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고개 숙여
출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살카즈 순찰대의 대규모 검문을 맞닥뜨린 로도스 아일랜드 일행. 가이드는 놀란 나머지 도망치다 다시 만드라고라가 이끄는 더블린과 마주치게 되는데……
9:09 A.M. 날씨/흐림
런디니움 수디언구, 309번 출입구
앞쪽이…… 출입구예요.
- 걱정돼?
네…… 사실 지금까지 모든 게 순조로웠어요……
……단 한 가지만 빼고요.
박사님, 그동안 박사님과 켈시 선생님과 연락하던 그 전달자분 말이에요, 원래는 저희가 이 섹터에 도착하는 대로 저희와 연락이 닿았어야 했는데.
- 나도 그걸 기억하고 있다.
- ……
-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일단 기다리고는 있지만…… 너무 수동적일 수밖에 없어요.
원래는 직접 만나거나, 적어도 뭔가 소식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박사님, 지금 상황으로는 저도 다른 오퍼레이터에게 뭐라 할 말이 없어요.
여기까지 온 이상,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연락이 되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도 없고요.
부디 무사하길……
어쨌든, 저희는 원래 계획대로 도시에 들어갈 거예요.
어? 앞에 사람들이 많네요. 죄다 도시 안쪽에서 나오고 있는데……
……우리, 정말 이대로 도망칠 수 있을까?
이 길은 안전해. 우리 옆집도 지난주에 이 길로 도망갔어.
도시를 나오는 허가만 받으면 병사들도 굳이 트집 잡지 않아.
그……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
알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사 년 전, 뉴스에서 살카즈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솔직히 별생각이 없었거든.
나도 그래. 폐하께서 승하하신 뒤로 어찌나 어수선하던지. 그 와중에 어느 대공작인지, 갑자기 마족까지 끌어들일 줄 누가 알았겠어?
이 년 전에 난 트렌필드구 거리에서 살카즈 군인들까지 봤다니까. 그게 퇴근길의 유일한 화젯거리가 됐지.
나도 기억해…… 마치 하룻밤 사이에 뭔가 갑자기 바뀐 것 같았어. 나처럼 캠던구 공작 사무실 근처에서 살던 주민들이 좀 늦게 알아채긴 했지만.
반년 전인가, 살카즈 군인들이 갑자기 우리 은행 입구에 나타나더니, 우리 은행장을 데려가더라고. 아마 은행장 남편이 방위군에서 요직을 맡고 있어서 그런가 봐.
하아, 그 뒤로는 그 사람을 다시 보지 못했지? 내가 살던 동네도 어느샌가 경찰들이 싹 다 바뀌었더라고. 대부분 무서운 뿔을 달고 있던데.
그 뒤로는…… 어제, 살카즈들이 맞은편 거리에서 돌아다니더라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있었어.
그래서 도망친 거야?
사실 부모님은 진작 떠나셨는데, 나는 그저…… 은행의 월급이 아까워서 못 가고 있었을 뿐이야.
다 그래. 런디니움을…… 정말 떠난다면, 아마 옛날처럼 다시 생활하기는 힘들겠지?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떠나자. 돈보다는 목숨이 더 중요하잖아.
……
여기는 매일 이런가요?
……어느 샌가부터, 이렇게 됐어.
테레시스의 군대가…… 시민들이 도시를 나가는 걸 막지는 않네요?
아무래도 외부 사람들에게 런디니움의 주인이 지금 누구인지 딱히 감출 생각은 없나 봐.
- 다른 대귀족들은 아무렇지도 않은가?
- 빅토리아 의회의 상황은?
오히려 그들은 런디니움의 동향을 시시각각 주시하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굳이 밖에다 군대를 주둔할 이유도 없고.
하지만 그것보다 서로를 더 견제하고 있는 것 같아.
런디니움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대공작들에게 있어, 누가 도시 내 살카즈들을 먼저 공격하든, 이 20년 동안 지속된 레이스에서 우세를 선점하는 기회가 되니까.
반대로 말하면, 자기 것이 될지도 모르는 왕좌에 다른 사람이 먼저 앉는 꼴을 그저 지켜만 보고 싶은 놈은 없잖아?
그런 상황에서 누가 먼저 공격의 뜻을 나타내든, 모두 몇 건의 통신이나 연회 초대, 또는 자기 영지에서 나온 일련의 비보에 중단될 수밖에 없어.
만일 그 공작이 기어코 공격을 강행한다면, 그 녀석을 기다리는 것은 패배밖에 없어. 심지어 살카즈 섭정왕이 병사 한 명도 소모할 필요도 없이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
우리가 런디니움을 떠날 당시, 그날의 런디니움은 이전과 별다를 게 없었어.
게다가 의회가 제대로 돌아가기만 해도 런디니움이 진정한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도시 내부의 구체적인 상황은 직접 들어가 봐야 알 수밖에 없어.
여러분, 여기까지 모셔다드렸으니…… 남은 길은 직접 가시는 편이 어떨지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토마스 씨.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각 팀에 알립니다. 저희는 사전에 논의했던 것처럼 차례대로 인파에 섞여 들어갈 겁니다……
클로저 씨 팀이 선두에서 전방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시즈 씨 팀이 그 뒤를 따릅니다. 저와 박사님은 후방 엄호를 맡겠습니다.
정찰 팀은 주변 상황을 계속해서 확인해 주세요. 특이사항이 있는 즉시 통보 바랍니다.
발린 씨, 토마스 씨를 왔던 길로 다시 호송……
아미야 씨!
네.
전방에 소란이 발생했습니다. 살카즈 병사들이 접근하고 있어요!
……!
전원, 주의 바랍니다! 잠입은 일단 중단하고, 우선 가까운 곳에 은폐하세요!
……
저 앞에 저놈을 잡아라!
무……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살카즈 병사가?
이 길이 안전한 거 아니었어?!
거기, 너! 너 말이다! 거기 딱 서!
빨리…… 더 빨리. 조금만 있으면…… 바깥으로……
꺄악……!
……
이 자는 아니다.
서, 선생님, 제…… 제발 때리지 마십시오. 얌전히 따라갈 테니까…… 혹시 저희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지요?
꺼져, 알짱거리지 말고.
모두, 동작 그만!
전원 제자리에 멈춘다. 너, 너, 그리고 너! 이쪽으로!
가방 안에 뭐야? 무기 아니야? 전부 쏟아내!
얼굴에 그 화상은 뭐지? 최근에 입은 것 같은데…… 네놈이구나. 당장 앞으로 나와!
……뭐? 빵 만들다 데었다고? 이게 누구를 바보로 아나!
쯧…… 우리 무기에 당한 상처 같지는 않은데. 야, 너 저항군이지?
엇, 너무 놀라서 기절했네. 됐다, 일단 데려가자.
……
중위님, 더 이상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책임이다. 여기까지 데려오기 전에, 추격이 없었는지 미리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씀 마십시오.
더블린에게 잡힌 우리든, 살카즈에게 오랫동안 시달린 톰이든 다른 사람이든, 중위님께서 구출해 주시기 전까지 저희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절망적인 기분이 뭐랄까…… 영문도 모른 채 바보처럼 잡혀있느니, 차라리 전장에서 싸우다 죽는 편이 더 낫습니다.
런디니움의 함락은 너희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면 중위님의 잘못은 더더욱 아닙니다.
저희를 절망의 늪에서 끌어낸 사람은 중위님입니다. 적어도, 저는 제 두 발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이미 한 시간은 더 오래 살았습니다.
제가 더 이상 싸울 수 없다고 말했지만, 중위님께서는 저를 탓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저희를 여기까지 데려다주셨습니다.
중위님, 돌아가십시오. 중위님 혼자라면 충분히 숨을 수 있습니다. 저 살카즈들을 피해서 안전한 곳에 숨으십시오.
저희는 이미 다치고 병들어서, 중위님께 폐만 끼칠 뿐입니다.
절대 너희들 누구도 버리지 않는다.
하아…… 저희 지휘관도 중위님과 같은 사람이었다면, 저희는 어쩌면…… 이렇게 비참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위님을 만난 후, 저도 중위님처럼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너 설마…… 안 돼, 불허한다!
중위님, 저와 몇 명이 함께 덤벼들면 살카즈 몇 놈 정도는 데려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 말 잘 들어.
경거망동하지 마, 이건 명령이다.
명령……
예. 지금은 중위님이 지휘관이시니,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여기서부터 살카즈 병사를 마주하기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모두 고개 숙여. 내 말 기억해. 너희는 전부 이 근처에 사는 실업자고, 상처는 빵을 빼앗다 서로 싸우면서 생긴 거다.
살카즈가…… 믿겠습니까?
지금의 수디언구는 너무 혼란스러워 놈들도 그런 상황을 봤을 거다.
믿든 말든, 너희를 추궁하더라도…… 일단은 참아.
만약, 도저히 못 참겠다면……
알겠습니다. 살카즈에게 발견돼도, 절대 다른 사람이 말려들게 하지 않겠습니다.
도저히 못 참겠다면, 그땐 내가 나선다.
중위님……?!
일단 지켜보자고.
이쪽엔 없어.
저쪽은? 저쪽에 몇 명 더 있다. 그리고 저기 승강기 뒤에도! 그 뒤가 숨기 좋으니까!
너희들, 그쪽 가서 확인해 봐!
병사들이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양이네요.
각 팀, 위치를 보고하세요.
……확인했습니다.
- 우릴 찾는 게 아닌 것 같아.
- 우린 아직 들키지 않았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박사님, 출발하기 전에 켈시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뮬레이션 기억하시죠?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런디니움과 빅토리아 각지에서 활동하던 비밀 전달자들이 확실히 실패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고, 테레시스도 로도스 아일랜드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만약 그렇다면, 저희가 런디니움에 들어가도 테레시스의 친위대를 마주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뭔가 다른 것 같아요……
- 고해신부를 마주칠 줄 알았는데.
- ……
- 우리한테 그 정도로 심하진 않겠지?
박사님도 저와 같은 판단이실 거예요.
아무래도 테레시스는 아직 저희가 도착한 걸 모르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쉽게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 살카즈 병사들은 분명 우연히 이곳에 나타난 다른 사람을 수색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
저기, 토마스 씨……?
아미야 씨, 토마스가 갑자기 도망치려 했어요! 하마터면……!
놔, 이거 놔! 나 여기 있을 수 없어……!
토마스 씨! 개인행동은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호송해 드리겠다고 약속은 드렸지만, 죄송하게도 아직 상황이……
우왓!
자, 잠시만요, 저희 오퍼레이터의 무기를 강탈하는 건……!
미, 미안해. 나, 나 아직 죽기 싫어!
이게 도대체 무슨……
- 답은 뻔하지.
- 살카즈들이 자기를 찾고 있다고 생각하나 봐.
……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아…… 난 그저 살카즈를 위해 반년간 운전해 줬을 뿐이라고!
놈들이 내 젤리 공장을 강점하더니, 이젠 또 물건까지 옮기라며 위협했어. 도시 밖에 있는 가족들은 굶고 있는데…… 내가 뭘 할 수 있단 말이야?!
그날, 나는 그저 슬쩍 훔쳐만 봤을 뿐인데…… 놈들이 내 공장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놈들은 계속 날 쫓고 있었어. 잡히면 분명 날 죽일 거야!
왜 다들 나를 찾지 못해서 안달인데…… 어디로 도망쳐도 나는 죽을 수밖에 없잖아!
난…… 난 이대로 죽을 순 없어……
토마스 씨!
발린 씨! 그만두세요, 저희가 들킬 수 있습니다.
하…… 하하……
이대로…… 이대로 런디니움에서 도망치는 거야…… 밖에 있는 더블린이고 뭐고 이제 신경 쓸 겨를이 없어……
호오?
윽……!
……
너…… 너희들은……
더블린은, 네가 신경 안 쓴다고 되는 게 아닐 텐데.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