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고개 숙여
더블린과 살카즈의 대치가 이어지는 와중, 혼은 인파 속으로 섞여 들어간다. 그녀와 정체 모를 인물이 가한 자극에, 더블린과 살카즈는 급기야 충돌을 일으키는데……
아미야 씨, 이러다간 토마스 씨가 다시 더블린에게 잡히고 말 겁니다!
……
아무래도……
거참 귀찮게 말이야!
내가 데려올게.
……안돼.
왜 말려? 쟤는 우리가 구했잖아?
상황이 달라. 시즈가 적들에게 노출돼서는 안 돼.
그럼 가만히 있는다고? 그건 우리 글래스고 스타일이 아니야!
너희 둘, 그만 싸워~!
비나……
……박사와 아미야의 뜻을 따른다.
……
저격수, 토마스 씨를 붙잡고 있는 적을 조준하세요!
- 저 캐스터가 관건이야.
캐스터라……
앗, 생각났어요, 박사님.
미저리 씨의 정보와 백파이프 씨의 보고에 따르면, 저 여자가 바로 런디니움에 있는 더블린의 지휘관일 거예요.
……힐록 카운티 사건의 주모자 중 한 명이기도 하죠.
아웃캐스트 씨의 희생에 대한 책임이 저 사람에게만 있는 건 아니지만, 미저리 씨와 백파이프 씨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오퍼레이터들이 저 사람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습니다.
- 만드라고라.
백파이프 씨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했어요.
여기서 더블린과 교전한다면 토마스 씨를 구하고, 심지어 나중에 큰 위협이 될 만드라고라 이 사람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카즈 병사가 왔습니다!
……아무래도 늦은 것 같네요.
각 팀에 알립니다. 계속해서 은폐를 유지하되……
전투태세를 갖추세요.
……여긴 또 뭐야? 소란스럽게.
윽……
……
엇, 누구신가 했는데 반역자 나리들이었구먼.
그렇게 부르지 마.
우리는 빅토리아와 관계없다, 마족.
그렇다면…… 또 누가 감히 우리를 그렇게 부르도록 허락했을까?
하…… 추방이나 당한 오합지졸 따위가. 혼란을 틈타 남의 도시를 점령한 주제에, 지들이 무슨 런디니움의 주인이라도 된 줄 아나 봐?
하하, 우리가 뭐 너희들처럼 런디니움 따위를 신경 쓰는 것 같아?
뭐 나름 깨끗하고 괜찮은 도시이기는 해, 그렇지? 햇볕도 잘 들고, 시체 악취도 없고 말이야. 그런데, 내가 보기엔 폐허가 이 도시에 더 잘 어울릴걸.
살카즈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마왕께서 이곳에 계시기 때문이지.
……마왕?
- 테레시스를 말하는가?
- 섭정왕이 참다못해 결국 왕좌에 앉으려는 걸까?
……아직 그런 정보는 없었는데요.
하지만, 수많은 단서들이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키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전 테라에 흩어져 있던 살카즈 전사들이 지금 런디니움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모집하고 있는 건 평범한 용병들 뿐만이 아닙니다.
더 오래되고…… 더 강력한 힘이, 이 도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느낄 수 있어요, 박사님.
빅토리아에 온 뒤로, 런디니움에 가까울수록, 제 마음속에 흘러드는…… 그리고 제 사고에 얽혀오는 감정들이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더욱 강렬해지고 있습니다.
- 아미야!
- 괜찮은 거지?
괜찮아요, 박사님.
그저…… 방금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살카즈 전사가 '마왕'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 순간, 그 감정…… 들 중 한 가닥이 갑자기 튀어 올라 저를 가볍게 붙잡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 나랑 얘기 좀 해봐야겠는데.
저도 박사님과 대화를 나눠 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
설령 정말로 그…… 살카즈 마왕이 지금의 런디니움을 지배하고 있더라도, 저희 목표는 바뀌지 않습니다.
저희는, 전쟁을 막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까요.
저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무얼 하려는 건지 확실히 알아내야만 해요.
……이건 테레시스가 자신에게 어떤 호칭을 붙이든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구역질 나는 안부 인사는 이제 끝인가, 더블린?
네놈들이 잡은 그놈을 넘겨라.
우리가 왜?
너희 선조들의 고향을 우리가 차지하고 있으니까.
네 이놈……!
그만해.
만드라고라 님……!
살카즈, 너도 똑같아.
내가 너는 알고 있지, 필라인. 너는 놈들의 지휘관이야.
그런데 내가 왜 네 명령을 들어야 하지?
왜냐하면 내가 성왕궁 서쪽 회당에 갔었으니까.
하하, 그 얘긴 다 들었어. 전하를 알현하러 갔다가, 결국엔 쫓겨났다며?
네가 살카즈에게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
만드라고라 님, 저희가 이 마족 놈에게 모욕을 당해야만 합니까?
저는 못 참겠습니다. 런디니움에 온 뒤로 맨날 이 열등한 놈들과……
그만.
분명 리더에게 돌아갈 수도 있는데……
그만하라고 했다!
살카즈, 네가 어떻게 도발하든 난 여기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살카즈의 손님이다. 이건 너희 전하와 전하의 신하들이 직접 인정한 사실이야.
설마 너 정말 살카즈들이 어떻게 무례한 '손님'을 대접하는지 보고 싶나?
그 말은 우리 중 한쪽은 그나마 예의라는 걸 안다는 거네.
난 너희들의 왕과 장군에게 약속했다. 더블린은 런디니움의 중앙구역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동시에, 너희들도 여기서 나를 방해할 순 없다, 살카즈.
그게 아니라면, 너희 마족들이 '약속'이란 두 글자조차도 모른다는 건가?
훗, 허울뿐인 필라인따위…… 내가 여기서 너를 베지 않는 이유는, 너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명령 따위를 받아서가 아니다.
말다툼이나 하고 진정한 목표를 잊어버린 살카즈가 있다면, 그는 전장이 아닌 어느 술집에서 진작에 맞아 죽었을 거다.
우리는 하수도에서 사는 버러지들을 수색하러 왔을 뿐이다. 이 어쭙잖은 것들이 인파에 숨어들어 우리를 방해하고 있단 말이지……
아무래도 살카즈들이 원하는 게 토마스 씨가 아닌 것 같네요.
설마 전달자분께서 언급한 우리를 도와줄 '친구'들을 말하는 건가요?
만약 그분들이라면, 확실히 살카즈가 적으로 여길 법도 하네요.
그분들이 정말 여기에 있다면, 저희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멈췄다.
다투는 소리가 들리던데…… 살카즈 병사들이 누군가와 충돌한 모양이야.
중위님, 저들의 제복은…… 더블린입니다!
……그 녀석이다.
그 더블린 캐스터 말씀이십니까?!
저 녀석…… 아주 끔찍해……
우리 중에서도 여러 명이 저 여자 손에 죽었습니다. 어디서 솟아 나왔는지도 모를 돌기둥에 사람을 꿰어 버리는데, 살카즈보다도 수법이 잔혹합니다!
알고 있다.
중위님, 혹시 저 여자를 상대해 보셨습니까? 아니지, 중위님이라면…… 더블린의 손아귀에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구해 내셨으니, 분명 저 여자를 쓰러뜨리셨겠죠……
아니, 내가 졌어.
그렇다면……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왜 나를 바로 죽이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 추측은 해 봤어.
런디니움 밖의 주둔지에서, 저들이 한 백작의 전달자와 여러 번 밀회했다는 걸 발견했거든.
이건, 아마도 녀석이 일부러 내게 정보를 흘린 걸지도 몰라.
……혹은 그녀가 아닐 수도 있어. 저 녀석이라면, 우리 할아버지가 백작의 부친과 친한 전우였다는 사실까지는 알 수 없을 텐데.
그리고 그 백작은…… 내 기억이 맞다면, 예전에 어느 공작의 부하였을 거야.
중위님……
미안, 너희들에게 할 얘기는 아니었는데.
내가 오랫동안 도시의…… 어두운 곳에 숨어 살면서, 말도 못 하는 메탈 크랩에게 털어놓는 게 익숙해져서 그래.
그때마다 내 말이 다른 이에게 영향 줄 일이 없으니, 나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됐고.
나는 그냥 혼잣말이라도 하기만 하면 됐어. 혹여나 잊어버릴까 봐.
중위님, 저는 절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대체 누가 꼭대기에서 이 모든 것을 조종하여 우리를 이런 꼴로 만들었는지!
내가 기억하는 그 공작은 아마 지금쯤 런디니움에 없을 거야. 심지어…… 그는 런디니움의 빈 왕좌에 관심을 둔 적도 없을걸.
만약 그가 뒤에서 더블린을 지지하고 있었다면 많은 문제가 설명이 되겠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처한 상황은 더욱 위험해져……
잘 들어. 내가 한 모든 얘기는 아직 근거가 부족한 짐작일 뿐이야. 더 듣고 싶다면 나중에 해줄게.
……그때가 되어도 너희가 여전히 나를 따라 이 도시의 어둠 속에 숨어들 의향이 있다면.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합니까?
지금은…… 우선 이곳을 벗어날 기회를 찾아야지.
더블린은 살카즈 손에서 뭔가를 찾고 싶은 것 같아. 그게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일 수도 있겠지. 그래서 수디언구에 그렇게 많은 거점을 만들었던 것이고.
너희처럼 살카즈의 추격을 받는 병사들 말고도, 그들은 살카즈와 관계가 있는 시민들 또한 수도 없이 잡아갔어.
만드라고라에게 어떤 목적이 있든……
살카즈와 더블린이 충돌한다면, 우리에겐 어떻게든 유리해.
이미 중위님께 계획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로벤, 내가 준 석궁은 옷 속에 잘 감추고 있지?
물론입니다, 중위님!
살카즈 바로 옆에 있는 저 더블린 병사를 조준해.
아무래도 더블린은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네요.
살카즈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을 테니, 지금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박사님, 예비 계획을 실행해야 할 것 같아요.
야, 빨리 그놈을 넘겨. 아니면, 화끈하게 한 판 붙어보든가!
……만드라고라 님, 아무래도……
……안 돼.
어째서인지 이유라도……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관계가 틀어져도 말입니까?
쟤들 얘기를 들었잖아.
우리가 언제…… 친구인 적이 있어?
그래, 그렇게 나오셔야지!
……집합! 이 하찮은 더블린 놈들을 포위해라!
이 사람은, 더블린이 반드시 데려간다.
데려갈 수 없다면, 이 자리에서 죽이는 수밖에 없어.
으아악!
시끄러, 닥쳐.
아니면 저 살카즈들을 다 죽여 버릴까……
이제 우리가 등장할 차례인가?
잠깐, 공중 좌표를 아직 조절하는 중이야.
야, 계속 뭉그적거리다간 저 사람이 죽어.
거의 다 됐어…… 직선거리 17미터…… 16미터…… 15미터……
최대한 가까이 붙여. 아니면 조준하기 어렵잖아?
안 돼, 들키면 어쩌려고!
내 말 들어, 절대 실패할 일 없어. 실패하면 내 머리를 과녁으로 내어준다…… 동쪽으로 조금만 더. 마침 빛이 반사돼서 날개를 가릴 수 있어……
그래, 지금이야!
……락 5호, 발사!
지금이야.
로벤, 사격!
으아아…… 악!
커억……
이것들이, 감히 기습해?!
뭔 소리야! 먼저 공격한 건 네놈들이면서……
반격! 반격이다!
살카즈의 피를 탐하는 자는, 더욱 많은 피로 갚아야 할지니!
여기 있는 놈들 한 명도 놓치지 마라!
잊지 마, 네놈들이 먼저 공격한 거니까.
……공격해, 살카즈를 싹 다 쓸어버려.
놈들을 살려 보낼 순 없다.
여기서 일어난 일이 절대 다른 마족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
으아아아아……!
사, 사람 살려!
아미야 씨, 시민들이 도망칠 곳이 없습니다…… 토마스 씨뿐만이 아니라, 아직 많은 사람들이 교전 범위에 있습니다!
살카즈와 더블린은 민간인들이 안중에도 없습니다!
……
박사, 아미야. 미안,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는 그럴 수 없어.
- 달리 방법이 없겠네.
이해합니다.
여러분, 작전 목표…… 변경!
비전투원은 계속 은폐를 유지하고, 전투원은 안전을 확보하면서 시민들을 구출합니다!
뒤에서…… 화살이?
저기 민간인 옷을 입은 놈들이다…… 금지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
뭐야, 승강기 쪽에 더 많이 숨어 있잖아!
핫…… 드디어 버러지들을 찾아냈다.
역시 이곳에 저항군이 있었네……
당장 맨프레드 장군님께 보고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