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뜻밖의 만남
외드레르와 이네스는 과거 흉터의 상점에서 만난 지인이자, 현재는 베헤모스의 해골 지휘관을 맡고 있는 울술라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세 사람의 옛 친분만으로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고, 혈투 끝에 외드레르와 이네스는 힘겹게 싸움에서 빠져나온다.
'옛 친구와의 재회'라는 말은 살카즈에게 있어, 꼭 좋은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나는 살카즈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문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알고 있다.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순진하고 어리석었다, 단지 조금 동행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게 마음을 허락해 버릴 정도로.
비록 동행했던 곳이 악취가 진동하는 카즈델이라도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람은 성장한다. 그것은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순간일 수도 있고, 많은 피를 흘리고 죽을 뻔했던 때일 수도 있으며, 시체 더미에서 기어 나왔을 때일 수도 있다.
그 아이는 어른처럼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잔인해지기도 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했다. 심지어 살아남기 위해 전우를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그리고 '옛 친구와의 재회'라는 유치한 클리셰가 등장한다.
솔직히 서로 떨어져 지낸 기간이 얼만데, 아무리 옛 친구라 해도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을까?
하지만…… 어리고 어리석은 그 아이는 '우정'을 맺은 적이 있다.
카즈델에서 '우정'을 논하고도 비웃음을 사지 않을 시기는, 아마 그 나이대가 유일할 것이다.
울술라 씨. 하역 작업 끝났고, 지금은 창고 점검 중입니다.
예전이랑 똑같아요. 강철, 순금, 오리지늄 같은 것들 뿐입니다. 벌써 보름 이상 인원 운송이 없는데, 아무래도 카즈델 쪽 왕정군들은 거의 다 넘어온 것 같아요.
역시 하역하는 게 훨씬 편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왕정군 놈들이 뱃멀미 때문에 내려올 때마다 저희한테 화풀이하고 그랬는데, 너무 귀찮았거든요.
됐어.
거기까지.
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제가 이 기착지에서 일한지도 벌써 반년이 됐는데, 근무표에 따르면 저도 이제 슬슬……
네 배치에 관한 지시는 아무것도 받은 게 없어.
……그래도, 네 업무 성과가 나날이 나아지는 게 눈에 띄네. 이 정도면 휴가 3일 정돈 줄 수 있어.
오오♪ 우리들의 울술라♪
하지만 산에서 얌전히 지내. 다시는 공을 세워 출세한다는 둥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넌 어릴 때부터 카즈델에서 신발을 고치며 살았고, 네가 가진 최고의 능력이라고는 신발 밑창에 못 박는 것밖에 없어. 그런 네가 전장에 나가 봤자 누굴 죽일 수나 있겠어?
울술라♪ 진짜 노잼♪
썩 꺼져.
울술라의 옆얼굴과, 치켜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예전에…… 예전에도 그랬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젊은 살카즈 구두장이가 외드레르 옆으로 다가와 몰래 그에게 주전자를 내어 주었다.
(작은 소리로) 어이, 친구, 잘 들고 있어, 울술라는 하루라도 이거 없이는 못 사니까.
(작은 소리로) 재주 좋네? 이미 옆에 한 명 데리고 있으면서……
하아.
입 조심해, 구두닦이.
꿀 같이 달콤한 건 뭘까♪ 독 같이 아찔한 건 뭘까♪
아무래도 그는 자신의 성인식을 치룰 시간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테레시아 전하가 계셨던 몇 년 동안은 저런 아이들이 과잉 보호를 받은 듯하다.
저런 아이들이 지금은 런디니움의 전장에 와 있는 거네. 하하, 남매 둘이서 아주 역사에 길이 남을 농담을 만들어 냈다.
이게 농담이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노트, 또 펼치기만 해. 태워버릴 테니까.
외드레르는 묵묵히 노트를 집어넣었다.
너흰 아직도 예전처럼 사이가 좋구나. 좋은 일이야.
우린 만난지 꽤 됐지?
그 작전 이후.
나, 외드레르, 그리고 W…… 그전의 W가 일으키지 말아야 할 트러블을 일으켰고,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을 죽였어.
흉터의 상점을 제외하고, 너희는 카즈델에서 얼굴 한번 비추기도 어려워졌지.
거기서 너희 이름을 자주 봤었어…… 수배 전단지에서 말이야. 꽤나 유명하던데?
내 몸값은 원래부터 비쌌다.
확실히. 이네스가 투자 한번 참 잘했어.
……그땐 우린 모두 어렸었지.
자신이 늙었다고 인정하는 건가?
난 살카즈고, 넌 양이야. 이론적으로는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아, 이네스.
우리한테 중요한 건 종족의 차이가 아니라 감염자라는 사실 아닐까?
그 말이 맞네, 한잔 받아. 내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도 말이야.
……후우.
넌 살카즈가 오래 살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늘 얘기했었잖아, 그렇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일 거라면서.
가지고 싶으면 가져가라지, 빅토리아인이든 살카즈든 상관 없으니까.
그녀는 내 눈앞까지 와서 날 빤히 쳐다본 뒤 외드레르에게도 힐끗 눈길을 돌렸다.
이네스, 너 주름 생겼어.
벌써 세 번이나 죽었었는데, 그 대가가 겨우 주름 몇 개 생긴 거라면, 살카즈의 영혼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겠지.
살카즈의 영혼들에게 감사할 수 없을걸, 넌 양이잖아.
외드레르는 눈 하나를 잃었구나.
텅 빈 눈알이라도 구경해 보겠어? 여기 계신 카프리니 숙녀의 작품이거든.
눈 하나로 할래, 아니면 머리 하나로 할래? 골라 봐.
이네스도 손을 썼을 때 분명 엄청 마음 아팠을 거야.
……이쯤 하지.
이렇게 옛 친구들끼리 만났는데, 다시 사람을 감상에 젖게 하는 그런 분위기로는 못 돌아가는 건가?
서로 지나간 시간에 대해 얘기라도 나누면서……
네가 언제부터 군사위원회의 가장 젊은 소령이자, 이 해골 베헤모스의 운전사인 울술라 지휘관이 된 건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건 어때?
……그러네. 확실히 이 점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어. 안 그럼 지금 우리 입장에 이렇게 다정하게 얘기를 해선 안 되는 거니까.
혹시 괜찮다면 너희 두 살카즈의……
그러니까, 살카즈의 배신자 한 명과, 한 마리의 양이 왜 이런 군사위원회의 비밀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건지 말해 줄 수 있을까?
네가 맨프레드 장군에게 체포된 건 알고 있어, 외드레르.
그리고 넌 우리의 군사 작전을 방해한 이네스와, 밖에서 폭탄을 설치하고 있는 여자애까지 셋이서, 그것도 이 대낮에 내 관할 구역에 잠입했지.
군사위원회에 재직 중인 군관으로서, 난 이런 행동들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지금 우린 2대 1이야, 울술라.
2대 1? 지금 너희가 어디에 있는지 잊었어?
쳇, 어느 틈에?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았을 텐데.
자신 있으면 해 봐, 이네스.
입가에 아직 약간의 웃음기가 보이긴 하지만, 지금 이 여자는 진심이다.
요 몇 해 동안 내가 배웠던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자신이 선택한 모든 것에 충실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네 선택이라는 게 테레시스라는 거야?
아니, 군사위원회지.
너흰 바벨을 따르기로 했고…… 지금은 뭐라고 하더라, 로도스 아일랜드? 반면에 난 군사위원회를 따르기로 했어.
우린 이미 각자 갈 길을 정한 거야.
울술라, 다시 한번 우리와 함께……
거절할게.
나도 네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어, 외드레르. 넌 정말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하지만 우리도 이제 현상금 한번 벌었다고 하루종일 기뻐할 어린애는 아니잖아?
이제 우리에겐 카즈델의 거리에서 오후를 낭비하고 있을 틈 같은 것도 없어.
우리는 살카즈…… 적어도 카즈델의 시민이잖아. 카즈델의 거리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건, 우리들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지금 우린 카즈델의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거다, 울술라!
그렇다면 너희도 군사위원회가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걸 인정했어야지! 그 테레시아 전하께서도 이 점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으셨잖아!
카즈델을 이동도시에 옮긴 건 바로 두 분 전하셨고, 이곳에서 카즈델의 미래에 대해 계속 얘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것도 바로 그 두 분이야!
나처럼 빈민가 출신의 가난한 소녀도 고대의 순수한 피를 가진 왕정의 구성원들과 같은 전술판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도 그분들이라고.
순진하고 타협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면, 살카즈는 자신들의 진정한 '고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놓치고 말 거야.
나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군사위원회야말로…… '카즈델'이 진정한 '국가'가 될 수 있는 기반이야.
하지만 그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도 과연 이 대지에 카즈델이 존재하고 있을까?
내가 아는 건, 배신자가 될 수 없다는 것뿐이야.
……
……
……
'옛 친구와의 재회', 우리도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다.
외드레르는 말없이 나를 지나쳐, 우리의 어리석은 아가씨, 군사위원회의 소령 앞에 나섰다.
10분, 내가 버틸 수 있는 건 최대 이 정도야.
그 물건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와.
나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살카즈들을 피해 지나갔고, 적들의 그림자가 그들의 발목을 묶었다.
나는 힘껏 뛰어올라 그 무시무시한 생물의 신경 다발 위에 올라섰다. 미끌미끌한 느낌이 역겨웠다.
이게 그 '베헤모스'라는 건가? 처음 보네.
어디, 네 머릿속에는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지 볼까.
걷기에 적합한 선실은 결코 아니다.
요즘 들어서 내 운이 그리 좋지 않은 것같다. 늘 무슨 괴물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지난 번에는 레버넌트더니 이번엔 이거다.
하아, 이번엔 아래로 뛰어내릴 일이 없길.
……
척추를 관통하는 이 '못'들은 아무래도 일종의 주술 조종 장치 같은데.
이 근처의 신경 다발이 계속 떨리고 있는 걸 보니, 자아 의식이라도 있는 건가?
이쪽이다!
쳇, 빠르기도 해라. 놈들은 해골을 기어올라 나를 쫓고 있다.
뼈 사이사이의 근육과 관절은 저들의 계단이 되었고, 살을 잃은 잔해는 저들의 무기가 된 듯했다.
흠, 군사적 소양이 확실히 뛰어나네. 울술라가 좋은 부대를 키워냈어.
하지만 유연성이 부족해.
머릿수가 많은 걸 빼면, 너흰 아무것도 아니야……
순간 불길한 예감이 내 머릿속에서 피어올랐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한쪽으로 뛰어올랐다.
거대한 신경 다발이 무너져 내렸고, 내가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 뼛조각이 산산조각나 있었다.
……자기 몸인데도 가차없구나.
흥, 보아하니 여기 있는 뼈 한 마디, 섬유 한 가닥도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 모양이네, 귀찮게 됐어.
신경 다발은 다시 감겨왔고, 내가 단검을 신경 다발에 강하게 찔러 넣자, 이는 다시 격렬하게 수축하면서 나를 공중으로 높이 띄웠다.
확실히 기초적인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다.
마침 앞쪽에 선실이 하나 있다.
저기네!
나는 아래로 뻗어 있는 신경 다발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뛰어올랐다.
콜록콜록, 퉷.
온통 먼지투성이네…… 풍화된 뼛가루인가.
이곳이 중추겠지.
으음, 그럴싸한 연결구는 보이지 않는데, 순수하게 주술로만 움직이는 건가?
이 녀석은 마음까지 노예가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허수아비처럼 빈 껍데기에 불과한 걸까?
으음……
결국은 내 오리지늄 아츠를 피해갔구나, 이네스. 원래대로라면 네 심장에 구멍이 뚫렸어야 했는데.
넌 아직도 아츠의 궤적이 좌측으로 치우치는 버릇을 못 고쳤나 보네?
전에 여러 번 당한 적이 있어서 다행이었어.
……흥.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 외드레르가 널 곤란하게 했나 봐?
저 녀석 많이 여리지? 보기만큼 얌전하지도 않은 것 같고.
마음대로 생각해.
……기회만 된다면 너한테 그 '세 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분명 엄청 흥미로울 테니까.
한 번 더 더해주려고?
아니, 일단은 살려둘게.
이 난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말이지.
어떤 거대한 힘이 나를 거칠게 바닥으로 쓰러뜨렸다. 신경 다발들은 미친듯이 휘몰아쳤고, 나를 이곳으로부터 떨어뜨리려고 했다. 베헤모스는 천천히 몸을 꿈틀거리고 있다.
이곳에는 수많은 선실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베헤모스는 늘 공간 사이를 표류한다.
만약 이 베헤모스가 표류하고 있는 동안, 선실 내에 위치하고 있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는 조금도 시험해 보고 싶지 않았다.
난 외드레르처럼 역사에 묻히는 취미 같은 건 없다.
그림자가 마치 예리한 칼날처럼 해골로 이루어진 홀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살살해, 이네스. 소용 없는 짓이야.
네 그림자로는 베헤모스의 능력에 대항할 수 없어.
풍화된 뼛가루가 다시 날아와, 시야를 가득 메웠다.
알려 줘서 고마워.
외드레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외드레르는 확실히 괜찮은 파트너라는 걸.
나는 사실 우리가 서로를 배신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살카즈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드니까 말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흐릿한 불빛이 먼지와 함께 피어오르며, 뒤틀렸다.
잿불 속에서 그의 모습이 나타났고, 바람에 섞여 휘날린 불꽃에 그의 망토와 내 머리카락 끝이 그을렸다.
……정말 아주 가끔이지만, 저 짜증 나는 오리지늄 아츠를 참아줄 수 있을 것도 같다.
우정을 논할 나이는 벌써 지났다.
하지만 난 나중에 카즈델에 살게 될 사람들이, 우리가 계속 비웃어 왔던 그 '어리석은 천진함'을 지니고 있길 바란다.
난류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하아……
외드레르, 깜빡하고 말 못 했는데, 맨프레드 장군이 네가 쓴 책을 나한테 가져다준 적 있어.
괜찮더라, 인정해. 정말 좋았어.
퍼즐 조각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고른 다음, 시간의 순서대로 조각들을 배치하고 나면 넌 맥락을 파악했다고 믿겠지.
하지만 넌 계속 도망만 치고 있어. 대체 언제까지 그럴 생각이야?
그만, 울술라. 나중에 또 봐.
외드레르, 이번엔 나랑 동시에 뛰어오르는 거야.
역사의 소용돌이 같은 것에 휘말리지 마. 역사의 조각에 눈이 멀어…… 네 눈앞에 펼쳐진 삶을 잊어선 안 돼.
그렇게 하지.
끓어오르는 그림자가 우릴 위해 앞길을 가리켜 주었고, 타오르는 불씨는 우릴 감싸 안는다.
환상이 눈앞에서 끊임없이 스쳐갔다.
나는 문득 떨어지는 속도가 충분히 빠르면 역사라는 것이 거짓되고 나약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본 것은 익숙한 넓은 들판이었다. 그곳은 카즈델의 전장이었고, 전장의 불길조차 채 식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문득 과거가 떠올랐다. 외드레르는 늘 동족상잔의 전쟁에서 멀어지고 싶어했다. 나는 간신히 고개를 돌렸고, 그는 착지할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그야말로 일심동체였다.
전쟁에서 멀어진다라, 하.
전하가 암살 당했을 때, 우린 바벨에 있지 않았다. 원래라면 그대로 카즈델을 떠날 수 있었을 텐데, 우린 왜 돌아가서 W를 찾았던 걸까?
왜 리유니온에 들어갔던 걸까? 또 무슨 이유로 여태까지 런디니움에 잠복했던 걸까?
외드레르는 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난…… 또 무얼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
우리는 그 대지를 돌파해 냈고, 환각은 사라져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손을 뒤집어 내 팔을 붙잡으며, 내게 준비하라며 귀띔해 주었다.
아츠가 우릴 감쌌고, 시야는 더욱더 선명해졌다. 그림자가 지면으로부터 솟아올랐다.
어쩌면 우린 이미, 도망치지 않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