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모범의 이름
시즈와 델핀 일행은 구조 신호를 보낸 혼과 미저리 일행의 지원에 나선다. 체틀리 카운티를 방어하는 작전에서 시즈는 끝내 살카즈의 이동식 주술 제단을 파괴하고 승리를 거둔다.
그 척후병의 첫 발견자는 나였다.
내가 반대편 광장 옆에 있는 그 고요한 시청 건물을 정찰하려고 했을 때, 그의 시체는 해안의 갈대를 꽉 붙잡은 채 떠다니고 있었다.
난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군용 방수백에 들어 있는 노트를 발견했다. 마지막 기록은 그가 출발하기 전에 남긴 것이었다.
“나는 이번 지원 요청 신호 전달 임무에 자원했고, 임무가 끝나면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다.”
“그 누구도 살아 돌아가지 못할 테니까.” (선으로 지운 자국)
노트를 보면 체틀리 카운티를 지키던 소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
강 건너 나루터 보여? 원래 있었던 배들이 전부 가라앉았어. 혼 씨의 부대는 외부와의 통신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야.
이틀 전, 이 병사는 야음을 틈타 도강을 강행하려 했고, 순찰을 하던 살카즈에게 화살을 맞고 죽었어.
그리고 지금, 원래 광장 옆 시청 건물을 지키던 부대의 행방이 묘연해졌어.
나는 그 병사가 필기한 내용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렸다.
두 개의 분대, 총 23명.
어둠 속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시청 건물을 제외하고, 광장 주변의 모든 것들은 이미 포화로 인해 폐허가 된 상태였다.
적어도 그때의 참상은 내게 전장에선 그 누구도 사신의 함정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전장의 환경을 보면, 광장의 동과 북 양쪽은 카뮈강에 둘러싸여 있어. 동쪽의 나루터는 살카즈에게 점령 당했고, 남쪽에 보이는 불빛들은 아마 살카즈의 캠프가 있는 곳일 거야.
그리고 그들은 2주나 넘게 시청 건물을 사수하고 있었어.
만약 노트에 적힌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이틀 전에는 시청 건물과 북쪽에 있는 거주 지역을 잇는 유일한 다리가 살카즈의 공격을 받았다는 건데……
어쩌면 모든 보급원이 끊긴 걸지도 몰라.
……탄약도 식량도 다 떨어졌겠군.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여기서 이렇게 꾸물거릴 바엔 차라리 얼른 도강해서 확인하자.
한나 씨, 그렇게 무턱대고 도강을 하다 들키기라도 하면……
아니, 한나의 말도 일리 있어.
현재 혼 씨 소대의 신호가 완전히 잡히지 않는 상황이니까, 지금 가장 급한 건 혼 씨 소대와의 통신을 복구시키는 일이야.
그래서 내 생각에는 나, 한나, 모건, 그리고 다그다가 가벼운 장비만을 착용하고 잠수해서 강을 건넌 다음, 시청 건물에 잠입해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안 돼, 비나 씨, 이건 너무 위험해!
지금 이 팀에선 우리가 이런 임무에 가장 적합하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우린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야. 소대로 편성되어 이런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게다가 우린 노포트 구의 건달들이라 어떻게 하면 남들 시선을 피해서 움직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어.
게다가 우리에겐 그 유명한 '폭풍돌격대'를 돕고 싶어 따라나선 병사와 시민들도 있잖아. 물론 우리도 너무 많은 사람들을 데려갈 순 없지만……
시어러 소위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 부대를 지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꼭 인지하고 있어야 해.
난 비나 씨가 이다음에 하는 말들을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건 '회색 모자'의 질나쁜 장난 같은 걸까? 아니면…… 전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인 걸까?
구조 신호와 구원 여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규칙같은 것들.
델핀…… 지금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
개인적인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인 작전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난 그 구조 신호를 무시할 수 없어.
게다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야. 살아 있다면 분명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알았어. 네 판단을 믿을게.
델핀, 너와 다른 몇 명의 전사들은 바깥에서 기다려. 우리도 이 주변을 지킬 사람이 필요해.
만약 우리 신호가 끊어진다면, 넌 그 즉시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해.
응.
살아서 돌아와.
현재 위치 강변, 주변에 순찰대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나루터 쪽에 살카즈 두 명, 그중 하나는 한나 씨의 3시 방향, 다른 하나는 실내에 있다.
라져.
모건은 다른 한쪽의 시선을 끌어. 나와 한나는 동시에 적을 처치한다…… 준비…… 가!
창가의 불이 꺼지는 것을 보았다.
……성공인가?
잠깐만…… 파울비스트?
검은 파울비스트 한 마리가 나루터의 집에서 날아올랐다. 그 파울비스트는 나루터 위를 한 바퀴 돌더니, 살카즈 캠프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비나 씨!
그리고 또 다른 민첩한 검은 형체가 집을 발판 삼아 날아오르더니 달빛을 가로질러 파울비스트에게 달려들었다.
잡았다!
한나, 네가 이 녀석을 놀래켰잖아! 이건 군용 파울비스트라고!
내가 알고 그랬겠어……
지금부터 시청 건물에 접근하겠다. 오는 길에는 살카즈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광장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있지만, 날이 어두워서 신분은 식별 불가하다…… 시청 건물에 진입하겠다……
거주 구역과 연결된 다리가 보인다. 다리의 반대편에 설치된 방어 시설 때문에 시야에 방해를 받고 있다.
어떻게든 높은 곳으로 가서 확인해야 해. 시청 건물의 꼭대기로 움직여!
라져, 으음……
입구가 나무판으로 막혀 있네.
이쪽으로 와, 서쪽 외벽에 폭발로 인해 균열이 생겼어. 이 정도면 우리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다행이네…… 혼 씨의 소대는 안 보여?
아직까진……
정지! 움직임이 있다! 전 인원 지금부터 통신을 꺼라. 창가에 정체불명의 석궁병이 건물 내에서 강 건너 거주 구역을 정찰하고 있다. 내 신호를 기다려.
*살카즈 비속어*, 이 주파수에서 무슨 소리 안 났어? 대체 누가 *치지직……*
신호는 완전한 침묵에 빠졌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는 그녀들에게서 아무런 통신도 받을 수 없었다.
저 건물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인원이 있는 걸까? 구조 신호를 보낸 부대의 상황은? 비나 씨 일행이 벌써 들킨 건 아닐까?
나는 알 수 없었다.
둔치 위에 엎드려 있는 내 심장 소리가 갈수록 무거워졌다.
그 심장 소리는 카뮈강에 흘러들어, 흐르는 물 소리와 공명하였다. 점점 더 빠르게, 그리고 점점 더 격렬하게……
찾았다.
결국 들켰나?
잠깐, 꼭대기에 누군가 손을 흔들고 있잖아? 저건…… 비나 씨?
여기는 시즈.
여기는 폭풍돌격대의 혼. 당신들의 채널에 연결했습니다. 들립니까?
당신들의 구조 신호를 포착했다. 위치는…… 강 건너 거주 구역의 다리 앞 방어 진지.
도와주러 왔다.
'치직…… 치직……'
채널을 통해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녀들이 해낸 것이다.
죄송합니다, 다들 조금 흥분했습니다. 저희를 지원하러 온 건 당신들이 처음이라서요.
이제 채널이 정상 복구되었습니다.
혼 씨, 저희가 당신들의 철수에 협력할 수 있습니다만……
감사하지만 죄송합니다. 저희는 철수할 생각 없습니다. 카운티에 아직 살카즈가 원하는 물건이 있는 이상, 적은 공격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가장 최근에 저희의 구조 신호를 수신한 빅토리아 부대가 늦어도 일주일 뒤에는 도착할 겁니다. 저희가 입구를 지키지 않으면 체틀리 카운티에 있는 생존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치직거리는 통신음*
이건 저희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안입니다.
미저리 씨도…… 포함해서요. 그에게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채널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듣기에 꽤나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투표라니. 전장에서의 투표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삶이냐, 죽음이냐.
비나 씨는 생각에 잠긴 모양이다.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만약 어머니였다면?
그렇다면……
승부를 걸 생각이라면 나한테 더 대담한 계획이 하나 있어.
내가 비나 씨를 지지하는 건 그녀가 왕위 후계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에겐 패배를 모르는 용기가 있다.
물론 누군가는 이를 무모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녀라면 끝까지 해낼 것이라고, 그녀라면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나 또한…… 그렇게 믿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난 심지어 그날에 있었던 일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델핀…… 델핀, 일단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
경계 임무도 끝났으니 이제 그녀들과 합류해야 해.
날이 밝아오네…… 준비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어?
내부 창문 보강 작업은 순조로워. 주변에 있는 보초들도 미저리 씨가 모두 처리했고.
난 계속 주변을 경계하겠어.
캠프의 상황은 수시로 공유할게.
고생 많았어, 미저리 씨.
그런데 런디니움에서 헤어질 땐 브렌트우드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왜 체틀리 카운티에 있는 거야?
저희가 이 카운티를 지나치는 도중에 미저리 씨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고, 덕분에 가까스로 참극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으니까요.
정말로 내가 지휘해도 괜찮은 거야? 혼 씨는 직업 군인이고, 델핀도 엘리트 군사 교육을 받았거든.
당신들이 왕의 안식처에서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저희를 위해 그 검을 되찾은 것이죠.
그건 단순한 쇠막대기에 불과해.
쇠, 쇠막대기라니. 아무리 그래도 빅토리아의 국검을 어떻게……
이제 왕의 숨결 같은 건 생각하지 마. 실망스러운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검은 아무런 기적도 가져올 수 없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우리 자신 뿐이야.
설령…… 우리 뿐만이더라도, 그걸로 충분해.
네, 그렇군요.
당신들의 지원으로 그것이 증명되었으니까요.
지금 여기에 있는 인원, 상태와 물자 조건을 보면 복잡한 전술 같은 건 고려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의 전투에서 저희에게 필요한 건 결심과 용기입니다.
재앙 앞에선 원래 사람이 전설이나 신기보다 더 중요하니까요.
시즈 씨, 당신이라면 분명 이 점을 증명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우리 부대원은 대부분 전문 전투원이 아니야. 높은 곳을 점령해서 방어 사격만 하면 돼.
침입해 들어온 살카즈들은…… 우리 몇몇이 돌격병을 맡아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해.
혼 씨의 소대는 계속 다리 입구의 방어 시설에 머물며 다리 어귀에 폭격 구역을 배치할 거야.
계획에 따라 살카즈들의 끊임없는 강행 돌파 시도를 저지하게 되겠지.
이 건물은 놈들이 피해갈 수 없는 제1방어선이니, 우린 맨 먼저 적들의 공격을 받게 될 거야.
건물 하나 지키면 끝이라는 거잖아. 듣기에는 어려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데?
'카뮈강 사수전'이라……
아, 나도 그 생각했었는데! 멋있잖아, 영화 한 편 찍어도 되겠어!
한나, 조용히 해. 1시 방향 100미터 떨어진 곳에 순찰대가 접근하고 있어. 사수들은 이미 제 위치에서 대기 중이야.
시즈, 사격 명령을 내릴까?
나는 해머를 쥔 비나 씨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봤다.
흥분일까? 두려움일까? 아니면 둘 다?
잘 모르겠다. 내 두 손은 차갑지 그지없다.
일주일.
공작의 부대는 정말로 오는 걸까? 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만약 더 많은 살카즈들이 이곳을 눈치챈다면?
난 다양한 가능성들을 끊임없이 분석했다.
지금이야, 쏴!
순찰대가 쓰러지는 그 순간, 살카즈 캠프의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내게 생각할 여유 따윈 남지 않았다…… 사수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내 형제들이 내 시체를 밟고 너흴 전부 찢어발길 거다, *살카즈 비속어*……
으윽……
그렇다면 나도 너흴 찢어발겨 주겠어.
살카즈
또 다시 내 머리 속에 그날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좋지 않다.
델핀! 야외 작전 활동 제한 시간 90초가 다 되어 가! 철수 준비를 해!
알아, 지뢰 구역에 아직 허점이 남아 있어. 벤틀리가 쓰러졌으니 내가 바로 보충할게!
지뢰는 귀하니까, 이렇게 아무렇게나 바깥에 내버려 둘 수는 없어.
3층 저격 포인트에서 널 엄호해 줄 거야.
시청 건물 지하실이랑 다리와 연결된 지하 통로 쪽은 전부 정리했어! 진도가 꽤 빨라! 이제 부상자는 한 곳에 부대낄 필요 없어!
모건, 아까 다친 건 괜찮아?
아직 검은 잡을 수 없지만 물자 조달 지휘라면 문제 없어.
한나, 그쪽 상황은 어때?
뭘 부수는 건 내 특기지! 장비 같은 걸 쓸 필요도 없이, 층과 층 사이 천장에 직접 구멍을 뚫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사다리도 설치했어.
그럼 됐어. 어제 다그다에 대한 지원이 늦은 것과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해선 안 돼……
지뢰 구역에 생긴 빈 공간은 내가 채웠어! 좋은 소식이라면 아직 벤틀리가 숨을 쉰다는 거야. 지금 벤틀리를 데리고 지하실로 치료하러 가는 중이야!
다그다 씨는 깼어?
……깼어, 하지만 아직 움직이는 건 무리야.
그 녀석은 너무 열심이라니까. 내가 잘 돌볼게.
미저리 씨, 살카즈 캠프 쪽 동향은 어때? 녀석들은 사흘 동안이나 공격 성과를 못 내서, 어쩌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도 몰라.
혹시 지뢰 방어 구역을 넓힐 수 있도록 더 많은 지뢰를 찾아 줄 수 있을까?
그건 조금 힘들 것 같아. 우리 쪽 그 살카즈 친구의 유격 용병단 위치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어.
지금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건 내*치지직*……
주술*치지직*신호…… 방해*치지직*……
무언가가 신호를 방해하고 있는 거야?
저건…… *소란스러운 소리*……
……델*날카로운 치지직 소리*…… 도망……
먼 곳으로부터 길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불안한 기운이 맹렬하게 덮쳐왔다. 악의가 공기 중에 퍼져 나가는 느낌이다.
델핀?
드디어 깼구나, 델핀.
윽…… 머리가……
너 어제 밖에서 사람을 구하다 제때 몸을 피하지 못해서, 놈들의 이동식 전쟁 제단의 시험 발사에 휘말렸어……
……어제? ……이동식 ……전쟁 제단이라고? 벤은?
하, 아무래도 우리 둘 다 많은 것들을 놓친 모양이야……
……큭, 등이 아직도 아파. 모건 그 녀석 꿰매는 솜씨는 정말 형편없다니까. 벤은 아직 살아 있어.
누가…… 날 데리고 온 거야?
한나. 그때 한나는 네가 아직 바깥에 있는 걸 보고, 3층 창문에서 곧바로 뛰어내린 다음 널 끌고 실내로 돌아왔거든.
한나도 방금 일어났어. 아마 지금은 비나를 지원하러 갔을 거야.
이 사람들은…… 다들 이번에 부상 당한 거야?
부상자로 가득한 지하 통로를 따라가다 보니 피로 물든 시선들이 나를 향했다.
지금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아…… 우리도 서둘러야 해.
그 지뢰들이 많은 활약을 해 줬어. 두 개의 전쟁 제단 이동 장치가 파괴되었고, 남은 몇 대도 지금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
적들도 계속 밀고 들어오는 건 포기한 모양이야.
당신이 표시한 지점에 언제든 두 번째 포격 지원을 진행할 수 있어요!
조심해! 그 이동식 전쟁 제단들은 아직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고, 놈들도 공격을 포기한 건 아니야!
다들 내 명령을 들어. 곧 다섯 번째 포격이 진행될 거야. 아직 1층과 2층에 남아 있는 인원들은 즉시 3층으로 철수해!
저 괴상한 제단은 포격 고도에 한계가 있는 것 같으니까!
내 예상이 맞다면, 저 물건의 주술 코어는 작동하는 사람이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 구조일 거야. 저 전쟁 제단은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거지.
그렇다면 에너지가 전부 공급되었을 때, 주술 코어를 부숴버리면 제단도 함께 파괴할 수 있다는 말이겠네?
이론상으로는. 하지만 나도 저 물건이 전장에 나타나는 건 처음 봐. 실제로 그게 가능할 지는……
그거면 충분해. 내가 꼭대기 층에서 기회를 엿볼게. 높은 곳이 아니면 주술 코어에 접근할 수 없을 테니까.
미저리 씨, 제단이 가동될 때 포격수의 시간을 잠깐만이라도 끌어 줄 수 있을까? 1초라도 좋으니까.
……약속할게.
비나 씨……
난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좌측 외벽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건물이 바로 우리가 적어도…… 닷새 넘게 사수했던 그 시청 건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창과 감시용 구멍은 필요하지 않았다. 광장이 참혹한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폐허 속에서 이동식 전쟁 제단의 붉은 결정이 햇빛에 비춰져 괴이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제단의 금속 뼈대도 그 불길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제단이 피를 직시하라, 쇠락을 직시하라, 죽음을 직시하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이게 바로 어머니가 여태 해왔던 일이었을까……
……그리고 이것이 지난 며칠 동안 내가 어머니를 떠올린 유일한 순간이었다.
델핀, 다그다, 잘 돌아왔어.
살카즈는…… 이미 이런 무기들을 대규모로 사용하고 있는 걸까?
아마 그렇진 않을걸. 이것도 군사위원회가 빅토리아에서 잠복하는 동안 개발해낸 새 무기일 거야. 설계 자체는 여전히 단순하잖아.
깼구나, 델핀 씨. 상태도 꽤 좋아 보이는데.
모건이 팔에 깁스한 채로 계속 너희들을 돌봐 줬어.
한나!
고마워, 모건 씨. 한나 씨도 그렇고.
미안, 내가 너흴 귀찮게 했네.
에이, 그 정도 쯤이야.
다들, 잘 들어. 난 저 이동식 제단들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싶어. 그러기 위해선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해.
누군가 미끼가 되어, 여기에 남아서 저 빌어먹을 것의 포격을 유도해 주었으면 하는데……
그건 딱 내가 해야 할 일처럼 들리잖아.
비나, 나도 가능해……
지금은 힘자랑이나 할 때가 아니야.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모건 씨는 아직 손이 다 안 나았잖아. 한나 씨의 파트너는 내가 맡을게.
……
그리고 대기 인원 한 명이 필요해. 만약 내가 실패하면 반드시 그 대기 인원이 날 대신해서 코어를 공격해야 하거든. 미저리 씨가 우릴 위해 벌어 주는 시간은 그리 길진 않을 거야.
그건 내가 할게.
비나, 그럼 난?
모건은…… 적들의 동향을 계속 파악해 줬으면 좋겠어.
……
비나 씨의 계획은 복잡하지 않았다. 포격을 기다렸다가 망치로 코어를 부수어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그것이 끝이었다.
우리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오직 타이밍뿐이었고, 이제 그 타이밍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적들은 이미 우릴 조준하고 있다.
심장을 찌르는 악의가 괴로울 정도로 역겨웠었다.
후우…… 언제든 포격할 수 있을 거야.
저 괴상한 물건의 목표가 되는 건 진짜 짜증나.
미저리 씨?
나도 준비됐어……
그럼 움직이자.
붉은 빛.
나는 갑판 위의 그 색깔을 떠올렸다.
제단 속 악마의 눈이 날 바라보고 있다.
은색 빛줄기가 호를 그리며 악마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단검이 살카즈 포격수의 목을 그으며 떨어졌고, 경쾌하게 미저리의 손에 다시 돌아왔다.
코어를 향해 있던 적들의 손이 잠시 멈칫했으나, 다시 이내 관성처럼 결사의 결정을 이어나간다.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망치와 붉은 파문이 가볍게 맞부딪힌다.
'펑'.
비나 씨는 마치 운석처럼 건물 안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말도 안 돼…… 비나!
0.5초.
제단의 가동 속도는 우리의 예상보다 빨랐다.
콜록…… 콜록……
거대한 망치가 부서진 벽에 깊게 박혔다.
나는 먼지 속에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조심해! 놈들이 병사를 교체했어, 곧 두 번째 공격이 올 거야!
내가 눈 속에 들어간 먼지들을 털어냈을 때, 벽에 박혀 있던 거대 망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림자 하나가 벽을 타고 빠르게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손에 들린 망치는 곡괭이의 역할을 했고, 벽에 한 번 꽂힐 때마다 건물 전체가 떨렸다.
다그다!
다그다는 역광 속에서 내밀어진 그 손을 끌어당겼다.
비나 씨가 힘을 주자 밟고 있던 기와가 깨졌고, 그녀는 다시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붉은색 파문이 몰려왔다.
다들 몸을 숨겨!
모건 씨, 엎드려!
큭……
나는 폭풍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여명 아래서 그녀의 금빛 머릿결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높이 들어올린 망치는 지평선을 뛰어넘어, 마치 태양과 한 몸이 된 듯했다.
파문은 부서졌고, 난폭한 힘이 코어를 향한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눈부신 빛살에 나는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비나! 비나!
그 이동식 제단들이 연쇄 폭발하고 있어, 조심해!
기절했어! 제길, 금속 파편들이 비나의 가슴에 박힌 것 같아! 누가 여기 좀 도와줘!
비나를 데려와! 오리지늄 분말이 상처에 들어가게 해선 안 돼!
살카즈들이 철수하려고 해!
한나, 저…… 저길 봐!
전함? 정말로 지원군이 와줬잖아! 저건 고도딘 공작의 깃발인가?
끄…… 끝났다……
해냈어! 우리가 *빅토리아 비속어* 지켜냈다고! 좋았어!
벤! 벤! 저거 봐, 우리 이제 살았어! 벤? 벤……
저 마족 *빅토리아 비속어*들이 도망가려고 해! 쫓아!
난 분명 그 척후병의 노트에 이런 문장이 더 추가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희생된 7명의 영웅들을 기리며……”
“아비게일, 노포트 구역의 평민 출신. 알렉산드라, 체틀리 카운티 평민 출신.”
“헨더슨, 오슈테리그 구 군인 출신. 벤틀리, 린카딘 군인 출신.”
“이름 및 신원 불명.”
“이름 및 신원 불명……”
“이름 및 (나머지 글씨는 일그러져 알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