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리턴 투 미스트 · 에피소드 11

11-16영광의 사냥터

메인 스토리작전 후2023-04-27

왕의 안식처에서 시즈와 알레데일은 증기 기사가 사라진 진실을 알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시즈, 다그다, 토터


시즈

이 석상들은……

알레데일

……빅토리아 역대 군주들이야.

환영들은…… 이곳에서 배회하고 이곳을 맴돌고 있었다.

그들은 고인의 의지가 아닌…… 역사와 기억의 안개였다.

“알렉산드리나.”

그들이 부르는 목소리가 이젠 똑똑히 들린다.

그 목소리는 그립고 따뜻했으며, 마치 잊힌 기억의 한구석에서 들려 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정원에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뛰어놀고 있으면, 누군가의 꾸지람과 애정이 섞인 목소리는 그녀를 이렇게 부르곤 했다.

“알렉산드리나.”

그녀가 몰래 왕궁 대문을 빠져나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모든 것을 훑어보고 있으면, 누군가는 초조해하면서도 재촉하는 말투로 그녀를 이렇게 부르곤 했다.

“알렉산드리나.”

그녀가 열심히 목검을 휘두르며 환상 속에서 무적이 된 자신의 모습에 빠져 있으면, 누군가가 뿌듯해하면서도 칭찬 어린 말투로 그녀를 이렇게 부르곤 했다.

“알렉산드리나.”

하지만……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알레데일

아슬란과 드라코 왕의 석상은 모두 이곳에 진열되어 있어.

알레데일

알렉산드리나 전하, 저건 당신의 할아버지, '가울 정복자' 프레데릭 3세야. 그 옆엔 그분의 어머니인 '영광'의 엘리자베스고.

모두 무심코 걸음을 늦췄다.

시즈

……

그녀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아무런 결과가 없을 거란 걸 마음속으로 알면서도 그녀의 눈은 여전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춰 한 석상을 올려다보았다.

대략적인 윤곽만 있는 미완성의 석상.

조각의 흔적은 뚜렷하게 보였지만, 화려한 로브는 아직 석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올려다본 그 석상은, 얼굴이어야 할 부분은 아직 희미하고, 눈매만 어렴풋이 드러나 있었다.

오직 머리에 쓰인 왕관만이 이 석상의 신분을 대략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알레데일

비나, 관례대로 이 석상들은 모두 오리지늄 아츠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왕실의 석공들이 몇 년 동안 조각하고 다듬는 거야.

알레데일

폐하께서…… 너무 갑작스레 떠나셔서.

시즈

……그렇군.

알레데일

폐하께선 부담이 크셨어. 현실적으로든, 법리적으로든.

알레데일

전쟁의 채무가 제국의 숨통을 조였고, 이미 쇠락한 드라코도 더 이상 아슬란 왕실의 날로 길어지는 통치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어.

알레데일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아버지와 내 마음속에서 폐하의 일생은…… 여기 있는 어느 왕에도 뒤지지 않아.

시즈

아마도.

시즈

뭐, 상관없어. 나는 기억도 안 나니까.

시즈

어쩌면 그게 내 기억 속의 모습일지도 몰라.

“알렉산드리나.”

저 석상이 나를 부르는 것인가? 아니면 모든 석상이?

눈앞에 있는 석상들은 장엄하거나 혹은 온화했으며,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그들에 관한 그 어떤 기억도 떠올릴 수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빅토리아 군주와 그들의 첫 번째 후계자만이 빅토리아라는 성을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그녀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빅토리아이다.

그녀는 더 이상 그것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광활한 빅토리아에 비해, 시즈에겐 노포트 구의 작은 술집, 씁쓸한 수제 맥주와 최선을 다해 싸운 후 먹는 신맛 나는 막대사탕이 더 익숙했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그러나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그녀는 석상 뒤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시즈

경계해!

같은 순간, 모두가 무기를 움켜쥐었다.

토터

……

토터

아무래도 흔적을 남긴 사람을 발견한 것 같네.

토터

살카즈의 시체다.

토터

어림잡아 백 명 이상, 더 많을 수도 있겠는데……

토터

대부분 시체는 이미 부식되어 사라졌지만, 남은 장비와 옷차림으로 봤을 때 모두 살카즈 왕정군의 정예 병사, 그리고 고해신부의 위병들 같아.

토터

아니, 어쩌면 그들에게 '정예'라고 부르는 것조차 모욕일 수 있어. 솔직히 나는 이 중 한 명이라도 해치울 자신이 없거든.

알레데일

저들과 싸운다는 것은……

시즈

……

시즈는 곁에 있는 알레데일의 호흡이 거칠어지는 걸 느꼈다.

시체의 그림자 속에선 구릿빛이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역사조차도 그것들을 퇴색시킬 수 없었다.

시즈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CG: 32_i09]

제국의 기사에겐 후퇴란 없다.

하나, 또 하나.

칼에 잘리고, 검에 찔리고, 불에 탔다. 부식성이 있는 오리지늄 아츠, 말라붙은 핏자국이 갑옷 전체를 덮어버렸다.

족히 5m가 넘는 주술이 깃든 대못 모양의 투척물이 그들의 몸을 관통했다.

그들은 여전히 대열을 지키며 싸웠다.

왕정군도, 고해신부도 그들을 쓰러트리진 못했다.

죽음조차도.

시즈는 순간 깨달았다.

지난 4년간…… 런디니움에 왜 진정한 증기 분사음이 들리지 않았는지.


알레데일

증기 기사……

알레데일이 비틀거리자, 시즈는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시즈

괜찮아?

알레데일

……

알레데일

공기가 안 좋아서 그런가 봐, 나 괜찮아.

알레데일

난 그저…… 컴버랜드 가문의 증기 갑옷이 생각났을 뿐이야.

알레데일

그들은 그 어떤 대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지켜왔어.

알레데일

이게 바로…… 증기 기사야.

알레데일

그들은 빅토리아의 영광을 갑옷으로 입고 있는 거야.

시즈

……아니.

시즈

아니야.


그 소리는 시끄럽고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건 기사들이 돌진하면서 내는 증기 분사음일까?

그 북받쳐 흐르는, 모든 걸 헤쳐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감정은 무엇일까?

그녀는 눈을 감았다. 이런 감정은 그녀를 당황하게 했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시즈

저들은……

시즈

배신을 당한 거야.

다그다

……배…… 신?

시즈

잔해의 배치를 보면, 증기 기사들은 공격했고, 이곳을 사수하면서 기사들을 저지한 자는 살카즈야.

시즈

황당하지?

시즈

여기서 일어난 일은 증기 기사가 살카즈로부터 공격받아, 목숨 걸고 빅토리아의 상징을 지켜낸 영웅담이 아니야.

시즈

이건…… 함정이었던 거지.

시즈

이 영광스러운 기사들은 살카즈가 미리 준비해 둔 포위망에 들어왔던 거야.

시즈

……빅토리아 왕의 안식처에 설치된 살카즈의 포위망에.

다그다

……모독이다!

다그다

살카즈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지?! 왕의 안식처 열쇠는 오직……

다그다

설마……

시즈

우리가 직접 내준 거겠지.

다그다

……캐번디시 공작, 그 배신자? 아니면 빌어먹을 스태포드 공작이야?!

알레데일

아니야.

알레데일

4년 동안 증기 기사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모든 증기 기사가 다 여기에 있다는 의미야.

알레데일

증기 기사 전원을 런디니움으로 불러들이는 건 야심에 찬 대공작 한두 명으로는 절대 무리지.

시즈

기사들을 배신한 건……

시즈

빅토리아 전체다.

불타는 궁전, 황금빛 갈기.

이곳에 들어온 후부터 이 환상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분노에 차 포효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고, 어둠 속에 숨어서 작당하는 음모도 들었다.

그녀는 탄식도 들었고, 저주도 들었다.

광기 어린 외침, 절망 속의 애원.

포효, 질책, 오열, 그리고 슬픈 자조의 웃음.

그녀는……

똑.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었다.

다그다

시즈……

다그다

이 증기 기사들이……

다그다는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려고 했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항상 기사이기를 자처한 이 소녀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굵은 눈물방울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그다

도대체…… 도대체…… 왜……

시즈는 앞으로 다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녀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시즈

미안해, 다그다, 내가 잘못 말했어.

시즈

빅토리아의 구성원은 의회와 귀족뿐만 아니라, 너도 있고, 나도 있어.

시즈

그리고 여전히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사람도 있어.

시즈

우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선 안 돼.

시즈

만약 네가 아직도 나를 왕이라 부른다면, 나는 네게 명령을 내릴 권력을 행사할 것이다, 나의 기사여.

시즈

탑의 기사 다그다, 기사로서의 예의를 갖추어……

시즈

그들에게, 이…… 배신당한 걸 알면서도 영광의 갑옷을 벗어 던지지 않은 전사들에게.

시즈

우리의 경의를 표하자.


다그다

30, 31, 32……

다그다

이…… 이렇게 많은 갑옷이.

다그다

……

다그다

모두 여기서 전사했구나.

다그다는 시간이 멈춰버린 모든 갑옷을 바라보면서……

일일이 경례했다.

갑옷 속의 주인이 전사한 지 몇 년이 지났다는 걸 알면서도, 자기 손에 든 게 의례용 장검이 아닌 괴상한 너클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진지하게 의식을 치렀다.

토터

너도 기사였구나.

다그다

……예전에.

다그다

나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빅토리아를 지키는 기사였어.

다그다

탑의 기사……

토터

많은 사람은 탑의 기사를 그저 귀족의 타이틀로만 알고 있는데.

다그다

맞아. 폐하께서 우리를 떠나신 이후부턴 탑의 기사들도 맹세했던 대상을 잃은 거지.

다그다

웃기지? 무게만 잡는 기사들이 아무도 없는 왕궁이나 지키고 있었으니.

다그다

매일 밤 우린 탑 위에 서 있었지만, 다들 속으론 뻔히 알고 있었어…… 우리 뒤의 왕궁은 텅텅 비어 있고, 등불은 앞에 있는 다른 곳에서만 밝혀지고 있을 뿐이라는 걸.

토터

아가씨, 네가 어느 높으신 분의 후계자라고 들었는데.

토터

그런데 듣고 보니, 탑의 기사도 그리 좋은 직업은 아닌 것 같네.

다그다

……어머니가 맨체스터 백작이야.

다그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문이 가진 거라곤 국경 도시의 외딴곳에 있는 백작 저택 하나뿐이야.

토터

너의 어머니는 너를 많이 사랑했나 보네. 널 위해 길도 마련해주고.

토터

아마도 지킬 게 없는 탑의 기사가 가장 안전한 신분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다그다

나의 스승도 언젠가는 국왕이 돌아올 것이며, 그때가 되면 탑의 기사는 분명 치욕을 씻을 수 있을 거라고 했어.

다그다

하지만 탑의 대문을 부순 건 살카즈의 무기였어.

토터

살카즈는 왕궁에 직접적으로 손대지는 않았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말이지. 그들도 약점은 잡히기 싫어하거든.

토터

그러나 물론, 탑의 기사라는 존재도 용납할 수 없었겠지.

다그다

우린 최선을 다했어.

다그다

탑의 기사 주력들은 모두 선왕을 따라 떠났고, 몇몇 기사의 스승과…… 스스로 포기한 자들만이 남아 있었지만.

다그다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

다그다

이미 한 번 수모를 겪었는데, 다시는 창피를 당할 순 없었거든!

토터

아가씨, 네 나이로 미루어 보면 늙은 사자왕이 교수형에 처했을 때, 너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토터

그러니까 자신을 너무 억압하지 마.

다그다

하지만 나는 이미 탑의 기사에 가입했고 맹세까지 했어! 왕이 없어도, 책봉이 이뤄지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들의 일원이야!

다그다

……그들은 날 속였어. 마지막 돌격 전에 스승님은 이미 나를 살리기로 마음먹으셨던 거지.

다그다

나를 탑에서 내보낼 때 핀 스승님은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어. 피가 갑옷에서 배어 나오는 것이 보였거든.

다그다

나는 스승님이 그런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봤어…… 스승님은 그게 해탈이라고 하더라고.

다그다

스승님은 이 후회스러운 삶이 드디어 끝났다고 했어. 그동안은 그저 구차하게 삶을 연명하는 거였다면서.

다그다

……

다그다

그런데 왜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았는지 모르겠어! 나도 그들과 함께 죽고 싶었는데!

다그다

난……

토터

목숨은 그리 쉽게 버리는 게 아니야.

토터

뭐, 죽기야 쉽지. 화살, 칼, 감염된 상처, 약간의 활성 오리지늄만 있어도 쉽게 목숨을 버릴 수 있지.

토터

하지만 확실히 살아있는 게 더 힘들어. 산다는 건…… '죽으면 편해진다'는 충동과 계속 맞서 싸워야 하니까.

토터

너는 먼 길을 걸어왔고, 좋은 동료를 만났고, 너를 신뢰하는 어른을 실망시키지 않았어. 이건 아주 대단한 거야.

용병이 다그다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였다.

분명 낯선 사람의 위안이었지만, 다그다는 죽은 동료들의 손과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 동료들의 손도 이렇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고, 어깨를 다독여준 적이 있었다.

런디니움을 탈출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지만, 다그다는 한 번도 제대로 그들을 추모하지 못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할 수도, 그럴 자격도 없었다.

그러나, 증기 기사의 망가진 갑옷을 보는 순간, 탑의 기사들의 마지막 전투가 다시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대지를 사랑하는 사람이 분명 이렇게도 많은데, 왜 결말은 항상 이 모양일까?

왜 영웅들은 소리 없이 죽어야 하고, 왜 승리는 그들 편이 아닌 것일까?

다그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토터

괜찮아, 내가 가려줄게. 몰래 좀 더 울어도 돼.

다그다

흑…… 흐흑……

주변의 갑옷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시즈

……

시즈

알레데일, 너 많이 긴장하는 것 같은데.

알레데일

……그런가.

알레데일

당신이 증기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알레데일

그들이 26년 전의 일을 막지 못한 건 맞잖아.

시즈

나는 잘 모르겠어, 별로 관심도 없고.

시즈

전에…… 가웨인이라는 녀석한테 들었는데, 당시 런디니움엔 증기 기사가 없었대.

알레데일

의회가 그들을 전출시킨 거야.

알레데일

하지만 돌아와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시즈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알레데일?

시즈

넌 증기 기사를 매우 숭배하는 것 같던데.

알레데일

숭배…… 까지는 아니고.

알레데일

폐하께서 재위했을 때, 마지막으로 책봉된 증기 기사가 찰스 린치 경이었던 건 기억나.

알레데일

그 뒤로 이십여 년 동안, 증기 기사는 한 명도 탄생하지 않았어.

알레데일

그건 일종의 경고였을까? 아니면, 아무도 몰랐던 싸움의 대가일까? 공작들은 그때부터 저마다 각자의 예리한 칼날을 준비하고 서로를 겨냥할 준비를 했던 건 아닐까?

알레데일

어쩌면…… 배신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몰라.

알레데일

상상도 할 수 없어…… 얼마나 피 말리는 죽음일지.

시즈

빅토리아가 자기 자신을 죽인 거야.

그 들려오는 목소리가 불만스러운 듯 투덜거렸다.

하지만 시즈는 그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차분하면서도 힘있게 자신의 말을 반복했다.

시즈

탐욕과 야심, 그리고 욕망으로 이루어진 빅토리아가 자기 자신을 죽인 거야.

알레데일

그럼, 알렉산드리나 전하, 당신이 이 모든 걸 바로잡지 않겠어?

시즈

……

그들도 답을 기다리는 듯 목소리들도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시즈

나는 해야 할 일을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