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지난날의 그림자
혼은 성공적으로 병사들을 구해 냈고, 만드라고라도 타라인 스파이를 구출해 낸다. W는 외드레르에 의해 중상을 입었지만, 뒤이어 다가온 아스카론에 의해 구출된다.
네가 놀란 표정을 다 보인다니, 의외로군.
충분히 힌트를 주었다고 생각했다 만.
……설마 그 돌멩이를 말하는 거야? 그딴 옛일을 소재로 한 농담은 하나도 안 웃겨.
나는 또……
누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 맨프레드?
……별일이네. 테레시스가 너를 죽이지 않은 것도 모자라, 런디니움에서 막 날뛰게 내버려 두다니. 노망난 게 아니야?
여태 소식 하나 안 들리길래, 너희들이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
어머……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나? 하핫, 네 말이 맞아. 난 확실히 변했어…… 요즘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져서 우리가 용병이라는 것도 깜빡했네.
기폭 속도가 느려졌다, W.
그러는 넌, 이제 손이 안 떨리나 보네.
리유니온에서 데려온 용병들은? 설마 정말로 혼자 왔나?
걔네들을 데려와서 너처럼 섭정왕에게 매수나 당하고, 역으로 나한테 칼을 들이밀게?
……용병들을 끔찍이 아끼는군.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 몇 안 된다 했다.
나는 아닌데. 런디니움에서 그리운 얼굴들을 잔뜩 봤단 말이지.
여전하구나. 내 부하를 빼돌리기 좋아하는 것도 그대로네.
어디 보자, 슈와브는 지금쯤 죽어 있겠지? 네가 죽였나? 그 녀석은 나보다 널 더 오랫동안 알고 지냈잖아, 그렇지?
너를 하루 종일 업고 테레시스의 킬러 열몇 명을 따돌려준 옛 친구를 죽일 때, 손이 떨리지 않았어?
네가 잘못 기억하고 있다. 로도스 아일랜드를 호위할 때, 슈와브는 이미 부대를 떠난 뒤였다.
그런가? 뭐, 함께 등을 맞대고 싸웠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력이 너는 항상 나보다 좋았으니까.
예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죽은 사람을 기억하면 네 마음이 좀 더 편해지나?
……
그럴 리가 없겠지? 외드레르, 네 얼굴에 다 쓰여 있어. 그때 꾼 악몽을 다 합쳐도 최근에 꾼 악몽에 미치지 못할걸.
W, 내가 널 알고 있던 시간과 네가 날 알고 있던 시간은 같다.
네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자극한다는 건, 흔들리고 있는 네 마음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것이지.
이야, 또 들켜 버렸네.
예전의 너였다면, 발목 잡는 저항군을 거침없이 붙잡아 우릴 유인하는 미끼로 썼을 것이다.
누군가 내게 W가 후방 엄호를 자처했다고 말했으면…… 나는 분명 그에게 썰렁한 농담을 집어치우라고 했을 거야.
설마 체르노보그 코어 사건 때문에 완전히 미친 건가, W?
탈룰라가 네 뇌를 태워 버리기라도 했나, 아니면 환각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서 죽은 자의 그림자라도 본 건가?
미친놈은 자기가 미쳤다고 인정하지 않지, 안 그래? 그리고, 내가 미쳤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테레시스의 믿음은 싼 편이 아니야. 슈와브의 목으로는 한참 부족했을 텐데. 뭘 더 얹은 거야?
잠깐, 너 설마 그녀를……
입조심해라.
오호…… 제법 반응이 오는데?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W, 네가 너무 늦게 온 거야.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지금 자신의 무능함에 변명이라도 하고 있나? 그때 계획은 이미 다 세워졌다고 했던 게 누구였더라?
내가 뭣 때문에 한쪽 눈을 잃었다고 생각하나?
잠깐만, 네 말은 이네스가……
그래, 이네스가 죽었다.
……또?
내가 속을 줄……
용병은 잃어버린 믿음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나는 그 대가를 치렀던 거고.
드디어 나왔군.
네, 지금까지 너무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살카즈 병사들은 전부 남쪽에서 발생한 폭발을 확인하러 갔고, 심문실 근처에서 지키던 녀석들도 더블린이 전부 처리해 줬으니 말입니다.
……전쟁터에서 행운을 믿는 사람에게는 대개 좋은 결과가 없다.
훗, 그 까닭 모를 운이 없었다면, 과연 네가 지금도 살아있었을까?
……
윽…… 저 여자는 누굽니까? 심문실에서 도망쳐 나온…… 아군입니까?
……적이다.
(작은 목소리로) 조준.
(작은 목소리로) 사격은…… 하지 마.
어쩜 만날 때마다 석궁으로 날 겨냥해, 병사? 우리 뒤를 따라온 덕분에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 주길 바라는 건가? 그렇다면 나와 함께 런디니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감옥에라도 가주던가.
……
솔직히, 널 다시 보게 된다.
너는 살만 잔뜩 찐, 하수도로 흘려보내야 마땅한 그런 귀족들과는 확실히 달라.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그들은 누구에게나 무릎을 꿇을 수 있어. 살카즈…… 또는, 더블린. 어차피 그들에겐 차이가 없지.
하지만 넌…… 넌 포기하지 않아. 마치 짜증 나는 날벌레처럼, 내가 어딜 가든 꼭 나타나서 방해하니까 말이야……
눈에 거슬린다는 점에선 피차일반인 것 같은데.
너……!
크흑…… 커, 커허헉…… 마, 만드라고라……
친구가 많이 다쳤나 보네.
네 옆에 있는 병사도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아.
아무래도 우리 모두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
……
아쉽게도, 오늘은 너를 상대할 시간이 없어.
그거참 잘 됐어.
그럼, 길이나 비키던가.
……
……가자.
맞다, 빅토리아 병사……
왜?
살카즈에게 먼저 죽지 마.
내 돌이 널 꿰뚫기 전에……
후우…… 혼 중위님, 더블린이 정말로 떠났습니다.
……다행이다. 우리는 살카즈를 위해 탄약을 아껴야 하니까.
그 말씀은……
일이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지 않아?
더블린이 심문실에서 데려간 사람이 누구든 간에, 살카즈가 그리 쉽게 놓아줄 것 같지는 않아……
……우리도 마찬가지고.
하이디 씨, 전부 다 빠져나왔나요?
네, 아미야. 여기 다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하이디 씨, 몸이 약한 사람들이 앞장서게 해주세요. 저희는 뒤에서 추격병을 처리할게요.
피스트 씨, 아직 싸울 수 있나요?
당연하지.
빌 형, 꽉 잡어. 이따가 싸우면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
여러분, 전방에 적이 나타났어! 다른 입구에서 온 것 같아!
목표 발견!
해치워!
잠깐~ 우리보다 빨리 가면 안 되지. 뒤를 조심하지 않아도 넘어진다고~
몇 명 놓쳤어.
왜, 아직도 부족해~?
가, 저 캐스터부터 처리해~ 녀석이 부상자한테 아츠라도 쓰면 곤란하니까~
다행이다. 모건 씨, 다그다 씨, 돌아왔군요……
아미야, 박사, 우리가 늦은 건 아니지~?
- 딱 맞게 왔어.
- 안심했다.
후우…… 그런데 박사, 우릴 지원하러 온 사람이 한 명뿐이란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 한 명이면 충분하다.
- 사실 한 명만은 아니다.
그거 알아, 박사? 로도스 아일랜드는 알면 알수록 더 신기하다니까~
물론, 신기한 오퍼레이터를 많이 봐 왔지만, 그중에서도 네가 제일 신기해~
역시…… 대비책을 남겨뒀다 이거지, 그렇지~?
그런 점에서 우리는 똑같다고 볼 수 있어~
맞다. 살카즈 병사들이 이쪽으로 유인당한 것 같던데, 우리가 오는 길에는 많이 못 봤단 말이지~
안에서 놈들을 막고 있는 그 친구 말인데…… 특출나게 강한 게 아니라면, 위험할 것 같은데~
실은, 저는 W 씨가 더 걱정돼요……
W? 체르노보그에 다녀온 오퍼레이터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그 W 말하는 거야~?
네, 그 W 씨에요.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인재가 넘쳐나는구나~
저희는…… 일시적인 협력 관계예요.
박사님, W 씨가 하이디 씨에게 볼일이 있다고 말할 때, 눈빛이 뭔가 이상했어요.
- 뭘 느꼈어, 아미야?
- W는 늘 그런 느낌 아니었나?
W 씨의 감정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 특별하긴 하죠. 하지만, 어떤 때는 일부러 감추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럴 때마다 W 씨의 눈빛은 사람을 속일 수 없어요.
마지막으로 그런 눈빛을 보인 게, 저한테 체르노보그 코어를 멈출 열쇠를 달라고 소리쳤을 때였어요.
W…… W 씨가 뭔가 못다 한 말이 있는 게 아닐까요?
- W가 돌아오면 물어보자.
- W잖아. 분명 돌아올 거야.
네…… 이번만큼은 저도 W 씨를 믿을 거예요.
스읍…… 하아……
피를 많이 흘렸군.
너도 제법 구멍이 뚫렸잖아.
예전처럼 몸에 폭탄을 하나 숨겨 놓지, 그랬나. 적어도 나를 데려갈 기회라도 있으니까.
콜록콜록…… 외드레르.
내 목이 얼마야? 네가 런디니움에서 작은 방 하나 구하기에는 충분한 액수인가?
미안하군, W. 섭정왕은 너 같은 용병 따위의 이름을 기억할 리가 없다.
훗…… 이네스에게도 그렇게 말했나? 너희 둘의 작은 꿈 때문에 그녀의 머리가 날아가기 전에?
이 지경이 됐는데도 입은 여전하구나.
아니면, 뭐? 바보 같은 너희 둘을 위해 크게 웃으며 박수라도 쳐 줄까? 나에게서 슬픔 따위를 찾을 생각은 마. 그건 나답지 않으니까.
……과연 누가 바보일까? 여기서 쓰러지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말했잖아. 난 그냥…… 조금 놀란 것뿐이라고.
너무 놀라서 내 손발을 끊어 놓을 기회마저 몇 번이나 놓쳐 버린 건가?
이거야말로 너답지 않군, W. 도대체 무엇이 널 혼란스럽게 했나?
죽은 줄만 알았던 옛 친구가 살아 돌아와서 나를 자꾸 찌르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군.
W, 네가 말하는 옛 친구란…… 도대체 누구지?
난 말이야…… 너의 그런 점이 싫어. 그녀처럼, 꼭 나를 꿰뚫어 본다고 생각하니까.
아쉽지만, 이번에도 내 판단이 맞은 것 같군.
네가 런디니움에 잠입한 지는 꽤 오래됐어. 그동안 뭘 봤길래 네가 이토록 흐트러졌을까?
……테레시스의 꽁무니를 따라다녔던 건 너지, 내가 아니야. 설마 그 거짓된 왕좌 앞에 무릎을 꿇은 횟수가 부족해서, 아직 그의 속셈이 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너는 분명히 알고 있구나.
나를 떠보는 그딴 수작은 그만하시지? 용병이라면 용병다운 모습을 보여, 외드레르.
너를 살려서 돌려보낼 수 없다, W.
내가 죽여 온 수많은 지인 중에서도…… 너는 아마 내 선택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도대체 물러 터진 게 누군데?
그래, 어떤 살카즈가 과연 내 심장에 칼을 꽂을 수 있을지, 내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 줄게.
……좋아.
그럼 이제 안녕이다, W.
……음?
내 검이…… 막혀? 저건…… 단검? 어디서 날아왔지?
……움직이지 마.
……
…………
오랜만이군, 아스카론.
......
너……
너도 움직이지 마.
쿨럭, 내가 움직여서 뭐 하게?
……잠깐, 나를 구하러 온 건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지?
……
설마, 얘를 도우러 온 건 아닐 테고. 테레시스가 그녀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
좀 더 신경 써서 던지면 안 돼? 이쪽은 중상이라고. 하마터면 못 피할 뻔했잖아.
……그것참 유감이네.
......
……
날 죽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네, 그렇지?
네가 나의 대장이였던 적도 있었고, 내가 너의 대장이였던 적도 있었지. 하지만 저 여자는 우리 둘의 대장이였던 사람이야. 게다가 딱 봐도,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안다. 우리 둘의 머리가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까…… 할 말은 없다.
……W.
쓸데없는 말을 할 때마다, 피가 더 빠르게 흘러나온다.
알았어. 걱정해 줘서 고맙네.
아무래도…… 여기서 같이 죽고 싶지 않은 이상, 이번 작은 실패는 참을 수밖에 없겠는걸, 외드레르 '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