세요.
고마워.
고마워…… 이 차라면, 당신들을 태우고 갈 수 있을 거야.
이야, 마왕님께서 이렇게나 자애로우시니,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될지 참으로……
동전.
네?
네게 준 동전이 있었을 텐데.
아아, 까먹고 있었네요! 하하, 다행히도 잊어버리지는 않았네요. 네, 여기 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밴시님을 위해 일하는 것이 제 영광이거늘, 어찌 감히 밴시님의 은혜를 더 받을 수 있겠습니까?
……
- 아무래도 놀라게 한 것 같네.
- 그렇게나 동전을 돌려받고 싶었어?
네 마음속에서 내가 인색한 이미지가 아니기를 바라지.
나는 그들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긴장할 필요 없다.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니.
로고스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손바닥에 놓인 동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던 동전이 다시 '가게 주인'의 손에 나타났다.
그는 들기만 하면 땅을 뒤흔들던 로고스의 손을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손바닥 위에 놓인 동전을 바라본 후, 진지한 밴시의 얼굴을 보며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이, 이건 마술인가요?
……하하, 정말 멋있습니다. 밴시님은 정말로 뭐든지 다 하실 수 있군요!
그럼…… 저는 시동 거는 거나 도와주러 가보겠습니다!
……
- 정말 재미있는 공연이었어.
- 공연이 딱히 효과는 없었나 보네.
그렇군. 스카우트와 아웃캐스트가 시범을 보여주는 걸 몇 번 보기는 했는데, 동작이 익숙하지 않아서 효과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 너한테 그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 사실은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거 아니야?
박사, 가끔 우리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 옛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긴 했지……
- 좀처럼 적절한 타이밍이 오지 않더라고.
우리가 옛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너도 아마 자신의 과거에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럼 이제 출발하지.
이 주변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요. 저희가 내는 숨소리와 타고 있는 차량의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심지어 제 심장 소리까지 말이죠.
모종의 오리지늄 아츠일까요? 스스로를 숨기고 싶은 누군가가 이곳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조심스럽게 은폐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 아미야, 자세히 들어 봐라.
소리가 이곳을 떠난 것이 아니라, 다른 굉음이 너무나도 크기에 그 어떤 존재도 감히 필적할 수 없을 뿐이다.
이곳의 죽음은…… 귀청이 터질 정도로 울려 퍼지는군.
저기 좀 보세요……
저쪽의 잎사귀가……
땅과 가까운 곳에 기묘할 정도로 윤기나는 잎사귀가 있었다. 그 색깔은 마치 아무렇게나 칠한 캔버스 같기도, 태양에 비춰 기괴하게 반짝이는 기름 같기도 했다.
- 마치 어떠한 아츠 흔적처럼 보이네.
- ……
- 마치 진균에 감염된 것처럼 보이네.
……
부패하고 있군.
쇠락이 거대한 입을 벌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갉아먹으니,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이빨 자국일지어다.
단지 몇 마디 말을 내뱉었을 뿐인데, 발랄하면서도 기이한 색채가 식물 사이로,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두툼했던 잎사귀는 하얀 거품을 내는 액체가 되어 떨어졌으며, 교차하는 잎맥만이 미미하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고기를 전부 먹고 남은 뼈를 그대로 방치해 둔 것처럼.
바람은 살갗을 찢으려는 듯 더욱더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 식객들이 내는 탄식이었다.
로고스 씨, 늪 안에!
은백색의 주문이 늪 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 처리했나?
……아니.
막혀있던 물소리가 울려 퍼지며 쥐 죽은 듯 적막한 공간을 맴돌고 있었다.
누군가가 진흙 속에서 발을 들어 올렸다가 다시 발을 밟자, 탁한 물결이 요동쳤다.
전투 준비를 하세요. 박사님, 제 시선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검은색 아츠가 늪 깊숙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낸 굉음은 누가 삼켜버린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발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동작은 여전히 전과 같은 리듬이었으며, 여전히 전과 같은 파문이 퍼져나갔다.
망가진 옷자락이 탁한 물 위를 떠다니고 있었고, 파문과 파문이 부딪혀 물 위에 난잡한 무늬를 새겼다.
……
Mon3tr.
(조심스럽게) 그르르르……
Mon3tr의 입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고, 마치 창과 같았던 빛줄기는 늪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마침내 물소리에 변화가 생겼다.
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아주 오랫동안 잃어버린 소리가 갑자기 다시 이 땅으로 돌아왔다. 이렇게나 선명하고, 이렇게나 귀를 거슬리는 소리가.
……
죽음이…… 너희들을 쫓으리라.
으아아악! 오지 마!
조심해!
“족쇄”.
Sudaram…… “영장”.
유해를 감싸는 옷.
녀석의 몸은 이미 오래전에 썩어 문드러졌기에, 평범한 공격으로는 결코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없어.
이건 나흐체러르가 천성적으로 타고난 주술이거나, 혹은…… 일종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할 수 있지.
나흐체러르들은 생명을 삼켜 육체에 영양을 보급하지만, 평범한 육체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임계점에 도달한 후에는 강력해진 나흐체러르가 자신의 육체를 나약한 동포들에게 먹여, 극한의 속도와 두려울 만큼 강력한 힘, 그리고 평범한 몸으로는 감당해 낼 수 없는 강력한 주술 에너지를 부여해 주지.
더 강력한 생물이 된 그것들은 나흐체러르의 사회를 발전시켜. 낙엽이 대지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영양분을 받은 대지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듯, 죽음과 생명이 순환을 형성하듯이 말이야.
“밀물”.
빠르게 솟아오른 늪 속의 진흙들이 나흐체러르의 몸을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몸을 휘감은 주문이 닥쳐 들어오는 부패를 막아냈다.
여기에요! 서둘러 숲 속으로 들어가세요!
진흙에 발을 들여놓지 않게 조심하도록.
새까만 지면은 마치 크게 벌린 입처럼 늪을 상승시키거나, 공기 중에 퍼진 안개를 지면으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느려졌으며, 숨쉬기조차 힘들어했다.
모두의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쳐갔다. '삶'이란 참으로 괴로운 것이며,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이라고.
Mon3tr, 박사를 지켜.
(다급하게) 그르르르……
접근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유일하게 난 소리는 녹슨 대검이 갑작스레 떨어지는 소리뿐이었다.
죽음과 함께, 나흐체러르가 다가왔다.
……
(날카롭게) 그르르릉……
Mon3tr도…… 고통을 느끼는 건가요?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시들기 마련이지.
나흐체러르의 주술에 붙잡히면, 우리의 생명력은 영양분이 되어 끊임없이 사라지게 되겠지.
빨라……!
진흙 속에서 튀어나오는 건가요? 아니면 나무에 열리는 건가요?
전부 가능성이 있어.
태어나서 죽고 피어나고 시드는 이 모든 순환은 나흐체러르에게 흡수되어 나흐체러르를 잉태하는 씨앗이 될 수 있어.
끊임없이 이어지는 주술의 힘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져요.
적은 한 명뿐만이 아니에요…… 늪에서, 숲에서, 모든 곳에서 느껴지고 있어요.
우리는 이미 나흐체러르의 만장 속에 들어와 있다.
나흐체러르가 우리의 머리 위에 죽음을 걸어두었으니.
주술의 장막을 찢어야만 나흐체러르를 물리칠 수 있을 터.
하…… 하아…… 광부, 난 여기서 죽는 걸까?
……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래. 가게 주인, 나 좀 잡아줘. 떨어지면 안 된다고. 나는……
운전기사 씨! 제 손을 붙잡으세요! 여기서 쓰러지시면 안 돼요!
나는……
운전기사 씨의 의식이 가라앉고 있어요! 이대로면 곧 놓치고 말 거예요!
일반적인 치료는 의미가 없어. 나흐체러르의 주술이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어.
알았으니까…… 좀 놔줘.
당신을…… 다치게 할 수……
하아…… 그냥 두고 가.
알고 있어. 우리가 없었다면 당신과 밴시님이 더 수월하게 싸울 수 있었겠지……
아니요.
당신들을 전장에서 데리고 나가겠다 약속한 이상, 우린 동료니까요.
그런…… 가?
그것도 좋지.
피 냄새가 짙군.
운전기사 씨 일행이 다쳐서……
아니. 이 피는…… 주술이다.
네?
뱀파이어…… 인가요? 숲 속에 나흐체러르 말고 뱀파이어도 있나요?
옅은 피안개가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선혈의 주인의 아츠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것은 하늘과 땅을 뒤덮은 부패의 안개에서 억지로 뽑아낸 실처럼 희미했다.
하지만 이 희미한 실들은 부드럽게 정체된 공기를 밀어냈다.
아미야, 바람의 흐름을 느끼도록.
나는 이 '만장'의 모습을 드러내고 가장 취약한 부분을 찾겠다.
……알겠어요.
아미야의 앞으로 검은 아츠가 창의 모습으로 맺혔다.
로고스는 손을 들어 짙은 안갯속을 가리켰다.
“관통하라”.
(음울한 낮은 소리)
죽음을 알리는 자여.
너는…… 부패의 확산을 저지하는구나.
하지만, 역전할 수 없으리라.
죽음이……
너를 입관시킬 테니.
그걸 의심한 적은 없다.
“흩어져라”.
대검이, 마치 묘비처럼 진흙 속에 꽂혔다.
나흐체러르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옷이 펄럭였다.
거의 한순간에 거대한 몸뚱이가 산산조각이 났으며, 수십 갈래로 찢긴 천 조각만이 남아 천천히 지면으로 떨어졌다.
주, 죽은 건가?
이제야 숨 좀 돌릴 수 있겠네……
까득.
뼈와 뼈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메마른 손이 진흙 속에서 튀어나왔다.
아? 으아아악!!
조심해.
썩었어……?
적어도 보기에는 그런 것 같네.
휴우…… 너, 언제부터 이렇게 강해진 거야?
마왕 전하,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나흐체러르가 깨어나 다시 우리를 쫓아오기 전에…… 최대한 멀어져야겠어요.
이곳에 뱀파이어의 마법진이 있는 게 확실해요.
아직도 활성화되어 있군.
우리가 '영장'과 싸우고 있었을 때 허공에서 뱀파이어의 아츠가 나타났죠…… 그게 이것 때문이었을까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닐 거야.
아미야,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방금 전의 아츠가 뱀파이어의 것이라는 걸 말이야.
……뱀파이어의 후예인가요?
뱀파이어 생귀나르는 이 전장을 떠났지만, 그의 은총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왜곡된 생명에게 안식을 안겨줄 뿐이에요.
로고스 씨, 부디 저와 함께……
……아미야.
핏자국으로 가득한 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사지와 땅이 마찰하는 소리는 이전의 전투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소리였다.
아미야는 로고스의 눈빛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돌기둥이 아니라 아미야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 밑으로 한 줄기 감정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것은 슬픔이었다. 아미야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그녀는 너무 많은 슬픔을 느껴왔다. 어떤 때는 적에게서,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이…… 주변의 동료에게서 슬픔을 느꼈다.
……운전기사 씨.
……
마왕 전하.
언제였죠? 저희가…… 나흐체러르와 싸웠던 때였나요?
맞아.
그 해골을 떠날 때…… 군사위원회에서 전에 우리에게 옮기라고 했던 돌을 하나 가져왔어.
그 돌은 예전에 우리 힘을 증폭시켜 줬어. 혹시 싸울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
봐 봐, 확실히 조금 효과가 있었지?
당신과 함께 싸워 그 이상한 적을 물리치다니, 이전이라면 감히 상상조차 못 했을걸.
뱀파이어가 남긴 핏빛 결정을 사용했나.
핏빛 결정으로 네 몸을 찌른 건가? 아니, 그걸로는 이렇게 격렬한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 해.
조각을 삼킨 거군.
너는 자발적으로 두카렐의 피와 아츠를 받아들인 거야.
나도 뱀파이어의 혈통을 가지고 있어. 엄청 옅지만 말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귀나르의 부름을 느낄 수 있었어. 아주 미약한 부름이었지만.
그 벌레들이 죽은 살카즈 용병의 몸속에서 기어 나오는 것은 이미 본 적 있어. 그러니 내가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모를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그저 나는, 벌레처럼 발버둥조차 치지 못하고 진흙 속에 빠져 죽을 바에야, 강력한 힘을 받아들여서 살카즈로서 부끄럽지 않게 전장에서 죽고 싶을 뿐이야.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어. 몇 달 전, 아무런 목적 없이 황야에서 차를 몰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런디니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째선지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지.
가게 주인은 내가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었다고 했지만…… 헛소리야. 카즈델에 기사가 필요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까.
나는 그저 내 삶이 낭비되는 게 아니라, 종착점이 있는 길 위를 걷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다 당신을 만났지. “마왕이 가는 곳이 곧 길이다.”…… 우리는 이 길에서…… 함께 싸웠지.
지금, 싸움이 잠시 끝을 맞이했어. 동료들도 대부분 살아남았지.
마왕 전하, 날 처분해도 돼.
처, 처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운전기사,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이건…… 이건……
무섭지?
……
마왕 전하, 제발 부탁드립니다! 운전기사를 도와주세요! 밴시님! 동전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재산이에요!
운전기사의 상태는 주술적인 효과이지만, 주술로 인해 일어난 것이 아니기도 하지.
나와 아미야, 심지어 켈시 선생마저도 이 결과를 역전시킬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설마 운전기사를 그 붉은색 벌레를 죽이듯이 죽이실 건 아니시죠?
가게 주인, 비켜. 이건 내가 원한 거야.
마왕 전하…… 살카즈의 가장 용맹한 전사들은 죽기 전에 마왕이 내려주는 '꿈'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고 들은 적이 있어.
음, 내게 그런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아미야가 손을 들어 올렸다.
검은 아츠가 아미야의 손가락에 모여들었다.
절망하며 웃음을 터트린 운전기사는 전설 속에 내려오는 검은색 왕관을 찾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카우투스의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나의…… 마왕이여……
난 무엇을 보게 될까? 부디…… 카즈델에서도 저 똥차를 타고 다니는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네. 하하핫.
운전기사 씨, 제게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것도 의식의 일부분인가?
음…… 이름을 알면 많이 쉬워지죠.
……마릴라. 아주 평범한 이름이지.
(카시미어어) 마릴라.
카시미어에 오래 있어 본 적이 없다 보니 발음이 나쁠 수도 있어요.
아니, 아주 훌륭해.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를 이렇게 상냥하게 불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네, 마릴라 씨. 저는 당신의 부탁을 거절하겠습니다.
내게 위로를 하사하는 것을 거절하겠다고? 하긴, 나는 애초부터 전사 같은 것도 아니었으니……
그런 게 아닙니다, 마릴라 씨. 저는 당신이 이곳에서 죽는 것을, 그리고 제 손에 죽는 것을 거절하겠습니다.
당신은 뱀파이어의 피조물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저 외모가 조금 변했을 뿐입니다. 당신에게서 사악함이나 광기는 느껴지지 않아요.
아주 약간…… 먼 옛날의 핏줄이 남긴 흔적이 있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에요.
당신은 징벌도, 포상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마왕인데……
부디 절 아미야라고 불러주세요.
마릴라 씨, 저는 당신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어요. 당신들이……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가 아니기 때문이었죠.
방금까지 여러분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만, 애초부터 딱히 고민할 게 아니었어요.
여러분들께서 저희와 같은 목표를 향해 싸우시기를 원한다면, 저는 두 팔 벌려 여러분을 환영하겠습니다.
젊은 카우투스는 손을 뻗으며 자신의 파란 눈을 깜빡였다.
살카즈 여성은 아미야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붙잡았다.
딱히 슬픔을 느끼지 않았음에도, 두 줄기의 새빨간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 아미야를 보고 있는 거야?
최근 몇 년간, 아미야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어.
- 아미야가 더 성숙해졌지.
- 아미야는 처음부터 자격을 갖춘 리더였어.
뱀파이어 의식의 핵심에 변화가 발생했군.
살카즈의 힘을 증폭시키는 것도, 그리고 단순한 에너지 수집기 역할도 뛰어넘을 거다.
저 의식은 살카즈의 핏줄과 오리지늄…… 그리고 '암나남'과의 연결을 더욱 강하게 만들 거야.
어떤 형태로든 '티카즈의 피'가 작용하고 있는 게 분명해.
살카즈 핏줄의 힘은 직접적으로 오리지늄 확산을 촉진하고, 오리지늄에 깃들어있는 '정보'역시 핏줄을 강화해주고 있어…… 힘뿐만이 아니라, 특징까지 함께 말이야.
- 익숙한 아츠 효과네.
- 그 살루스가 핏줄을 좀 많이 섞었나 본데.
- 핏줄의 힘을 촉진하는 건 고해신부의 특기지.
준비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겠어.
그 '암나남'이 몰고 올 위협은…… 모든 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