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천둥 속의 고요 · 에피소드 12

12-14귀를 막고

메인 스토리작전 후2023-10-24

아무런 목표가 없는 시즈는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더블린 부대와 '회색 모자', 로도스 아일랜드는 통신기지를 둘러싸고 교전을 벌이지만 결국 통신기지가 이미 사라진 걸 발견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모건, 이네스, 델핀, 시즈, 아미야


베어드

모건이 사람들을 데려와서 약을 나눠주고 있어.

베어드

다그다와 한나는 아직 폐허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찾고 있고.

베어드

그동안 구역의 상황은 너희도 알다시피……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극소수일 뿐이야.

카도르

빌딩의 칸막이 공간에 숨어서 벌벌 떨며 한밤중에 주워 온 찌꺼기로 연명하는 사람이 분명히 꽤 있을 거야.

카도르

시즈, 그 사람들을 다 찾을 거야?

시즈

내가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건 나도 알아.

시즈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람들도 곧 철수 작전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야.

시즈

아니면 대공작들의 화포가 울렸을 때, 대다수의 사람은 이곳을 떠날 기회라는 걸 깨닫지조차 못할 거야. 그저 더 깊게 숨으려고만 하겠지.

카도르

그건 그 사람들의 선택이야. 살카즈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살아남을 수도 있잖아.

시즈

하지만 다른 선택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해.

카도르

흥, 그래. 다른 선택이라……

카도르

며칠 전에 인기척을 느낀 곳이 몇 있어…… 그저 폐허에서 음식을 찾는 비스트가 아니길 바랄 뿐이야.

시즈

모건,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

모건

아니야…… 난 괜찮아.

모건

그냥…… 하하, 좀 어색해서.

모건

슈트라우스 영감님이랑 아미르 할머니가 싸웠어. 임시 차단제 하나 때문에 한쪽이 다른 한쪽의 눈을 찔러버렸지.

모건

나랑 아미야가 엄청 고생해서 겨우 두 분을 떼어놨지만 눈은 어쩔 수 없게 됐어.

모건

우리가 갖고 온 약도 얼마 없는데 지금 사람들이 바깥에 모여드니까…… 패닉에 빠진 사람들도 있어.

모건

본인이 감염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본인이 이미 감염자라는 걸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고.

모건

아미야 말로는 이네스가 약속한 연락을 받지 못했대. 그래서 이네스와 박사의 상황을 확인하러 갈 거래.

모건

나…… 나 혼자서는 바깥에 못 있겠기에 여기 한숨 돌리러 온 거야.

베어드

네가 데려온 사람들이랑 친한가 보네.

모건

난 어려서부터 여기에서 자랐으니까. 장담하는데 비나는 둘째치고 너랑 한나도 나만큼 노포트 구를 잘 알지 못할걸.

베어드

그때 넌 늘 할 일이 없으면 골목골목을 돌아다녔잖아.

모건

그랬지. 노포트 구는 내 손바닥이나 마찬가지야. 주름 하나하나가 어디로 통하는지 알고 있다고.

모건

비나, 나는…… 친한 사람들을 많이 찾으러 갔었어.

모건

매클래런한테 또 찾아갔는데 우리한테 대답을 안 한 게 아니라……

모건

귀가 들리지 않게 된 거야. 귀 안에서 피가 흐르는 걸 봤어.

모건

쪽지를 써서 줬는데 봤으면서도…… 방으로 숨어버리더라.

모건

그리고 레코드점을 하는 카쉬한테도 갔었어. 예전에 그 녀석은 매번 날 속여서 한물간 음반을 팔았지. 그 가게에서 헛돈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몰라.

모건

카쉬는 다리 한쪽이 완전히 변형됐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하늘만이 알겠지.

모건

의상 수입 사업을 하는 브렌다는 예전에 늘 나한테 용문의 패션 잡지를 빌려줬었어.

모건

내가 화상 치료를 해줬지, 그런데……

모건

그리고 클레어와 아이린, 이토까지……

모건

난 그 모든 사람들을 안다고!

모건

비나, 우리는 겨우 이런 것들을 보려고 돌아온 거야?

모건

……우리는 대체 뭘 위해 돌아온 거야?

모건

비나, 비나,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걸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 바꿀 방법이 조금도 없다면 처음부터…… 여길 잊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모건

난 영웅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 대단한 모험과 여정을 통해 영웅들은 정의를 바로잡고 사악한 무리를 쓰러뜨렸지……

모건

하지만 영웅 외에 다른 인물은 그저 전설의 배경일 뿐이야.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대화 상대나, 성장하는 동기일 뿐이라고.

모건

난 여태 우리가 그런 이야기 속에 있는 줄 알았어. 그래서 우쭐거리며 즐거워했는데……

모건

하지만 난 그 사람들을 다 알고 있었어. 빌어먹을,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고!

모건

괴물이 마을을 파괴했고 영웅이 그 괴물을 죽였다는 식의 간단한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모건

이건 시시한 복수 소설 같은 게 아니니까.

모건

비나, 난 저 사람들과 20년을 함께 살았어. 다들 영웅이 비통해하며 읊는 이름들도, 악당을 죽이기 전에 가볍게 내뱉는 내레이션도 아니야.

모건

다들…… 다들 저래선……

시즈

모건, 나도 이해……

모건

비나! 알렉산드리나 비나 빅토리아!

모건

네가 이 나라에 돌아온 건, 그 잘난 왕관을 되찾아서 또 다른 아슬란 왕의 영원한 전설을 만들기 위해서야 ……?

모건

아니면 그냥 집에 돌아온 거야?

모건

비나, 부탁인데 제발 이건 다 일시적인 거라고 말해줘……

모건

우리가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말해줘.

시즈에게 너무나 익숙한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즈의 기억 속에서, 비디오룸을 제외하면 모건이 우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왕의 숨결은 언제나 차갑고 영원히 침묵하고 있다.

모건

미안, 비나. 널 탓하려는 게 아니라……

모건

……길거리를 걷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갑자기 깨달았어……

모건

우리가 정말 노포트 구를 잃었다는 걸.

베어드

모건!

베어드

비나, 내가……

친구들은 흩어졌고 방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마치 지난 왁자지껄함과 즐거움이 착각인 것처럼.

이곳의 장식은 예전 그대로다. 그녀들이 떠날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CG: 37_i04]

그동안 시즈는 늘 무의식중에 왕의 숨결이라는 검을 만졌다.

또다시 습관처럼 손을 칼자루 위에 올렸다.

시즈는 그 안에서 어떤 에너지와 격려를 느껴보려고 했다. 어떠한 책임이든 희생으로 정해진 운명이든 상관없었다.

그녀는 한 번 또 한 번 실망했다.

본인은 뭘 위해 돌아온 걸까? 그저 이 모든 일을 겪기 위해서?

아니면 본인에게 떨어진 그 기대와 시선이 애초에 사람을 잘못 선택한 걸까? 검과 스승님이 너무 많은 착각을 하게 해서 스스로 어떠한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시즈는 본인의 우유부단함이 이렇게 원망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시즈

모건.

시즈

어쩌면…… 난 그냥 후회하기 싫어서 돌아온 것 같아. 여러 해가 지난 후에 그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는 게 싫어서.

시즈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난 그저 참을 수가 없었어.


델핀

그건 우화인가요, 콜버트 씨?

델핀

빅토리아를 묘사한 건가요?

콜버트

우화요? 아닙니다. 전 돌려서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저 늙은이의 그리운 마음일 뿐입니다.

콜버트

다들 여기 이렇게 앉아 계시니, 무슨 말이라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듯해서요.

'회색 모자'

난 미래에 더 관심이 있어, '빅토리아의' 살카즈.

'회색 모자'

타라인, 준비를 단단히 한 걸 보니 꽤 많은 사람을 데려왔겠군.

'회색 모자'

하지만 너희도 나랑 필사적으로 싸우는 건 싫겠지?

'교관'

네가 여기 얌전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회색 모자'

그 비행선 기술을 혼자 다 꿀꺽하려고?

'교관'

캐스터 공작이 산책이나 하라고 널 이곳으로 파견했나?

'회색 모자'

공유하면 되지. 살카즈들이 비행선을…… 허술하게 방어하지는 않을 텐데. 이건 그 누구에게도 쉬운 임무가 아니잖아.

'회색 모자'

하지만 우리가 손잡으면 그 기술은 한 대공작의 것이 아니라 빅토리아의 것이 되는 거야.

'교관'

난 빅토리아에 관심 없다.

'회색 모자'

……

'회색 모자'

아무래도 이미 결심한 모양이군.

'교관'

네가 그랬지. 우리는 서로의 목표에 대해 뜻이 일치한다고.

'교관'

그 점을 감안해서 최대한 널 난처하지 않게 해주지, 캐스터의 애완동물이여.

'회색 모자'

아까는 날 죽이려고 했으면서.

'교관'

그래서, 사과라도 할까?

'교관'

네가 임무에 실패하면 강등 처분을 받겠지만 어찌 됐든 목숨은 지킬 수 있다.

'교관'

캐스터 공작의 표창과 발탁을 얻기 위해 계속 고집을 부리겠다면 어디 해 봐라.

'회색 모자'

웰링턴은 부하도 똑같이 고집스럽네. 이번엔 내가 많이 배웠어.

'회색 모자'

좋아. 난 여기 있으면서 비행선 기술을 너희에게 양보할게.

'회색 모자'

하지만 나도 교환 조건이 있어.

선택지
  1. 우리와의 관계를 재평가하려는 모양이군.
— 분기 합류 —
'회색 모자'

상황이 그렇잖아,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

'회색 모자'

당신들은 내 친구가 되는 걸 거절했어. 그러니 다시 체스말이 될 수밖에.

'회색 모자'

국검은 내가 가져갈 거고, 윈더미어의 딸과 알렉산드리나는 여기서 죽을 거야.

델핀

……

'회색 모자'

운명을 받아들이는 거야, 승계인 아가씨?

'교관'

난 이러한 일에 개입하라는 명령은 받지 않았다.

'회색 모자'

동의한다는 말이군.

'회색 모자'

이미 성사된 거래는 캐스터 공작께서 끝까지 약속을 지키실 거야, 어떤 약속이든 말이지.

'회색 모자'

걱정하지 마, '교관'. 이게 우리의 가장 큰 원칙이니까.

선택지
  1. ......
— 분기 합류 —
선택지
  1. (작은 소리로) 이네스.
— 분기 합류 —
이네스

(작은 소리로) 알았어.

이네스

당사자의 의견을 묻지 않는 건, 너희 빅토리아 사람들의 나쁜 습관인 건가?

이네스

'회색 모자' 씨, 아까도 말했다시피 당신의 비유는 정말 최악이야.

이네스

우리를 체스말이라고 비유한 것도 마찬가지고.

'회색 모자'

로도스 아일랜드는 윈더미어 공작과의 관계를 본인의 생명줄로 생각했나 봐?

'회색 모자'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줄을 잘못 섰어.

이네스

우리는 처음부터 아무한테도 붙지 않을 수 있지.

'회색 모자'

그렇다면……

'교관'

잠깐……

'교관'

윈더미어 가문의 그 여자아이…… 저건 환술과 그림자가 결합한 오리지늄 아츠인가?!

'교관'

어디 갔지?

'교관'

네놈들!

이네스

찰떡 호흡이네, '회색 모자' 씨.

'회색 모자'

원칙에 관한 문제니까.

이네스

언제나 약속을 지킨다는 그거?

'회색 모자'

아니, 다른 거.

'회색 모자'

승자가 독식하게 두지 않는다.

'회색 모자'

이건 이제 의미가 없어, 타라인. 이 녀석들이 통신을 보내면 대공작들의 주력 함대가 전진할 수밖에 없거든.

'회색 모자'

그때가 되면 비행선은 떨어뜨리는 사람이 임자야.

'회색 모자'

보아하니 이제 우리 모두 보너스를 받지는 못하겠네.

'교관'

……

'교관'

그렇군.

이네스

박사, 조심해!

아미야

이네스 씨, 늦지 않았네요.

아미야

문밖에 있는 그림자들을 봤어요.

'교관'

로도스 아일랜드…… 공작님은 너희와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

이네스

네가 방금 공격한 건 사이가 틀어지자는 거 아니었어?

이네스

그래, 뭐, 사과라도 하든가 그럼.

'교관'

……

'교관'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나지.


델핀

더블린 부대의 시체……

델핀

역시 여기에도 사람을 배치했군.

델핀

상처가 막 난 걸 보니 얼마 전에 생긴 거야. 칼로 입은 상처 같은데 불에 탄 것 같아……

델핀

누구야!

휑한 방안, 아무런 대답이 없다.

델핀은 자신의 단검을 꼭 쥐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그녀가 전투 훈련에 더 힘쓰지 않는다며 야단쳤다. 그러나 검술로 명성을 떨치는 빅토리아의 윈더미어 공작의 딸로서 델핀은 대부분의 적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델핀

통신기지가 이 근처에 있을 텐데……

델핀

난……

델핀

마, 말도 안 돼……

뒤죽박죽 얽힌 전선이 델핀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전선에 연결되어 있어야 할 설비는 온데간데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누군가 이미 와서 통신기지를 옮겨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예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