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동족이 아닐지라도
아미야는 자경단 대원인 락락으로부터 테레시아와 특징이 비슷한 백발의 살카즈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한편, 혼은 지상에서 더블린 병사들의 이상 행동을 눈치채는데……
3:22 P.M. 날씨/흐림
런디니움 수디언구, 지하 시설
……현명한 선택 같지는 않은데.
락락, 우리는 사람이 부족해. 지상에 아직 못 가본 곳 중에,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 얼마나 될 것 같아? 적어도 수디언구의 3할은 될 거라고.
너도 알잖아. 하모 형님네는 지금 옮길 준비를 하고 있어. 이틀이 지나면 다들 여기를 떠날 거야.
그때가 되면 우리 팀이 남아서 수색을 계속한다 해도 성공 확률이 훨씬 줄어들겠지.
그게 저 사람들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될 수 없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거야.
지휘관의 말을 못 들었어? 친구의 친구라잖아. 우리는 저 사람들을 런디니움으로 들여보내 달라는 그 친구분의 약속에 응했고, 저 사람들은 지금 여기에 와 있잖아.
이제 저 사람들이 수색 작업을 함께 도와준다면……
저 사람들은 여기서 휴식해도 좋아. 이건 지휘관의 명령이니까.
하지만 휴식이 끝나는 대로 여기를 떠나야 해. 내가 지상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 줄 거야. 그게 다야.
당분간 남고 싶은지 왜 물어보지도 않아? 작은 부탁인데, 어쩌면 거절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왜 그런지 너는 알고 있잖아, 난 이미 말했어.
……
지휘관이 저 사람들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하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나도 더 이상 그들의 정체나 동기를 의심할 생각이 없어.
하지만, 나는 저 사람들이 자신과 무관한 위험에 휘말리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왜 저 사람들이 하려는 일이 꼭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뭐 하러 왔겠어?
굉장한 능력을 가진 살카즈 여럿 데리고 런디니움에 잠입해서, 다른 살카즈 무리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피스트, 우리는 빅토리아 사람이야. 이런 일에 이미 익숙해 있잖아.
……그건 런디니움 밖에서 허구한 날 치고받고 싸우기만 하는 귀족들의 얘기고.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놈들은 계속 싸웠잖아. 안 그래? 자기들끼리 싸움에 정신이 팔리지만 않았어도, 우리 고향이 살카즈의 정원이 될 일은 없었다고.
고향을 되찾는 것만 해도 우리에겐 충분히 벅찬 일인데…… 살카즈들이 우리 땅에서 싸우든 말든, 우리는 그걸 저지할 힘도 없어. 게다가 우리와 관계없는 싸움이잖아.
……만약 저 사람들이 정말 도시 안의 살카즈를 막을 수 있다면?
너는 아마 저 사람들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에겐 공통의 적이 있는 건 확실해.
피스트, 난 너만큼 자신이 없어. 우리가 전세를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살카즈…… 살카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음흉하다고.
아버지가 처형되던 날, 나는 멀리서 그 망나니들이…… 그 여자를 전하라고 부르는 걸 봤어.
그때야 알게 됐어. 마족 놈들을 호령하는 왕이 그렇게 생겼다는걸.
……이건, 처음 하는 얘긴데.
그때는 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 너한테 말해주는 것도…… 절대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고 알려주고 싶어서야.
그 살카즈 여자가 아무리 순백하고 티 없는 모습이라 해도, 그 살카즈 여자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런디니움 노동자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해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어……
그 여자가 살카즈를 데리고, 우리 아버지를, 그리고 무수한 빅토리아 사람을 죽였다는 걸 절대 잊을 수 없어…… 그녀는 마왕이야!
엇…… 아미야 씨?
……
피스트 씨, 락락 씨……
……할 말은 다 했어, 대장. 나는 지상으로 돌아가 수색 임무를 계속할 테니, 너는…… 부디 내 말을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아미야 씨, 박사, 미안…… 그게, 지금 하모 형님을 도와 장비를 수리해야 돼서…… 나도 이만.
박사님, 락락 씨가 말한 그 살카즈는……
- 아직은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 ……
- 테레시스는 아닌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슬픈 표정의 백발 여성이라고 했죠. 다른 살카즈들이 전하라 부른다고.
박사님, 비록 박사님께선 잊으셨겠지만, 저는……
……저는 그녀의 그 어떤 미세한 표정도, 저한테 했던 그 어떤 말도 잊을 수 없어요.
- 네 말은……
- ……
- 말도 안 돼!
저도 알아요. 정말 말도 안 되죠.
하지만, 저는……
{@nickname} 박사, 오늘부터 너는 이 파일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아마 네가 관심 있는 정보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녀에 대해서든, 아니면 아미야가 현재 계승하고 있는 그 힘이든.
- 나를 못 믿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
지금 이 시점에서 신뢰 여부를 논하는 건 의미 없다.
아미야에게 있어 너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어. 이번 런디니움 작전에서, 아미야는 네 도움이 가장 필요할 거다.
박사……
런디니움에서 무슨 일이 있든, 꼭 아미야와 함께 마주해 줘.
너라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아미야, 침착해.
……
맞아요…… 저는 조급할 필요가 없죠.
하마터면 락락 씨를 쫓아가서, 도대체 누굴 본 건지 캐물을 뻔했어요.
그랬다면…… 저희에 대한 오해는 더욱 깊어졌겠죠.
- 아미야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해도 돼.
- 아미야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해.
네…… 박사님, 저 이제 괜찮아요.
런디니움에 오기 전에, 켈시 선생님으로부터 아마 과거의 일을 전해 들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어떤 일은 아직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어요.
사실, 그 사건 뒤로 저는 오랫동안 두 분의 꿈을 계속 꿨었어요……
꿈속에서 박사님은 늘 과묵했었죠. 그저 조용히 저를 지켜만 주고 있었습니다.
마치 예전에 황야에서의 밤처럼, 박사님께선 그저 묵묵히 제 손을 잡아 주셨어요. 그래야만 제가 안심하고 잠들 수 있으니.
저는 박사님을 느낄 수 있어요…… 그때는, 박사님이 잠깐 잠들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한동안 제 곁에 없었지만, 저는 박사님이 늘 저와 함께 있다고 생각해요.
- 아미야……
하지만 그 사람은…… 달라요.
그 사람은 꿈속에서 제게 많은 얘기를 했어요.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는 모든 살카즈의 운명부터 시작해서, 그날에는 잘 잤는지,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마치 아직도 제 곁에 있는 것처럼, 많은 일을 당부했어요.
그럴수록…… 그럴수록, 저는 그 사람이 우리를 떠났다는 게 더 분명하게 느껴져요.
- 네가 느낀 걸 믿어.
- ……
-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너야.
그 사람은 안타까워했어요……정말로, 진심으로요. 그 사람이 걱정하고 있는 사람과 일은 그렇게도 많았는데. 우리, 켈시 선생님, 로도스 아일랜드, 살카즈……
만약…… 그 사람이 정말로 살아 있다면,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요?
- 네가 말한 그 사람은, 그러지 않았을 거야.
- 분명 오해일 거야.
- 테레시스가 뭔가를 꾸민 게 아닐까?
맞아요, 그 사람이라면 절대 저희를 버리지 않았을 거예요.
게다가 테레시스가 빅토리아로 침입하는 걸 용인했을 리도 없겠죠…… 살카즈가 이런 의롭지 못한 전쟁을 벌이는 것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박사님 말은, 락락 씨가 본 게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살카즈라는 얘기인가요?
확실히 그럴 가능성은 있어요.
그건…… 너무 잔인한 방식이에요.
살카즈는 그 어떤 종족보다도 죽음을 중요시하죠. 죽은 살카즈의 영혼은 동족들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이는 살카즈의 힘겨운 삶에 대한 최고의 위로입니다.
박사님도 패트리어트 씨의 죽음을 지켜보셨잖아요. 그것은 존엄, 명예, 그리고 한 사람이 일생의 마지막 운명에 대한 최후의 물음입니다.
그리고 죽음의 안식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려 주고, 그 해답은 그의 모든 것을 감싸주는 거죠.
그 어떤 살카즈도 이 최후의 안식을 빼앗겨서는 안 돼요…… 특히, 살카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그 사람은 더욱 안 됩니다.
박사님, 제가 출입구에서 했던 얘기를 기억하시나요?
저는 런디니움 중심에 뿌리내린 감정이 뭔지 알고 있어요. 그건 분노예요, 살카즈의 분노.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살카즈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분노예요.
웬디고의 제단조차도 이토록 강렬한 공명을 울릴 수는 없을 거예요. 마치, 누군가 살카즈의 수천수만 년 동안 불타 온 원한을 실체가 보이는 불꽃으로 응축시킨 것처럼……
이를 아무도 막지 않는다면 그 불꽃은 런디니움을 잿더미로 만들 것이고, 심지어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을 향해 번져나갈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한시라도 빨리 접근해서 그 불꽃의 중심이 도대체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나는 네가 걱정돼, 아미야.
- 가까이 가면, 네가 다치지 않을까?
눈치채셨군요, 박사님. 네, 제 마음가짐이…… 예전과는 달라요.
그 불꽃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책임자가 아닌, 그들이 말하는 계승자도 아닌…… 아미야, 바로 저 자신입니다.
이건 제 바람이자, 제 개인이 원하는 답이에요.
그리고…… 저는 확실히 조금 두려워요.
박사님, 저는 그 해답이 두려워요. 켈시 선생님이나 여러분의 마음이 무너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 네 마음도, 아미야.
네, 맞아요. 저도 있죠. 만약 정말 그 사람이라면…… 저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마주해야 합니다. 달리 선택할 길이 없으니까요.
- 우리 함께 마주하자.
- 우리 함께 길을 만들어 내자.
감사합니다, 박사님……
박사님이 곁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용기가 솟아오르네요.
우선 클로비시아 씨와 만나볼게요. 협력할 방법을 논의해야죠.
살카즈에게 잡힌 전우들을 구출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거예요.
저희 또한 도움이 필요하고요.
계획대로라면 이미 저희를 마중 나올 전달자분을 만났어야 하는데. 일단은 그분이 무사한지 확인부터 해야 합니다.
그분은 자경단의 친구라고 하니, 클로비시아 씨가 저희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또한, 중앙구역으로 가는 길을 이분들이 안내해 준다면 더욱 순조로울 거예요.
로도스 아일랜드는 런디니움 시민 자경단에게 저희는 살카즈 왕관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것입니다.
혼 중위님, 더블린 병사들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네.
저기는 중무장한 살카즈 병사들이 지키는 곳이 아닙니까? 이전이라면 더블린은 저쪽에 얼씬도 하지 않았을 텐데!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내가 따라가 볼게.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머릿수가 열 배는 차이가 나는데.
그러니까 혼자 가는 거야.
너희들은 원래 계획대로 놈들의 거점에 가서 물건을 찾아. 이제 막 이동하기 시작했으니, 아마 남은 물자가 있을 거야.
……조심해.
네, 무운을 빕니다!
야, 서둘러. 만드라고라 님은 허비할 시간이 없어!
내키지 않는 건 나도 알아. 누가 이런 일을 원하겠나? 마족 놈들이 감히 우리를 용병처럼 부려 먹다니!
그렇다고 해서 게으름 피우지 마. 살카즈가 보는 앞에서 만드라고라 님의 체면을 구길 수는 없으니.
왜 안 따라와? M-611, 응답해!
무, 무슨 일이야?
꼼짝 마.
너…… 너는! M-601, 응답…… 으읍!
……소리도 내지 마.
으윽……
통신기 내놔.
좋아, 이제는 말해도 된다.
콜록콜록……
말해, 살카즈를 위해 뭘 하고 있었어?
내…… 내가 그걸 말해 줄 것 같냐…… 빌어먹을 빅토리아 늑대가……
어디 보자. 입을 꾹 다문 빅토리아 병사를 상대로 더블린이 어떻게 했더라?
……십여 미터 높이에 매달아 놨었나?
아쉽게 됐네. 돌기둥을 만들어 내는 오리지늄 아츠가 없으니까, 사람을 그렇게 높이 올려놓을 수도 없고.
네…… 네가 그런 방법을 쓸 수 있을 리가……
그래?
하긴, 내가 너희 지휘관처럼 무자비했다면, 내 부하들도 힐록 카운티에서 전부 희생되는 일이 없었겠지.
그럼, 이건 어때. 네 손발을 묶은 채로 아무 폐공장에나 버리는 거야.
근처에 폐공장이 많지만, 하나씩 찾다 보면 뭐 금방 찾을 수 있겠네.
이거야말로 나다운 방식이지, 안 그래? 내가 이렇게 너희들 손에서 불쌍한 우리 병사들을 구해냈으니 말이야.
네가 어둠 속에서 절망하며 굶어 죽기 전에, 네 지휘관이 너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 안 돼! 만드라고라 님은 그런 일을……
사, 살려 주세요. 원하는 게 뭡니까? 저는 그저 명령만 따를 뿐이라 아는 게 별로 없어요……
그렇겠지? 그래도 살카즈 지휘관은 너희 지휘관보다 훨씬 똑똑해 보이더라.
녀석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만드라고라는 절대 모를걸. 너희들은 이대로 살카즈 손에 놀아나는 거야……
뭐, 네가 너희들의 목적지만 알려 준다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찾아보면 돼.
돌아오셨다면 좀 더 일찍 찾아오시지.
네 손님이 너무 많아서 그렇지.
잊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고해신부의 전달자를 만나고 싶지 않으셨군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들키면,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날도 이대로 끝나겠지?
그렇다면 굳이 외드레르가 떠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그는 제 사람이라, 왕정에 당신의 행적을 알리지는 않을 겁니다.
뭐, 네 사람? 이제는 자신도 속이나? 너는 누구도 믿지 않잖아.
네가 정말로 그를 믿고 있었다면, 나를 그냥 불러내면 됐잖아? 너는 일부러 더블린의 필라인과 그 용병이 떠난 후에 인사하러 온 것이고.
……
그 이야기는 그만두죠. 아침에, 당신은 더블린을 약속한 장소로 유인해 주셨습니다. 이 신세는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뭐…… 별거 아니야. 게다가, 뜻밖의 수확도 있었는걸.
……뜻밖의 수확? 당신께서 그리 말씀하시는 건, 분명 저항군 몇 명을 발견한 수준이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밑에서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람이라도 만나신 겁니까?
만난 것뿐만 아니지. 그들은 나를 더블린 손에서 '구출'해줬거든. 그리고 함께 방벽까지 왔고.
하아, 네가 황급하게 무기 실험을 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죽을' 필요까지 없었는데. 아마도 지금쯤 그들 곁을 따라다니고 있었을지도 몰라.
뭐, 나도 그녀랑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으니까.
……
만약 아직 기회가 있다고 한다면?
또 도와달라고? 더블린과 용병을 보내서 임시 감옥을 지키려고 한 거 아니었어? 준비는 다 된 줄 알았는데.
보험이야 많을수록 좋지요.
그래, 그래. 또 우리한테 신세 지게 생겼구나.
앗…… 방금 '우리'라고 했나?
……괜찮습니다, 저 빼고는 아무도 없으니.
솔직히, 우린 그다지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그 어딜 가든 와인잔을 들고 다니는 나르시스트 늙다리도 곧 도착할 테고. 맞지?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건 절대 비밀이야.
……알고 있습니다. 귀공의 호의를 꼭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죽은 이의 모습으로 돌아다니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정체가 탄로 나는 건 차치하더라도, 저 또한…… 마주하기 불편합니다.
앗, 우리가 깜빡했네. 너는 도덕적이고 훌륭한 살카즈였지? 테레시스의 제자여.
안심해, 다음에 찾아오는 건 절대 '토마스 씨'가 아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