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흑야의 회고록

DM-1매장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0-12-10

몇 개월 후, 또 한 번 무의미한 살상이 끝난 뒤, 카즈델에서 돌아온 전달자가 가져온 것은 '바벨'로부터 온 임무였다. 용병들은 불안한 마음을 품고, 또 한 번 자신들의 운명을 맞이하러 나서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외드레르, 이네스, W


몇 개월 후

4:28 p.m. 날씨/흐림

카즈델 동서부 전장, 군사 완충지대 경계선

별거 없는 매복이다.

보아하니 네 말처럼 확실히 적지 않은 놈들이 내 목을 노리고 있나 보군, 골치 아픈데 이거……

적 수가 적으니, 신속하게 처리하고 이동하도록 하지.

소대 인원도 절반만 남았으니, 확실히 내 목을 따낼 절호의 찬스이긴 하겠군.

……다만 안타깝게도, 이 '기회'는 내가 저들에게 일부러 내준 거라서 말이야.

다 됐군, 또 보자고. 카즈델로 갔던 전달자가 곧 돌아올 거다.

W

……뭘 찾고 있는 거지?

W

이 시체…… 조금 전의 암살자?

외드레르

……찾았다.

외드레르

가지고 있을 줄 알았지.

W

이건…… 쪽지?

W

이 암살자랑 아는 사이야?

외드레르

당연하지.

외드레르

함께 일하면서 생사를 오고 갔지. 몇 개월 전에는 흉터의 상점에서 같이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기도 했었고.

외드레르

심지어 자기 딸을 나한테 시집보내고 싶단 말까지 했었는데…

W

바보 같아. 용병은 결국 언젠가는……

W

————

W

잠깐…… 너 설마……?

외드레르

아니, 당연히 거절했다.

외드레르

……다른 이유로 말이야.

W

거기 뭐라고 쓰여 있어?

외드레르

눈여겨봐야 할 물건, 시세, 입찰가…… 너도 알아두는 게 좋을 거다.

W

......

W

……이게 뭐지?

W

다 사람 이름…… 아니, 가명이랑 코드네임이네. 뒷면에 사탕……이 그려져 있는데? 무슨 뜻이지?

외드레르

혼자만의 암호 같은 거다. 사탕 개수는 현상금을 뜻하지, 사탕을 가장 많이 가진 녀석의 목이 가장 비싸단 얘기다.

W

변태 같은 암호네, 역겨워.

W

……그래도 걸린 액수가 꽤 큰 것 같은데, 돈은 누가 내지?

외드레르

계약을 한 건 끝낼 때마다, 우릴 없애려고 추가로 돈을 준비하는 자들이 있지, 예를 들면 우리 고용주라던가.

외드레르

강한 용병일수록 비싸고, 비싼 용병일수록 위험하다. 위험할 용병일수록 죽을 확률이 높지만, 살아남는다면…… 더 강해진다.

외드레르

전쟁은 우리를 사지로 몰아넣지만, 우리에게 살아남을 여지를 주기도 하지.

W

꽤 합리적인데?

외드레르

법칙 같은 거라고 생각해둬라.

외드레르

……"용병, 가명 외드레르, 10개. 부하가 강력하니 15개. 친분을 생각해서 20개"

외드레르

꽤나 높은 가격을 부르는군.

외드레르

"W, 이전 녀석, 계산 완료. 새로운 녀석, 귀찮음, 10개, 상황에 따라 추가."

외드레르

아무래도 너에 대한 평가가 꽤 후한 모양이군.

W

지난달에 내가 숲속에 무기상 놈들을 생매장해 버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W

하…… 그래서, 내가 기뻐하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외드레르

무기상……? 난 왜 이 사건을 모르는 거지?

W

겸사겸사 처리한 일일뿐이야.

W

너희가 라테라노인들 약탈할 때 보고 올려야겠단 생각을 한 녀석은 없잖아?

외드레르

없었지.

W

거봐, 똑같은 거라고.

W

임무에 속하지도 않는데, 용병 입장에서 일일이 시시각각 보고할 필요는 없잖아.

W

음…… 근데 말야, 내가 그전 'W'보다 강한가?

외드레르

용병의 작전 능력은 힘의 '강약'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 나한테는 명령에 복종하는 자세가 훨씬 더 중요하지.

W

알았어, 다음엔 사실대로 보고할게. 그럼 됐지?

W

그 'W'라는 사람은 어땠어?

외드레르

……그 녀석은, 괴짜였지.

외드레르

우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매 전투마다 전력을 다한, 매우 우수한 전사였다.

외드레르

그 녀석은 단지 우리 모두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기 위해, 실력으로 우리들의 리더가 되고자 했지.

W

……생일? 살카즈가 생일을 지낸다고?

외드레르

물론 진짜 생일은 아니고…… 그 정도로 이상한 녀석은 아니었다.

외드레르

언젠가 그 녀석이 라테라노인을 죽이고 총을 하나 얻었는데, 둘 사이에 뭔가 사연이 있었는지, 그날을 자기 생일로 삼더라고.

W

흐음…… 라테라노인 사냥을 즐기는 용병이라니, 나랑 꽤 잘 맞았겠는걸.

외드레르

깊은 원한의 일부일뿐이다.

외드레르

즐기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지?

W

적어도 나는 즐기고 있거든.

외드레르

나쁘지 않은 대답이군.

외드레르

'W'는 확실히, 우리 중 가장 적극적인 녀석이었다.

외드레르

평소엔 늘 실실 웃고 다녔지만, 말 속에 뼈가 있었다. 뭔가 영원히 알 수 없는 음모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지.

외드레르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쉽게 남을 믿어버렸다.

W

왜?

외드레르

녀석에게는 '집념'이 있었다. 악의가 있든 없든, 이런 고집 있는 사람들은 남이 파 둔 함정에 잘 빠지기 마련이지.

W

……그건 그냥 멍청한 거잖아, 뭔지 알겠네.

외드레르

그래, 너라면 물론 이해했겠지.

외드레르

너희들은 본래 위장에 능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니.

W

내가?

W

......

[CG: avg_ac9_4]
W

……흥.

W

왜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데? 너도 그렇고 이네스도 그렇고, 둘 다 무슨 이상한 오리지늄 아츠라도 익힌 거야?

외드레르

너……

W

너도 알고 있지 않았어? 그때 우리가 다 죽을 수도 있었단 거.

외드레르

하…… 물고 늘어지는 게 이네스랑 아주 비슷하구만……

외드레르

가지, 돌아가서 우리 전달자를 만나보자고.

외드레르

비가 올 거 같군.

그때 처음으로, 난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W와 닮아 있었다.

그녀에게 핑곗거릴 주었다. 이렇게 아무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는 것보단 낫겠지.

난 단순한 꼭두각시가 필요한 게 아니라, 자기 밥그릇을 알아서 찾아 먹을 녀석이 필요하다. 어차피 꼭두각시들은 늘 차고 넘치니까.

그날부터 W는, W가 되었다.


하지만…… 이네스의 말이 맞다.

이건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외드레르

이네스, 막사에 들어가 있어야 하지 않나? 모닥불 앞에서 뭘 멍하니 있는 거지.

이네스

흥, 카즈델에서 뭔가 좋은 소식이 온 건 아닌가 보네.

이네스

전달자가 돌아오고 나서 불안해하는 기운을 느꼈어. 겉보기엔 차분해 보여도, 사실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겠지.

이네스

그리고 너도…… 표정 관리 제대로 못 하던데 뭐.

이네스

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외드레르

그래, 난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우리 에이전트가 카즈델 공업지구에서 죽었다.

외드레르

화로에 던져져 머리가 녹아 내려버렸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늘 눈에 거슬렸던 그 빨간색 바지는 그래도 멀쩡하더군.

이네스

누구 짓이야?

외드레르

언제 발생한 사건인진 아무도 몰라. 시체의 최초 발견자는 보일러공이었다.

외드레르

상대도 시간이 그리 많았던 거 같진 않았다. 금속 표면에 남은 싸움의 흔적이 그리 쉽게 지워지진 않더군……

외드레르

칼을 쓰는 자가 분명하다. 그것도 무쇠를 종이 베듯 할 수 있는 수준의……

이네스

……됐어. 어차피 범인도 못 잡았는데 뭐.

외드레르

카즈델에 있는 밥그릇은 죽자 살자 지키려 들면서도 남에게 휘둘리긴 그렇게 싫어하더니…… 결국엔 이렇게 우스운 꼴로 끝이 났군.

이네스

그래도 돈줄이 사라진 건 전혀 통쾌하지 않은걸.

외드레르

……이어서 해줄 얘긴 더 재미없을 거다.

외드레르

우리쪽 전달자가 정보를 확인한 후 카즈델을 떠나던 와중에……

외드레르

……첩보원들과 접촉했다고 하더군.

외드레르

정확히 말하자면 '접촉'이 아니라 '저지'당했다고 해야 겠지만.

이네스

그래서? 우리 또 약점 잡힌 거야?

이네스

뭐야 이게…… 처음도 아니잖아. 우리가 먼저 손을 썼다면……

외드레르

이번에는 우리에게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더군. 전달자가 명령 하나를 받았다.

이네스

……명령? 우리한테? 누가?

이네스

우리는 명령 따위를 듣는 노예가 아니라고.

외드레르

이건 내 판단이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외드레르

우린 전장을 떠나 좁은 산길을 지나야 한다. 어쩌면 협곡을 통과해야 할 수도 있겠지.

외드레르

……어느 운송팀을 보호해야 하게 됐다.

이네스

운송 호위라, 꽤 클래식한 임무네. 그리 간단하진 않겠지?

외드레르

……나도 모른다.

이네스

……뭐?

외드레르

미안하게도, 이번 의뢰는 내 통제 가능 범위를 벗어나서 말이야.

외드레르

그래도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라 믿는다.

외드레르

팀 전체가 우리에게 달렸다. 정세는 계속 변하고 있고, 다른 녀석들도 모두 기회를 기다리고 있지. 우리도 이렇게 앉아서 죽는 날만 기다릴 순 없고 말이야.

외드레르

이번 일, 너와 W가 맡도록 해라.

이네스

일단 질문은 접어두고……

이네스

우선, W와 함께 가는 것은 거절할래.

이네스

녀석이 꽤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봐.

외드레르

W는 아주 잘해주고 있다.

이네스

난 네가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지. 난 내 이런 오리지늄 아츠의 능력을 믿어.

이네스

요즘, 외드레르 팀에 합류한 폭탄 전문가가 쥐도 새도 모르게 전장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해.

이네스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어쩌면 자기네들 기지가 다음 '전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외드레르

……알고 있다.

이네스

걘 사람 죽이고 속여 먹는데 너무 거리낌이 없어. 좀 과할 정도로 용병 일에 적합한 녀석이야. 나도 저 녀석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모를 정도로.

이네스

불필요한 리스크는 지고 싶지 않아. 게다가 저 녀석이 '호위'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이럴 때 모두가 주목하는 신입을 무작정 투입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보는데.

이네스

아니면 설마,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외드레르

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외드레르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누가 빠져나갈 수 있겠어.

외드레르

용병은 누구 편에도 서지 않는다. 이건 그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는다는 뜻이지.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간, 우리도 전쟁과 함께 끝장이 날 거다.

외드레르

전쟁은 언젠가 다시 일어나겠지만, 우리의 목숨은 하나밖에 없지.

외드레르

내가 원해서라거나 해야 해서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선택지가 없을 뿐이야.

외드레르

이번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만 되찾으면, 더 이상 남의 장단에 놀아나지 않아도 될 테니까.

이네스

……

외드레르

……그쪽 팀은 림 빌리턴에서 오고 있다고 한다. 그럼 카즈델의 세력 범위 내로 진입하는 순간 저지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봐야겠지.

외드레르

이번 임무 수행에 대해 기지에서도 적지 않은 인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팀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기겠지. 물론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외드레르

까다로운 의뢰지만 위험을 무릅쓸 가치는 충분해. 우리, 적어도 너는……

이네스

잠깐.

이네스

딱히…… 널 의심하려는 건 아니었어. 난 그저……

이네스

……에이, 관두자.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네 말대로 할게, 늘 그래 왔잖아.

이네스

그렇지만 일단 좀 냉정해 필요가 있다고 봐. 네 발밑을 봐봐.

외드레르

……음?

외드레르

아…… 그림자 말하는 건가?

외드레르

잘 모르겠는데. 왜 그러지?

이네스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어.

외드레르

그야…… 바람이 불고 모닥불이 있으니까.

이네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잖아? 너희 살카즈는 늘 이런 식이라니까.

이네스

너무 멀리 보지 마. 너 혼자서 그렇게 많은 일을 떠안으려 하지도 말고. 너나 나나 그냥 일개 용병일 뿐이잖아.

외드레르

……주의하도록 하지.

이네스

W를 데리고 가라고 했지? 그럼 넌?

이네스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외드레르

진실을 알고 위험을 무릅쓸 사람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이네스

다른 팀은 몰라도, 네 사람은 믿어야지.

외드레르

숨길 생각은 없어. 그저……

이네스

그러면 가르쳐줘.

이네스

가르쳐 달라고!

이네스

우리 전달자가 만난 게 대체 누군데?

외드레르

……'바벨'.

외드레르

그들은 바벨이 카즈델에 남겨둔 자들이었다.